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알렌의 얼굴빛이 순간 창백해졌다. 가희의 말은 마치 날 선 칼처럼 그녀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찔렀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알렌은 그때 울린 휴대폰 벨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구석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가희는 행사장 구석을 돌아다니며 이상이 없는지 점검을 마치고 잠시 앉아 쉴 생각이었지만, 그때 알렌이 다소 어색한 영어로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너더러 오라고 했어? 설마 왕국영도 그렇게 말했어? 걔 나 꼬실 때는 그런 말 안 했거든.” “뭐라고? 지금 내가 임신하니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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