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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서유는 링거 폴대를 밀고 자기 병실로 향했다. 정가혜도 마침 죽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를 보고는 다급하게 걸어왔다.

“열 내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 돌아다녀? 죽고 싶어?”

정가혜가 그녀를 침대에 눌러 앉히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한 소리 했다.

“심장병 있는 거 알면서 조심해야지.”

서유는 마음이 따듯해져 웃었다.

“나 결과 가지러 갔었어.”

정가혜가 죽 그릇을 열며 말했다.

“내가 가서 가져오면 되지, 뭐가 급하다고 돌아다녀.”

정가혜는 이렇게 말하더니 손을 내밀었다.

“결과는? 나도 좀 보자.”

정가혜를 속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서유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선생님께 결과를 확인받아야 할 것 같아서 갖고 갔다가 거기 흘리고 나왔나 봐.”

이 말을 들은 정가혜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저 서유의 몸 상태만 걱정했다.

“뭐라셔?”

서유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그냥 채혈인데 뭐, 별거 없었어.”

정가혜는 죽을 젓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서유를 바라봤다.

“너는 일반인과는 달라. 심장 질환이 있어서 채혈은 매우 중요한 검사라고.”

서유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의사 선생님이 별문제 없대. 심장도 정상이래. 걱정하지 마.”

정가혜는 그제야 시름이 놓이는지 먹기 좋게 식은 죽을 서유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죽이야. 일단 좀 먹어.”

서유는 죽을 건네받아 한 숟가락씩 입에 넣었다.

정가혜는 핼쑥한 서유를 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다시 삼켰다.

아까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서유가 외친 이름은 송사월이다.

그 소년은 서유에게 금지어나 다름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그녀가 꿈에서 송사월이란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서유에 묻고 싶었다. 아직 마음속 깊은 곳에 송사월을 품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하지만 이는 서유의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정가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송사월은 이미 죽은 사람이고 지금 얘기해봤자 그냥 고민만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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