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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은은하고 시원한 향기와 와인 향이 뒤섞여 순간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가 다가오자 서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차 문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차 안이 너무 좁았기에 몇 번밖에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등 뒤에 차 문이 닿았다.

이승하는 한 손을 차창에 올려놓고 가녀린 그녀를 품 안에 가두었다.

눈처럼 차갑고 매혹적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발견했다.

잠시 후 귓가에 경멸이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새 스폰서가 잘해주나 봐.”

그는 원래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고 대부분은 차가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미소가 차가운 얼굴에 걸리니 조금 무서워 보였다.

서유는 해명하고 싶었지만 ‘새 스폰서’라는 말에 침묵했다.

임태진이 그녀를 자기 여자라고 소개한 그 순간부터 해명하는 것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승하는 아무런 말도 설명도 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길고 예쁜 손을 올려 그녀의 볼을 이어 귓가를 쓰다듬었다.

임태진에게서 느껴졌던 역겨움과는 달리 이승하의 스킨쉽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강력한 아우라가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이승하는 그녀의 뒷머리를 잡아 자신의 눈앞으로 당겼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싸늘하게 물었다.

“두 사람 언제 잤어? 몇 번이나 잤어?”

가까워질수록 남자의 향기가 짙게 풍겼다.

서유는 심장이 따끔거려 멈출 것 같아 온몸의 뼈까지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쓸모없는 자신을 욕하며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그와의 접촉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랐다.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키스 마크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뼛속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도 하고 온 거야?”

서유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손을 들어 올려 귀 뒤에 임태진이 키스를 했던 곳을 가렸다.

“아니에요. 그 사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내가 믿을 것 같아?”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것처럼 차가워 소름 돋게 했다.

서유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당신이 믿든지 말든지 상관없어요. 난 그 사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

이승하가 굳은 표정을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그는 갑자기 그녀의 드레스를 잡아당겼다.

서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몸을 가렸다.

“이승하 씨 미친 거 아니에요? 이거 놔요!”

서유는 수치스럽고 너무 화가 나서 그의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손톱이 그의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다. 소 비서가 차에 오르지 않아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이승하 씨, 도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그녀가 미친 듯이 화를 냈지만 그의 냉담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의 표정을 살폈다. 잿빛이 된 얼굴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모습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그는 화가 났을 때 이런 모습이었다. 예전에 그녀는 이런 그의 모습을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그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이승하 씨.”

서유의 불렀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그를 상기시켰다.

“잊지 말아요. 당신이 날 원하지 않아서 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날 건드리지 말아요.”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한 겨울에 눈이 뒤덮인 산 같았다.

그가 고개를 들자 빨갛게 충혈된 눈이 보였다. 마치 불꽃 아래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 같았다.

“임태진한테 판 몸이니까 이제 난 손대지 말라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맑고 매력적이었기에 듣기 좋았다.

하지만 그가 뱉는 말들은 모두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뿐이었다.

‘몸을 팔았다’는 한마디가 그녀의 자존심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녀는 예전에 그에게 몸을 팔았었지만 그의 돈을 한푼도 쓰지 않으면 그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그녀가 여전히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는 ‘몸 파는 여자’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서유의 마음속은 가시가 박히는 것처럼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갑자기 미소가 떠올랐다.

“이 대표님.”

그녀는 두 손을 그의 목에 두르며 웃었다.

“임태진이 날 샀어요. 그러면 이 대표님은 당연히 저한테 손대면 안 되죠. 이건 모두 대표님이 가르쳐준 룰이잖아요. 설마 잊었어요?”

이승하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뭐라고?”

이승하는 턱을 치켜올리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실 아까 거짓말한 거예요. 이미 임 대표하고 잤어요. 지금 난 이미 임태진의 여자예요. 그러니까 이 대표님은 함부로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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