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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왜 내 집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거야?’

벽으로 밀리는 순간 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남자는 내가 소리를 지를까 봐 그러는지 입을 꽉 막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봐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내가 정신 차리기도 전에 내 입을 막고 있던 남자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내가 생각했던 가장 나쁜 상황이었다. 여자 혼자 있는 집에서 강도가 할 짓이라면 뻔하지 않은가?

아무리 조재명과 이혼할 거라고 해도 아직은 아니다. 만약 이 일을 그에게 들킨다면 큰일이 날지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명 씨한테 나가서 살라는 말을 안 했지.’

나는 이제야 독거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급한 상황에서는 도움을 구할 사람 한 명 없었다.

입술을 깨문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상대는 낯선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본능을 따르라는 목소리가 자꾸만 들렸다.

내 불안을 보아 낸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남자가 나를 어떻게 비웃고 있을지 상상이 될 것만 같았다.

곧 뜨거운 기운이 목덜미에 닿았다.

“드디어...”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낮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몸에서는 박하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에 나는 문뜩 정신이 들었다.

상대는 내 집에 침입한 사람이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침실 옷장에 현금 있어요. 그거 가지고 저는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남자는 또다시 피식 웃었다.

“누가 돈 필요하대?”

곧이어 그는 내 턱을 잡았다.

“소리 내지 마. 내가 긴장하면 널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아무것도 안 해, 걱정하지 마.”

남자의 말은 아주 이상했다. 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남자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반항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남자는 나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다.

내가 임신한 걸 아는지 그는 내 배를 보호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침실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을 빌려서 나는 드디어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남자는 검은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내놓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내가 그를 관찰할 때 그도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보다시피 그의 타깃은 나였다.

강압적인 방식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버티다가 낮에 다시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남자가 침대에서 내리더니 협탁으로 갔다. 그가 협탁에서 꺼낸 물건을 본 순간 나는 넋을 잃었다.

“그건...”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협탁 안에 숨겨둔 물건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 나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내 비밀도 알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알아서 스위치를 찾았다.

“이걸 쓰면 기분이 더 좋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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