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신경 쓰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한 변화였다.[우리 주인님과 데이트할 시간은 언제든지 있죠.]강현우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며 윤하경이 이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떠올렸다.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리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조용히 입술을 다물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오후, 윤하경이 집을 나서려던 순간, 서재에서 윤미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한테 돈이 어디 있어? 몇 년 동안 형님도 내 가게들 다 장사 안되는 거 너도 알잖아. 네 적자가 이렇게 큰데 내가 어디서 돈을 구해?”윤하경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예상했던 대로다. 윤수철이 친척들에게 손을 벌릴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건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사실, 윤씨 가문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수철이 정말 벼랑 끝까지 몰리지 않는 한, 절대로 자신의 해결책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윤하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웃은 뒤, 집을 나섰다. 그녀는 바로 자신의 작은 아파트로 향했다. 오늘 밤 강현우를 만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신경 써서 옷을 골랐다. 안에는 레이스 장식이 있는 고급스러운 속옷을 입고 그 위에 몸에 딱 맞는 슬림한 원피스를 걸쳤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웨이브 진 머리는 그녀의 분위기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었다.거울을 보며 한번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던 윤하경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생각보다 너무 과하게 꾸민 것 같았다. 옷을 벗으려던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자, 소지연이 여러 개의 맥주 캔을 들고 서 있었다. 윤하경의 옷차림을 본 소지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뭐야? 데이트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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