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장 게으름 참 잘 피워.”“죄송합니다, 대표님. 아까 바쁘신 것 같아서 밖에 있었습니다.”“사장은 바빠서 이 지경인데 강 부장은 여유 부리면서 물 한잔에 풍경이나 감상해? 월급 받기 부끄럽지도 않아?”강하리가 대답했다.“죄송합니다.”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대표님, 실례지만 송유라 씨는 언제쯤 다시 촬영할 수 있을까요? 컨디션 회복이 어려우면 모델 교체를 허락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달에 곧 신제품을 출시해야 하는데 더 지체했다가 신제품 홍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구승훈이 드디어 머리를 들었다.“그건 강 부장 업무 능력이 달려서겠지. 모델 교체는 불가능하니까 그쪽으론 생각 접어. 이번 일 감당하기 어려우면 강 부장이 내놔.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게.”강하리는 온몸이 굳었다.구승훈이 말한 인원 교체는 절대 이 기획안의 담당자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금 마케팅 부서의 부장을 바꾸려고 한다.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송유라가 약속을 펑크 내고 업무에 협조하지 않는데 구승훈은 오히려 강하리를 바꾸겠다고 한다.강하리는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그녀는 돈이 너무 필요했기에 이 직장을 절대 잃을 수 없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강하리가 마지못해 대답했고 구승훈은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제때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해, 강 부장.”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네.”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송유라의 매니저에게 연락해 약속 시간을 정했다.이번엔 매니저도 바로 전화를 받더니 깍듯하게 사과했다.강하리는 매니저가 주저리주저리 늘여놓는 말을 다 들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럼 송유라 씨의 쵤영 시간을 정해주세요. 촬영 시간을 정해야 후속 작업도 진행할 수 있거든요.”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구체적인 시간은 정하기 힘들 것 같아요.”강하리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정 그렇게 시간 없으시면 다른 볼일 보라고 하세요. 우리도 굳이 송유라 씨여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매니저가 쓴웃음을 지었다.“
순간 강하리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 뒤에야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그럼 저 대신 구 대표님에게 전해주세요. 송유라 씨 이제 건강 회복했으면 최대한 빨리 다음 촬영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저에게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면 감사하겠다고요.”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돌아서서 떠났다.대표사무실에서.구승훈의 사무실을 둘러보는 송유라의 표정은 많이 언짢아 보였다.“오빠 사무실 인테리어 너무 썰렁해 보여요. 전부 흑백에 그레이 톤이라 하나도 안 예뻐요.”구승훈이 계약서를 살펴보다가 송유라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어차피 네가 쓰는 사무실도 아닌데 예쁘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그 순간 송유라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여긴 오빠 사무실인데 왜 나랑 상관없어요?”그러자 구승훈은 고개를 들고 송유라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웃었다.“넌 왜 예전이랑 똑같이 제멋대로야?”송유라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왜요? 싫어요?”구승훈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고 옆에 있는 대본을 가리켰다.“네가 말했던 대본 나도 읽어보고 전문인한테 분석 부탁드렸는데, 이 대본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이 드라마에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시간에 브랜드 광고 촬영을 앞당기자. 전속모델을 맡았으면 협조 잘 해야지. 정 싫으면 모델 바꾸면 돼.”“누가 싫댔어요!”송유라는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난 네가 하기 싫어하는 줄 알았어. 꾀병 부리는 것도 모자라 회사까지 찾아오는 건 뭐야? 시위하는 거야?”송유라는 그의 말에 뜨끔해서 목소리를 더 높였다.“나 진짜 아팠단 말이에요!”구승훈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송유라는 대본을 그의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정말 투자 안 해 줄 거예요?”구승훈이 대답했다.“나 사업하는 사람이야. 투자하려면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봐야지, 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말이야.”“그러면 오빠는 왜 강하리한테는 돈을 그렇
하지만 구승훈은 달래주기는커녕 차갑게 웃었다.“그래, 애초에 네가 상관할 일 아니었어.”그러자 송유라는 화가 나 이를 악물고 말했다.“강하리더러 사무실로 오라고 해요. 광고 촬영에 관해서 의논할 게 있어요!”구승훈은 시선을 돌렸다.“네가 직접 가서 말해. 까칠하게 굴지 말고 얘기 잘 나눠봐.”송유라는 ‘흥’하고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갔다....강하리는 바로 꼭대기 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회사 밖에는 직원들이 편히 휴식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은 정원이 있었다.강하리는 정원으로 들어와서 연못가에 앉자 그제야 마음이 살짝 편해졌다.구승훈는 늘 욕구가 강한 터라 강하리는 그 요구를 들어주느라 버거웠다.그는 매번 강하리를 지치게 했지만 그래도 가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구승훈은 파트너에 대해 까다로운지 만족하지 못해도 절대 다른 사람을 찾지는 않았다.어쨌든 송유라는 그의 첫사랑이기 때문에 애틋한 감정이 있어서 송유라와 시간을 보내는 게 강하리와 같이 있는 것보다 즐거워야 할 것이다.구승훈은 강하리와 관계를 나눌 때만 사무실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분부한다.강하리는 마음속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사실 자신이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정작 이번 일에 부닥치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송유라와 구승훈은 서로의 첫사랑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렇게 다시 만나고 관계를 맺을 것도 당연했다.강하리는 벤치에 기대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누군가가 와서 햇빛을 가렸다.“강 부장, 왜 여기 앉아 있어요?”안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하리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농땡이 피우느라고요. 안 대표님도 참 한가롭네요. 출근 시간에 저희 회사 정원에 와서 돌아다니시고.”안현우는 강하리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당연히 한가로워서 강 부장 회사 정원에 온 건 아니죠. 구 대표 만나러 온 건데 지금 다른 분과 얘기 중이라 사무실에 못 들어가게 한다네요. 그래서 다시 나왔다가 강 부장
그 말을 듣자 강하리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안현우는 조금도 감추지 않고 모욕감이 담긴 말을 내뱉으면서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다.강하리는 자신이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구승훈을 포함한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그녀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강하리는 안현우를 쳐다보면서 최대한 타격 없는 척 표정 관리했다.“남의 남자를 뺏는다니요?”“송유라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말이겠죠. 난 늘 강 부장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뻔뻔할 줄은 몰랐어요.”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그 말 참 웃기네요. 구 대표님이 송유라 씨와 만나면 제가 낄 자리가 있겠어요? 아니면 안 대표님은 제가 구 대표님의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구 대표님이 저를 잡았으면 이 자리는 원래 제 자리인 겁니다. 다들 남의 일에 너무 관심이 지나친 거 아니에요? 그리고...”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서 말했다.“만약 제가 창녀라면 저를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안 대표님은 또 뭐죠? 본능에 충실한 거예요, 아니면 남의 여자를 얻지 못해서 배가 아픈 거예요?”그 말을 듣자 안현우 얼굴의 미소는 싹 사라졌다. 강하리가 신경 쓰이는 것도 맞고 미치도록 갖고 싶은 것도 맞다.특히 지난번에 구승훈이 전화로 그런 소리를 들려준 후로 더 안달 났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강하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었다.언젠가 그녀를 손에 넣게 되면 반드시 제대로 치욕감을 느끼게 한 후 잔인하게 차버릴 것이다!그때 가서도 이렇게 또박또박 반박할 수 있을지 보자.“강 부장, 설마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몰라요?”강하리는 자리에 일어서며 말했다.“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왜 내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죠?”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정원을 벗어난 후에야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강하리는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송유라가 자신의 자리에서
송유라는 구승훈의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그저 전화만 남기고 곧 떠났다.회사에서 나온 후 또 다른 데로 전화를 걸었다.“아빠, 저 약사 한 분만 소개해 주세요.”...강하리는 다시 한번 송유라의 매니저에게 연락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미간을 만졌다.일부러 난처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부장님, 이제 어떡하죠? 대표님께 한 번 더 말씀드릴까요?”강하리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구승훈에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에게 뭐라고 할 리가 있을까?강하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연결되었다.“김 대표님, 실례지만 저희 회사에서 광고 촬영 문제로 장 매니저님과 상의드릴 게 있는데 무슨 영문인지 연락처를 잃어버렸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장 매니저님께 저한테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해줄 수 있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대표님. 이제 제가 한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언제요? 오늘로 하죠. 오늘 마침 내가 시간이 나서요.”그 말에 강하리의 미소가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잠시 뒤에야 대답했다.“네, 그럼 오늘 봬요. 제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장 매니저님께 연락해 주시라고 꼭 좀 전해 주세요.”통화가 끝나고 휴대폰을 쥐고 있던 강하리의 손가락은 하얗게 변했다.본명이 김주한인 김 대표는 앤큐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데 이 업계에서 이름난 변태였고 그의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 중 몇 명이 그에게 당했는지 모른다.예전에 강하리는 구승훈을 따라다니며 몇 번 김주한과 식사 자리를 가졌었다. 그때도 매번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언가 해보려 했으나 구승훈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강하리를 건드리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구승훈은 절대 그녀와 함께 식사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 도움을 줄 수 없다.만약 구승훈이 도왔으면 송유라와 그녀의 매니저는 절대 강하리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을
강하리는 자신이 룸으로 안내된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 웨이터를 바라보았다.“실례지만 혹시 잘못된 거 아니에요? 저는 야외 자리로 예약했는데요.”웨이터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손님, 저희가 맞게 안내해 드렸습니다. 손님과 같이 오신 일행분이 자리를 룸으로 바꾸셨습니다.”강하리는 당황해서 머리가 어질해 났지만 억지로 어색한 미소를 쥐어짜 냈다.“알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제가 알아서 들어갈게요.”웨이터가 떠나자 강하리는 돌아서서 화장실로 갔다.그리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어 손연지에게 전화했다.“연지야, 지금 어디야?”“나야 병원에 있지. 오늘밤 당직이거든. 왜? 혹시 어디 아파?”강하리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야. 너랑 같이 밥 먹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다음에 먹자.”“그래.”전화를 끊고 강하리는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끝내 입술을 깨물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에게 비웃음을 받더라도 혼자 김주한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나았다.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구승훈은 받지 않았다.강하리는 연결되지 않아 끊겨 버린 휴대폰 스크린을 보고 마음이 씁쓸해졌다.그녀는 아직도 구승훈이 자신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나가서 송유라의 전화를 받던 장면을 기억한다.만약 송유라가 전화했으면 구승훈은 언제 어디서든 바로 받았겠지?강하리는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바로 카톡으로 구승훈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내고 지금 김주한과 같이 식사 중이라는 메시지까지 보탠 뒤 휴대폰을 넣고 룸으로 걸어갔다.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카톡은 볼 것이다.소유욕이 강한 구승훈이 그 메시지를 보면 바로 달려오지 않을까?강하리는 지금 이 상황에 다소 지나친 구승훈의 소유욕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룸으로 들어가자 김주한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강 부장, 많이 늦었네요. 있다가 벌주 석 잔 마셔야 해요.”강하리는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그의 말에 반응하지는 않았다.“죄송합니다. 방금 차가 많이 막혀서요. 김 대표님 왜 자리를
“뭘 그만해! 강 부장, 여기까지 와놓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어? 왜 순진한 척이야? 구 대표도 강 부장을 가만히 뒀을 리가 없다는 거 알아!”김주한은 강하리를 안고 그녀의 목에 키스했다.더러운 술 냄새가 덮쳐 오자 강하리는 역겨워서 몸부림을 쳤다.“강 부장, 술을 마시겠으면 제대로 마셔. 강 부장이 술을 물로 바꿔치기 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누구 앞에서 장난이야? 응?”김주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진짜 술이 들어있는 술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하리의 턱을 잡고 술을 부었다.강하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술을 뱉어내고 싶었지만 저도 모르게 삼켜 버렸다.“이런 자리에서 술을 안 마시려고 했어? 강 부장, 도와달라고 하면서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안 되지.”강하리를 격렬하게 기침했다.김주한은 그녀의 셔츠를 잡고 옷깃을 풀어헤쳤다.강하리의 섹시하고 아름다운 쇄골이 드러나자 김주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가 고개를 숙여 키스를 하려고 하자 강하리는 다리를 들어 김주한의 발을 힘껏 밟았다.뾰족한 하이힐 굽 때문에 김주한은 고통스러워 소리를 질렀다.이 틈을 타 강하리는 바로 문 앞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그녀가 문을 열려고 할 때 김주한이 뒤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도망가려고? 그렇게 할 수 있나 보자고!”절망이 덮치자 강하리는 좌절했다.하지만 그녀가 몸부림칠 때 익숙한 두 눈이 보였다.구승훈은 입에 담배를 문 채 문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벽에 기댄 채 그저 구경하고 있었다.“계속해요. 나 때문에 흥을 깨지 말고.”남자의 목소리는 엄동설한의 눈처럼 차가웠다.김주한은 ‘쯧’하고 강하리의 머리카락을 놓았다.강하리는 몸에 힘이 풀려 바로 문을 잡고 섰다.구승훈은 그녀를 쳐다보다가 셔츠의 옷깃이 풀린 것을 발견하고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녀를 비꼬았다.“강 부장,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거야?”강하리는 감정을 억누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니요.”강하리는 눈이 빨개진 채로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난 다른 사람과 자는 걸 원한 적이 없어요.”“그럼 여긴 왜 왔어!”강하리는 심호흡하고 덜 비참해 보이려고 애썼다.“대표님, 송유라 씨가 끝까지 저에게 협조하지 않았고 매니저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서 김 대표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어요.”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정말 일 때문에 그런 거야? 아니면 저 사람이 네가 선택한 새로운 스폰서인가?”강하리는 턱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구승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제가 생각하고 있는 스폰서 후보가 많아요. 눈이 멀지 않은 이상 절대 저런 사람을 선택하진 않죠.”구승훈의 눈에서 분노의 불이 순식간에 타올랐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부러뜨리려는 듯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레스토랑 밖으로 끌어낸 다음 차에 밀어 넣었다.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고 구승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강하리도 당연히 조용히 있었다. 구승훈에게 김주한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묻지도 않았다.이 상황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김주한은 송유라 소속사의 대표인데 어떻게 강하리 때문에 김주한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겠나?차는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멈춰 섰다.구승훈은 차에서 내려 넥타이를 풀고 건물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집에 가.”강하리는 떨리는 손으로 옷깃 단추를 채우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집으로 돌아온 구승훈은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욕실에서 나와 강하리에게 다가갔다.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구승훈은 그녀에게 숨을 틈도 주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방금 잠겼던 단추가 다시 한번 그의 손에 의해 찢어졌고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그에게서 온화함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녀의 몸에 걸친 옷을 모두 찢어버릴 정도로 거칠기까지 했다.강하리는 갑자기 구승훈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깨달았다.그가 아이를 해칠까 봐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