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7세 소년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누군가는 레이싱에 미치고 누군가는 여자에 빠지고 누군가는 담배, 문신, 피어싱에 몰두할 때, 심도윤은 어린 여자아이를 곁에 두었다.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그 아이를 손바닥 위의 진주처럼 애지중지하며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고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송씨 가문에서 버린 쓰레기를 그는 작은 공주처럼 키운 것이다.송서희는 육나나에게 버려졌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래 가정에서 받았던 상처는 심도윤이 모두 보듬어 주었으니까.그녀가 슬픈 건, 자신이 지금 심도윤을 잃어가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었다. 억지로 떠밀려서 멈출 수가 없었다.가끔 그녀는 여학생들이 심도윤에게 쓴 연애편지를 너무 많이 봐서, 글 속에 숨겨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기 오빠를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온 세상에 버려졌을 때, 심도윤이 그녀를 데려왔다.그런데 언젠가 심도윤마저 그녀를 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는 다리 옆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점점 거세져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잠에서 깨어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차라리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검은색 스포츠카가 그녀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가 잠시 후, 천천히 후진해서 돌아왔다.경적 소리에 송서희는 넋을 놓고 있던 상태에서 깨어났다. 멍하니 고개를 돌리니 길가에 검은색 슈퍼카가 서 있었다.하정준은 차창을 내리고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뒤편을 흘끗 보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나 못 가져서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대단한 순정이네.”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진 머릿속도, 갑갑하게 짓눌렸던 가슴도 순식간에 와장창 깨져 나가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몇 초 뒤,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녀는 피식 웃고는 바로 입술을 다물고 웃지 않은 척했다. 정말 어이없는 사람이었다.“타.”하정준이 말했다.
Last Updated : 2024-12-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