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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서유는 조수석에 앉은 이규민을 힐끔 쳐다봤다.

이연석은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서유는 그제야 난감함이 좀 가라앉은 듯했다.

서유는 티슈를 들고 머리를 숙인 채 조용히 몸에 묻은 빗물을 닦아냈다.

이연석은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가냘픈 몸짓을 바라봤다.

그는 이렇게 추운 날에 서유가 외투 하나 걸치지 않고 밖에서 비를 맞으며 차를 잡는다는 게 이상했다.

“서유 씨, 임태진 도련님이 집까지 데려다주지 않던가요?”

임태진 이 세글자에 서유는 잠시 어리둥절해서 미간을 찌푸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그녀는 지금 임태진의 여자였다.

서유는 티슈를 꽉 움켜쥐더니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다퉜는데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이연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오들오들 떠는 그녀를 보고 이연석은 난방을 더 크게 틀어주며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갑자기 올라간 차 안의 온도 덕분에 꽁꽁 얼었던 서유의 몸도 점차 따듯해졌다.

그녀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이연석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원래는 그냥 콜택시 부르려고 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었더라고요. 근처 슈퍼도 문을 닫아서 비를 피할 데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길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이연석이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백미러로 안절부절못하는 서유를 보더니 따듯하게 위로를 건넸다.

“괜찮아요.”

서유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머리를 창문에 기대고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너무 피곤했는데 따듯한 난방까지 있으니 바로 깊은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섰다.

이연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서유 씨, 다 왔네요.”

한참이 지나도 뒷좌석에서 대답이 없자 이연석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서유가 창문에 기댄 채 쌔근쌔근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를 본 순간 이연석의 눈이 조금 커졌다.

참 대범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낯선 사람의 차에서 저렇게 시름 놓고 자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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