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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서유.”

자리를 뜨려는데 그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고개를 돌리니 그가 마침 자신의 배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아이 좀 만져볼 수 있을까?”

임신하고 지금까지 그는 곁에 없었고 아이를 만져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그녀도 자신의 배를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아랫배에 갖다 댔다. 볼록한 배에 손끝이 닿는 순간 찢어지게 아프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그의 다정한 눈빛을 보며 그녀는 문뜩 이연석이 동화책을 들고 가혜 뱃속의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빠가 아이한테 말을 걸어주면 헤어지고 나서도 후회가 덜 될 것 같아 그에게 물었다.

“아이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그녀의 말에 그는 흠칫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를 만지며 입을 열었다.

“안녕...”

한마디 하고는 긴장한 듯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아이가 내 말 들을 수 있나?”

그녀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6개월이 다 돼가요. 태동도 있고 가끔 내가 말을 하면 손 내밀고 발로 차는 게 느껴져요.”

처음 아빠가 된 그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뱃속에서 손을 뻗고 발을 뻗는다는 말에 그는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 왜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거지?”

아무리 자세히 만져봐도 그녀가 말하는 태동을 느끼지 못하였다.

“당신이... 애한테 말을 너무 적게 한 게 아닐까요?”

인사만 했을 뿐이니 그의 목소리에 익숙하지 않는 뱃속의 아이가 그를 무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볼록한 그녀의 배를 쳐다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최대한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아직 보이지 않는 생명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너희 엄마가 널 가지려고 정말 애 많이 썼어. 그러니까 무사하게 건강하게 태어나야 해.”

“아빠로서 너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옆에서 동화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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