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시간이 지나도 너뿐이야: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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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놔! 이거 좀 놔...”김지아는 힘겹게 입을 열었고 그녀의 손은 절박하게 권재혁의 팔을 움켜쥐고 있었다.손톱이 그의 피부에 파고들어 희미한 자국을 남길 정도였지만, 권재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그의 차가운 눈동자는 마치 감정 없는 유리알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놔 달라고?”그의 이빨 사이로 새어나온 말에는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굳게 다문 입가와 팽팽하게 당겨진 두 볼은 그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두 손에 힘을 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세게 조여왔다.벌겋게 충혈된 김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두 방울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숨이 막혀왔고 시야도 점점 어두워지던 그때, 권재혁이 갑자기 힘을 풀자, 그녀는 무기력하게 침대 위로 쓰러져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권재혁은 헝클어진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내고 재킷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그의 얼굴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웠다.그는 다시 김지아를 향해 몸을 숙였다.“하지 마... 제발...”김지아는 겁에 질려 그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그의 단단한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의 손은 그녀의 옷을 거칠게 잡아당겼고, 그 움직임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재혁아, 그만... 제발...”권재혁은 갓 풀어낸 넥타이를 둥글게 말아 그녀의 입에 물렸다. 김지아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온몸을 떨었다.권재혁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그의 손끝에는 긴장감이 맺혀 있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꽉 눌렀다.김지아의 저항에도 권재혁은 멈추지 않았고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김지아는 몸의 통증과 무거운 피로에 정신이 아득해졌다.눈앞이 흐릿했고, 마치 깊은 물 속에 잠긴 것처럼 의식이 가라앉았다.어렴풋이 권재혁이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물이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그 후로는 기억이 끊겨버렸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여전히 어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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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권재혁은 김지아의 상태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실에 더 머물지 않고 걸려 온 업무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김지아는 마지막 링거가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몸은 뻐근하고 온통 쑤셨지만 힘겹게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창백한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마치 유령이라도 된 듯한 모습이었다.그녀는 급히 손으로 머리를 정리했다....점심 무렵, 도우미가 영양 죽을 가져왔다.권재혁이 미리 부탁해 제시간에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도련님은 밤새 집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사모님을 지켰어요.”도우미는 보온 도시락을 열며 말했다.“도련님은 사실 지아 씨를 많이 걱정해요. 다만 표현을 잘 못할 뿐이에요.”김지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고 귀를 의심했다.‘정말... 권재혁이 밤새 내 곁에 있었단 말이야?’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가 곁에 없었기에 그녀는 권재혁이 병원에 데려다주고 떠난 줄로만 알았다.“사모님, 죽 좀 드세요. 도련님이 사모님이 소고기를 잘게 다진 죽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고기를 아주 잘게 다져서 두 시간이나 푹 끓인 거예요. 따뜻할 때 드세요.”도우미는 침대 앞에 작은 접이식 식탁을 펼치고 죽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숟가락을 건네며 권재혁의 말을 전했다.김지아는 숟가락을 받아 들고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죽을 바라보았다.도우미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자 이상하게도 입맛이 돌았다. 그녀는 한 입, 두 입 떠먹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작은 그릇을 다 비워버렸다.도우미가 떠난 뒤, 김지아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최근 들어 가장 편안한 잠이었다. 그녀는 다음 날 아침까지 단 한 번도 깨지 않았다.입원 하루 동안 추가적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그녀는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퇴원 절차를 밟았다.권씨 가문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쯤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홍의 전화가 걸려 왔다.“지아야, 회사로 좀 와. 오후에 기자 회견을 할 거야. 강동원 씨와의 루머를 직접 해명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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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졌다. 기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김지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김지아는 진지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는 불륜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강동원 씨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모두 같은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함께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게 없어요. 우리는 대학 선후배 사이였고 드라마 촬영을 함께하게 되어 오랜만에 식사를 한 것뿐입니다.”“그러면 SNS에 공개된 사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사진 속에는 강동원이 김지아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몰래 촬영된 사진이었지만, 각도가 절묘해 두 사람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사진 속의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는 변명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건 그저 친구 사이의 가벼운 포옹이었습니다.”“그러면 왜 ‘불륜’ 관련 주제와 사진들이 모두 삭제되었죠?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김지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할 수 없네요. 저는 아무것도 지운 적이 없습니다. 사실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한 매체에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만약 누가 삭제했는지 아신다면 저에게 꼭 알려주세요.”그녀의 여유 있는 대답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질문을 던졌던 기자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머뭇거리며 다시 물었다.“혹시 이번 사건이 새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강동원 씨와 자작극을 벌인 건 아닌가요?”김지아가 답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자작극도 없었고 홍보를 위한 조작도 없었습니다.”주홍이 나서자, 기자들의 카메라는 빠르게 주홍을 향했고 질문이 쏟아졌다.그들의 초점은 김지아의 데뷔 이후 꾸준히 인기가 없었던 점, 소속사 라임 매니지먼트가 이전에도 대형 스타를 배출한 적이 없는 점,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김지아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무리한 ‘셀프 디스’ 마케팅을 했다는 의혹에 맞춰졌다.주홍은 기자들의 말을 듣고는 큰 소리로 웃었다.“저희는 배우의 명예와 미래를 걸고 장난하지 않습니다. 라임 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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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김지아는 바닥에 무릎 꿇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권재혁이 왜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이 남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권재혁에게 물었다.“이 사람은 누구야?”권재혁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그는 수트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한 대를 입에 물었다.전태성이 재빨리 다가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그는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후,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고 옅은 푸른빛 연기가 그의 주위에 맴돌았다.권재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년 남자를 힐끔 보고 무심하게 말했다.“전에 했던 말, 다시 해봐요.”그러곤 김지아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중년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김지아 씨한테 직접 말해요.”김지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중년 남자를 바라봤다.남자는 겁에 질린 듯 몸을 떨며 바닥을 기어가더니, 김지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김지아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남자는 입술을 덜덜 떨며 말을 시작했다.“김지아 씨, 정말 죄송합니다. 가장 먼저 지아의 불륜 기사를 업로드한 사람이 바로 저예요. 그 주제를 만든 것도 저였고 댓글을 달고 퍼뜨리도록 바이럴 마케팅 업체를 고용한 것도 저예요. 하지만 사진은 제가 찍은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제게 보내준 거예요. 바이럴 마케팅 비용도 그 사람이 준 겁니다.”김지아는 순간 얼어붙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자신을 한순간에 논란의 중심에 밀어 넣은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얼굴이 굳어졌다.“사진을 보낸 사람이 누구예요?”중년 남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권재혁을 바라봤다. 권재혁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진실을 말해요. 나를 보지 말고...”“하초연 씨예요. 하초연 씨가 사진을 보내주면서 김지아 씨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기사를 쓰라고 했어요. 바이럴 마케팅 비용도 하초연 씨가 준 거예요. 저는 그저 돈을 받고 시킨 대로 했을 뿐이에요.”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김지아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스쳤다.‘하초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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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육재철은 김지아의 표정을 살피며 긴장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김지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됐어요. 일어나세요.”“정말 저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기자님을 용서해서라기보다는 기자님께서 저를 위해 해주셔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육재철은 얼른 일어섰다. 이제는 더 이상 겁먹은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김지아 씨, 뭐든 시켜만 주세요.”“당분간 하초연 씨에 대해 좀 알아봐 줬으면 해요. 하초연 씨에 대한 소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로 생각하는데...”육재철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죠?”“네! 잘 알겠습니다!”“보수도 드리겠습니다. 하초연 씨가 준 금액의 두 배로요.”육재철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믿기지 않는 듯 김지아를 바라보았다.김지아는 여유 있게 미소 지었다.“하지만 한 가지, 내가 원하는 건 진짜 사실이어야 해요.”“물론입니다. 안심하세요!”김지아는 육재철에게 명함과 은행 계좌를 요구했다.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방을 나갔다.뒤에서 누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는지 알게 된 순간, 김지아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전태성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김지아를 보자마자 고개를 살짝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대표님께서 차를 준비해 두셨습니다. 운전기사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전태성은 그녀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닫힐 때까지 예의를 갖추며 지켜봤다. 그러고는 권재혁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전태성은 문을 열고 들어가 김지아가 육재철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보고했다.권재혁은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수고했어. 나가서 일 봐.”...권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김지아는 계속해서 권재혁의 행동을 떠올렸다.‘나를 도와준 건가?’기자 회견에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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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어디 가는데?”최유진은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했다.“가보면 알아.”“뭘 또 신비스럽게 알려주지도 않고 그래?”통화를 하는 중 택시가 웨딩숍 앞에 도착하자 김지아는 바로 전화를 끊고 택시에서 내려 웨딩숍으로 들어갔다.김지아를 자주 봤던 웨딩숍 직원들은 그녀가 최유진을 찾으러 왔다는 걸 알고는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각자 자신이 할 일들을 해나갔다.김지아는 익숙하게 로비를 지나서 뒤쪽에 자리 잡은 사무실로 걸어가 서슴없이 최유진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최유진은 편하게 소파에 앉아 복숭아를 먹으며 태블릿 PC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영상에는 김지아의 기자회견에 나타났던 권재혁이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김지아의 허리를 감싸안고 떠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김지아가 화면을 잠깐 훑어보자, 최유진은 같은 영상을 반복 재생으로 보고 있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최유진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몇 번이나 본 거야?”최유진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했다.“별로 안 많아. 한 열 번쯤?.”“그걸 뭐 하러 그렇게 많이 봐?”“권재혁이 너무 신기해서. 사적으로는 너한테 엄청 차가운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다정한 척 연기를 했다는 거잖아. 배우를 하지 왜? 연기력이 아깝다.”김지아도 최유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런 말을 최유진한테서 직접 들으니 왠지 무안해져 이내 화제를 바꿨다.“참, 너랑 같이 갈 곳이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 어딘데?”최유진은 동영상을 끄고 태블릿 PC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클럽.”“무슨 클럽?”“일단 옷부터 골라줘. 저녁에 뭘 입을지 아직 결정 못 했어.”최유진이 사무실 한편에 한 줄로 늘어선 옷장 문을 일일이 열자, 안에는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옷들이 걸려 있었다.전부 최신 유행하고 있는, 화려하지만 촌스럽지는 않은 디자인이었다.자신만의 브랜드 설립이 최유진의 오랜 꿈이었지만, 현재 실력으로는 웨딩숍을 하나 운영하기만으로도 벅찼다.김지아는 웃으며 옷장 앞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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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너 심진우는 어떻게 알게 된 건데?”최유진은 심진우한테 푹 빠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촬영할 때 내가 엄청난 고객을 한 분 접대했거든. 그 고객이 날 데리고 더블유에 한번 갔었어. 그때 만난 거야.”“그때 딱 한 번 본 거야?”최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오늘이 두 번째가 되는 거지. 오늘 밤에는 그 사람이 요청해서 가는 거야. 술, 음료 전부 무료거든. 괜찮지 않아? 내 생각에는 그 사람도 나한테 관심 있는 거 같아.”김지아는 답답한 마음에 이마를 짚었다.심진우가 최유진한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 건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심진우는 최유진의 몸을 원한다는 거였다.소문에 의하면 심진우는 자기 눈에 들어온 여자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함께 잠자리를 가진다는 거였다.“오늘 안 가면 안 돼?”최유진은 입을 삐쭉 내밀고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왜?”“몸이 좀 불편해서.”“방금까지 괜찮았잖아.”“갑자기 좀 불편해.”김지아는 얼렁뚱땅 핑계를 만들어 냈다.“매우 불편해? 네가 못 가면 나 혼자라도 갈래.”최유진의 고집에 김지아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현재 최유진의 머릿속에는 심진우라는 사람으로 꽉 차 있을 거로 생각한 김지아는 고심 끝에 최유진을 따라 클럽에 가기로 했다.김지아는 최소한 자신이라도 있으면 심진우가 최유진을 어떻게 못 할 거로 생각했다.아홉 시에 출발한 두 사람은 아홉 시 이십 분쯤 더블유 클럽에 도착했다.더블유클럽은 규모가 아주 큰 클럽이었다. 젊은 세대를 충분히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분위기도 좋았고 실내장식도 고급스러웠다.그뿐만 아니라 18살 이상부터 35살 이하만 출입이 가능하며 여자들은 주류를 서비스로 제공해 주었다.김지아는 모자와 마스크로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 얼굴을 가렸다.그녀와 최유진이 클럽에 들어가자, 양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웃으며 다가와 3층에 있는 KTV 룸으로 데리고 갔다.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이미 술, 간식, 과일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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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김지아 씨 아니에요?”김지아를 알고 있던 심진우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옆에 있는 권재혁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마누라가 여기 오는 걸 몰랐던 거야?”짜증이 섞인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 권재혁의 안색을 살피던 심진우는 그가 김지아가 최유진과 함께 이곳에 온다는 걸 몰랐음을 알아차렸다. 물론 심진우도 최유진과 김지아가 아는 사이라는 것을 몰랐었다.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에 분위기는 갑자기 뻘쭘하고 어색해졌다.하지만 항상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해 왔던 심진우는 즉시 최유진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올 때부터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던 옆에 사람을 소개했다.“제 친구예요. 이름은 권재혁. 두 사람, 아는 사이죠?”최유진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 알아요.”최유진은 심진우가 권재혁과 함께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알았다면 절대 김지아와 함께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김지아는 멍하니 비어있는 술잔을 손에 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발견한 최유진은 즉시 김지아의 손에서 잔을 빼앗아 술을 따르고 다시 몸을 일으켜 심진우와 권재혁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심진우는 손을 뻗어 최유진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고 말했다.“최유진 씨가 여기 종업원이에요? 술은 왜 따르고 그러세요?”갑자기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허리까지 감싸고 있는 심진우 때문에 최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심진우의 품에서 벗어나 다급히 김지아의 옆에 앉았다.이 자리에 권재혁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김지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권재혁의 눈을 더 이상 쳐다보지도 못했다.“김지아 씨, 저랑 한잔하는 거 괜찮죠?”심진우가 잔을 들고 다가왔다. 그는 예쁜 살구 모양의 눈을 반으로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리는 나쁜 남자의 웃음은 심진우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었다.확실히 남자치고는 예쁜 얼굴이었던지라 최유진이 홀딱 반할 만도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김지아의 눈에는 권재혁이 훨씬 더 멋있어 보였다.권재혁은 심진우와는 또 다른 잘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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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심진우는 소파에 단아하게 앉아있는 김지아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차승훈을 향해 말했다.“와서 이 친구랑 좀 놀아줘.”김지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죽 훑어보던 차승훈은 놀란 듯 말했다.“어라? 바람을 피웠다는 그 유명한 연예인 아니야?”말하며 권재혁의 눈치를 살피던 차승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권재혁 때문에 감히 쉽게 김지아한테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김지아를 잘 모시라는 심진우의 말에 비로소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가갔다.화가 치밀어 오른 김지아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차승훈이 옆에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자, 김지아는 즉시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차승훈은 혀를 차며 언짢은 기분으로 말했다.“뭘 또 내숭을 떨고 그러세요? 당신 같은 여자들 많이 만나봐서 잘 아는데.”“손대지 말라니까요.”김지아는 벌떡 일어나 차승훈을 노려보았다.권재혁은 느긋하게 눈길을 돌려 화가 나서 하얗게 질린 김지아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어두운 눈빛으로 손에 든 담배를 비벼 끄고 일어섰다.김지아는 권재혁이 자신을 위해 나서 줄 거로 생각했지만, 그는 몸을 돌려 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차승훈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권재혁도 신경을 안 쓰는 걸 보니 소문이 진짜인가 보네요? 그럼, 오늘 밤에는 내가 잘 보살펴 줄게요. 잘해줄 테니까 걱정 마시고.”말을 마친 차승훈은 김지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김지아가 차승훈의 손을 쳐내려는 찰나, 문을 향해 걸어가던 권재혁이 갑자기 몸을 돌려 다가오더니 탁자 위에 있는 술병을 들어 차승훈의 머리를 내려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은 차승훈의 머리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차승훈은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자신을 때린 사람이 권재혁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꺼져.”권재혁의 차가운 목소리에 차승훈은 거의 기다시피 룸에서 달려 나갔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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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혼자 남아있던 심진우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미친놈이라고?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심진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잔을 들어 단숨에 술을 들이켜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차승훈을 다시 룸으로 불러들이고 몇몇 여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클럽에서 나온 권재혁은 김지아와 최유진이 택시를 잡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 잡으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택시에 오르고 있었다.마침 이용건이 롤스로이스를 몰고 와 차에서 내리더니 공손한 태도로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권재혁은 눈썹을 찡그린 채 차에 올라타 앞에서 떠나는 택시를 바라보며 김지아에게 전화를 걸려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액정에 표시된 익숙한 전화번호를 멍하니 바라보던 권재혁은 부질없는 자기 행동이 우스워졌다. 결국 그는 망설이다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택시에 오른 김지아는 차창 너머로 클럽 앞에 서있는, 어쩌면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권재혁을 발견했지만, 그는 절대 자신을 위해 따라 나왔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심진우라는 놈, 진짜 나쁜 놈이야.”최유진은 화가 치밀어 주먹을 꽉 쥐고 말을 이었다.“다시 한번 내 눈에 띄기만 해봐. 가만 안 놔둬.”김지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특히 권재혁의 어두운 얼굴과 심진우가 그녀를 모욕했을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하던 권재혁의 모습을 떠올리자 더욱 기분이 우울해졌다.“너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권재혁 집에 들어가지 말고.”권재혁을 마주치기 싫었던 김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최유진의 집에 도착한 뒤, 김지아는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씻고 나와 객실에 들어가 잠들었다.권씨 가문 저택, 이층 서재 안.권재혁이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을 때 시간은 이미 열두 시를 넘기고 있었다.서재의 문이 열려 있었던 터라 만약 김지아가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침실로 들어간다면 바로 볼 수 있었다.하지만,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있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날이 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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