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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조재명이 전화 왔다. 이혼 절차가 거의 끝나가서 오늘이 마지막 단계라는 말을 전하는 전화였다.

그는 차가운 말투로 법원에서 만날 시간을 정했다.

“애는 네가 알아서 해. 어차피 난 키울 생각 없으니까.”

이 화를 나는 마냥 참을 수 없었다.

“누가 내 애를 키워 달랬어? 넌 그냥 알아서 먹고살다가 죽어. 너 같은 새끼가 내 자식 아버지라는 걸 생각만 해도 재수 없으니까.”

조재명은 임신한 나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람이다. 어찌 됐든 더 늦지 않게 본모습을 알게 된 건 좋게 생각하고 있다.

“협의한 대로 돈 달라는 말은 절대 안 해. 대신 내 애 볼 생각도 하지 마.”

나는 월급이 높았다. 그동안 모은 돈이 있는 데다가 집안도 좋아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걱정할 것 없었다.

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 얼굴과 몸매로 아이를 낳은 다음에 원하면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있었다. 조재명이 어떻게 살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법원에서 나온 나는 기분 좋게 SNS에 소식을 알렸다. 바람피운 남자와 이혼하고 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이다.

댓글을 달아준 사람은 꽤 되었다.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 이웃들도 있었다.

나는 이 동네에 결혼하기 전부터 살았다. 그래서 얼굴 알고 지내는 이웃이 꽤 되었다. 어르신도 있고 젊은 사람도 있었다.

한 젊은 남자는 얼마 전 우리 집 수도도 고쳐준 적 있었다. 그가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이름은 정준수로 나이가 아주 어렸다. 이제 금방 20대 초반이 되었을 텐데 얼굴이 아주 잘생겼다. 아직 수줍음이 많은 타입이었다.

내가 이혼한 글 아래에 그는 아주 긴 댓글을 달았다. 결과적으로는 축하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고맙다는 답글을 남기고 만찬까지 즐기고 나서 집에 돌아갔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섰을 때 나는 조금 전 댓글을 달아줬던 정준수와 마주쳤다.

나를 본 그는 수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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