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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자
가면을 쓴 남자
작가: 백만

제1화

늦은 저녁, 동네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다리 사이에 낀 채 몸을 마찰했다. 이 뜨거운 기운은 도무지 참기가 어려웠다. 이불로 만족이 될 리가 없었다.

한참 낑낑대다가 나는 결국 금방 산 토이를 꺼내 들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토이를 꺼내자니 얼굴이 붉어졌다.

고민하던 나는 결국 설명서에 따라 스위치를 켰다. 진동 소리에 이어서 내 거친 호흡 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역시 리뷰는 틀리지 않았다. 내 축 늘어진 몸과 달아오른 얼굴이 그 증명이었다.

5개월 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침대에 늘어져서 여운에 잠겨 있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마지막 경험을 떠올렸다.

그날은 내 남편이 술에 취해서 돌아온 날이었다. 그 전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던 우리는 진작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남편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유독 다정하게 굴었고 나도 방어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단 한 번으로 나는 임신해 버리고 말았다.

내 이름은 서현설, 1년 전에 남편 조재명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의 행복은 2개월도 채 가지 않았다.

나는 임신으로 무언가 바꿔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결혼을 끝내는 도화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조재명은 내가 임신한 걸 안 순간 바로 집을 나갔다. 그리고 강력하게 아이를 지우고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바람피웠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를 버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

나도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물론 이혼은 허락했지만 아이를 지우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 임원으로 일하면서 벌어 놓은 돈이 많아서, 임신한 다음에는 아예 집에서 쉬는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었던 건, 성생활에 아무런 기대도 없던 내 몸이 극도로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임신 초반보다도 중반에 들어선 지금이 더욱 굶주려 있었다.

나는 차마 의사에게 말할 수도 없어서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안정기에 들어서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걱정도 없었다. 그래서 특별히 토이도 산 것이다.

토이는 아주 훌륭했다. 나는 다른 디자인도 사보기로 남몰래 결심했다.

핸드폰을 꺼내 바로 살펴보려고 할 때 거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조재명이 집을 나간 이후로 나는 혼자 산 지 아주 오래되었다. 이 집에서 인기척이 날 리는 없다는 말이다.

나는 순간 긴장하기 시작했다.

‘재명 씨가 돌아온 건가? 이 집 열쇠가 있는 건 재명 씨밖에 없는데.’

이런 생각에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토이부터 숨겼다.

“누구야? 재명 씨야?”

내가 입을 열자마자 인기척이 멈췄다.

‘재명 씨가 아니면 누구지?’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 확인하려고 했다.

나는 불을 전부 끄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현재 집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었고 방문을 열어봤자 보이는 건 없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스위치를 찾았다. 이때 코 앞에서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소리를 내기도 전에 거대한 몸집이 내 몸을 벽으로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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