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채은은 고개를 숙였다. 부씨 가문에 시집온 몇 년 동안, 그녀는 아내로서 최선을 다했다. 애초에 부윤아가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았을 때도, 며칠 밤낮으로 병원에서 곁을 지킨 사람도 채은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부모님에겐 더욱 공손하고 세심하게 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잠시 후, 임지안이 피곤한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채은아, 정말 안 갈 거야? 예전에는 야생 동물 사냥을 가장 좋아했잖아. 스피드 레이싱도 엄청나게 좋아하고!]채은은 잠시 멍해졌다. 그 순간, 몇 가지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결혼하기 전, 채은은 정말로 야생 동물 사냥과 스피드 레이싱, 값비싼 술을 좋아했다.하지만 임씨 가문의 본가에서 부진성을 만나고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진성을 사랑하게 된 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진성이 좋아하는 여자가 온화하고 품격 있는 집안의 아가씨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채은은 좋아하던 것들을 서서히 끊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채은은 이제 자신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조차 거의 잊어버렸다. 수화기 너머 지안은 여전히 계속 설득하고 있었다.[채은아, 부진성 몰래 가면 되잖아. 그 남자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걸 다 포기할 필요는 없어. 게다가 부진성은...] “우리... 이혼했어.” 채은이 가볍게 지안의 말을 끊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놀란 듯하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네가 마음을 바꾼 거야, 아니면 부진성이 미쳐버린 거야?] 채은이 살짝 웃음을 지었다.“그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난 동의했을 뿐이야.” 지안은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식, 정말 어리석다니까?’ ‘채은이 같은 사람을 아내로 맞은 것만으로도 하늘이 도운 일인데, 이혼이라니?’ [오히려 잘 됐어, 축하해.]지안의 목소리는 어쩐지 들뜬 기색이었다.[곧 데리러 갈
Last Updated : 2025-01-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