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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금지된 사랑: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제11화 일부러 보여준 거야

송서희가 열일곱 살이 된 후, 심도윤은 심씨 가문에서 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다.그가 나가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송서희가 그를 볼 수 있는 빈도는 매일에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박혜은은 그가 일이 바쁘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아 수업 시간 내내 턱을 괴고 멍하니 있었다.그때 송서희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오빠도 스물다섯인데 당연히 여자 친구가 있겠지. 집에 살면 눈치 보이니까 혼자 나가 살면서 여자 데려와 자고 가는 거라고.”송서희는 친구가 헛소리한다고 말했다.“우리 오빠는 여자 친구 없어.”어쨌든 그녀는 오빠 집에 갈 때마다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당시 그녀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심도윤의 생일에 아파트에 숨어서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다가 그가 여자와 키스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녀는 심도윤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했다. 예전에 그녀는 매주 주말마다 심도윤의 집에 갔지만, 그 후로는 다시는 가지 않았다.차가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송서희는 보온병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심도윤이 병원에 다녀왔는지, 집에는 약이 있는지 몰라서 그녀는 약국에 들러 약을 좀 샀다.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니 문이 열렸다. 먼저 밤색 곱슬머리가 보이고 이어서 아름다운 여자 얼굴이 나타났다.송서희는 순간 멍해졌다.그날 밤에 봤던 여자 연예인이었다. 민낯이었지만 여전히 눈부시게 예뻤다.남자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었는데 넓은 옷자락이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고 아래는 맨다리에 슬리퍼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여자 연예인은 한 손으로 문을 잡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송서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그녀를 어떤 경쟁 상대로 여기는 것 같았다.“도윤이를 찾아요? 아직 자고 있는데.”송서희는 잠깐 굳어 있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오빠한테 생강차 좀 가져왔어요.”“아, 여동생이었군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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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어느 여자가 그를 보고 반하지 않겠는가

하영이가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며 흥분해서 말하는 걸 듣고서야 잔뜩 흐린 날씨처럼 무거웠던 송서희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서수현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얼굴이 왜 이렇게 하얘? 너도 열이나?”“아니요. 난 원래 피부가 좀 흰 편이라서.”송서희가 대답했다.“죽을래!”타고난 백옥 피부와는 거리가 먼 서수현은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유전자 좋으면 다야?”“그럼요.”서수현과 몇 마디 농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짓고 나서야 송서희의 안색은 다소 호전되었다.서수현을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나서 송서희는 채용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기술팀 직원들은 원래 서수현이 데려온 사람들이라 두 동업자가 갈라설 때 대부분 그녀의 편에 섰다.진동준은 엔젤의 관리층과 행정 직원들을 데려갔다. 기술 회사에 있어서 행정 관리는 피와 살 같은 거라 타격은 컸지만, 진짜 중요한 뼈대는 남았으니 다시 살아날 구멍은 있었다.하지만 정상 업무로 돌아가려면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하루 종일 바빴던 하영은 퇴근길에 다른 여직원과 카풀 하기로 했다. 그런데 송서희가 아직 사무실에 있는걸 보자 고개를 들이밀고 물었다.“사장님, 아직 안 가세요?”“좀 있다 갈 거예요.”“비 올 것 같은데, 일찍 들어가세요.”송서희가 밖을 보니 정말 하늘이 어두컴컴했다.그러나 심씨 가문과 박혜은 생각만 하면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마치 거꾸로 밀려드는 바닷물에 갇힌 듯 떠오를 수 없었다.그래서 집에 가기 싫었던 그녀는 바에 가서 술이나 마시기로 했다.블루스 안에선 요란한 음악이 울리고 옷차림이 가벼운 남녀가 무대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특제 칵테일을 시키고 바에 앉았다. 바텐더 실력이 영 별로라 맛이 없었지만 두 번째 잔을 주문했다.마시고 있는데 남자 둘이 와서 양옆에 앉더니 노골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왜 혼자 술 마시고 있어?”엄청 독한 싸구려 향수 냄새가 확 풍겨왔다. 송서희는 대꾸도 않고 잔을 비운 뒤, 가방에서 돈을 꺼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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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날 짝사랑하나 보네

사실 사귀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귀었다고 하는 게 여러모로 편할 것 같았다.그리고 만약 남자친구가 생기면 박혜은도 안심하고 더 이상 심도윤에게 마음을 못 접은 도둑처럼 자신을 경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안성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어이쿠야, 어떤 외국 녀석인데? 어떻게 생겼어? 외국인이야, 한국인이야? 왜 우리한테 안 보여줬어?”“헤어졌어요.”거짓말쯤이야 간단했다.“왜 헤어졌는데?”송서희는 그가 캐묻는 게 귀찮아서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그냥 재미로 만났던 거예요.”그 말이 나오자 몇 초간 공기가 멈춘 듯 고요해졌다.송서희는 강렬한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그 시선을 따라보니 하정준과 눈이 마주쳤다.‘뭘 봐?’송서희는 그 말이 뭐가 그렇게 놀라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여기 있는 도련님들을 보면 하나같이 만난 여자가 자기가 아는 남자보다 많았다.다만 평소에는 너무 얌전했고 심도윤이 성안의 공주님처럼 그녀를 보호했기에 그런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오빠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하정준은 깊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흥미로운 듯이 물었다.“몇 명이나 만났는데?”‘무례한 자식!!’송서희는 곤란한 질문을 되돌려주었다.“그럼 정준 오빠는요? 몇이나 만났는데요?”하정준도 쉽게 넘어갈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난 남자랑 안 놀아.”‘그래...’“아이고, 우리 서희 다 컸네.”안성훈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여동생이 세 살 때 처음으로 자기 뺨을 때렸을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꼬맹이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남자 마음을 갖고 놀 줄도 알고.”송서희가 말했다.“오빠는 스물두 살 때 여자랑 안 놀았어요?”“헐. 그러네.”안성훈은 웃으며 말했다.“서희는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데? 오빠한테 말해 봐. 오빠가 더 좋은 남자 찾아줄게.”송서희의 이상형은 이미 완벽한 샘플이 존재했다.점잖고 다정하고 항상 그녀에게 한없이 인내심 넘치는 사람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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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미래 새언니

박혜은과 가정부들이 다 자는 시간이라 심 씨 저택은 불이 꺼져 있었고 복도에만 송서희를 위한 불이 켜져 있었다. 이 씨 아주머니는 겉옷을 걸치고 방에서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왜 이렇게 늦었어요? 사모님께서 아가씨가 늦게까지 안 들어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계속 기다리는 걸 내가 겨우 설득해서 올라가 쉬게 했어요. 배 안 고파요? 국수라도 끓여 드릴까요?”“괜찮아요. 배 안 고파요. 어서 들어가 쉬세요. 저도 이만 자러 갈게요.”송서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미숙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가정부 방으로 돌아갔다.송서희는 불을 켜지 않고 살금살금 위층 침실로 돌아가 아무도 깨우지 않았다.아침에 박혜은이 그녀를 보고 물었다.“어젯밤에 어디 갔었니? 아주머니 말로는 새벽에야 들어왔다던데.”“성훈 오빠랑 술 마시고 왔어요.”송서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녀의 표정에 아무런 이상이 없자 박혜은의 불안한 마음은 그제야 가라앉았다.이미숙이 커피를 내려 가져오자 송서희는 프라이를 먹으면서 맞은편에서 박혜은이 하는 말을 들었다.“도윤이도 생일 지나면 서른하나인데 결혼할 때가 됐어. 어제 아빠랑 얘기했는데 연성에서 집안 좋은 아가씨 좀 찾아보려고. 오빠도 괜찮다고 하더라. 너 요즘 시간 있으면 같이 좀 봐줄래?”“네, 좋아요.”송서희는 고개 들고 웃으면서 말했다.“어머니가 고른 사람이라면 분명 다 좋으실 거예요.”사실 박혜은은 그냥 떠보는 거였고 송서희랑 같이 사진 한 번 본 게 전부였다.심씨 가문 같은 명문가에서의 결혼이란 두 가문의 이익을 위한 결합이었기에 송서희와 같은 후배들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심씨 가문의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이런 계층에서 태어난 그녀는 자신의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니 심도윤의 결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막 샤워를 마쳤을 때 안성훈의 전화가 걸려왔다.안성훈은 나가서 놀자고 했지만 송서희는 거절했다.“오빠들끼리 놀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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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너, 네 오빠 좋아하지

연성 최고의 귀족 자제들이 오늘 여기 절반이나 모였으니 달향해당 사장은 직접 귀한 레미 마틴 루이 13세 양주 몇 병을 가져왔다.인자해 보이는 뚱뚱한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귀한 분들이 와주셔서 누추한 곳이 빛이 납니다. 기쁜 날 작은 선물로 술 몇 병을 준비했으니 도윤 도련님, 부디 사양 말고 받아주십시오.”“와, 사장님 통 크시네.”송서희는 생각했다.‘클럽 사장까지 알고 있는데, 세상에서 나만 모르는 건가?'방 안에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준 도련님, 깨셨어요?”송서희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이 방은 그들을 위해 비워둔 곳이라 평소엔 손님을 받지 않는다. 널찍한 방 안쪽 구석은 은은한 조명만 켜져 있어 어두컴컴했기에 송서희는 그쪽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래서 인제야 어두컴컴한 그림자 속에서 소파에 누워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짧은 소파에 긴 다리를 쭉 뻗을 순 없어 다리를 겹쳐 올리고 팔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옆 카펫엔 슬림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무릎 꿇고 앉아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4월 날씨는 전혀 덥지 않았으니 이 부채질은 순전히 나른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위한 것이었다.잠을 자는 동안에도 미인이 곁에서 시중을 드는 호사스러움, 누가 감히 하정준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송서희는 생각했다.‘저 인간은 왜 아무 데서나 자는 거야. 밤에 얼마나 놀았길래 이렇게 피곤해서 시끄러운데도 잘 수 있는 거지?’하정준은 나른하게 일어나 몸을 일으켜 반쯤 드리워진 휘장을 걷고 나왔다.1인용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는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고 하정준은 그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찾았다. 부채질하던 미인도 따라 나와 그의 옆 팔걸이에 앉았다.타이트한 슬림 드레스로 완벽한 몸매를 드러내며 그녀는 옆트임 사이로 보이는 늘씬한 다리를 살짝 포개어 앉았다. 그러고는 섹시하고 부드러운 몸을 하정준 쪽으로 기울이더니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한 부드럽고 가녀린 손으로 라이터를 쥐고 그에게 불을 붙여주었다.범상치 않은 분위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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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시한폭탄

순간 송서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손톱을 꾹 누르고 몇 초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아니. 오해하지 마. 송나연이 그때 한 말은 진심이 아니야. 나랑 사이 안 좋아서 일부러 헛소문 퍼뜨린 거야.”육나나가 믿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매간이니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그녀 자신이라도 껄끄러웠을 것 같았다.잠시 침묵 후,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 말을 믿지 않아도 괜찮아. 오빠 인품을 믿으면 돼. 나 때문에 오빠에 대한 생각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송서희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이야기 주제는 딴 데로 흘러가 있었다.하정준이 앉았던 소파는 텅 비어 있었고 아까 그 미녀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어디로 갔는지 송서희는 전혀 관심 없었다.가방을 챙겨 들자 안성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야, 너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 오빠는 안 기다려?”“나 좀 피곤해서. 오빠들끼리 마저 놀아요. 오빠, 나 먼저 갈게요.”송서희가 말했다.술 냄새와 향수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룸을 나와 마당으로 나오니, 선선한 바람이 소나무 잎을 스치고 지나갔다.눈에 띄는 검은색 슈퍼카를 보고 나서야 송서희는 나무 아래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문애리는 차창에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정준 도련님, 더 안 노실 거예요?”“재미없어.”하정준은 시무룩하게 말했다.문애리: “그럼 제가 더 재밌는 곳으로 모실까요?”하정준은 차창에 걸친 손으로 담뱃재를 털며 나른하게 웃었다.“뭐가 재밌는데? 들어나 보자.”송서희는 그들의 닭살 돋는 애정 행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차는 하필이면 드나드는 길목을 떡하니 막고 있었다.언제까지 저러고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또 생방송을 보기가 싫어 그녀는 고민 끝에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하지만 산 사람이 지나가는데 못 볼 리가 없었다.여자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하정준에게 하듯 교태는 없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송서희 씨, 가세요?”“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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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오빠랑 갈래

스펀지로 막힌 듯한 답답함이 다시 밀려왔다.송서희는 도둑 취급당하는 기분이 너무 싫었지만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탓하려면 자신을 탓해야 했다.온 세상이 자신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심도윤을 좋아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었고 염치없는 망상에 빠진 배은망덕한 사람이었다.송서희는 이 말을 하는 것도 싫었다.“걱정 마. 난 그냥 오빠 여동생일 뿐이야. 너한테 아무 영향도 안 줄 거야.”육나나는 어깨를 으쓱했다.“정말 그럴까. 난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데.”“그럼 어쩌라는 거야?”송서희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네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오빠랑 손절하라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대답해 줄게. 불가능해. 난 네가 나 때문에 오빠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걸 원치 않아. 그리고 너희 좋은 관계를 망칠 생각도 전혀 없어. 하지만 오빤 영원히 내 오빠야. 누구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안 되면 네가 선택해. 나한테 압력을 가하지 말고. 내가 네 기분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잖아.”“오빠 앞에선 순둥이처럼 굴더니 왜 나한텐 이렇게 강하게 나와?”“네가 우리 오빠야?”사람에게는 당연히 친소 관계가 있는 법이다. 가족과 남이 같을 수 있겠는가?송서희는 솔직하게 말했다.“내 말 듣기 싫으면 까놓고 말할게. 이 결혼 네가 알아서 해.”솔직히 어제까지만 해도 육나나는 송서희가 순하고 말 잘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반항적인 모습이 진짜 송서희라는 느낌이 들었다.“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야. 너희는 오랫동안 같이 살았잖아. 개를 키워도 정이 드는데, 하물며 오누이 사이겠어. 하지만, 네 미래의 새언니로서 의붓여동생의 속내를 알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너에게 정말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빠한테 직접 묻는 게 더 빠르지 않겠어?”육나나는 다시 그 미소를 지었다.“내가 네 오빠한테 '네 여동생이 너 좋아하는 거 맞아?'라고 정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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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얻지 못하면 강에 뛰어들 것이다

16, 17세 소년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누군가는 레이싱에 미치고 누군가는 여자에 빠지고 누군가는 담배, 문신, 피어싱에 몰두할 때, 심도윤은 어린 여자아이를 곁에 두었다.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그 아이를 손바닥 위의 진주처럼 애지중지하며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고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송씨 가문에서 버린 쓰레기를 그는 작은 공주처럼 키운 것이다.송서희는 육나나에게 버려졌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래 가정에서 받았던 상처는 심도윤이 모두 보듬어 주었으니까.그녀가 슬픈 건, 자신이 지금 심도윤을 잃어가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었다. 억지로 떠밀려서 멈출 수가 없었다.가끔 그녀는 여학생들이 심도윤에게 쓴 연애편지를 너무 많이 봐서, 글 속에 숨겨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기 오빠를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온 세상에 버려졌을 때, 심도윤이 그녀를 데려왔다.그런데 언젠가 심도윤마저 그녀를 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는 다리 옆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점점 거세져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잠에서 깨어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차라리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검은색 스포츠카가 그녀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가 잠시 후, 천천히 후진해서 돌아왔다.경적 소리에 송서희는 넋을 놓고 있던 상태에서 깨어났다. 멍하니 고개를 돌리니 길가에 검은색 슈퍼카가 서 있었다.하정준은 차창을 내리고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뒤편을 흘끗 보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못 가져서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대단한 순정이네.”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진 머릿속도, 갑갑하게 짓눌렸던 가슴도 순식간에 와장창 깨져 나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몇 초 뒤,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녀는 피식 웃고는 바로 입술을 다물고 웃지 않은 척했다. 정말 어이없는 사람이었다.“타.”하정준이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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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실종

하정준은 단골인 듯했다. 평범한 중년 남성 사장은 두 그릇의 소고기 국수를 내오면서 친근하게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요즘 통 안 보이던데, 많이 바빴나 봐요?”하정준은 그릇에 있는 파를 하나하나 골라내며 말했다.“네. 다른 가게 돈 벌어주느라 바빴어요.”사장은 화를 내지 않고 껄껄 웃으며 송서희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호의적인 눈빛으로 말했다.“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데려오다니. 여자 친구인가 봐요?”하정준은 부정하지 않고 마치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나 아니면 죽고 못 산다고 딱 달라붙었는데 어쩌겠어요.”사장의 약간 놀란 표정 속에서 송서희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눈에 띄지 않는 외진 곳에 있는 가게였지만 맛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진하고 구수한 국물에 쫄깃한 수타면은 정말 일품이었다.따끈한 국물을 마시니 강변의 차가운 바람도 잊는 듯했다.송서희는 먹느라 좀 더워졌는지 코끝이 발그레해졌다. 고개를 드니 하정준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국수는 거의 먹지 않고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아 투박한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긴 다리를 네모난 탁자 아래에 넣고 있는 모습이 왠지 불편해 보였다.“맛있어?”송서희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이렇게 숨겨진 가게를 어떻게 알았어요?”“연성이 누구의 구역인지 몰라?”그는 당연하다는 듯 오만하게 말했다.“내가 모르는 곳은 없어.”송서희는 무심코 말했다.“여자 화장실도 잘 알아요?”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이 너무 대담하게 그에게 반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정준은 오른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말이 많네, 다 먹었어?”“다 먹었어요.”송서희는 휴지로 입술을 꼼꼼하게 닦았다. 낮에 바른 립스틱은 이미 지워져 원래의 촉촉하고 붉은 입술이 드러났다.하정준은 그녀를 흘끗 보며 말했다.“다 먹었으면 계산해.”“제가 계산해요?”그녀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저 예상 못 한 말이었다.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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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녀도 나가야 할 때가 왔다

그날 밤 송서희는 잠을 깊이 이루지 못했다. 꿈은 띄엄띄엄 이어졌고 많은 장면들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잠에서 깨어나니 날은 이미 환하게 밝았고 커튼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반짝이는 벽지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맑고 고요한 아침이었다.송서희는 자신에게 속하는 침대에 누워 방안을 둘러보았다.심씨 가문에서 10년을 살아온 그녀에게 모든 등의 온도와 모든 타일의 무늬는 마치 혈액에 녹아든 듯 익숙했고 2층의 나선형 계단은 눈을 감고도 오르내릴 수 있었다.여기서 연성고까지는 차로 15분 거리였다. 그녀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웠고 열두 살 때 충동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거북이는 지금도 마당 연못에서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집’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머릿속에 구체화될 때면 늘 이 집이 떠올랐지만 열여덟 살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떠나 있던 5년은 마치 기나긴 둔감화 훈련과도 같았고 귀국한 순간부터 이 집을 떠날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이젠 나갈 때가 됐다.서수현은 그녀의 계획을 듣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조용히 응원해줬다.“우리 집에 먼저 와서 살아. 너 어차피 우리 집 열쇠 있잖아. 방 두 개니까, 좋으면 계속 같이 살아도 돼.”송서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걱정 말아요. 난 갈 데 있어요. 송명로 9번지에 집이 있거든요.”약을 먹던 서수현은 사레들려서 콜록콜록 기침했다.“송명로 9번지?”“왜요? 거기 뭐 문제 있어요?”서수현이 너무 놀라니까 송서희는 좀 어리둥절했다. 몇 년 동안 외국에 있었는데, 송명로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문제는 거기 집값이 말도 안 되게 비싸서 나 같은 흙수저는 쳐다도 못 본다는 거지.”서수현은 자기 가슴을 토닥였다.“너는 아직 재벌 아가씨티가 안 나. 가끔 네가 돈 많은 거 까먹는다니까!”“지금 나 놀려요?”송서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40억은 개밥으로 줬나 봐요.”서수현: “왈왈.”“미쳤어. 진짜.”송서희가 웃으며 욕했다. 서수현도 웃으며 다시 물었다.“이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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