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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밤이 무르익고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는 어젯밤 일어났던 일이 반복 재생됐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곧 잠들려고 할 때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번뜩 정신을 차린 나의 머릿속에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한데 얽혔다.

머릿속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그 남자는 범죄자야! 신고해서 붙잡아야지!’

‘나한테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리워하기만 했잖아. 근데 왜 신고해? 내가 필요하던 남자야.’

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잠든 척했다.

곧 남자가 침실에 들어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불을 걷고 내 곁에 누웠다.

내가 긴장한 듯 눈을 꼭 감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겁먹을까 봐 휘파람까지 불었는데. 암호로는 별로였나 봐? 깨어 있는 거 알아, 날 기다렸잖아. 어제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기다린 거 아니야?”

생각하고 있던 일을 들킨 나는 수치심에 눈을 떴다. 남자는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드러냈다.

나는 오늘 일부러 조명 하나를 남겨 뒀다. 남자의 맑은 갈색 눈은 선명하게 보였다. 정준수의 검은색 눈과는 달랐다. 눈앞의 남자는 정준수가 아니었다.

어제처럼 겁나지 않았던 나는 이불 속에 숨어서 남자를 관찰했다. 나의 시선을 느낀 그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가면을 제외한 모든 천 쪼가리가 침대 아래로 던져졌다.

그의 몸매는 아주 훌륭했다. 건강한 피부색에 근육까지 있는 것이 조재명보다 훨씬 나았다. 이런 남자가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줬다.

그는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내 배는 항상 보호하려고 했고 부드럽게 입술도 맞췄다. 그의 눈빛에 서린 애정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젯밤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나는 슬슬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에도 그게 분명히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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