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장군의 아내, 왕세자와 재혼한다: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제11화

“마지막으로 일러주겠네. 오늘부로 다시 한번 우리 가문에 찾아와 난동을 피운다면 내 그대들에게 극악무도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겠네.”말을 마친 최안여가 손을 한 번 툭 치자, 여러 명의 시위가 막대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단청이 소리쳤다.“썩들 안 꺼지시오? 진국공부의 시위에게 매라도 맞아야 갈 것이오?”사람들이 허둥지둥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최안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곧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구나.’임씨 가문의 뒤뜰.임지원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안남후가 조회(朝會) 전후로 찾아와 사과하더구나. 우리 가문에게 제대로 된 성의 표시를 하겠다더구나.”임지음은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들었다.임천이 한마디 했다.“당연한 것 아닙니까? 온 가족을 데려와서 속죄해도 모자랄 판입니다.”온씨는 임지원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오늘 오라버니께서 뭐라 하던가요?”임지원이 어두운 얼굴로 부인에게 말했다.“무슨 말을 하겠소, 우리더러 행동거지를 조심하라 하더이다. 혼례로 안 치르던 처자가 회임을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에 전하께서 혼례를 불허했다면 첩으로 들었을 거라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라 하더군.”임지음은 고개를 더 떨궜다.“외조카에게 어찌 그런 말을 하는지… 장인어른과 처남의 입지가 없었다면 회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댁의 며느리를 내쫓고 본처가 되진 못했을 거라 하더군.”온씨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부모 형제가 전장에서 전사한 걸 빌미로 동정심이나 유발하는 이혼녀가 감히 내 딸의 인생을 망치려 했습니다. 반드시 대가를 치를게 할 겁니다.”임천의 눈빛이 번쩍였다.“어머님, 그 여인을 소자가 첩으로 들이는 건 어떻습니까? 평소엔 뒷방에 처박아두고 누이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괴롭히는 겁니다.”임천의 음흉한 계획은 하인에 의해 중단되었다.“대감마님, 마님, 사람들이 또 찾아왔습니다.”임지음은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미천한 것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소란을 피운다는 게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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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 일은 반드시 해명하겠소.”소량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씨 가문 사람들을 쫓아냈음에도 임씨 가문 사람들은 분이 풀린 것 같지 않았다.“대단한 가문인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줄은 몰랐네. 안남후가 되자마자 벌써 누이의 머리 위에 올라가려 하다니.” 온씨가 불쾌한 듯 말했다.“회경하던 중에 안남후가 약에 중독되지만 않았어도 내 딸이 안남후와 가까이하지 않았을 것이고 회임하지도 않을 거요. 명성이 바닥칠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요.”하인들과 선물을 옮긴 임지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양씨가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가야, 그간 고생이 많았다. 며느리 교육을 못 한 내 탓이니, 원망하려거든 나를 원망하여라.”“어머님을 탓하라니요? 가족을 잃은 낭자가 안남후의 사랑을 받는 소첩을 투기하여 벌인 일입니다. 어머님 탓이 아닙니다.”“누이가 이리 너그럽습니다. 야박한 누구랑은 비교가 안 되지요. 그러니 하늘도 누이를 도운 것이겠지요.” 임천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소량은 최안여의 체면을 최대한 세워주려 했다. 그럼에도 얼굴을 붉히며 자신과 따지는 그녀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얼마나 온화하고 세심한지, 거칠고 무지한 아녀자들과 다르오.” 분위기가 조금 좋아지자, 양씨는 입을 열었다.“오늘 이리 찾아온 것은 사죄하기 위해 온 것도 맞지만, 사돈댁과 혼례일에 대해 상의하려고 왔소. 주상께서 혼례를 허하셨고 안남후도 상복을 입을 필요가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오.”임지음은 얼굴을 붉히며 소량을 쳐다봤다.임지원과 온씨도 시선을 교환했다. “물론 좋은 일이긴 하다만…”온씨가 망설였다.“어머님 편히 말씀하십시오.”소량이 말했다.잠시 망설이던 온씨가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사흘 안에 진국공부에 은자 75여만 냥을 반환하라는 교지를 내렸다 하던데… 그러면 혼수는…”온씨가 양씨 모자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말했다.“내 여식은 이미 최안여 때문에 모욕을 당했소. 간소한 혼례를 올린다면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될 것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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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가문 사람들이 가만있겠소?”온씨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질문을 했다.“그동안 충분히 관용했습니다. 이제부터 소관이 소씨 가문의 가장입니다.”양씨도 한마디 했다.“최안여에게 절대 집안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아니 된다 그리 말했거늘, 결국 이 사단을 만들었소.” 소량도 맞장구를 쳤다.“지음 낭자는 출신 신분이 고귀하고 전장에서 공을 세운 큰 인물이니 투기 어린 마음에 한심한 짓을 하는 여인과 다를 겁니다.”온씨의 얼굴이 밝아졌다.“상인 집안의 후손 아니오? 돈밖에 모르는 여인과 내 여식을 비교가 안 되지요.”임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껍데기만 남은 진국공부에는 지금 두 여인밖에 없습니다. 최안여는 주상의 교지에 반발했고 양씨는 출생 신분이 미천하지요. 무식한 아녀자 둘이 언제까지 큰소리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임지음도 동감했다.두 집안 상의 끝에 혼례일을 닷새 뒤로 정했다. 촉박한 감이 있긴 했지만, 회임 사실이 새어나간 마당에 대놓고 하는 편이 모양새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귀족 세력과 역사가 유구한 세력과의 혼례다. 이번 혼례를 통해 망해가는 진국공부를 밟아버리는 게 주목적이다.임씨 가문에서 나온 양씨가 물었다. “관아에 잡혀간 사람들은 저대로 둘 것이오?” 소량은 유독 냉철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지금은 소자의 혼례가 먼저입니다. 고생을 해봐야 다시 그런 짓 못 합니다. 소자가 재물을 요구할 명분이 제일 적절한 시기가 혼례를 올린 뒤입니다.”양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드님은 생각이 깊으시구려. 자기 발로 복을 차버리고 나간 최안여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됐구려.”소량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여인에겐 과분합니다.”“그녀에게 화난 것은 이해하오. 허나 그간 우리 가문의 살림살이에 많은 돈을 보태준 것도 사실이오. 지음 낭자와 다시 시작한 덕분에 고민을 덜게 되어 나도 기쁘오.”소량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진국공부가 모두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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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하인들은 어리둥절해서 마차를 따라갔다.양자옥을 태운 마차는 갑자기 막아선 하인 때문에 멈춰섰고, 어쩔 수 없이 진국공부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최안여는 양자옥이 돌아오자마자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올케도 나를 버리는 게요?”아들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었던 양자옥은 애써 눈물을 삼켰다.양자옥을 품에서 놓아준 그녀가 하인에게 명했다.“랑이를 데려가거라.”순순히 하인을 따라 나가는 최랑을 본 뒤에야, 양자옥을 끌고 방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양자옥이 쓴 유서를 베개 밑에서 꺼냈다.“올케, 이럴 겁니까?”그녀는 확인하지 않은 유서를 다시 양자옥에게 건넸다.양자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슬픔을 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먹구름이라도 낀 것처럼 암울했다.“진국공부에서 제일 지위가 높은 게 저랍니다. 전하께서 교지를 내리셨고, 장군 부인이기에…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진국공부에 들어오겠다 하더군요. 허나, 진국공부에 들어와 사는 게 목적은 아닐 겁니다. 분명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입니다.” “천륜을 끊을 수 없어 목숨을 끊으려 한 것입니다. 제가 죽어야, 제가 친정댁에서 목숨을 끊어야 진국공부에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양자옥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우리 랑이의 고모님이니, 랑이를 잘 양육하실 거라 굳게 믿습니다. 친정 식구들도 진국공부의 유일한 적통에게 함부로 못 할 것입니다. 전하께서 아가씨께 작위를 하사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면 아무도 아가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저도 서방님을 당당히 뵐 수 있겠지요.” “우리가 진정 올케의 희생으로 평안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게요?”양자옥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연달아 찾아온 슬픔과 압박감으로 그녀는 이미 무기력해졌다.“이혼한 시누가 친정에 돌아오자마자 올케까지 그리 떠나면, 결국 나는 가족들을 잡아먹었다는 누명만 쓰겠지요.”최안여의 말에 양자옥의 두 눈이 커졌다. “가족까지 잡아먹은 이혼녀인 고모와 여섯 살짜리 조카를 너그러이 봐주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 그간 부형께서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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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소량은 서늘한 기운이 이마를 스쳐 지나는 것 같았다.최안여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소량은 그녀가 자기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굳이 이런 동전들을 가져온 것이오? 돈을 갚기 싫은 것이오, 아니면 안남후부는 동전을 끌어모아야 할 정도로 처지가 안 좋아진 것이오?”최안여는 그의 얕은수를 이미 예상하였다.“여봐라! 은덩이를 장비에 올리고, 동전들은 병부에 필요한 식량과 물자를 구비하여 내 명의로 변경에 기부하거라.”소량의 농간은 그녀에게 먹히지 않았다. 소량의 이마 핏줄이 꿈틀거렸다.“조모님께서 약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병이 다시 악화하고 있소.”소량이 자초한 일이기에 그를 봐줄 생각은 없었다.“내게 시댁에 불효와 불경한 짓을 저지른 여인이라 하지 않았소? 노부인의 병이 악화했으면 안남후가 돌보지 그러시오?” 단청이 비웃으며 말했다.“안남후께서 어찌 아시겠습니까? 아씨께서 노부인을 돌보면서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을 때, 변경에서 임씨 가문 낭자와 노닥거렸을 텐데요.”소량의 예상과는 달리 최안여는 평온했다.소량은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그대가 아무리 진국공의 여식일지라도 변경에서 공을 세운 지음 낭자를 이리 욕보일 자격은 없소!”“변경을 지키기 위해 가족까지 잃은 마당에, 뭣을 더 해야 한다는 거요?”최안여의 말에 소량은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할 말을 잃은 소량에게 최안여가 말했다.“채무는 다 상환했으니 더는 진국공부 앞에서 어슬렁거리지 마시오. 소금을 뿌릴 여력도 없으니.”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으라는 명을 내렸다.양자옥은 아무 말도 못 하는 소량을 보고 있으니 후련한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소씨 가문과 완전히 연을 끊은 것은 잘된 일이긴 하나, 소씨 가문과 임씨 가문이 사돈의 연을 맺으면 온씨 가문이 그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겁니다. 마냥 좋게 볼 상황은 아닙니다.”최안여는 온씨 가문의 위상 높은 두 인물을 떠올리자, 헛웃음이 나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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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에 관한 소문을 최안여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왕비와 서자(庶子)가 왕세자를 견제하여, 왕세자가 왕비에게 불효를 저질렀다는 낭설을 여러 차례 냈고 그것은 곧 백성들에게 왕세자에 대한 반감만 생기게 했다. “올케는 임지음이 영웅호걸이라는 말을 믿습니까?”최안여는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소량에 대한 원망도 자신에 대한 질책도 없었다.“물론 믿지 않아요. 진정으로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은 가정이 있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설령 마음이 생겼다 해도 접으려 하겠지요. 미약에 중독돼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뱃속의 아이한테까지 들려 줄 어미는 없습니다.” 양자옥은 그제야 최안여가 이런 질문을 한 의도를 깨닫게 되었다. “전부 낭설이라는 말씀인가요?”“왕비마마는 저하의 친모가 아니십니다. 후궁이었던 여인이 어찌 키우지도 않았던 저하의 효를 논할 수 있습니까?”양자옥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군요.”“내일 아침 일찍 궁에 가야 하니 오늘은 일찍 쉬세요.”“또요?”“대비마마께서 신경을 써주셨으니,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그리고 저 모녀가 어의에게 치료를 받았다면 분명 궁에서도 말이 돌 것입니다.”어두운 밤, 최안여는 창밖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둥근 달이 휘영청 떴건만, 아무도 없구나. 이 순간을 함께 나눌 말조차 이룰 수 없네.’“아버님, 어머님, 오라버니… 소녀가 올케와 조카 랑이를 잘 지킬 테니 부디 염려 마셔요.”차가던 바람은 어느새 새벽바람이 되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며 하늘에는 찢어진 흰 구름이 떠다녔다.모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침구를 정리한 뒤, 마당에 서 있었다.양자옥이 방에서 나오자, 두 사람은 황급히 양자옥에게 인사부터 올렸다. “미천한 저희를 받아주신 장군 부인께 은혜를 갚아야 할런지요.”양자옥은 황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켰다.“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을 터인데, 이리 일찍 일어난 것인가? 찬을 준비하고 있으니 배고파도 조금만 참으시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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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대비마마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신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대비는 손을 흔들며 말씀했다. “사람을 보내어 그 병사의 신분을 확인하셨네. 안남후의 휘하에 속해 있었으나 진국공 부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소. 진국공과 엮으려 해도 엮을 수는 없을 걸세.”설령 선친의 휘하에 있던 병사라 해도 봐줄 생각이 없었다.“내가 친히 주상께 고하여 공정한 처리를 하시어달라 청하겠소. 안남후도 호국영웅의 여식을 자기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이번에는 경고가 되겠지만, 만일 안남후가 더 많은 공을 세워 진국공부를 대처하게 된다면, 아무도 그가 저지른 황당한 일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부인의 일이 해결되었소. 얼른 대비마마께 인사 올리게.”최안유는 얼른 부인에게 한마디 일러줬다.여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숙여 대비마마께 인사 올렸다. 왕실의 수장이 미천한 자기 일을 처리해 주는 게 쉬이 믿기지 않았다.대비가 말했다.“여봐라, 이들을 주상께 안내하거라. 주상께 최씨 가문 여식이 거리에서 구한 백성이 온대,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귀를 기울여달라 하거라.”“알겠사옵니다, 대비마마.”상궁이 모녀를 데리고 나갔다.이곳엔 그녀와 대비만 남아 있었다. 대비께서 자기만 따로 남긴 연유를 그녀도 모르는 바 아니다. “낭자는 지혜로운 사람이니, 이 늙은이가 따로 하고자 하는 말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오.”“세자 저하의 일인 줄 아옵니다.”“세자께서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들어보았을 것이오. 어의가 오래전에 진단했고 민간에도 소문이 돌고 있으니 모를 리 없을 테지. 어의의 의술이 능숙하나 세자의 병을 고치진 못했소. 낭자의 손에 의선이 만든 해독제가 있다하던데…”최안여는 물었다.“혹 의선에게 저하의 병을 보일 생각이옵니까?”대비가 고개를 끄덕였다.“의선께서 궁중 사람들과 얽히는 것을 꺼리시는 것을 마마께서도 아시리라 믿습니다.”대비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바로 그것 때문이오. 몇 년간 의선을 찾으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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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최안여의 눈빛이 번쩍였다. ‘내가 따져야 할 가문이 어찌 소씨 가문 사람뿐인가?’“신녀, 실망하게 하지 않겠사옵니다.” “의선의 제자가 언제 회경하는지 아시오?” 대비는 물었다.“이미 왔사옵니다.”그녀의 말에 대비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정말이오?”“신녀, 더는 마마를 속이지 않겠사옵니다. 어릴 적, 의선께서 진국공부에 몇 년간 묶으면서 신녀에게 의술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대비는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자네가?”대비는 자신의 눈에 비친 갓 스물을 넘긴 처자를 바라보았다.부모와 형제를 여읜 슬픔에 빠져있긴 하나, 그녀의 눈빛만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비는 상황이 점점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의녀 때문에 조강지처를 배반한 안남후가 훗날 의선의 제자를 배반한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날 세자께서 복용한 해독약이…”“네, 신녀가 조제한 것이옵니다. 사부님께서 몇 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고 약을 오래 보관하면 효능을 잃기에…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부님의 이름으로 저하께 약을 드렸사옵니다. 송구하옵니다.”대비는 사실 왕세자가 입궁하자마자 어의를 불러 해독약의 효능을 알아보라 했다. 어의는 세자께서 복용한 약이 다른 약과 달리 효과가 뛰어났고 허약한 몸에도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어쩌면 이것이 하늘의 뜻일지도… 이 사실을 몰랐으니, 자네의 앞에서 지음 낭자의 의술을 자랑했겠지…”대비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세자 저하를 뵙고 싶사옵니다. 여기 있는 줄로 아옵니다.”“총관의 영민함은 이루 말할 수 없군.”그때, 병풍 뒤에 숨어있던 육경침이 가벼운 기침을 두어 번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대비마마의 비호를 받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신뢰할 만한 능력을 보여야 하겠지요.”말을 마친 최안여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 것을 부탁했다.육경침은 말없이 옷소매를 걷어 손을 내밀었다.“적어도 한 해, 많게는 두 해 안에... 약효를 다할 것이옵니다.”대비가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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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아무 말 없는 대비 대신, 육경침이 먼저 입을 열었다.“모두가 내 죽음을 기다릴 터인데, 두 해가 지나 완치 소식을 알리면 얼마나 놀랐지...”최안여는 말없이 대비가 건네준 붓을 들어 방서를 써 내려갔다.대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숨은 능력자가 여 있을 줄이야. 소씨 가문의 노부인도 엄청난 방서를 받았겠지.”“원래 심각한 병은 아니었사옵니다. 다만 나이가 많고 겁이 많아 아프다고 과장한 것이옵니다. 이미 오래전에 회복되었음에도 귀한 약재를 구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이옵니다.”육경침의 얼굴을 살피던 대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세자의 건강은 자네에게 맡기겠소. 의선 제자라는 것은 내 반드시 숨겨주겠네.”“황송하옵니다. 신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그 모녀는 궁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걸세.”대비가 그녀에게 일러주었다.“할마마마, 어찌 설명하지 않은 것이옵니까? 전하께서 총관에 명하고자 한 것을 왕비마마께서 꾸민 모략 때문에 중단된 것을 말이옵니다.”최안여가 나간 뒤 육경침이 물었다.“이 궁에서 수많은 음모와 계략, 배신과 투기를 봐왔습니다. 정 때문에 가장 관건적인 순간에 가장 방해가 되는 법입니다. 한데, 규수의 눈빛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해서 이것을 단순한 거래로 만들어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도운 겁니다. 내 마음을 오해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삶을 여인을 또다시 정이란 굴레 속에 속박할 순 없으니 이리하는 수밖에요.”“주상께서 진국공에게 못 할 짓을 했지요. 주상의 어미로서 제 역할을 못 한 이 늙은이 잘못입니다. 하여 그의 여식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편이 되어줄 생각입니다.” “이 방서는 어의에게 전달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육경침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대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필요한 것은 남기고, 그렇지 못한 것은 남겨둘 필요 없겠지요.”오래전, 왕비는 어의 중 하나를 매수해 왕세자의 진맥과 병세를 낱낱이 보고케 하였다. 비록 나서서 음모를 꾸미진 않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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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잘 들어라, 여긴 진국공부다.”단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양(梁)씨 가문 하인들이 큰소리를 친 상대는 단현이었다. “진국공부? 그 댁 주인은 출가하지 않았소? 그러니 여긴 진국공부가 아니오. 이혼을 했더라도 이곳에 돌아올 이유는 없소. 장군 부인께서 그 댁 낭자를 불쌍히 여긴 나머지 여기로 데려오긴 했으나 그건 옳지 못한 행동이오.”양씨 가문 사람들은 자기가 진국공부의 사람이라도 된 양 행동했다.“소문으론 혼수도 다시 가져와 장부에도 기장하지 않았다지? 진국공부에 돌아왔으면 장군 부인께 마땅히 맡겨야 할 터. 안남후부와 대립한 것도 모자라, 임씨 가문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워? 자신을 사지로 내모는구나.”“혼수 품목 목록을 내 적어줄 테니 부인에게 가져다주겠느냐?”최안여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양씨 가문 하인은 얼어붙었다.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최안여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돌아오셨군요. 쇤네, 주인마님의 명을 받아 장군 부인을 뵈러 왔습니다.”양씨 가문의 다른 하인이 건방지게 말했다. “내 혼수에 대해 먼저 말하자꾸나. 아까까지 큰소리를 치지 않았더냐?”최안여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인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조심스레 말했다.“농이 지나치십니다. 쇤네, 말을 하던 중 헛소리가 나온 겁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그래, 너 같은 천것은 죽여 내 눈을 버리는 것 또한 비위가 상할 것 같구나.”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사람을 시켜 하인을 끌어내게 했다. “양씨 가문은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나보구나.”하인이 발버둥 치며 변명하려 했으나, 최안여의 부하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서 하인의 목에 겨눴다. “아가씨…”겁을 먹은 하인이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오늘 왜 온 것이냐?”최안여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녀를 바라보았다. “부인께서 어제 본가로 오신다 약조하셨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마님께서 이리 보내셨습니다.”“방금 내 부하가 여기가 진국공부라 말하지 않았느냐?”최안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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