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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눈을 가린 후 그녀의 눈앞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조금의 빛도 볼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마치 끝없는 심연에 빠진 것 같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 순간에야 서유는 임태진보다 더 무서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남자는 임태진보다 상대하기 더 어려운 변태였다.

두려움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저도 모르게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눈은 가려지고 손은 묶여 있어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다.

서유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진정하고 그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 봐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

그 남자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그녀를 들어 안았다.

서유는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어서 푹신한 침대에 던져졌다.

그 남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침대 앞부분이 가라앉은 것을 느낀 서유는 자신이 침대 한가운데 누워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베개 아래에 칼을 숨겨 놓았기 때문에 베개가 있는 위치로 이동하기만 하면 칼을 꺼내 케이블 타이를 끊을 수 있다.

그래서 즉시 다리의 힘을 이용해 몸을 위로 움직였다.

머리가 베개에 닿으려는 순간, 남자가 갑자기 그녀의 몸을 눌렀다.

그가 자신을 누르는 느낌과 함께 그의 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임태진에게 호텔로 오라고 해놓고 와인에 약을 탔네. 이게 무슨 뜻이지?”

서유는 잠시 얼어붙었다.

‘지금 당장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이런 일을 물어보는 걸까? 혹시 임태진이 계획을 알아채고 일부러 이 남자를 보내 의도를 찔러보려는 건 아닐까? 그럴 리가!’

임태진의 성격에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미 누군가를 보내 그녀를 토막 냈을 것이다.

“흥분하게 만드는 약일 뿐이에요.”

그녀는 애써 차분한 척하며 대답했다.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절대 그에게 진실을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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