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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40 챕터

제21화 나는 송씨 가문의 망신이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심도윤 앞에 피어오르던 담배 연기는 바람에 흩어졌고 먹물처럼 짙은 밤하늘이 그의 눈동자에 깊은 먹색으로 펼쳐졌다.“저주하냐? 네 오빠가 그렇게 오래 못 살 것 같아?”“그런 뜻이 아니에요.”심도윤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심도윤의 목소리에는 바람 소리가 섞여 있는 듯했다.“우리 구아가 다 컸구나. 어릴 때처럼 무슨 일이든 오빠를 찾지도 않고.”송서희의 코끝이 갑자기 시큰해졌다. 억눌렸던 감정이 둑이 무너지듯 눈물샘을 터뜨렸다.그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5년 전에 보내진 그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구아가 아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콩알만 한 눈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소리 없이 사라졌다.심도윤은 담배를 끄고 손바닥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송서희는 아름다운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물에 담갔던 비단처럼, 검고 부드러웠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안성훈이 예전에 심심풀이로 심도윤처럼 그녀의 머리를 만지려 했을 때도 허락하지 않았다.“연구소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뭘 하고 싶어?”심도윤이 물었다.송서희는 목이 메이는 것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말했다.“선배랑 함께 창업할 거예요.”심도윤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말했다.“창업하고 싶으면 너만을 위한 회사를 하나 차려줄까?”송서희는 고개를 저었다.“선배가 진행 중인 액체 수소 무인기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요. 엔젤의 연구 능력도 뛰어나고 미래 발전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해요. 아주 유망하다고 봐요.”심도윤은 그녀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상장해서 종 치는 날을 기다리지.”“네.”송서희가 대답했다.그녀는 차 안에서 전화로 인해 중단되었던 말을 떠올리며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오빠...”“나가 살고 싶으면 나가 살아.”심도윤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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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괜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미국은 '돌아간다'라는 표현을 쓰는 곳이 아니죠.”송서희가 말했다.“난 그곳이 싫어요. 외국에서 하던 일은 이미 그만뒀고 이번에 돌아왔으니 다시 가지 않을 거예요.”“누가 그만두라고 했어? 도윤이야 아니면 박혜은이야? 이렇게 큰일을 나와 네 아빠와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고?”송서희는 그녀의 불만에도 침착하게 말했다.“내가 결정한 일이에요.”“그들의 허락 없이 너 혼자 결정했다고?”최해경은 심씨 가문의 누군가가 그녀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는 송서희가 심씨 가문과 가까운 게 싫었다. 이 일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나 뒤에서나 얼마나 손가락질을 받았던가. 마치 그녀가 아이 하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에게 맡겨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도윤이가 널 연구소에 넣으려고 한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승민과 네 아빠는 오랜 친구인데 도윤이가 네 아빠를 제쳐두고 승민이를 통해 네 일자리를 알아봐 주다니. 이건 우리를 무시하는 거잖아?”송서희가 말했다.“오빠가 두 분 대신 내 일자리 알아봐 준 게 불쾌하면 직접 서원장한테 부탁하던가요.”최해경은 당연히 그런 뜻이 아니었다.송서희는 그걸 알고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안심하세요. 연구소 일은 거절했어요. 근데 좋아할 일도 아니에요. 거절한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이랑 회사 차릴 거라서요.”“오빠랑 아줌마한테 화풀이하지 마세요. 제가 한국에 오고 싶어서 왔고 남고 싶어서 남는 거예요. 나도 이제 성인인데, 내 맘대로 할 수 있잖아요.”최해경의 얼굴이 굳었다.“서희야, 내가 네 친엄마는 아니지만 법적인 엄마잖아. 심씨 가문이 너한테 아무리 잘해 줘도 내가 널 보내버리면 아무도 널 못 도와.”송서희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5년 전, 그녀는 그렇게 해외로 보내졌으니까.“전 아무 데도 안 가요.”송서희는 당당하게 말했다.“전 더 이상 5년 전처럼 반항도 못 하는 미성년자가 아니에요. 절 비행기에 태우고 싶으면, 먼저 절 묶어 놓고 얘기하세요.”최해경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몇 년 외국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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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분수에 넘치는 욕심

진동준의 가슴은 거칠게 오르내렸고 복어처럼 부풀어 오른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그때 그는 대머리 한 명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하 대표님, 당신 회사의 범 본부장이 직접 대진 그룹과의 협력을 약속했어요. 그런데 내게서 온갖 이득을 챙기고는 약속을 어겼거든요. 하씨 가문의 세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겁니까!”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하씨 가문에 누명을 씌우자 범세용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진동준을 밀치며 호통쳤다.“뭔 소리예요! 생각하고 말해요!”하정준은 주변 시선은 신경도 안 쓰고 오른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진동준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범세용의 매끈한 머리를 훑었다.“네가 쟤 처리해. 아니면 내가 널 처리한다.”“걱정 마십시오. 이 일은 제가 깨끗하게 처리하겠습니다!”범세용은 연신 다짐하며 진동준을 끌고 갔다.“우리끼리 해결해요. 대표님 앞에서 뭐 하는 짓입니까!”권하영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마 기다리다 지친 모양이었다.송서희가 말했다.“정준 오빠, 저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그의 앞을 지나 계단으로 향했다.하정준은 그녀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그렇게 나랑 자고 싶어?”“어디...”수화기 너머 권하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끊겼고 이어서 마치 야유회라도 온 듯한 “오오오오”하는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권하영이 스피커폰을 켠 것이다.하정준도 들었는지 물었다.“원숭이랑 통화하는 거야?”송서희는 잠깐 멍해졌다가 10초도 안 되는 통화를 황급히 끊고는 하정준의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을 의식적으로 쳐다보았다.그들은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천장을 보거나 바닥을 보거나 허공을 응시하며 ‘나는 귀머거리입니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쓴 팻말이라도 머리에 걸고 싶은 심정이었다.“아니요...”그녀는 드물게 당황하며 말했다.“오빠한테 그런 욕심 부린 적 없어요.”“그럼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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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육나나를 서운하게 할 수는 없다

박혜은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육나나에게서 송서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표정이 곤란해졌다.“어쩌다 이렇게 안 좋은 우연이...”어디에서든 옷이 겹치는 건 어색한 일인데, 하물며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더욱 그랬다.잠시 후 두 사람이 마주치면 분위기가 더 미묘해질 것이다.심도윤도 이럴 줄은 몰랐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송서희를 달랬다.“괜찮아. 나나는 속 좁은 아이가 아니야.”“아무리 마음이 넓은 여자라도 옷이 겹치는 걸 신경 안 쓸 수 없어. 오늘이 무슨 날인데.”박혜은은 걱정에 미간을 찌푸렸다.“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나를 난처하게 만들면 부모님 보시기에도 좋지 않고 나나의 부모님 마음도 불편해지실 거야.”심도윤은 단추를 풀고 자신의 양복 재킷을 송서희에게 건넸다.“일단 이거 입어.”박혜은의 미간은 더욱 좁아졌다.“딱 봐도 네 옷이라는 게 티가 나잖아.”심도윤이 다시 말하려는 순간, 송서희가 일어섰다.오늘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첫 상견례 자리에서 육나나를 서운하게 할 수는 없었다.그러니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은 그녀였다.“옷 갈아입고 올게요.”다행히 이런 식당의 룸은 문이 두 개였다. 그래서 그녀는 육 씨 일가가 들어오기 전에 재빨리 작은 옆문으로 나갔다.그녀는 매니저에게 급하게 입을 옷이 있는지 물었지만 식당에 그런 옷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그녀는 가장 가까운 여성 의류 매장 위치를 묻고는 식당 밖으로 뛰어나갔다. 새 옷을 사서 갈아입을 생각이었다.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문턱을 넘어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하정준은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고 덕분에 그녀는 그의 몸에 부딪히지 않았다. 송서희는 반걸음 뒤로 물러나 균형을 잡았다. 그는 손을 놓고 나른하게 늘어진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확 덮치려고.”하지만 송서희는 오늘 그와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었다.“정준 오빠, 미안해요. 지금 급해서...”하정준의 뒤에 있는 차를 보자 송서희는 더 이상 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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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집은 어디에?

이날 연회의 마지막에 박혜은은 육나나에게 아주 귀중한 보석 세트를 첫 만남 선물로 주었다.물방울 모양의 에메랄드 보석이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박혀 눈부시게 빛났고 어울리는 반지와 귀걸이도 있었는데, 각각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었다. 이 보석 세트를 송서희는 그녀와 심정원의 결혼사진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결혼식 때 착용했던 것이었다.“이건 내가 도윤이 아빠랑 결혼할 때 도윤이 할머니께서 주신 선물인데, 이제 드디어 너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되었구나.”가보를 정식으로 약혼도 하기 전에 육나나에게 선물하는 것을 보면 박혜은이 이 예비 며느리를 얼마나 인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육 씨 일가족은 과연 매우 기뻐했고 육나나는 감격하여 바로 일어나 박혜은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흐엉, 어머님, 저를 너무 예뻐해 주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지금 바로 어머니라고 부르면 너무 염치없어 보일까요?”박혜은은 너무 기뻐서 입이 귀에 걸렸다.김예진은 웃으면서 나무랐다.“얘,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몰라?”“뭐가 부끄러워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육나나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목에 있던 목걸이를 빼며 말했다.“이 목걸이 너무 예뻐요. 도윤 씨, 나 좀 채워줘요.”심도윤은 목걸이를 받아 그녀에게 걸어주었다.육나나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 빛났고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 그녀의 모습에 어른들은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송서희는 테이블 맞은편에서 마치 무대 아래 앉아 자신과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 행복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박혜은과 김예진은 목걸이가 참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이때 육나나가 송서희에게도 일부러 물었다.“구아야, 예뻐?”송서희: “예뻐.”육나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예쁘다고 하니 정말 예쁜가 보네.”연적 앞에서 행복을 과시하는 게 더 짜릿할지도 모른다.‘안 예쁘다고 할 걸 그랬나.’송서희는 속으로 생각했다.김예진은 두 사람이 다정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너희 둘 정말 잘 맞는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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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나는 안 빨개졌는데, 넌 왜 빨개져?

하정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느긋하게 케이크를 음미하고 있었다. 송서희는 그를 쳐다보며 그의 개를 좀 어떻게 해 보라고 말했다.“얘가 나를 핥았어요.”하정준은 눈도 들지 않고 말했다.“배고픈가 보지.”‘? 배고프면 사료를 먹어야지.’송서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다시 조금씩 옆으로 몸을 움직여 개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고 손은 당연히 개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두었다. 그러면서 오늘 긴 바지를 입고 오길 잘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집에... 사료 없어요?”자기 배만 채우고 개밥은 안 챙겨서 개가 사람을 핥을 정도로 배가 고픈 거 아닌가.“없어.”“그럼 평소에 얘는 뭘 먹고 살아요?”하정준은 케이크를 반쯤 먹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송서희를 흘끗 보며 말했다. “고기.”짓궂은 하정준이 또 자신을 놀리는 건 알지만 송서희는 정말 무서웠다.당장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저 갈게요.”하정준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가죽 소파에 기대앉아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송서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좌우를 살피며 곤경에 빠졌다.왼쪽에는 하정준이, 오른쪽에는 개가 앉아 있었기에 여기서 나가려면 사람이나 개 앞을 지나가야만 했다.그녀는 하정준과 개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다... 소파 뒤로 넘어갈까? 아니면 탁자를 밟고 날아볼까...아니다. 너무 없어 보였다.“정준 오빠, 얘 좀 비켜 달라고 해주세요.”송서희가 말했다.“길이 막혔잖아요.”하정준은 나 몰라라 하며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네가 직접 말해 봐.”“...”송서희는 위풍당당한 도베르만을 보며 정중하게 말을 걸어 보았다“너 좀 비켜줄래?”개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개는 그 자리에 엎드렸다.송서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하정준 쪽으로 걸어갔다.적어도 하정준은 물지는 않을 테니까.소파와 탁자 사이의 거리는 한 사람이 지나가기에 충분했지만, 하정준이 다리를 쭉 뻗고 있어서 거의 통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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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

“너는 기억을 못 하냐? 내가 저번에 뭐랬어? 다시 말해줘야 알아듣겠어?”송서희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쌍둥이는 지난번 따귀 사건을 떠올리며 겁을 먹고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너희 왜 걔 눈치를 봐?”송나연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그 따귀, 내가 언젠가 꼭 되갚아줄게.”송서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젠가는 필요 없고 지금 당장 해도 돼. 그렇게 나한테 맞고 싶냐?”송나연은 코웃음 쳤다.“네가 감히 날 때려?”그녀는 어려서부터 버릇없고 막돼먹어서 항상 남을 때리기만 했지 맞은 적은 없었다.송서희가 말했다.“내가 왜 못 때려? 네 얼굴에 가시라도 돋았어?”“외국에 쫓겨나서 몇 년 살더니 말발이 늘었네.”송나연의 눈빛에는 악의가 가득했다.“저번엔 왜 아무 말 못 하고 얼굴 파랗게 질려서 덜덜 떨었냐?”뒤에 있던 보석으로 치장한 친구들은 모두 의기양양하게 구경하는 표정을 지었다.육나나는 겉으로는 싫은 티 안 냈지만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이 장면은 5년 전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다.송서희는 그들의 맞은편에 서서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그 환영파티 날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그녀가 송씨 가문으로 보내졌을 때, 송나연은 이미 송병식을 따라 유럽에 정착해 있었기 때문에 둘은 어려서부터 얼굴도 거의 본 적이 없었다.송씨 가문의 관심이든, 재산이든 그녀는 아무것도 받은 적이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기에 이 여동생과 다툴 생각도 전혀 없었다.서로 간섭하지 않고 지낸다면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송나연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5년 전 송서희는 외국으로 쫓겨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그해 송병식은 연성으로 발령받아 돌아왔고 송나연도 그를 따라 귀국했다.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누군가 환영파티를 열어주었고 송서희도 초대를 받았다. 원래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박혜은은 송나연이 막 귀국했으니 예의상 참석하고 자매끼리 잘 지내보라고 권했다.그래서 그녀는 환영파티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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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불청객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 하늘은 낮고 푸르렀다. 맑고 투명한 빛깔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었고 촉촉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고 청량한 기운을 전해 주었다.항구에는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 그중에서도 100미터가 넘는 순백색의 초대형 요트가 마치 거대한 건축물처럼 웅장하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흰 장갑을 낀 선원이 그녀의 짐을 들어주었고 송서희는 배에 오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안성훈은 갑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이고, 우리 송 사장님께서 드디어 오셨네.”안성훈은 그녀를 이끌고 선실 안으로 들어가며 놀렸다.“나중에 출세하면 이 오빠를 잊지 마라.”송서희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며 말했다.“뭐라고요?”“됐다, 괜히 말했네.”안성훈은 바람 속에서 다시 한번 외쳤다.“네 오빠는 이제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아직 갈 곳이 없다고. 그러니 나를 부양해다오. 내 노후는 너에게 맡길게.”송서희는 그런 일을 자기가 맡을 생각이 없었다.“오빠 동생한테 부양해달라고 해요.”“내 동생이 너만큼 믿음직스럽겠냐.”안성훈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매일 내 밥에 모래를 넣는데, 내가 늙으면 똥을 먹일지도 몰라.”송서희가 유학 갔을 때 그의 여동생은 겨우 두 살이었고 그녀는 그 아이를 안아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먹을 게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야지, 뭘 가려요.”“봐,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안성훈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어렸을 때는 얼마나 잘 웃었는데. 미국은 정말 사람 잡아먹는 곳이야. 우리 서희 웃음을 다 빼앗아 갔어.”송서희는 그제야 안성훈이 일부러 자신을 웃게 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자신이 요즘 우울한 것을 그가 눈치챘다고 생각했지만 선실에 들어가고 나서야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 초대형 요트의 호화로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갑판에는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었고 소형 요트와 미니 잠수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실내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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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입맞춤

하정준은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푹 자다가 깨어났다.선원이 와서 저녁 식사가 준비됐다고 알려주자 안성훈이 그를 부르려고 했다. 이때 그는 얼굴에 덮어 둔 섹시한 여자 사진을 치우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안성훈이 말했다.“진짜 때맞춰 잘도 일어나네.”“배고파.”하정준이 나른함 가득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담배 하나를 집어 입에 한 대 물었다. 그러고는 반쯤 감긴 눈으로 송서희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들었다.“라이터.”송서희는 그가 입은 셔츠를 눈여겨보느라 정신이 팔렸다가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둘이 눈을 마주치고 잠시 멈칫하더니, 그제야 자신에게 한 말임을 깨달았다.‘정말 대접받고 사는 데 익숙해진 도련님 같네. 손 한 번 뻗는 게 그렇게 힘든가? 귀찮아... 그냥 라이터 줘야지.’송서희는 테이블 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이터를 집어 건넸다. 하정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라이터를 다시 그녀에게 던져 돌려줬다. 그녀는 허둥지둥 두 손으로 받느라 자칫 떨어뜨릴 뻔했다.‘어차피 내 라이터도 아닌데 그냥 테이블 위에 두면 어때.’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송서희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자 뒤에서 정재훈이 슬쩍 다가왔다.“오랜만이네.”“귀찮게 굴지 마요.”송서희는 대놓고 짜증을 드러내며 대꾸했다. 그녀가 열다섯 살, 미성년이었을 때 그가 색안경 끼고 들이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심도윤이 그녀를 보호해 줬고 정씨 집안 어른도 직접 그를 혼내준 뒤에야 잠잠해졌었다.정재훈은 히죽거리며 말했다.“인사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송서희는 그를 무시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재훈의 시선은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훑었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단지 이목구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머리카락과 눈썹, 치아와 어깨, 다리 비율과 발목 곡선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정말이지 매력적이라고 안 느낄 수가 없었다.섹시하고 요염한 스타일의 여자는 많았고, 청순한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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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거절은 없다

송서희는 심도윤 옆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육나나의 기대감으로 빛나는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심도윤의 표정이나 그가 고개 숙여 육나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볼 수 없었다. 아마 무척 부드럽고 다정했을 거라고 생각했다.“심도윤, 너 이것도 안 해줄 거야?”안성훈이 옆에서 시끄럽게 굴었다.“야, 할 거야 말 거야?”“순진한 척하네.”심도윤은 친구들의 야유 속에서 희미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육나나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송서희는 그 장면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떨궜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갑자기 배가 파도에 흔들리는 기분이 더 크게 느껴졌다. 요트가 워낙 커서 거의 움직임이 없을 텐데도 말이다.하정준은 그런 그녀를 곁눈질로 보았지만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온통 자기 생각에 잠겨 있느라 그의 시큰둥한 표정을 못 봤다.“블랙 스페이드 누구야? 얼른 나와, 숨지 말고!”안성훈의 외침에 송서희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미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어 모두가 새로운 표적을 찾고 있었다.맞은편에서 송나연이 묘한 미소를 띠고 조커 카드를 슬쩍 들어 보였다.“제가 왕이에요. 블랙 스페이드 가진 사람은 알아서 나와요.”송서희는 앞에 놓인 카드를 집어 들어 뒤를 만져봤다. 누군가 일부러 접어서 표시를 해둔 흔적이 있었다. 안성훈은 한 바퀴 돌아봐도 표적을 찾지 못해서 마지막으로 남은 송서희를 보며 물었다.“서희야, 설마 너야?”송서희가 카드를 뒤집자 정말 블랙 스페이드가 보였다.송나연의 눈엔 만족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임무를 다시 확인시켰다.“네 왼쪽 사람이든 오른쪽 사람이든 골라서 입으로 카드를 전달해.”주변은 단숨에 조용해졌고 모든 시선이 송서희에게 쏠렸다.왼쪽에는 심도윤, 오른쪽에는 하정준이 앉아 있었다. 송나연은 송서희가 심도윤에게 전해서 민망하게 될지, 혹은 하정준에게 무시당해 망신을 당할지 두고 보려는 속셈이었다.입으로 카드를 전달한다는 건, 얇은 카드 한 장 너머로 입술을 맞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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