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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Author: 재인
“미쳤어? 뒤에 따라오는 차 정계 고위직 전용 차량인 거 안 보여? 산 아래로 떨어트려? 이제 다 살았다 이거지?”

진용철은 그런 건 아예 몰랐다. 그저 기분이 더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구승현은 너무 잘 알았다.

어릴 때부터 날라리로 소문났지만 정계에 일어나는 일은 꿰고 있었다.

저 정도 차량이면 발만 굴러도 전국이 흔들릴만한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다.

그저 구승훈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손발이 단단히 묶인 여자를 힐끔 쳐다봤다.

‘이 여자가 저런 인물을 어떻게 아는 거지?

“그럼 어떡할까요?”

진용철은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

뒤에 차를 따돌리는 건 영 현실성이 떨어졌다.

구승현이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다.

“벼랑 끝에 도착하면 저 여자 바로 던져버려.”

강하리는 충혈된 눈으로 구승현을 바라봤다. 눈빛으로 구걸하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정말 살고 싶었다.

그녀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인생을 마음껏 즐겨보지도, 정서원이 깨어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너무 살고 싶었다.

하지만 구승현은 그런 것 따위 상관하지 않았다.

벼랑 끝에 도착해 차를 세우더니 강하리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강하리는 지금 이 순간 어떤 기분인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절망, 또는 해탈이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아, 이제 더는 구승훈과 엮일 일은 없어서 좋네.

실망할 필요도,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구승훈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강하리는 눈을 감고 그대로 차가운 바닷속으로 빠졌다.

...

구승현과 진용철은 강하리를 던져버리고는 얼른 차를 타고 도망갔다.

주해찬과 진태영은 벼랑 끝에 차를 세웠다.

뒤따라온 차가 한 대 더 있었다.

구승재가 창백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강 부장님은요?”

주해찬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는 입을 뻐끔거리더니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아래로 던져졌어요.”

구승재가 멈칫하더니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아래는 바다에요. 내려가서 찾으면, 찾으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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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승훈의 눈빛이 순간 가늘어졌다.바의 어둡고 밝은 조명 아래, 그의 얼굴은 전에 없이 깊게 가라앉았다.“최하영 씨에게 전화해서, 연성시에 있는 형수님을 잘 돌봐주라고 해. 필요하면 안현우에게 직접 손을 써도 돼.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구승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임희주 씨는 어떻게 할 거야?”구승훈은 비웃음을 띠며 눈을 내리깔았다.“임희주는 아직 시험하고 있어. 하지만 오래가진 않을 거야. 여초연이 임희주에게 그렇게 긴 시간을 주진 않을 거니까.”구승재는 잠시 형을 바라보다가 말을 잇지 못했다.“왜?”구승훈이 시선을 돌렸다.구승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방금 형수님이 이혼 서류를 서산 퍼스트 빌리지로 보냈어.”구승훈은 술잔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입가에는 쓴웃음이 맴돌았다.“정말 빠르네.”그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폭탄을 보내지 않은 걸 보면 봐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구승재는 그를 말리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입을 다시 다물었다.서산 퍼스트 빌리지의 정원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구승훈은 이곳에 리시안셔스를 가득 심었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이 정원에서 강하리와 함께 늙어갈 거라 믿었다.하지만 텅 빈 지금의 주택은 그의 마음처럼 공허했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이혼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약속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도 그 위에 놓여 있었다.구승훈은 반지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자기야, 나 이혼하고 싶지 않아. 괜찮을까?”그러나 텅 빈 주택에는 그의 말에 대답해 줄 사람이 없었다.다음 날, 드물게 햇살이 쨍쨍했다.강하리는 붉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화장을 했다.가정 법원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지나치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도로 건너편에서 구승훈은 묵묵히 강하리를 바라보고 있었다.휴대폰은 계속 울렸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준봉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5화

    바는 여전히 활기 넘쳤지만 구승훈이 앉아 있는 바 카운터 앞에는 텅 빈 술잔이 열 개도 넘게 쌓여 있었다.천아름은 한 칸 떨어진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결혼식을 취소한 건 분명 구 대표님이면서 강하리보다 더 힘들어 보이네요.”구승훈은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가볍게 웃으며 술잔을 다시 들어 올렸다.천아름은 바 카운터에서 술잔을 집어 들고 따라 마시며 말했다.“남자들에게 여자는 그저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존재인가 봐요?”구승훈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아름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을 열어 구승훈에게 내밀었다.“결혼식 날, 우리 하리 사진이에요.”구승훈의 시선이 사진으로 향했다.메이크업실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강하리는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옆에는 천아름과 손연지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사진 속 강하리는 이후에 닥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구승훈은 가볍게 두 번 숨을 내쉬었다.“그날, 하리는...”천아름은 휴대폰 화면을 끄며 말했다.“그날 하리는 구 대표님을 찾으러 갔어요.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죠.”구승훈은 이마를 짚으며 힘없이 몸을 기울였다.천아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이유라고 물어봅시다. 구 대표님이 여태 사랑했던 여자는 강하리뿐이었잖아요. 분명 잘 지내다가 왜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한 거예요?”구승훈은 담배를 입에 문 채 깊게 빨아들인 후에야 대답했다.“아무 이유 없어요. 그냥 갑자기 재미없어져서, 결혼하기 싫어졌어요.”천아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알겠어요. 지금이 재밌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요. 하지만 하리 같은 여자는 아이가 있어도 구혼자가 줄을 설 걸요? 구 대표님, 후회하지나 말아요.”그녀는 의자에 걸쳐 둔 헬멧을 들고 구승훈의 어깨를 툭 치며 돌아섰다.때마침 구승재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헬멧을 안은 채 나오는 천아름과 마주쳤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4화

    하지만 몸은 탈진한 듯 힘이 빠졌다.그저 질렸을 뿐이라니.강하리는 웃으며 눈가의 씁쓸함을 애써 삼켰다.“강 대표님, 제가 모셔다드릴까요?”임명우가 그녀의 등 뒤에서 조심스레 물었다.“괜찮아요.”강하리는 짧게 대답하고 자신의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대리운전을 불러 차를 맡긴 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집으로 향했다.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고 길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모두 바삐 걸음을 재촉했다.그러나 강하리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하이힐을 손에 들고 맨발로 차가운 아스팔트를 밟으며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가 짧아졌다.강하리는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였지만 애초에 도박을 건 것은 자신이 아닌가?이제 패배를 인정할 때였다.하지만 가슴 한편이 텅 빈 듯 아팠고 숨을 쉴 때마다 폐 깊숙이 스며드는 통증이 뼛속까지 얼어붙었다.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자 눈가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잠시 후, 차가운 공기 속에서 눈물은 투명한 이슬로 변했다.한편, 구승훈은 핸들을 부술 듯이 꽉 쥐고 천천히 움직였다.검은색 마이바흐는 그렇게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강하리의 뒤를 따라갔다.한참 뒤, 그는 결국 휴대폰을 들어 ‘강하리’라는 이름 위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다른 번호를 눌렀다.“구승훈 씨, 전화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손연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화가 난 듯 소리쳤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구승훈은 눈앞에서 홀로 걷고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제가 잘못했어요.”“미안했다고 하면 다예요?”손연지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결혼하기 싫었으면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하리를 결혼식장에 혼자 남겨두고, 사람들이 어떻게 수군거리는지 알기나 해요?”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꾸짖음을 묵묵히 받아들였다.한참을 쏟아내던 손연지가 한숨을 내쉬고 조용해진 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리 데리러 와줘요.”손연지는 곧장 강하리에게 달려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3화

    강하리가 떠난 후, 복도는 다시 고요해졌다.구승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창가에 서 있었고 손에 든 은은한 불꽃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다.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다 봤어요?”임명우가 빙긋 웃으며 방에서 걸어 나왔다.“참 우연이네요, 구 대표님.”구승훈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가볍게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었다.“임 대표님의 취미가 남의 사생활 엿듣기였나?”임명우는 옆으로 다가와 낮게 웃으며 아래층 불빛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저는 단지 강 대표님과 구 대표님 사이의 일에 관심이 많을 뿐인데요.”그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아, 맞다. 구 대표님도 아시겠지만 저는 오래전부터 강 대표님께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항상 구 대표님만 바라보았고 저는 다가갈 틈조차 없었죠. 한때는 포기했어요. 강 대표님이 저를 싫어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기회를 주시다니,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그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스며 있었다.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담배를 피우며 어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임명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속삭이듯 말했다.“설마 구 대표님, 정말로 강 대표님을 포기하시려는 건 아니죠? 저는 혹시나 연기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렇다면 이제 저는 당당하게 강 대표님에게 다가가도 되겠네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번개처럼 손을 뻗었다.날렵한 팔이 순식간에 움직였고 힘줄이 선명하게 돋아난 손가락이 임명우의 얼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쾅!순간,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임명우의 머리가 강화 유리에 부딪혔다.유리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금이 번지며 위태롭게 흔들렸고 구승훈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붉어진 얼굴의 임명우를 바라보았다.표정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깊은 눈동자에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무슨 수작을 부리든 상관없어. 하지만 강하리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면, 넌 살아 있는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임명우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2화

    강하리는 비웃으며 시선을 돌렸다.“임 대표님, 사회적 거리 두기, 모르세요?”임명우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아무 반응도 없네요?”“장난에 굳이 반응할 필요가 있나요?”강하리는 무심하게 답했고 임명우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구승훈은 어떻게 생각할까요?”강하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무슨 생각을 하든 이제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 이미 끝난 관계에 미련을 두는 게 아니었다.그가 그녀를 결혼식장에 혼자 남겨두고 떠난 그 순간부터, 모든 건 끝났으니까.“혹시 나중에 찾아와서 주먹이라도 날릴까요?”임명우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강하리는 조용히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 채 말했다.“임 대표님, 계속 장난칠 생각이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임명우는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가벼운 농담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는 곧장 태도를 바꿔 다음 회의 내용을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강하리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레스토랑 저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계속 신경에 거슬렸고 손에 쥔 젓가락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었다.“죄송하지만, 술 좀 주세요.”강하리는 갑자기 임명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임명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음을 지었다.“어이구, 강 대표님이 술 마시고 싶었나 봐요?”강하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 시선에서 무언가를 읽었는지, 임명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거두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종업원을 불렀다.곧 레드 와인 한 병이 테이블에 놓였고 강하리는 잔을 들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그러나 와인 한 잔은 금세 다 비워졌고 술이 들어가자 강하리의 마음도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멀리서 들려오던 웃음소리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고 눈앞의 세상은 희미하게 번져갔다.구승훈은 자주 강하리를 냉정하다고 말했었다.하지만 이 세상에서 구승훈보다 더 냉정한 사람이 있을까?구승훈은 지금도 저쪽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1화

    임명우가 강하리와 약속한 장소는 펠리스 빌딩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강하리는 임명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순간, 닫히려던 문이 다시 열렸다.“잠깐만요! 구승훈 씨, 빨리요!”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하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바로 그때, 임희주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강하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듯,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강 대표님, 우연이네요.”강하리는 차가운 눈빛을 던지며 가볍게 웃었다.“결혼 증명서 받기 전까지는 저, 아직 구 대표님 아내예요.”짧은 한마디에 임희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이내 구승훈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강하리의 굳은 표정과 달리 구승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연스러웠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힐끗 보고는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엘리베이터 문은 좁은 공간은 순식간에 무겁고 숨 막히는 공기로 가득 찼다.임희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가볍게 웃었다.“구 대표님, 아내분께 인사 안 하세요?”강하리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단 네 글자. 그 짧은 말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이미 상처 난 마음을 다시 한번 깊숙이 베어냈다.강하리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결혼식도 제멋대로 취소하고 오지 않은 사람이 인사조차 하지 않는 건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엘리베이터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1층에서 68층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분 남짓이었지만 강하리에게는 두 시간처럼 길고도 고통스러웠다.마침내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강하리는 주저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임명우는 미소를 머금고 구승훈을 힐끗 바라보고는 이내 강하리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우리도 나가요.”임희주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구승훈의 표정은 아무 변화도 없었고 시선은 여전히 강하리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한참 후에야 짧게 입을 열었다.“가요.”임희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 정말 병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80화

    구승훈은 여전히 아파트 건물 아래에 서 있었다.연성시의 겨울은 눈조차 내리지 않았지만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그는 잔뜩 움츠린 채 목을 움직이며 대답했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간다고 전해줘.”짧게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준봉은 끊긴 휴대폰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창가에 앉아 있는 강하리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강하리 씨.”강하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있는 건지, 깊은 생각에 잠긴 건지 알 수 없었다.방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했다. 한참 뒤, 강하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준봉을 바라보았다.“부탁드려요. 주식 양도는 이미 공증을 마쳤고 그가 줬던 옷과 장신구도 모두 정리해서 보냈어요. 구씨 가문 할아버지가 주신 재산도 돌려드릴 거예요. 그리고 연정이 양육권은 제가 가질 겁니다.”마치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 강하리는 짧게 말을 끝맺고 방을 나섰다.준봉은 그녀를 불러 세우려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을 나선 강하리는 문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서 주택을 한동안 바라보았다.구승훈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오는 듯했다.또한, 연정이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강하리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애써 참았다.강하리가 결혼 증명서를 바꾸자고 했을 때, 적어도 잠시라도 망설일 줄 알았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냉정했다. 이성적인 태도 뒤에 감춰진 무심함이 오히려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다.강하리는 시들어버린 정원을 바라보았다.강하리는 결국 포기할 수 없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노력하며 그녀가 원했던 건 단지 구성훈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그러나 그 단순한 바람조차 아무런 설명도, 아무런 미안함도 없이 이뤄지지 않는 꿈이 되어 버렸다.크게 숨을 들이쉰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차고 쪽에서 연정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심준호는 연정이를 안고 땅에 떨어진 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79화

    강하리는 자신이 어떻게 호텔을 빠져나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를 몰고 나온 순간부터 도로를 질주하는 동안까지, 모든 것이 흐릿했다.그저 추웠다.차 안의 에어컨을 최대로 올렸지만 차가운 공기는 심장 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창밖에는 녹지 않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휴대폰 화면은 여전히 ‘통화 중’ 상태를 반복하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강하리는 핸들을 틀어 차를 길가에 세웠다.그 순간, 애써 참았던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현실을 부정하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구승훈은 포기했다.그에게 어떤 이유와 사정이 있었든, 결국 그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그동안 자신이 쏟아부었던 모든 노력이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했음을 깨닫고 강하리는 눈물을 머금은 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뒤따라오던 심준호와 손연지도 급히 차를 세우고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맨발로 차에서 내리는 강하리였다.운전하려고 하이힐을 벗어 던진 듯했지만 차가운 눈밭 위에서도 그녀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의 모습은 마치 시들어 버린 꽃잎처럼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을 찾아가고 싶지도 않았다.이제 그녀도 포기했다.그토록 오랫동안 얽매였던 남자를, 이제는 놓아주기로 했다.너무 지쳤고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으며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녀를 떠난 건지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어차피 아무리 노력해도 남는 건 결국 상처뿐이었다.심준호는 다급히 코트를 벗어 강하리의 어깨에 덮어주었다.“걱정하지 마. 삼촌이 너를 위해 꼭 복수해 줄게.”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올린 강하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삼촌, 너무 힘들어.”심준호는 말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괜찮아. 삼촌이 있잖아. 울고 싶으면 울어.”하지만 강하리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그저 심준호의 품에 기대어 쓰러질 듯 몸을 맡겼다.“하리야!”의식을 잃기 전, 그녀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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