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때문인지 송서희는 익숙하고 편안한 침대에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게임기와 옛날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게임을 했다. 오래전에 했던 게임이라 몇 번 해보니 손에 익었다.혹시라도 심도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소리는 켜지 않았다.한참 후 아래층에서 차 소리가 들렸고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보고서야 날이 밝았다는 것을 알았다.송서희는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걷었다. 심도윤의 차가 마당을 나가고 있었다.게임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딩 하는 소리와 함께 카톡 문자가 왔다.오빠:[내려와서 아침 먹고 다시 자.]송서희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박혜은과 심정원이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내려오는 걸 보고는 하던 얘기를 멈췄다.“왜 더 안 자고 벌써 일어났어?”박혜은이 계속하여 말했다. “마침 잘 내려왔어. 아저씨가 널 얼마나 예뻐하는지 봐봐. 도우미한테 아침 일찍 나가서 먹을 것을 사 오라고 하지, 뭐야. 새우만두, 고기만두, 샌드위치까지 전부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송서희는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는 심정원을 쳐다보았다. 심도윤이 시키면 시켰지, 심정원은 절대 이런 일을 시킬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송서희는 모르는 척하면서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아저씨.”아침을 다 먹은 후 그녀는 서수현을 보러 병원에 가겠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나섰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서수현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을 던지려 했다.그 모습을 보고 송서희가 귀띔했다.“200만 원짜리예요.”서수현은 이를 악물고 다시 휴대폰을 거두었다.“무슨 일인데 그렇게 화가 났어요?”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 서수현이 저렇게 폭발할 정도라면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일 것이다.송서희는 작은 식탁을 펼치고 가져온 영양식과 비타민 보충용 야채 주스를 꺼냈다.야채 주스에 서수현이 제일 싫어하는 당근이 있었지만 지금 너무 화가 나서 맛을 음미할 겨를도
Last Updated : 2024-12-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