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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그때도 그는 지금처럼 의자에 몸이 묶인 채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그저 바라만 보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현우는 지금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면서 어떻게 해서든 의자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봐도 의자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절망스러운 얼굴로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자신처럼 똑같이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현우야, 내가 너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지?”

“14살이던 해에 널 좋아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지치지도 않고 너를 계속 따라다녔잖아. 지금 돌이켜보면 너도 꽤 곤란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나 이제 병 때문에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나 떠나고 나면 이제는 나처럼 진절머리가 날 만큼 널 쫓아다니는 사람은 없을 거야...”

“현우야, 만약에 말이야. 가끔 내 생각이 나면 내 무덤에 와줄래?”

김초희는 고개를 숙이고 루게릭병 때문에 근육이 딱딱해진 자신의 두 팔을 보며 초연하게 웃었다.

“참, 우리가 처음으로 손잡았을 때도 내가 먼저 잡았던 거 기억해? 그때 나는 네가 손을 뿌리칠 줄 알았어. 그런데 너는 가만히 있었고 너의 그 행동 때문에 더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

“외국 언니들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이 그때는 너무 멋있어 보였어.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못 한 채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고 다시 카메라를 보며 웃었다.

“어릴 때는 너무 철이 없었던 것 같아. 네가 나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계속 따라다녔잖아.”

“하지만 너를 좋아했던 그 순간들이 후회되지는 않아. 언제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지 않겠어?”

그녀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진주알 같은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뭐가 제일 아쉬울까 생각해봤어. 그러다 보니까 나 여태 한 번도 너한테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 들어 봤더라?”

“사실 이따금 생각은 했었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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