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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깊은 잠이 들어 비몽사몽인데 핸드폰이 또다시 진동해 대기 시작했다.

서유는 피곤한 듯 힘겹게 눈을 뜨고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

임태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어제 고열이 났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때?”

서유는 임태진의 목소리를 듣고 얼마 남지 않은 정신머리를 다시 끄집어냈다.

오늘따라 임태진이 너무 이상했다. 어떻게 잠자리를 가질지만 생각하더니 사람이 왜 갑자기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지 의문이었다.

‘문자에 전화에, 시한부라는 걸 알고 놓아주려는 건가?’

서유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다 나았어요.”

“나았다니 됐어.”

임태진은 성의 없게 대꾸하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근데 아까 나한테 전화한 거, 혹시 그 일 마무리한 거야?”

역시나 서유의 예상에 적중했다. 임태진은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한 게 아니라 이걸 물어보고 싶었던 거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한 손으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찾아갔는데 고민해 보겠다고 했어요.”

면피를 위해 그녀가 그날 둘러댄 핑계는 불법 촬영한 동영상으로 이승하를 협박해 프로젝트를 손에 넣겠다는 것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는 임태진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걸 임태진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에게 동영상 따위는 없었고 그녀가 이승하를 찾아갈 일도 없었다. 그러니 이승하를 협박해 프로젝트를 따내는 건 더 불가능했다.

그녀는 이 핑계로 계속 임태진을 계속 기다리게 할 심산이었다.

정가혜가 결혼을 잘 마치면 그녀는 임태진을 찾아가 끝장을 낼 것이다.

그녀는 이미 생각을 다 정리한 상태다. 그녀의 목숨으로 정가혜의 평안함을 바꾸겠다고 말이다.

임태진은 많이 안달 난 상태였다.

“입찰 다음 달 10일이면 시작이야. 언제까지 고민한다는 거야?”

서유가 미간을 찌푸렸다. 정가혜의 결혼식은 다음 달 9일이었다.

정가혜가 결혼을 마치면 임태진을 찾아가 끝장낼 생각이었는데 입찰이 10일이라니,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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