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89화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손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난 상철수의 외손녀 따위 하고 싶지 않아요. 그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도 거절하고 당신의 편을 들 수 있다고요. 그래도... 헤어져야 하나요?”

시종일관 굳건한 그녀의 모습은 초라한 그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점점 더 잔인하고 못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혈연은 끊을 수 없는 거야. 당신이 루드웰의 리더라는 걸 상철수가 선언한 그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아마 이제 곧... 루드웰의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겠지.”

“그리고 S 조직의 사람들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고. 알게 되면 그들이 당신을 놓아줄 것 같아?”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그의 말에 온몸이 떨렸고 무언가에 사로잡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힘없이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맑고 반짝이던 그녀의 눈은 점차 안개가 드리워졌고 앞날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이승하의 손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그녀의 곱슬머리에서 그녀의 얼굴로 천천히 이동했다. 귀한 보물이라도 만지듯 그녀의 눈매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나중에 S 조직의 멤버들이 당신을 해치는 것을 보고 내가 참지 못하고 멤버들에게 손을 쓸까 봐 두려워. 난 S 조직의 리더인데. 내가 그들에게 손을 대면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복수할 수 있겠어?”

“그때 가면 내 입장만 곤란해질 거고 당신은 당신 대로 많이 힘들 거야. 그래서 헤어지자는 거고.”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까지 하는데 그녀라고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이미 두 번이나 날 버렸어요. 이번이 세 번째죠. 이번에 헤어지면 나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 정말 결심한 거예요?”

첫 번째는 그의 부득이한 사정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그의 강요에 의해 의혼한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인 지금, 그한테는 이게 최선이었다.

한 번 또 한 번 버려지는 게 얼마나 힘든 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