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요.”서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 대답했고 눈앞에 있는 남자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는 남자의 표정을 볼 수 없어 그저 애타게 그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저기요, 들으신 것처럼 지금 제 친구의 목숨이 위태로워요. 임태진을 사칭해서 저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지만 시간만 바꿔주세요. 오늘 밤 그 사람을 만나서 계약서를 넘겨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 친구를 죽일 거예요!”서유의 불안한 모습에 비해 그 남자는 여유로운 듯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계약서인데?”이승하와 관련된 일이라서 서유는 당연히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그냥 프로젝트 계약서예요.”그 남자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네가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임태진에게서 듣도록 하지.”서유는 임태진이 그녀와 자고 싶어 하는 것과 자신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 계획을 세운 것,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그에게 말해야 했다.다만 임태진을 죽이려는 계획은 말하지 않고 대신 계약서에 대한 일은 간략히 설명했다.“나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 사람한테 서부 개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그 사람을 막아야 내 친구의 결혼식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상대하기 쉽지 않아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서 설득할 수밖에 없었죠.”그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들은 후 한참 동안 침묵했다.서유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선생님, 제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니 제발 저를 보내주세요!”그러나 그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불쑥 물었다.“임태진이랑 같이 잔 적은 없어?”“당연히 없죠!”서유는 너무 화가 나서 소리쳤다.“저렇게 잔인한 남자와 어떻게 같이 잘 수 있겠어요!” 서유는 임태진이 정가혜의 신혼집에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하자 이성을 잃고 날카로운 태도로 말했다.그 남자는 서유가 기겁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작은 금색 칼을 꺼내 손목의 흰 타이를 끊었다.타이가 풀리자, 서유는 서둘러 눈을
“그래도 능력은 좀 있는 것 같군.”임태진은 서유의 허리에 팔을 감고 볼에 뽀뽀하며 말했다.“말해봐, 예쁜아, 무슨 보상을 원해?”서유는 뺨을 가리고 무표정한 채 말했다.“임 대표님, 저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으니 부하들더러 제 친구의 신혼집에서 나가게 해 주세요.”“알겠어.”임태진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철수하라고 전화를 걸었다.그제야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서 약이 든 술잔을 집어 임태진에게 건넸다.“대표님, 제가 특별히 이 와인을 가져왔으니 함께 마셔보시죠.”“와인을 마신다고?”임태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녀가 먼저 자신에게 술을 마시자고 할 줄은 몰랐다.다소 놀란 임태진은 서유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하고 급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왜? 이제 마음먹었어? 내가 만져도 돼?”서유는 임태진이 의심할까 봐 걱정되어 여전히 이전의 태도와 차가운 목소리를 유지했다.“대표님,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제가 말했듯이, 대표님이랑 자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계약서와 거래하자고 했고요. 왜 약속을 안 지키세요?”임태진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아졌다.“근데 왜 술을 마시자고 한 거야?”서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같이 와인을 마시자고 한 건, 저를 두 번 연속 봐주시고 건드리지 않으신 데다가 저를 믿어주시기까지 하셨으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저 그렇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아닙니다. 적어도 당연히 술은 같이 마실 수 있죠.”서유가 그렇게까지 자신을 칭찬하자 임태진은 자신의 이미지가 갑자기 영광스럽고 위대해졌다고 느꼈다.“그렇다면 한 잔 같이 마셔주지.”임태진은 손을 뻗어 그녀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서유는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손가락이 약간 떨렸다.그러자 임태진은 한눈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는 티를 내지 않고 술을 받았지만 마시지 않은 채 대신 서유를 훑어보았다.서유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지만, 빠르게 올라갔
서유는 임태진이 계약서를 가진 후에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이미 예상했었다.하지만 그건 수면제를 마셨다는 가정하에서였다. 이건 모두 화장실에 있는 그 남자 탓이다.그가 임태진으로 위장하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그녀는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고 임태진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임태진과 같이 자게 될까?불안감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휴대폰 진동 소리가 임태진의 더듬거리는 손을 멈추게 했다.“임 대표님, 전화 왔으니 먼저 받으세요.”서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임태진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임태진은 그녀가 오늘 밤 어떤 식으로든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의 태도에 따지지 않았다.그는 핸드폰을 꺼내어 스크린에 뜬 번호를 보고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서유는 임태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말투가 지극히 공손해지고 안절부절못하며 아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임태진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물일 것이라 짐작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눈앞에 들이닥친 골치 아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만 했다.임태진은 전화를 받으면서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말했다.“문제가 있나요? 저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요?”서유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임태진이 곧이어 말했다.“지금 말입니까?”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그가 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자 서유는 더 조급해 났다. 만약 오늘 밤 임태진을 해결하지 못하고 내일 입찰이 시작하면 그녀는 끝장날 것이다.서유는 임태진을 막고 싶었지만 그는 곧바로 계약서를 들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얼굴에 키스했다“예쁜아,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해결하러 가야 하니까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그가 다시 돌아온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서유는 막지 않
서유는 자신이 낯선 사람에게 성폭행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른다.그녀는 더 없이 절망했다.이제 진짜 더러워졌다.아마도 이승하는 그녀를 혐오할 것이다.이승하, 이승하, 이승하…서유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의 이름을 외쳤고, 눈가에서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남자는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턱을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때문에 우는 거야?!”서유는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넥타이를 적셨다.그녀의 침묵은 남자를 언짢게 만들었다.“넌 내 것이어야만 해!“남자는 서유의 붉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그러고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놓아주었다…서유의 몸은 이미 힘이 풀린 지 오래되었고 전에 마셨던 수면제를 탄 와인 때문에 머릿속이 흐리멍덩했다.남자는 그녀의 몸을 침범하자마자 바로 떠나지 않고 그녀를 안아서 욕조에 내려주었다.온수로 깨끗이 씻긴 후 공주 안기로 침대까지 데려갔다.부드러운 침대에 눕자 서유는 바로 잠이 들 것 같았다.하지만 임태진이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하자 혀를 깨물며 정신을 차리려고 버텼다.입 안에서 피 맛을 느낀 후에야 정신이 좀 들었다.”이제 저를 놓아주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무조건 죽여버릴 것이다.남자는 옷을 입는 듯했지만 서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서유는 화가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잠까지 자놓고 설마 날 죽이려는 거예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다시 몸으로 그녀를 눌렀다.그는 서유의 붉은 입술에 살짝 입맞춤하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너 위조 계약서로 임태진을 속였잖아. 너한테 보복할까 봐 두렵지 않아?“”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뭔 상관이야!“서유는 울부짖듯 말했다.이미 강간을 당했으니 더 잃을 게 없어 더 이상 이 남자가 무섭지 않았다.그러자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그녀를 가만히 쳐다
서유는 칼도 빼앗기고 손도 남자에게 붙잡혀서 움직일 수 없었다.이런 피동적인 느낌은 그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그래서 아예 주저앉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울지마.”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위로했다.하지만 그 말은 서유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떠나갈 듯 울부짖었는데 그 모습은 더없이 비참했다.남자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면서 주저앉아 서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가 손을 뿌리치자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한순간 나도 모르게 참지 못했어. 미안해.”보고 싶었다고?그럼 이 변태 자식이 갑자기 발정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는 소리야?임태진을 사칭해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을 보면 그녀가 임태진이 마음에 둔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임태진이 서유를 자기 여자라고 선포한 것은 그날 밤 나이트 레일에서였다.서유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날 밤 확실히 이렇게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가 있긴 했다.이승하와 이연석 외에도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이 많았다.이씨 가문의 형제는 그녀를 얕잡아 보기 때문에 절대 이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임태진이 데려온 사람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그는 임태진을 잘 알기 때문에 그녀가 전화를 걸어서 확인할 때 임태진이 회의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자 서유의 머릿속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임태진과 어울려 지내는 사람만이 이런 짓을 벌일 것이다.그러다 갑자기 조금 전 이 남자가 자신을 잠시 풀어주었을 때 자신이 모든 계획을 알려준 것을 생각하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만약 이 남자가 임태진에게 그 계획들을 전부 알려준다면, 임태진을 해결하는 것은 둘째 치고 그전에 그들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서유는 겁이나 몸을 떨었고 절망이 덮쳐와 숨조차 쉬어지지 않았다.남자는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서유가 위장 계약서로 임태진을 속인 다음 무엇을 하려고 했을지 짐작
임태진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계약서를 들고 JS 그룹에서 나왔다.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와 당장 하얏트 호텔로 달려가 서유를 만날 생각이었다.하지만 차가 절반쯤 달렸을 때 몇십 대의 SUV가 나타나 그를 둘러쌌다.임태진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당장 차를 버린 채 도망쳤다.그러나 고작 몇 미터 달렸을 때 한정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제어가 안 되어 급발진한 듯 곧장 그에게 돌진했다.임태진은 깜짝 놀라 펄쩍펄쩍 뛰었고, 그가 도망치려 할수록 차는 더 끈질기게 달려들어 그를 쳐 죽이려 했다.임태진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다음, 운전석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그리고 금색 가면을 쓴 남자가 차에서 내려왔다.차 앞쪽의 극도로 눈부신 두 개의 헤드라이트 광선이 임태진의 눈을 강타했다.그 때문에 임태진은 그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캐주얼하고 헐렁한 옷을 입은 소년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그가 소년이라고 느낀 이유는 그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모두 소년의 감성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임태진은 그 소년을 보고 상대방이 어느 부잣집의 도련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서울에서 임씨 가문은 이름 있는 집안이었는데, 어떻게 감히 부잣집 도련님이 그렇게 많은 차를 불러서 그를 둘러싸고 있을 수 있을까?이것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꼬마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임태진은 상대방이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서 감히 그의 길을 막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 남자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움직임은 다소 경박하고 도발적이었다.“알아.”그의 목소리는 일부러 위장한 듯 쉰 목소리였다.그가 감히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고 임태진은 상대방이 별다른 능력이 없다는 것을 더욱 느꼈고, 그래서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는 땅에서 일어나 위풍당당하게 그 남자에게 다가가 삿대질하며 화를 냈다.“이놈아,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감히 여기까지 와서 나를 막아? 너 살고 싶지 않은 거지?”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손을 살짝
지금껏 감히 그의 손가락을 자르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계약서를 수정하기 위해 서둘러 JS 그룹으로 오느라 경호원을 데려오는 것도 잊어버렸으니 그의 부주의였다.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상대방과 한바탕 싸워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는 혼자였기 때문에 가면을 쓴 남자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이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여기서 탈출하면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임태진은 여기서 도망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면에 남자는 그를 당장 여기서 죽이려고 생각했다.그 남자는 턱을 치켜들었고, 임태진의 뒤를 막고 있던 경호원들은 즉시 발을 들어 임태진의 무릎 뒷부분을 찼다.방심하고 있던 임태진은 털썩 주저앉고 두 손을 바닥에 댄 채 극도로 비참한 자세로 그 남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수치심을 느낀 그는 너무 화가 나 눈앞에 뵈는 게 없었다. 고개를 들고 이를 갈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면서 포효했다.“이 개자식,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내가 돌아가면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허-”남자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고 더 이상 말대꾸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손에 든 칼을 들고 임태진의 손목을 베었다.그렇게 하는 동안 남자는 내내 눈을 깜빡이지 않았고 끝까지 차가운 시선으로 천천히 체계적으로 임태진을 손봐줬다.“넌 서유에게 키스하고 안고 무릎에 앉히기까지 했으니 이 벌을 받아야 마땅해!”임태진은 너무 고통스러워 몇 번이나 기절할 뻔했고, 입을 뻐끔거리는 것만 보였을 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미 망가진 그의 모습을 본 남자는 손에 든 칼을 내려놓고 경호원이 건네준 손수건을 받아 손에 묻은 피를 천천히 닦아냈다.“이제 갈 시간입니다.”임태진의 손가락을 잘랐던 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그에게 말했다.그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임태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남자가 차에 타는 것을 본 택이는 재빨리 다른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제야 수십 대의 SUV가 물러갔다.그리고 고통으로 인해 기절했던
서유는 기사를 다 읽은 후 온몸이 얼어붙었다.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길래 하룻밤 사이에 서울의 거물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걸까?그녀는 갑자기 어젯밤 가면을 쓴 남자가 임태진이 돌아올 수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임태진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그 사람이 범인일까?만약 그가 그랬다면 가면을 쓴 남자가 임태진의 친한 친구라는 그녀의 추측은 틀린다.임태진의 친구가 이 하룻밤 사이에 태안 그룹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건 불가능했다.임태진의 친구가 아니라면 이 ‘김 씨’는 누구일까?서유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하지만 다행히 누군가가 임태진을 호되게 혼내주었으니 다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다만 임태진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다른 변태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서유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끝내 호텔 매니저에게 가서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요청했다.하지만 감시 카메라에는 임태진이 방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만 찍혔을 뿐, 그 남자에 대한 정보가 담긴 영상은 모두 삭제되었다.이를 통해 서유는 그 남자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감시 카메라 영상도 없었고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를 고소할 증거도 없었다.하지만 이 남자를 그냥 놓아줄 수 있을까?서유는 그 남자가 정가혜로 자신을 위협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과감히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다.경찰이 사건을 접수한 후 그 남자의 휴대폰 번호, 카카오톡 아이디, 문자 메시지 전송 내역 등을 모두 경찰에 제공했다.그러나 경찰은 그의 휴대폰 번호가 본인 인증이 되어 있지 않고, 카카오톡 IP 주소도 찾을 수 없어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그리고 문자 메시지 부분은 서유가 먼저 상대방과 약속 잡은 것이기 때문에 그 남자가 임태진을 사칭했다고 해도 직접적인 증거로 사용할 수 없었다.경찰은 서유더러 병원에 가서 체액을 추출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면 일부 증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서유는 그 말을 듣고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