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운 말을 듣고도 넷째 어르신은 담담하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게임존의 게임 방법은 1-2가 정한 것이네. 다들 지금 1-2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건가? 게임존의 게임 방법을 미리 나에게 알려주어 내가 칼자국남을 투입했다고 생각하나?”넷째 어르신을 비꼬던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1-1에서 1-3, 이 세 사람은 Ace의 창시자였다. 초청자들의 공평한 베팅을 위해 게임존의 룰은 1-2이 전문적으로 책임졌다.다만 매번 게임의 룰은 바뀌었고 1-2 그 사람만 알고 있었다.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넷째 어르신을 의심하는 건 1-2를 의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다들 잘 알겠지만 난 초대받은 사람들을 여기까지 데려오고 플레이어의 방을 감시하는 일만 맡았네. 게임존은 내가 관여할 구역이 아니니 앞으로 말을 함부로 하지 말게나. 1-2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야 되겠나?”넷째 어르신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왔다. 2-9의 자리를 지나치는데 아홉째 어르신이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뭔가 뜻이 통한 듯했다. 게임존이 닫히고 조종자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넷째 어르신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방안을 들어서자마자 가면을 벗고 소파에 앉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가면을 쓰고 다시 문을 여는데 문밖에 서 있는 한 남자의 훤칠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문 앞에서 잠시 서 있더니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인지?”그가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자를 쳐다보았다.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자 그도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타들어 가는 담배를 가지고 놀았다. 잠시 후, 남자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모스 부호로 소통했다.“지금은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야. 이런 방식으로만 소통할 수밖에 없어.”방
그러나 넷째 어르신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2-9가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니그들은 이제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넷째 어르신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대고 가볍게 두드렸다. “마지막 라운드, 그가 이곳을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야.”서유가 아니라 육성재가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라고 했다.테이블 위에 있던 아홉째 어르신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플레이어 방의 감시 권한을 나한테도 줄 수 있나?”배후의 초대자들은 언제든지 플레이어의 방 CCTV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임 시작 단계만 관람 구역에서 볼 수 있었고 다른 때는 볼 수가 없었다. “오늘 당신을 대신해 누명을 쓴 프로그래머는 이미 1-2에게 살해당했어.”거절이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아홉째 어르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넷째 어르신은 손에 든 담배꽁초를 버리고 손을 뻗어 가면을 벗었다. 무거운 가면을 벗고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아홉째 어르신 앞에서 한 모금 깊이 들이마셨다.“그 여자도 지켜줄 테니까 더 이상 내 프로그램에 손대지 마.”더 이상 무고한 프로그래머가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한껏 찌푸리고 있던 아홉째 어르신의 미간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고맙군.”연기를 내뿜던 넷째 어르신이 담배 연기를 사이에 두고 그를 쳐다보았다.“그 여자랑은 무슨 관계인가?”CCTV에서 그 여자를 보고 즉시 일어나 프로그램을 해킹한 걸 보면 그 여자가 아홉째 어르신에게 중요한 사람인 건 분명했다.그렇지 않으면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던 냉정한 성격의 그가 어찌 이런 무모한 짓까지할 수 있었겠는가?넷째 어르신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넷째 어르신은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부탁할 일이 있으면서 이리 퉁명스럽긴.”아홉째 어르신은 가늘고 촘촘한 속눈썹을 천천히 내리며 어두운 눈빛을 숨겼다. “난 나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해.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개인적인 일에 대해
게임 구역의 플레이어들은 각자 생사 문을 통과한 후, 게임의 보상과 벌칙에 따라 다른 장소로 보내졌다. 상금을 선택한 사람과 죽음의 문을 통과한 사람들은 바로 방으로 보내졌고, 경마를 선택한 사람들은 경마장으로 갔다. 비록 육성재는 죽음의 문을 선택했지만 이번 게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서유와 함께 생의 문으로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게임은 끝났고 죽음의 문을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이미 받을 벌은 받은 상태였다. 그들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또다시 막막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주변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설령 10호 방의 칼자국남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두꺼운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서유와 육성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목에 묶인 수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서유는 아랫배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아마도 달리기 때문에 생긴 증상이었다. “성재 씨, 나 배가 좀 불편한데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조금 긴장한 채 일어나서 육성재를 끌고 구석으로 가더니 불편함을 참으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짐가방을 열었다. 재빨리 유산 방지약을 꺼내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육성재는 약상자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그 약이 어떤 약인지 확인한 순간 완전히 멍해졌다. “임신했어요?” 서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 달이 좀 넘었어요. 태아가 불안정해서 가끔씩 조금 불편해요.” 그녀는 말이 끝나자 그에게서 약상자를 받아 짐가방에 다시 넣었다. 가방을 정리한 후 벽을 짚고 일어나 침대로 돌아가 쉬려고 했으나, 육성재가 그녀를 단숨에 붙잡아 당겼다. “뭐... 뭐하는 거예요?” 그의 눈에 서린 붉은 빛을 보고 서유는 조금 겁이 났다.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고 그녀의 창백한 피부 위로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날 때야 손을 풀었다. 그는 화가 난 것 같았고 그의 목소리에는 질책이 가득했다. “임신한 걸 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서유는 어리둥절했다. “그
따뜻한 감각이 닿자 육성재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고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는 줄곧 서유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방금 그녀에게 입 맞춘 순간, 그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녀에게 남편이 있고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억지로 자신을 다스리며 그 감정을 억눌렀다. 육성재는 손바닥을 꽉 쥐고 인상을 찌푸린 채 서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서유도 그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몇 번 더 째려보며 말했다. “조심해요.” 육성재는 짧게 대답하고는 이불을 잡아당겨 둘의 머리를 덮었다. “지금뭐하는 거예요?” 서유는 당황하며 이불을 밀어내려 했지만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눌렀다. “감시 카메라가 있어요.” 이불 아래서 서유는 그가 잡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요?” 육성재는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내 생각엔 이승하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감시 카메라도 그 말을 듣지 못할 정도였지만 서유는 그 말을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 그의 차분한 말은 그녀의 마음에 부드럽게 닿아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육성재는 다시 그녀의 귀에 더 가까이 속삭였다. “이승하가 그 쪽지를 서유 씨한테 준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육성재가 생각한 것은 서유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오직 그녀가 위험에 휘말리길 원치 않는 사람은 이승하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면 왜 집에 돌아오지 않고, 그저 안부 전화 하나조차 하지 않았을까. 서유는 그의 상황을 알 수 없었고 천천히 이불을 밀어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감시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고 그녀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루드웰에 발을 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서유와 육성재는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된 이후로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은 버티기 힘들었다. 특히 서유는 너무나 피곤했지만 이승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반면 육성재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수갑에 묶여 있어 어쩔 수 없이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9호 방의 조작 패널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카드 삽입 구멍이 아니라 두 끼의 식사가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서양식 저녁 식사로, 우유와 음료, 그리고 생수도 함께 나왔으며 모두 플레이어들을 위한 것이었다. 육성재는 서유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음식을 다 먹게 하고는 요구했다. “나랑 화장실 좀 같이 가줘요.” 서유는 마지막으로 우유를 마신 뒤, 빈 잔을 내려놓고 화장실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요.”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예의를 따질 여유는 없었다. 생존과 건강이 우선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화장실로 갔고, 서유는 등을 돌려 육성재를 향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한 손으로 귀를 막았다. 육성재는 분명 급했지만 이상하게도 화장실에 들어가니 도무지 볼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서유를 돌아보며, 창피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차라리 참기로 결심했다. 육성재는 서유를 데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누워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이러면 안 돼. 앞으로 몇 라운드 더 남았는데 너...” “말 그만하고 빨리 자. 자면 괜찮을 거야.” 육성재는 아예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않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급한 건 급한 거였다. 결국, 한밤중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유를 깨우고는 허둥지둥 그녀와 함께 다시 화장실로 갔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는 삶에 대한 애정이 모두 사라진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불 속으로
“플레이어 여러분, 화면에 네 가지 흔한 곤충이 있습니다. 나비, 반딧불이, 나방, 잠자리입니다. 이들은 각각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 있는 상자에는 어떤 곤충이 들어 있을까요?” 그들 앞에는 단 하나의 검은 상자가 있었고 네 가지 곤충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제한 시간은 여전히 5분입니다.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60, 59, 58...” 육성재는 무의식적으로 칼자국남을 힐끔 쳐다봤다. 그 남자는 숫자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는 구역에 있던 하얀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그들 가운데 당당하게 걷는 남자는 얼굴에 1-2라는 숫자가 새겨진 가면을 쓰고 있었다. 아홉째 어르신은 처음으로 게임의 보스를 보았는데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1-2가 등장한 이후, 게임 구역의 모니터는 칼자국남의 화면에서 멈췄다. “이 사람의 초대자는 누구지?” “접니다.” 넷째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1-2는 검은 방호복을 입고 온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살벌한 기운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차갑고 날카로웠다. “2-7이 당신이 비밀리에 조작했다고 신고했군. 우리랑 함께 가지.” 역시 2-7이다. 이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 1-2가 직접 중구까지 내려오게 만들다니. 넷째 어르신은 느긋하게 2-7을 한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두 손을 내밀었다. 1-2 뒤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수갑을 꺼내 넷째 어르신의 손에 걸고는 그를 데리고 나갔다. 문을 나서기 전에 넷째 어르신은 뒤를 돌아 아홉째 어르신을 한번 바라보았다. 둘 다 가면을 쓰고 있어 서로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끌려 나가는 것은 칼자국남이 노출되었음을 의미했고, 이는 곧 하부 구역의 게임이 끝났음을 뜻했다. 넷째 어르신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아홉째 어르신은 무
육성재는 서유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었다.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바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밑을 보지 말고 먼저 선택해요!” 그의 큰 목소리가 서유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게 했다.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앞에 있는 상자를 응시하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상자는 봉쇄되어 있어 열 수 없었고, 네 종류의 곤충 모두 가벼운 생명체들이라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초조하고 불안했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시간이 촉박해지자 ‘나비’라고 적힌 버튼을 아무렇게나 눌렀다. 상자가 열리자 나오는 것은 나비가 아닌 나방이었다. 동시에 그의 발밑에 있던 죽음의 문이 순간적으로 열렸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원형 위치에 서 있지 않았기 때문에, 칼자국남처럼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게임장에서 벗어나면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게임장의 문을 나서는 순간, 그가 밟고 있던 바닥의 네모난 타일이 갑자기 열렸다. 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떨어졌고, 그와 인접한 타일들도 하나하나 열리기 시작했다. 즉, 발밑의 원형 표식뿐 아니라 그들이 밟고 있던 바닥 전체가 죽음의 문이었다.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선택을 하지 않으면 모두 떨어져 뱀에게 잡아먹힐 운명이었다. 그 남자가 뱀에게 살점이 하나하나 찢기며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본 서유는 견딜 수 없이 구역질이 났다. 그제야 그녀는 왜 아무도 이 9라운드의 게임을 무사히 통과하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매 라운드가 생사의 고비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5, 4...” “서유 씨!” 육성재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귀에 크게 울려 퍼졌다. 서유는 마치 모든 걸 내던진 듯, 옆의 남자처럼 ‘나비’라고 적힌 버튼을 눌렀다. 상자가 열리자,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펴며 자유를 찾은 듯 위로 날아올랐다. 육성재는
서유와 육성재는 일곱 번째 게임이 끝난 후, 예전처럼 일주일간의 간격을 두고 다음 게임이 시작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기계음이 바로 울렸다. “플레이어님, 내일 네 번째 층의 노년 공간에서 여덟 번째 게임이 시작됩니다. 미리 준비해 주십시오.” 서유와 육성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혹시 칼자국남의 배후 인물이 드러났기 때문에 게임이 앞당겨진 걸까?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정해진 규칙대로 일주일 간격으로 게임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왜 갑자기 변경되었을까? 하지만 칼자국남의 배후 인물은 대체 누구일까? 그가 왜 두 사람을 도와주면서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은 걸까? 그들은 혼란스러웠지만 이미 게임에 들어와 버린 이상 나갈 수 없었고, 게임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서유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면서도 머릿속에는 칼자국남이 뱀에게 삼켜지던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이곳에 온 이후로 서유는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수없이 많이 봐왔고, 매번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유독 다르게 느껴졌다. 아마도... 택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맞은편 침대에 누워 있던 육성재는 그녀가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잠이 안 오면 나랑 얘기라도 할래요?” 서유는 몸을 돌려 손을 볼에 댄 채로 물었다. “택이는... 정말 뱀한테 잡아먹힌 걸까요?” 육성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몸놀림이 워낙 빠르니까 아마 잘 빠져나왔을 거예요.” 정말 그럴까? 그렇게 많은 뱀들을 택이가 단 몇 초 만에 전부 물리칠 수 있었을까? 육성재는 서유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내일 또 게임이 있으니까 우선 푹 쉬어요.” 서유는 다시 물었다. “내일은 어떤 게임일까요?” 육성재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서유는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