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는 대비 대신, 육경침이 먼저 입을 열었다.“모두가 내 죽음을 기다릴 터인데, 두 해가 지나 완치 소식을 알리면 얼마나 놀랐지...”최안여는 말없이 대비가 건네준 붓을 들어 방서를 써 내려갔다.대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숨은 능력자가 여 있을 줄이야. 소씨 가문의 노부인도 엄청난 방서를 받았겠지.”“원래 심각한 병은 아니었사옵니다. 다만 나이가 많고 겁이 많아 아프다고 과장한 것이옵니다. 이미 오래전에 회복되었음에도 귀한 약재를 구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이옵니다.”육경침의 얼굴을 살피던 대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세자의 건강은 자네에게 맡기겠소. 의선 제자라는 것은 내 반드시 숨겨주겠네.”“황송하옵니다. 신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그 모녀는 궁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걸세.”대비가 그녀에게 일러주었다.“할마마마, 어찌 설명하지 않은 것이옵니까? 전하께서 총관에 명하고자 한 것을 왕비마마께서 꾸민 모략 때문에 중단된 것을 말이옵니다.”최안여가 나간 뒤 육경침이 물었다.“이 궁에서 수많은 음모와 계략, 배신과 투기를 봐왔습니다. 정 때문에 가장 관건적인 순간에 가장 방해가 되는 법입니다. 한데, 규수의 눈빛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해서 이것을 단순한 거래로 만들어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도운 겁니다. 내 마음을 오해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삶을 여인을 또다시 정이란 굴레 속에 속박할 순 없으니 이리하는 수밖에요.”“주상께서 진국공에게 못 할 짓을 했지요. 주상의 어미로서 제 역할을 못 한 이 늙은이 잘못입니다. 하여 그의 여식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편이 되어줄 생각입니다.” “이 방서는 어의에게 전달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육경침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대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필요한 것은 남기고, 그렇지 못한 것은 남겨둘 필요 없겠지요.”오래전, 왕비는 어의 중 하나를 매수해 왕세자의 진맥과 병세를 낱낱이 보고케 하였다. 비록 나서서 음모를 꾸미진 않았지만,
Last Updated : 2024-12-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