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Chapter 21 - Chapter 30

40 Chapters

제21화

말을 마친 최안여는 검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하인에게 휘둘렀다.“살려주십시오!”하인은 두려움에 다리의 힘까지 풀렸다.곧이어 퍽 하는 소리나 났다. 최안여는 검날이 아니라 등으로 하인의 얼굴을 후려쳤다.아무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았다.“잘못했습니다. 저희가 경솔한 행동을 하여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장군 부인을 생각해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목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하인은 목숨을 구걸했다. “내 인정을 왜 너희 같은 것들을 위해 써야 하느냐?”집 안에 있던 양자옥이 최랑과 함께 걸어 나왔다.그녀는 큰 결심을 한 듯 결연해 보였다.양씨 가문 사람들도 양자옥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는지 살짝 당황했다.“그만 화를 참지 못해 이것들을 처리하려 했습니다. 올케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니겠지요.”양자옥은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처음부터 시누의 집이었으니 저들의 목숨을 가져간다 해도 이 올케가 대신 감당할 것입니다.”“저희는 마님께서 보낸 사람들입니다.”하인이 목소리를 높였다.양자옥이 손에 든 교지로 하인의 얼굴을 두어 번 때리자, 이빨 두 개가 떨어졌다.“랑아, 기억하거라. 앞으로 우리는 양씨 가문과 아무 관계도 아니다. 훗날 양씨 가문이 널 찾아오거든 이리 내쫓으면 되리라.”양자옥은 무릎을 꿇고 있는 하인에게 발길질했다.“내가 장군 부인인 것을 알면서도 너희 주인마님이 이리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을 보니 답이 나오는구나. 출세도 못 한 남자랑 사는 첩이라 그런지, 본처의 도리를 깨우지 못했나 보군. 금일부터, 나 양자옥은 양씨 가문과 아무 사이가 아니다. 만일 양씨 가문 사람들이 우리 시누에게 계속 불경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혈연관계를 배제하고 처리할 것이다.”양자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들까지 데려와 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그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양씨 가문의 하인들은 벙쪄서 할 말을 잃었다.‘그간 효를 중시하시던 부인께서 지아비를 잃고 충격을 받은 건가?’“왕대비마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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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하인 중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씨 부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아, 그녀는 하인들을 구하기 위해 양자옥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사람이 아니다.“총관, 쇤네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최안여는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선택하지 않으면 내가 대신 선택해 주마. 더러운 것들을 우리 진국공부에 계속 둘 순 없다. 당장 너희 마님께 달려가 사죄하러 오시라 전하거라.”하인들은 자신들의 마님을 데려올 자신이 없었다. “쇤네들을 살려주십시오. 저희도 마님의 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입니다.”그들은 양자옥에게 간절하게 빌었다. 하지만 양자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본가와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우리 올케가 그래서 너희들 목숨을 살려주지 않았더냐? 너희 마님께 사죄하러 오시라 전해라.”“그것은…”하인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싫다면, 내가 결정을 바꾸겠다.”최안여는 이들에게 어떤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다.결국 양씨 가문 하인들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뒤 돌아갈 채비를 했다.최안여는 종이를 가져와 큼지막하게 글을 남긴 뒤 방서로 만들어 하인의 손에 쥐여줬다.“양씨 가문의 첩이 뻔뻔하게 진국공부를 능멸하였다.”“장군 부인께서 양씨 가문과 절연할 것이다.”매를 맞은 하인들은 이 방서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높이 치켜들었다.다른 하인들은 몸에 저마다 욕설이 적힌 나무판을 걸었다. 양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들은 고개를 치켜들 수 없었다.내관이 친절하게 그들을 따라가며 감시했기 때문이다.덕분에 백성들은 방서에 적힌 글귀를 자세히 보게 되었고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오래전 양자옥은 진국공부와 혼례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양씨 가문은 첩이었던 여씨의 소생을 양자옥 대신 진국공부에 시집 보내려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진국공부는 그 혼사를 거절하였고 여씨는 어쩔 수 없이 양자옥을 시집보냈다.그럼에도 양씨 가문은 진국공부를 들먹이며 자신들을 경도에서 제일 중요한 가문으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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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양 대감이 역정을 냈다.“그간 정말 헛 키웠구나. 내가 자기한테 뭣을 못 해줬다고 저리 불효를 저지르는지…”“대감, 모르시겠어요? 제가 이 댁에 들어오던 순간부터 큰 마님께서 저를 무시하셨습니다. 아이도 본 게 있으니…”양 대감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 “어제 분명 진국공부에 대해 의논하기로 약조했거늘! 말도 없이 안 오는 게 무슨 경우더냐? 이젠 이혼한 시누와 연합하여 자기를 키워진 아비를 배반하는구나.”“아닙니다. 계모이니 위신이 안 설 수밖에요.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인정받아봤자 그 아이에겐 친모를 대신할 수 없는 거겠지요. 저 때문에 대감까지 원망하는 것 같습니다.”여씨는 부녀의 사이를 파고들어 끊임없이 흔들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 한번 지켜보겠다.”양 대감은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여씨는 그를 달래려는 듯 뒤를 따라갔다.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백성들이 대문 앞으로 모여들었다.여씨는 자기에 관한 비방글을 보고 표정을 관리할 수 없었다. 양 대감은 양자옥이 친정댁과 절연하겠다는 글을 보고 기가 막힌 듯 말했다.“이게 뭣이냐?”양 대감이 호통을 치자, 맨 앞에 있던 하인이 무릎을 꿇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감… 쇤… 쇤네…”“소관이 대감께 설명하지요.”내관이 태연하게 말했다.“뉘신지요?”높은 관직에 있지 않았던 양 대감은 대비의 최측근을 알지 못했다. “대비마마를 곁에서 모시는 내관입니다. 금일 대비마마의 자지를 전하기 위해 진국공부에 갔다가 이 댁 하인들이 장군 부인과 안국총관을 무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지요. 대감께서 믿지 않으실까 봐, 소인이 이리 증언하러 왔습니다.”성질을 내려던 양 대감은 내관의 말에 기가 죽었다.“알아보지 못한 것을 사죄드립니다. 소관이…”“예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소인은 그저 대비마마의 뜻을 전할 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닙니다.”여씨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나으리께서 말씀하신 안국충관이…”내관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대비마마께서 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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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여씨는 하인들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었다.“너희가 고생 많구나. 일도 제대로 못 한 주제에, 이젠 내가 직접 사죄까지 해야 하는구나.”여씨의 싸늘한 미소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서늘하게 했다.여씨의 잔인한 수법을 알고 있던 하인들은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에 뒀다. “낯 뜨겁게 하지 말고 당장 그 나무판부터 내리거라.”한편, 태후의 내관이 진국공부가 나간 지 얼마 안 되어, 왕의 교지를 전달하기 위해 또 다른 내관이 진국공부를 찾아왔다.“장군 부인과 안국총관을 뵙습니다.”대비의 책봉은 금세 궁 안에 널리 퍼졌다.“오 내관, 오셨군요.”양자옥이 황급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어명을 알리러 왔습니다. 강씨 모녀는 소인과 함께 가셔야겠습니다.”오 내관이 정중히 말했다.최안여의 도움으로 주상전하까지 알현한 강씨는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씨 모녀를 괴롭히던 시모와 전장에서 돌아온 서방은 두 사람을 삶 속에서 도려내고 다른 여인과 새 가정을 차리려 했다.“잘됐소. 비열하고 악랄한 남자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직접 겪게 하시오.”양자옥은 강씨에게 말했다.오 공공은 말없이 미소를 지은 뒤, 강씨 모녀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걱정 마시오. 부인은 잘못한 게 없으니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시오.”최안여의 말에 강씨 모녀는 무릎을 꿇어 인사를 올린 뒤, 오 내관을 따라갔다.주상은 아랫사람을 시켜 강씨의 남편이 안남후 휘하의 병사인 것과 그가 전장에서 어떤 공도 세우지 못한 평범한 병사인 것, 운 좋게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아 돌아온 뒤, 지아비를 잃은 오랜 친구부터 찾아간 것, 열 살 된 딸아이까지 외면한 사실까지 파악하게 했다. 백성의 자질구레한 일에 주상께서 직접 나서는 것은 과한 처사였다.하지만 강씨 부인의 일에 최안여와 왕세자 그리고 대비전까지 엵혀 있었기에 더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강씨 부인의 남편은 병부에서 제적당한 뒤, 형으로 곤장이 내려졌다. 그리고 강씨 부인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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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정성껏 준비한 혼례에 참석할 사람이 많지 않은 거였다.“최안여가 궁에 가던 중에 우연히 그 부인을 구했다고 하더군.”양씨의 말에 노부인이 웃음을 터트렸다.“걔와 엮여봤자 좋은 일이 없다. 합방을 하기 전에 전쟁하러 변경에서 가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안남후도 진국공 부자처럼 관에 누워 돌아왔을 거다. 주위 사람들을 전부 죽일 운명이지.”최안여는 어떤 혼수도 남기지 않았을뿐더러 그동안 썼던 모든 비용을 청구하고 노부인의 귀한 약재로 끊어버렸다. 노부인은 최안여가 죽길 바라며 저주를 남발했다.양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결국 이것도 인연입니다. 어머님, 지음이도 곧 우리 집에 들어올 것이고, 뱃속엔 우리 핏줄이 자라고 있어요. 어머님 건강도 두 해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한 지붕 아래에 4대가 살고 있는 것만으로 얼마나 좋은 일인데요.”노부인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소중한 줄 모르고 자기 발로 나간 아이다. 부모 형제까지 없는 아녀자가 얼마나 잘 살아갈지 내 한번 두고 보겠다.”“대비마마께서 그 아이를 안국총관에 봉한 것은 그저 보여주기 위함이다. 양녀로 들인 것도 아니고, 친인척 관계도 없이, 왕실 명단에 오르지도 못한 총관이 무슨 위세를 떨칠 수 있겠느냐? 영공 저하 작위도 곧 몰수될 거다.”소량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 비추어 볼때, 남들처럼 행복할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최안여는 고고한 자세로 그를 무시했고, 그 역시 최안여에게 불만이 많았다.‘안국총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한편, 진국공부.강씨 모녀는 친정댁으로 돌아가기 전에 부형까지 데려와 최안여와 양자옥에게 고마움을 전했다.“총관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제 여식을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어리석은 결정으로 여식을 잃을 뻔했습니다.”강씨 부인의 부친은 농사일을 하는 농부였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나뿐만이 아니오. 여러분이 이리 빨리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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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더냐?”최안여는 무덤덤하게 물었다.단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웃는 얼굴로 물건을 가득 들고 왔습니다.”최안여는 양자옥의 표정부터 살폈다.“올케에게 사과하러 온 것이니, 올케가 처리해요.”잠시 고민하던 양자옥은 단청에게 말했다.“물건 챙겨서 가라고 하거라. 양씨 가문과 연을 끊었으니, 가식은 그만 떨라고 하거라.”최안여가 한마디 했다.“먼저 사죄하게 하고 쫓아내도 안 늦습니다.”“깜빡할 뻔했네요.”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으로 가던 양자옥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제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양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지만, 진국공부의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순종적인 태도가 습관됐던 그녀는 혼자 대응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자기 딸을 우리 오라버니와 혼인시키려고 했던 때를 떠올려보세요. 그러면 랑이도 없었겠지요.”“맞아요, 그 여자는…”양자옥은 이를 꽉 깨물었다.“올케의 집에 첩으로 들어가 부모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한 이간질들을 떠올려봐요.”최안여의 자극에 양자옥은 마음속 깊이 묻어뒀던 원한을 깨웠다.“부친께서 올케를 한 번이라도 믿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최안여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부녀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부친의 앞에서 하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네요. 그러니 지금은 말하지 마세요.”여씨는 하인들을 데리고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 문 앞에 있던 시위에게 억지 미소를 계속 지으려니, 슬슬 버거워졌다.바로 그때 대문이 열렸다. “총…”최안여가 나올 줄 알았던 여씨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꼴도 보기 싫었던 양자옥이었다.“부인, 죄를 묻기 위해 온 것은 아니겠지요? 혹 우리 진국공부를 쳐들어올 생각으로 저 많은 하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오?”양자옥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침착하게 대응했다.여씨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하인의 말이 진짜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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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여씨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군 네 어미가 되고 싶은 줄 아느냐? 넌 그 여자 따라 죽어야 했어.’“누가 뭐래도 난 계모이고 어릴 때부터 내 손으로 키웠다. 아랫것들 때문에 이런 불효를 저질러? 사죄하러 오라고 해서 내 이리 오지 않았느냐? 한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냐?” 여씨는 양 대감만 넘어갈 수 있는 수법을 양자옥에게 시전했다.“첩으로 들어온 여자에게 어찌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러면서 나를 키워? 모친께서 받은 지참금을 빼앗고 내겐 아껴먹고 아껴 쓰라 하면서 정작 친딸에겐 얼마나 관대했소?”예전이었다면 진국공 부자가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그녀가 아들과 시누를 지켜야 했다. 아무에게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여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양자옥의 모습에 당황하여 울먹였다.“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 큰 마님의 지참금은 대감께서 가져가셨다. 네가 먹고 쓰는 것도 대감의 뜻이다. 절약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너를 위해 한 일이다.”“네가 안하무인으로 굴었으면 진국공부에 시집올 수 있었겠니? 그리고 네가 혼인하자마자 네 모친의 지참금은 네게 주지 않았더냐?”양자옥이 싸늘하게 웃었다.“우리의 혼사는 내 모친과 이 댁 마님께서 오래전 약조했던 것이오! 지참금 또한 서방님께서 받아온 것이지, 돌려준 것이 아니지 않소.”“친정이라는 명분으로 진국공부의 재산을 알아보고 진국공부에 들어올 생각을 하면서 시누를 데려왔다며 질책한 것도 모자라 내 아들로 겁박하지 않았소? 이게 계략이 아니면 뭣이란 말이오? 시누가 안국총관에 봉해지지 않았으면 이리 사죄하러 왔겠소?”여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때마침, 최안여도 밖으로 나왔다.“올케, 진정하세요. 올케의 신분으로 저런 자를 내쫓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 괜한 기운 낭비하지 마세요.”“총관, 저희는 진심으로 사죄하러 왔습니다.”최안여는 헛웃음을 터트렸다.“내가 귀싸대기를 날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아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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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양자옥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간 발생했던 일들은 그녀의 신심을 지치게 했다. 친정에선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것 때문에 죽을 각오까지 했다.“아버님과 서방님께선 높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남을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지는 않고 조정 대신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셨죠. 하온데, 그런 분들이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저러는 거죠?”양자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최안여는 간단한 예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올케의 친모께서 살아생전 여씨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부친을 빼앗고 올케가 잘살지 못하도록 괴롭힌 겁니까?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겁니다.”최안여가 계속 말했다.“인간이 아닌 자들을 사람의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됩니다. 아직 대하는 그런 자들을 용인하고 있고 무조건 인과응보가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양자옥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최안여가 말했다.“용상에 앉아계신 분께서도 그런 분이잖아요. 가장 적은 벌을 내려 자신은 책임을 다했다 여기시는 분이잖아요.”요즘 들어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는 최안여 때문에 양자옥은 깜짝깜짝 놀란다.“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하세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어요.”양자옥이 목소리를 낮춰 주의 줬다. 최안여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한편, 밖으로 쫓겨난 여씨는 분에 못 이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가자! 돌아가서 대감께 양자옥이 친정댁을 무시하고 절연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알려야겠구나.”“마님, 이들은 어찌할까요?”하인은 묶여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호국장군 부인과 안국총관께 죄를 지어 양씨 가문에 누를 끼쳤다. 쓸모없는 것들이니 팔아버려라. 고생할 만한 곳으로 보내거라.”여씨는 매정하게 등을 돌렸다.여씨는 집으로 돌아가 사실을 과장하여 양 대감께 알렸다.다음 날, 양 대감은 양자옥의 불효와 불경, 인연을 끊으려 하는 것을 상소에 적어 올렸다.하지만, 어사는 양 대감이 가장의 역할을 소홀히 한 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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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원하는 대답에 임지원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처남이 와주면 우리도 안심이네. 장인어른 건강은 어떻소?”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진 온겨례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두 차례 발병 시, 운 좋게 의선에게 병을 보였소. 안 그랬으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을걸요.”“얼굴 한번 보기 힘든 존재라 들었소. 심지어 대비마마께서도 의선을 수년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지. 그런 분께서 장인어른을 치료해 주다니, 인복을 타고나셨소.”임지원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의선께서 직접 오신 게 아니라 의선께서 만든 약을 누군가 전달해 준 것이오. 그 정도로 충분히 놀라운 효과를 봤소. 1년 전에 완치되신 후로 다시는 발병하지 않았소.” 온겨례가 말을 바로 잡았다. 그럼에도 그의 눈에 비친 자긍심을 숨길 수 없었다.“장인어른께서 비록 요즘은 자주 조정에 나서지 않지만, 따르는 제자가 많고 영향력 또한 크잖소. 진국공께서 살아 있을 땐 장인어른과 가까이하지 않고 처남과도 거리를 뒀잖소.”“진국공처럼 전공을 많이 세운 장군께서 부친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야말로 두 가문에 좋은 일은 아니지. 이미 돌아가신 분 얘기는 그만 꺼내는 게 좋겠소.”평온하게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심란해졌다. 사실 온겨례는 임지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자기 누이가 임지원과 혼인하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기지 않았으면, 당연히 혼사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최안여와 양자옥은 복장을 정갈히 하고 예를 갖춰 대비에게 인사 올렸다.“대비마마의 하늘과도 같은 은혜에 신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대비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어제 일은 나도 전해 들었소. 자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구려.”“미천한 신녀의 가문이 대비마마께 누를 끼친 것 같아 송구할 따름이옵니다.”양자옥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네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말게.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면서 만족을 못하는 인간들이 간혹 존재하지 않소?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쳐다본 그들의 죄가 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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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왕대비는 그녀의 영민함을 아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많은 이치를 깨우친 최안여를 좋게 봤다. “시름 놓고 총관에게 맡기겠소. 다만 보는 눈도 많은데, 세자 때문에 계속 궁으로 부를 순 없을 것 같소. 세자께는 시내에 있는 주점에서 기다리라고 일러뒀으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료할 것인지 토의해 보게.” 대비는 안국총관이라는 지위로 손자의 건강을 바꾸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소인, 왕비마마를 뵙사옵니다.”“일어나시오.”왕비는 자신에게 인사를 올리는 게 최안여가 아닌 것을 알아차렸다. “황공하옵니다.”“왜 혼자 있는 것이오?”최안여와 대비가 보이지 않자, 왕비는 의아한 듯 물었다.양자옥이 공손하게 답했다.“대비마마께서 신녀더러 왕비마마를 맞이하라고 하셨사옵니다.”“궁녀들이 하는 일을 장군 부인께 하게 했구려. 내 사죄하오. 안국총관이 이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대비마마께서 직접 위로해주시려나 보오. 물론 진국공의 두 장군께서도 전사하였으나 명예는 지키지 않으셨소? 지아비에게 배신당한 총관보단 낫지 않소?”왕비의 말에 양자옥은 가슴이 싸늘해졌다.왕비의 신분만 아니었어도, 당장 욕부터 했을 것이다. “왕비, 오셨구려.”왕대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국총관과 장군 부인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리 왔사옵니다. 신첩이 임씨 가문의 낭자를 칭찬한 것 때문에 총관을 번거롭게 했잖습니까?”왕비의 말에 씨가 있었다.최안여는 답하는 대신,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대비는 무례한 왕비의 말에 기분이 언짢았다.“혹 임씨 가문의 낭자를 칭찬한 것을 여태 마음에 두고 있진 않겠지?”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캐물었고 대비는 왕비를 말리지 않았다. “마마, 농이 지나치십니다. 낭자께서 큰 공을 세운 것은 이 시대의 진정한 본보기이옵니다.”“하온데 왜 전하께서 혼례를 윤허하는 교지를 내리자마자, 이혼을 윤허한다는 교지를 내린 것이오? 백성들이 전하께서 변덕스러우시다고 여길까 염려되오.”왕비는 주상을 염려하는 것처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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