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자유로운 구경꾼들과 달리 아래 지옥의 게임존에 서 있는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한쪽 팔을 지키기 위해 1부터 4까지의 숫자 버튼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었다.카운트다운 소리가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것 같아 온몸에 식은땀이 났지만 감히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다들 다른 게임존의 플레이어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첫 번째 선택을 한 플레이어가 정말 영상에서처럼 로봇 청이에게 팔을 단번에 베이는 것인지 아닌지를 보고 싶었다.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아까 서유에게 무례를 범한 남자가 성질이 급한 편인지 잠시 지켜보더니 바로 3번 숫자 버튼을 눌렀다. 바로 그 순간, 네 개의 검은색 네모난 상자가 동시에 열렸고 아쉽게도 2부터 4번 상자에는 사과가 없었고 빨간 사과는 1번 상자 안에 있었었다. “젠장.” 이내 맞은편 빨간 대문에 죽음의 문이라는 글자가 훤히 나타났다.이와 동시에 로봇 청이의 팔이 안에서 튕겨나와 그를 향해 빠르게 뻗어갔다. 그 남자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쳤지만 반응이 더디고 로봇의 속도를 뛰어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몇 걸음 뛰기도 전에 로봇의 팔에 잡히게 되었다.로봇 청이는 손에 들고 있던 쇠칼을 사용하여 남자의 팔을 단번에 잘랐다. 큰 칼을 휘두르니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절단 부분이 매끄럽고 깔끔한 것이 살집이 튕기지 않았다. 로봇 청이가 팔을 자르는 순간, 노년 공간 전체에서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엄청난 고통 소리에 다들 당황하고 놀란 모습이었다. 그 남자가 있는 곳은 3번 게임존이라 바로 서유 그들의 맞은편이었다. 바닥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왼손을 뻗어 잘라나간 손을 챙기려고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서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록 그 남자가 얄밉긴 하지만 이런 식의 벌칙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무서운 건 그들도 선택을 마친 후 이런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데 육성재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걱정하지 말아요.” 그
로봇의 팔이 육성재를 잡으려는 순간, 칼자국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불구불 돌아요.”그 순간, 육성재는 칼자국남의 말대로 서유를 잡아당기고 재빨리 뱀처럼 구불구불 돌면서 게임존 밖으로 뛰쳐나갔다. 로봇의 팔은 직선으로 뻗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전도 할 수 있었다. 육성재가 이리저리 움직이자 로봇의 팔도 무한대로 늘어나고 끊임없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로봇 청이의 프로그램은 한쪽 팔을 칼로 자르고 나서야 돌아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팔을 칼로 자를 때까지 계속 육성재를 쫓아다닐 것이다.재수가 없는 건 서유였다. 두 사람 사이에 수갑이 채워져 있어서 그녀는 육성재와 생사를 함께 해야 했다. 육성재는 도망 다닐 힘이라도 있지만 그녀는 몇 걸음 도망치니 벌써 힘이 빠졌다. 로봇의 쇠칼을 이용해 두 사람 사이의 수갑을 자를 생각을 해보았지만 로봇의 쇠칼은 너무 컸고 수갑의 위치가 가까이 있어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어쩌면 두 사람의 팔이 잘려 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라 섣불리 시도해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로봇 청이의 프로그램은 인체에 닿아야만 했기 때문에 그 생각은 바로 접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육성재를 따라다니며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칼자국남은 재빨리 맞은편 3번 게임존으로 달려가 아까 팔이 잘린 남자의 품에서 팔을 낚아채 두 사람의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로봇이 육성재의 팔을 잡으려는 순간, 칼자국남은 급히 잘린 손을 로봇 청이의 손에 넣었다. 사람의 팔이 닿자 로봇 청이는 찰칵 소리를 내며 이미 잘린 팔을 한 번 더 잘랐고 피비린내를 맛본 로봇은 재빨리 팔을 걷었다. 순식간에 위험에서 빠져나온 육성재를 보고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팔이 잘려 나간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욕설을 퍼부었다. “감히 내 팔을 빼앗아? 죽고 싶어 환장했어?”한편, 아직 선택하지 않은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광경을 보고 잇달아 따라 하기 시작했고 죽음의 문을 선택
의심스러운 말을 듣고도 넷째 어르신은 담담하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게임존의 게임 방법은 1-2가 정한 것이네. 다들 지금 1-2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건가? 게임존의 게임 방법을 미리 나에게 알려주어 내가 칼자국남을 투입했다고 생각하나?”넷째 어르신을 비꼬던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1-1에서 1-3, 이 세 사람은 Ace의 창시자였다. 초청자들의 공평한 베팅을 위해 게임존의 룰은 1-2이 전문적으로 책임졌다.다만 매번 게임의 룰은 바뀌었고 1-2 그 사람만 알고 있었다.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넷째 어르신을 의심하는 건 1-2를 의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다들 잘 알겠지만 난 초대받은 사람들을 여기까지 데려오고 플레이어의 방을 감시하는 일만 맡았네. 게임존은 내가 관여할 구역이 아니니 앞으로 말을 함부로 하지 말게나. 1-2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야 되겠나?”넷째 어르신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왔다. 2-9의 자리를 지나치는데 아홉째 어르신이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뭔가 뜻이 통한 듯했다. 게임존이 닫히고 조종자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넷째 어르신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방안을 들어서자마자 가면을 벗고 소파에 앉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가면을 쓰고 다시 문을 여는데 문밖에 서 있는 한 남자의 훤칠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문 앞에서 잠시 서 있더니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인지?”그가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자를 쳐다보았다.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자 그도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타들어 가는 담배를 가지고 놀았다. 잠시 후, 남자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모스 부호로 소통했다.“지금은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야. 이런 방식으로만 소통할 수밖에 없어.”방
그러나 넷째 어르신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2-9가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니그들은 이제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넷째 어르신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대고 가볍게 두드렸다. “마지막 라운드, 그가 이곳을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야.”서유가 아니라 육성재가 안전하게 떠날 때까지라고 했다.테이블 위에 있던 아홉째 어르신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플레이어 방의 감시 권한을 나한테도 줄 수 있나?”배후의 초대자들은 언제든지 플레이어의 방 CCTV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임 시작 단계만 관람 구역에서 볼 수 있었고 다른 때는 볼 수가 없었다. “오늘 당신을 대신해 누명을 쓴 프로그래머는 이미 1-2에게 살해당했어.”거절이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아홉째 어르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넷째 어르신은 손에 든 담배꽁초를 버리고 손을 뻗어 가면을 벗었다. 무거운 가면을 벗고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아홉째 어르신 앞에서 한 모금 깊이 들이마셨다.“그 여자도 지켜줄 테니까 더 이상 내 프로그램에 손대지 마.”더 이상 무고한 프로그래머가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한껏 찌푸리고 있던 아홉째 어르신의 미간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고맙군.”연기를 내뿜던 넷째 어르신이 담배 연기를 사이에 두고 그를 쳐다보았다.“그 여자랑은 무슨 관계인가?”CCTV에서 그 여자를 보고 즉시 일어나 프로그램을 해킹한 걸 보면 그 여자가 아홉째 어르신에게 중요한 사람인 건 분명했다.그렇지 않으면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던 냉정한 성격의 그가 어찌 이런 무모한 짓까지할 수 있었겠는가?넷째 어르신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넷째 어르신은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부탁할 일이 있으면서 이리 퉁명스럽긴.”아홉째 어르신은 가늘고 촘촘한 속눈썹을 천천히 내리며 어두운 눈빛을 숨겼다. “난 나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해.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개인적인 일에 대해
게임 구역의 플레이어들은 각자 생사 문을 통과한 후, 게임의 보상과 벌칙에 따라 다른 장소로 보내졌다. 상금을 선택한 사람과 죽음의 문을 통과한 사람들은 바로 방으로 보내졌고, 경마를 선택한 사람들은 경마장으로 갔다. 비록 육성재는 죽음의 문을 선택했지만 이번 게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서유와 함께 생의 문으로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게임은 끝났고 죽음의 문을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이미 받을 벌은 받은 상태였다. 그들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또다시 막막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주변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설령 10호 방의 칼자국남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두꺼운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서유와 육성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목에 묶인 수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서유는 아랫배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아마도 달리기 때문에 생긴 증상이었다. “성재 씨, 나 배가 좀 불편한데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조금 긴장한 채 일어나서 육성재를 끌고 구석으로 가더니 불편함을 참으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짐가방을 열었다. 재빨리 유산 방지약을 꺼내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육성재는 약상자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그 약이 어떤 약인지 확인한 순간 완전히 멍해졌다. “임신했어요?” 서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 달이 좀 넘었어요. 태아가 불안정해서 가끔씩 조금 불편해요.” 그녀는 말이 끝나자 그에게서 약상자를 받아 짐가방에 다시 넣었다. 가방을 정리한 후 벽을 짚고 일어나 침대로 돌아가 쉬려고 했으나, 육성재가 그녀를 단숨에 붙잡아 당겼다. “뭐... 뭐하는 거예요?” 그의 눈에 서린 붉은 빛을 보고 서유는 조금 겁이 났다.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고 그녀의 창백한 피부 위로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날 때야 손을 풀었다. 그는 화가 난 것 같았고 그의 목소리에는 질책이 가득했다. “임신한 걸 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서유는 어리둥절했다. “그
따뜻한 감각이 닿자 육성재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고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는 줄곧 서유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방금 그녀에게 입 맞춘 순간, 그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녀에게 남편이 있고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억지로 자신을 다스리며 그 감정을 억눌렀다. 육성재는 손바닥을 꽉 쥐고 인상을 찌푸린 채 서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서유도 그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몇 번 더 째려보며 말했다. “조심해요.” 육성재는 짧게 대답하고는 이불을 잡아당겨 둘의 머리를 덮었다. “지금뭐하는 거예요?” 서유는 당황하며 이불을 밀어내려 했지만 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눌렀다. “감시 카메라가 있어요.” 이불 아래서 서유는 그가 잡고 있는 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요?” 육성재는 그녀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내 생각엔 이승하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감시 카메라도 그 말을 듣지 못할 정도였지만 서유는 그 말을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 그의 차분한 말은 그녀의 마음에 부드럽게 닿아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육성재는 다시 그녀의 귀에 더 가까이 속삭였다. “이승하가 그 쪽지를 서유 씨한테 준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육성재가 생각한 것은 서유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오직 그녀가 위험에 휘말리길 원치 않는 사람은 이승하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면 왜 집에 돌아오지 않고, 그저 안부 전화 하나조차 하지 않았을까. 서유는 그의 상황을 알 수 없었고 천천히 이불을 밀어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감시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고 그녀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루드웰에 발을 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서유와 육성재는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된 이후로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은 버티기 힘들었다. 특히 서유는 너무나 피곤했지만 이승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반면 육성재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수갑에 묶여 있어 어쩔 수 없이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9호 방의 조작 패널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카드 삽입 구멍이 아니라 두 끼의 식사가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서양식 저녁 식사로, 우유와 음료, 그리고 생수도 함께 나왔으며 모두 플레이어들을 위한 것이었다. 육성재는 서유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음식을 다 먹게 하고는 요구했다. “나랑 화장실 좀 같이 가줘요.” 서유는 마지막으로 우유를 마신 뒤, 빈 잔을 내려놓고 화장실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요.”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예의를 따질 여유는 없었다. 생존과 건강이 우선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화장실로 갔고, 서유는 등을 돌려 육성재를 향하지 않고 눈을 감으며 한 손으로 귀를 막았다. 육성재는 분명 급했지만 이상하게도 화장실에 들어가니 도무지 볼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서유를 돌아보며, 창피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차라리 참기로 결심했다. 육성재는 서유를 데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누워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이러면 안 돼. 앞으로 몇 라운드 더 남았는데 너...” “말 그만하고 빨리 자. 자면 괜찮을 거야.” 육성재는 아예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않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급한 건 급한 거였다. 결국, 한밤중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유를 깨우고는 허둥지둥 그녀와 함께 다시 화장실로 갔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는 삶에 대한 애정이 모두 사라진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불 속으로
“플레이어 여러분, 화면에 네 가지 흔한 곤충이 있습니다. 나비, 반딧불이, 나방, 잠자리입니다. 이들은 각각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 있는 상자에는 어떤 곤충이 들어 있을까요?” 그들 앞에는 단 하나의 검은 상자가 있었고 네 가지 곤충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제한 시간은 여전히 5분입니다.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60, 59, 58...” 육성재는 무의식적으로 칼자국남을 힐끔 쳐다봤다. 그 남자는 숫자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는 구역에 있던 하얀 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그들 가운데 당당하게 걷는 남자는 얼굴에 1-2라는 숫자가 새겨진 가면을 쓰고 있었다. 아홉째 어르신은 처음으로 게임의 보스를 보았는데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1-2가 등장한 이후, 게임 구역의 모니터는 칼자국남의 화면에서 멈췄다. “이 사람의 초대자는 누구지?” “접니다.” 넷째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1-2는 검은 방호복을 입고 온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살벌한 기운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차갑고 날카로웠다. “2-7이 당신이 비밀리에 조작했다고 신고했군. 우리랑 함께 가지.” 역시 2-7이다. 이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 1-2가 직접 중구까지 내려오게 만들다니. 넷째 어르신은 느긋하게 2-7을 한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두 손을 내밀었다. 1-2 뒤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수갑을 꺼내 넷째 어르신의 손에 걸고는 그를 데리고 나갔다. 문을 나서기 전에 넷째 어르신은 뒤를 돌아 아홉째 어르신을 한번 바라보았다. 둘 다 가면을 쓰고 있어 서로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끌려 나가는 것은 칼자국남이 노출되었음을 의미했고, 이는 곧 하부 구역의 게임이 끝났음을 뜻했다. 넷째 어르신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아홉째 어르신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