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창가에 앉아 있는 김지아를 바라봤다.그녀는 창을 등지고 있었다. 흰색 커튼은 바람에 살랑이며 부드럽게 흔들렸다. 따스한 햇살이 그녀의 머리 위로 내려앉아,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치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잔잔한 미소를 건넸다.“선배님, 오랜만이에요.”김지아는 손에 들고 있던 대본과 먹던 사과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조이현은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언니, 강동원 배우님과 아는 사이였어요?”“알고 지낸 지 꽤 됐어.”두 사람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였다.대학 축제에서 함께 공연하며 친해졌고, 이후 몇 차례 작품에서도 호흡을 맞췄다.서로 관계는 나쁘지 않았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김지아의 기억 속 강동원은 늘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여전히 그때와 다름없이 따뜻했다.“오늘 저녁 회식 가?”강동원이 묻자, 김지아는 고개를 저었다.강동원은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나도 안 갈 건데, 우리끼리 밥 먹을래?”“좋아요.”김지아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데뷔 후 3년 동안 그녀는 강동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활동 영역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마치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교차점이 없었다.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강동원은 매니저에게 미리 레스토랑을 예약하게 했다. 해가 진 후, 그는 모자와 마스크, 스카프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김지아를 데리러 왔다.예약한 곳은 고풍스러운 중식당이었다. 레스토랑 전체가 클래식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고, 두 사람이 앉은 곳은 독립된 룸이라 강동원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모자와 마스크, 스카프를 벗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민망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밥 한 끼 먹으러 나오는 것도 눈치 보인다니까.”김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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