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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시터
위험한 시터
작가: 구야

제1화

임도현이 내가 시터 일을 해서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고 승낙한 이후로, 며칠 내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도현이 실직한 뒤로 몇 달째 수입이 없었으니, 도현도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오늘 나는 도현이 알려준 주소를 따라 버스를 타고 가사도우미 회사에 도착했다. 멀리서부터 회사의 번쩍이는 간판이 보였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처음 도현이 이미 계약을 대신 서명해 놓았다고 했을 때, 나는 사기당했을까 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렇게 정식 매장을 보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나의 신원을 확인한 뒤,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들어가 기다리게 되었다. 방에는 이미 많은 여성이 있었지만, 나와는 달리 모두 멋지게 차려입고 향수 냄새까지 가득 풍기고 있었다. 캐주얼 복장을 입은 내가 그들 사이에서 약간 어색해 보였다.

잠시 후, 방으로 한 여자가 들어와 자신을 지우 언니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신입인 걸 눈치챘는지, 옆에 앉아 편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장지우는 어느새 내 평소 모유가 얼마나 나오는지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직접적인 질문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들한테 다 먹이기도 벅차서 일자리를 알아본 거예요.”

나는 더듬거리며 겨우 대답했다.

그러자 내 대답을 들은 지우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평소에 모유가 차오르면 어떻게 하세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차오른 모유는 늘 도현이 도와줬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지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남편한테 먹이는 거 맞죠?”

나는 깜짝 놀랐지만, 지우는 이어서 말했다.

“여기 온 사람은 모두 우리 식구예요. 그게 뭐가 부끄러워요? 남편분이 다 말해줬는데요.”

그 말을 듣자 나는 당황스럽고 화가 치밀었다.

‘도현도 참, 이런 걸 왜 남한테 다 말하는 건지!’

내가 화난 표정을 짓자, 지우가 나를 달래며 말했다.

“남편분이 추천해 준 거잖아요. 우리끼리 뭐 어때요.”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나와 아이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걱정하면서 가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알아봐 준 것이 생각나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 요즘 도현의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있어 실직했지만, 우리에겐 키워야 할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도현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우리 가족은 몇 달째 수입이 끊겼다. 이대로라면 금세 가진 것을 다 소진할 터였다. 나를 위해 일을 찾아본 도현의 수고가 떠올라, 나도 마음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때 방 안은 사람들로 거의 다 찼고, 지우는 내가 마음을 정리한 걸 보더니 일어나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앞쪽으로 걸어가 한 번 가볍게 기침을 하고 말했다.

“자, 시터님들, 이제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할 건데, 우선 물건을 점검할게요. 다들 옷을 벗으세요!”

그런 요구를 듣자 나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내 방 안의 모든 여성이 하얀 피부를 드러냈고, 방 안은 뭔가 이상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그 가운데 옷을 다 입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지우는 나를 곁눈질로 흘겨보며 방금 전의 부드러운 태도와는 달리 차갑게 말했다.

“옷 벗는 것까지 제가 도와줘야 하나요?”

분명 모두 여성이었지만, 목욕탕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었다. 나는 얼버무리며 말했다.

“지우 언니, 죄송해요. 조금 불편해서요.”

그러자 지우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그럴 수 있죠. 계약금이 1000만 원이고 위약금은 계약금의 두 배이니 2,000만 원만 내면 나가도 돼요.”

‘2,000만 원이라고?’

나는 계약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는데. 그 말에 방 안의 다른 여성들이 나를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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