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40 챕터

제11화

김리아는 화장실에서 달려 나와 문 앞까지 미친 듯이 뛰었는데 그 과정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하지만 그녀는 1초도 더 머물기 싫었다.업장 밖에는 어느 순간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도, 빗물도 차가웠지만 몸과 마음이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민소희는 그녀의 아픈 손가락이었다.자신을 향한 그 어떤 모욕도 견딜 수 있었지만 딸은 안 된다.민우빈이 준 티셔츠는 허벅지 일부를 덮을 정도로 길었지만 얇아서 비바람이 몰아치니 몸이 덜덜 떨렸다.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데 문득 긴 벤틀리 차량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김리아가 예쁜 눈을 크게 떴다. 낮에 텔레비전에서 봤던 육정아였다. 육씨 가문 아가씨가 업장에는 무슨 일로? 설마, 민우빈을 찾으러 온 건가...김리아는 택시를 잡으려던 손을 거두고 대리석 기둥 옆에 서서 육정아를 바라보았다.예쁘고 당당하고 우아한 그녀는 미인이었다.반면 민우빈은 여자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다가 우연히 남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도경호를 만났다.도경호는 자신이 잘못 들어간 줄 알고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민 대표님, 잘못 들어가신 거예요? 거기 여자 화장실인데.”민우빈은 무시한 채 밖으로 나갔고 도경호도 서둘러 따라갔다.“민 대표님, 오늘 프로젝트에 관심도 없으시고 그 여자 상무도 거슬려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성가시지 않게 사인했어요. 괜찮죠?”민우빈이 짧게 대꾸했다.“엇, 얼굴이 왜 그래요?”도경호는 민우빈의 뺨이 약간 붉어져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더 이상한 것은 민우빈이 여자 화장실에서 나올 때 호기심에 들여다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오늘 밤 민우빈의 행동이 무척 이상했다.민우빈이 몸을 돌려 얼굴을 찡그렸다.“괜찮아.”도경호도 더 묻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민 대표님, 방금 엄청난 소식을 들었어요. 인강에서 제일 부자인 김씨 가문에서 경인에 사람을 보냈는데 협상할 큰 프로젝트가 생길지도 모르겠어요.”민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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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육정아는 민우빈이 먼저 나서서 자기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 잔뜩 들떠서 이렇게 말했다.“잘됐어, 저기 차 기다리고 있어.”민우빈은 육정아를 따라 벤틀리에 올라탔고 타자마자 육정아의 손을 놓았다.문이 쾅 닫히고 검은색 벤틀리가 비 내리는 밤 속을 달렸다.민우빈은 고개를 돌려 검은 차창 너머로 폭풍우 속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연약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이 비바람에 쓰러질 것 같았다.폭우가 쏟아지고 거리에는 하얀 비안개가 겹겹이 쌓이며 돌풍이 휩쓸고 지나가 하늘과 땅을 하얗게 뒤덮었다.“우빈아, 뭘 보고 있어?”육정아의 부드럽고 나른한 몸이 민우빈의 몸으로 다가갔고 민우빈이 갑자기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놀란 육정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왜, 왜 그래?”“다른 사람이랑 닿는 거 익숙하지 않아.”“아.”육정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감히 다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다른 사람이라고? 괜찮아, 어차피 결혼하면 익숙해질 테니까.’벤틀리가 떠날 때 육정아의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뒷유리창 너머로 한 인물을 포착했다.그 여자다, 김리아!육정아의 입술은 차가운 미소로 말려들었다. 귀국하기 전에 이미 민우빈이 밖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조금 전까지 민우빈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그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저 여자가 분명해!’이 생각에 그녀는 질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폭우가 계속 쏟아져 차창을 때리고 안개가 자욱한 장막을 형성했다.앞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 상대를 볼 수가 없었고 빗소리 외에는 주변에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민우빈의 시선이 멈칫하며 가느다란 손으로 섹시한 턱을 감싼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살며시 고개를 돌린 육정아는 민우빈의 잘생긴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흠 하나 없는 잘생긴 얼굴, 산처럼 높은 콧대, 가는 눈매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사람의 영혼을 낚아채는 듯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었다.반드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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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어르신의 개인 비서 허지원이라고 합니다...”조금 전 업장 앞에서 비에 흠뻑 젖은 김리아는 찬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얇은 티셔츠를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허지원이 막 수트를 벗어서 넘기려던 찰나 김리아가 제지했다.“됐어요. 가서 어르신께 전해요. 돌아가시는 날 장례식엔 참석할 거라고.”“하지만 아가씨께서 돌아가시지 않으면 회사와 재산은 어떡해요?”허지원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명령을 받고 인강에서 차로 15시간이나 걸리는 경인까지 왔는데 아가씨가 이렇게 말하면 돌아가서 어떻게 알리나.“그 사람 돈은 나랑 상관없어요.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안 그러면 죽어도 보러 가지 않을 테니까.”김리아가 허지원을 곁을 지나치며 얄팍한 몸이 폭우 속에 가려졌다.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눈 앞을 가렸고 잔걸음으로 아파트까지 달려갔다.온몸이 흠뻑 젖었다.민소희를 돌보는 가정부 장경숙이 큰 수간을 건넸다.“아이고, 우산도 없이 외출하셨네요. 얼른 가서 씻으세요.”“네.”김리아는 수건을 몸에 감고 거실을 향해 외쳤다.“소희야, 엄마 왔어!”안타깝게도 민소희는 거실의 담요 위에 혼자 앉아 손에 든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못 들은 척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음, 소희는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요.”장경숙은 한숨을 쉬었다.무력감과 좌절감이 김리아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뻔했다.털썩.거실에 들어선 그녀는 무너져 내리는 몸을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민소희 곁에 쓰러지며 아이를 안았다. 밤새 겪은 굴욕과 아픔으로 피투성이가 됐지만 소희가 한번 쳐다봐 주기라도 하면 위로가 될 것 같았다.하지만 민소희는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뺨이 뜨거워지고 마침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스무살 성인이 된 후 인강을 떠나 집을 나와 혼자 공부하며 살았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우는 법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이혼 서류에 서명할 때도 그녀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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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머릿속이 그대로 정지되었다. 민우빈이 왜 집 앞에 나타난 걸까? 분명 육정아 차에 타는 걸 봤는데.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절대 자기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던 그 남자가 이제 그녀의 집에 와 있었다.정신을 차리지도,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녀는 자기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타월만 두르고 있다는 걸 잊었다.민우빈이 문을 닫았다.눈앞에 펼쳐진 매혹적인 정경에 분노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목욕 타월은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감추지 못했고 밑으로는 곧은 다리가 뻗어져 있어 아예 나체로 있는 것보다 유혹적이었다.“김리아! 이렇게 입고 문을 열어? 대체 어떤 남자를 기다리는 거야, 누구를 유혹하려고? 그렇게 남자가 고파? 아까 그걸로는 만족이 안 돼?”민우빈은 분노로 가득 찬 차가운 눈빛으로 연달아 물었다.김리아는 당황했다. 장경숙이 뭔가를 가지러 온 줄 알고 수건으로 대충 몸을 감싸고 문을 연 거다. 게다가 문 뒤에 숨어서 열었는데 그가 굳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그녀가 이곳에 이사 온 걸 누가 안다고 남자를 기다리고 있겠나. 그러는 그는 어떻게 이곳의 주소를 알게 된 걸까? 남자는 온몸이 젖은 채 머리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아 비를 맞은 것 같았다.“내가 누굴 기다리든 무슨 상관인데?”김리아는 초조한 듯 거실 안을 돌아보았다.“여긴 왜 왔어?”그 순간, 민소희는 담요 위에 누워 소리 없이 잠들어 있었고 잠든 아이의 앳된 얼굴엔 병약한 창백함이 담겨 있었다.김리아는 서둘러 달려가 허리를 굽혀 소희를 안고 방으로 데려가 재우려고 했다.그 움직임으로 인해 몸에 두른 수건이 떨어질 뻔했지만 그녀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겨우 몸만 가렸다.그 행동이 더더욱 자극적인 유혹이 되었다.눈을 질끈 감은 민우빈의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가 얼마나 자극적인지 그가 제일 잘 알았다. 정상적인 남자로서 그가 다른 남자를 유혹하려고 했다는 생각에 순간 그의 두 눈에 타올랐던 불이 꺼지고 차갑게 식었다.김리아는 소희를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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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민우빈, 당신이 소희 데려가면 내가 우리 관계를 폭로할까 봐 두렵지도 않아? 잊지 마, 당신 아직 사인 안 했다며. 그러면 우리가 아직 부부라고 생각해도 되나? 당신이 그렇게 아끼는 육씨 가문 아가씨는 어떻게 될까?”김리아의 말은 명백히 경고였다.절대 소희를 포기할 수 없었다.민우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위험한 빛을 발산했다.“날 협박하는 거야? 우리 관계를 폭로해서 정아를 내연녀로 만들겠다고? 걔 평판을 더럽힌 다음 경인에 발 못 붙이게 하려고?”“내연녀 아니야?”김리아가 되물었다.참 우스웠다.육정아는 이미 내연녀가 아니었나? 셔츠에 묻은 입술 자국, 향수 냄새까지. 그땐 아직 이혼 얘기도 꺼내지 않았고 사인도 안 했는데 그는 육정아를 약혼녀라고 칭하며 함께 호텔에 드나들고 클럽을 다니고 손까지 맞잡아놓고 내연녀가 아니라고?민우빈은 김리아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침체한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그러다 민우빈이 입을 열었다.“정아는 잘못 없으니까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마. 걘 상처받을 이유 없어. 이미 알았다면 더 얌전히 지내면서 걔를 건드리지 말아야지.”육정아를 지키려는 그의 행동에 김리아는 마치 자기 심장 한 조각이 뽑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얌전히 있으라고?허, 육정아가 상처받지 않으려면 그녀는 버림받아도 된다는 건가?김리아는 가슴에 찌릿한 고통과 함께 두 눈에 아픈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여긴 내 집이야. 당장 나가. 안 가면 경찰 부를 거야.”“신고한다고?”민우빈은 농담을 들은 듯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김리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민우빈은 경인에서 손바닥으로 하늘도 가릴 사람이었고 그들은 민우빈에게 굽신거리는 입장이다. 그녀는 그와 양육권을 놓고 다투면 질 게 뻔하다는 걸 알기에 그의 심기를 거스를 수가 없었다.그녀는 결국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각자 양보해. 난 당신이랑 육정아 씨 방해 안 하고 다른 사람한테 우리가 결혼했단 사실도 안 알릴 테니까 양육권 뺏지 마. 각자 자기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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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민우빈이 손에 힘을 주자 그녀는 턱이 부러질 것 같았다.통증 때문에 김리아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털까지 쭈뼛 섰다.민우빈이 차갑게 말했다.“주제넘게 굴지 마. 지금 네 능력으로 여론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 네가 감히 정아를 건드리면 난 바로 널 무너뜨릴 수 있어. 내가 소희 데려가면 넌 앞으로 아이 만날 생각도 하지 마.”김리아는 극심한 고통을 애써 견뎌냈다.소희는 그녀의 약점이었다.그녀의 입술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었다.“민우빈, 어떻게 뻔뻔하게 이런 종이를 내밀어? 이게 내연녀랑 다를 게 뭔데? 육정아랑 결혼하면서 나랑 내 아이는 떳떳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야?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몇 번이나 몸부림쳐도 벗어나는 대신 가운만 흐트러져 신체 일부가 훤히 드러났고 민우빈의 눈동자가 짙어졌다.“왜, 도경호랑 만나는 거야? 아직도 재벌가에 들어가고 싶어? 너 같은 뻔뻔한 여자가 어떻게 엄마가 될 자격이 있어?”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호흡이 가빠지더니 갑자기 그녀의 몸을 돌렸다.김리아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가 겉옷이 몸에서 완전히 벗겨졌고 남자가 한 손으로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등 뒤로 바싹 다가왔다.그녀는 뜨겁고도 단단한 상대의 몸을 느끼며 녹아내릴 것 같았다.“그만해! 나한테 손대지 마!” 김리아는 당황하며 소리쳤다.“도경호한테는 대주고 나한테는 안 대줘? 값만 불러, 얼마든지 낼 테니까.”민우빈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남자는 본능적인 동물이라 지금 이 순간 터질 듯한 아랫도리를 해소하고 싶을 뿐이었다.“꺼져! 방에 소희 있잖아.”그는 그녀를 모욕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민우빈은 그녀를 돌려세우고 직접 고가의 명품 넥타이를 풀더니 손쉽게 그녀의 손을 묶었다.“그럼 소리 크게 내지 마. 욕심이 너무 많네. 참 방탕해. 아까 그걸로는 만족이 안 됐나 봐?”다시 어깨에 난 자국을 보았을 때 그는 너무 화가 나서 그녀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벌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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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다음 날 아침, 김리아는 소희를 챙긴 뒤 상원 투자회사로 갔다.속으로 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3개월 동안 일해야 퇴사할 수 있지만 거래를 성사했으니 보너스 절반만 받고 내일 당장 그만두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정인수도 손해 볼 게 없으니 들어줄 거다.하지만 그녀가 회사 문을 막 들어섰을 때 안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비명이 들렸다.“아이고, 아파. 아프다고.”그 목소리는 정인수 같았다.김리아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들어가니 정인수 사무실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들여다보자 정인수의 꼴이 볼만했다. 이마에 거즈를 두른 채 두 눈은 퍼렇게 멍이 들고 입가엔 피가 흘러내리며 얼굴 전체가 변형되었다. 한쪽 팔은 탈골되어 소매에 달려 있었고 다리는 절뚝거리는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녀는 당황했다. 대체 정인수가 뭘 겪은 걸까, 조금 전 한바탕 두들겨 맞은 것 같은데.김리아를 보자마자 정인수가 언성을 높였다.“여긴 왜 왔어!”김리아는 의아했다.“대표님, 상의드릴 게 있어요. 저 그만두고 싶어요. 어제 체결한 거래에 대해서는 보너스 절반만 받을게요.”정인수의 두 눈에 불길이 이글거렸다.“너 대체 뭐야,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잖아!”김리아는 어리둥절했다. 그녀 때문이라고? 이제 출근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업무 얘기를 나누기 전에 그녀를 고객이 데리고 놀 장난감으로 넘기려는 속셈이 있었다는 것도 아직 따지지 않았는데 대체 누가 누굴 해친다는 건지.“오늘 그만두고 싶어요.”김리아가 차갑게 말했다. 정인수가 뭘 할 작정인지는 관심이 없었고 그녀는 돈만 받고 가면 그만이었다.“나한테 말하지 말고 새 대표 찾아가. 그 사람이 보너스 줄 거야.”정인수가 씩씩거렸다.“새 대표?” 김리아는 입을 벙긋하며 더더욱 충격에 빠졌다. 상원 투자회사에 입사하기 전 그녀는 회사에 대해 알아봤다. 정인수가 직접 설립한 회사로 규모는 작지만 실적도 좋고 프로젝트도 믿을 만했다. 그녀 역시 이를 눈여겨보며 두 개의 펀드 프로젝트를 해낸 뒤 떠나고 싶었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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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김리아는 내내 충격에 휩싸여 더 이상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민우빈은 그녀가 근무하는 회사를 사들이고 그녀의 상사가 되었다.그녀의 보너스, 계약은 어떻게 될까? 그는 돈을 주지도 않고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동의하지 않을 텐데.어젯밤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던 그를 단칼에 거절했던 걸 떠올렸다.이제 그가 정인수를 내쫓고 그녀의 앞길을 막고 있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이직 수속을 밟지 않고 그냥 가버릴까? 안 된다. 무단결근을 이유로 회사에서 그녀를 해고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노동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신용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직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게다가 힘들게 번 보너스를 이대로 버릴 수가 없다.그녀는 돈이 필요했다.‘이래서 빌게 될 거라고 했네.’하지만 절대 그에게 부탁할 수는 없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꺼내니 집주인이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는데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전화를 받으니 아니나 다를까, 집주인이 곧장 통보했다.“저기, 이틀 안에 최대한 빨리 나가요. 집 팔았어요.”“집을 팔았다고 임대 계약이 깨지는 건 아니죠. 그건 규정인데요.”“알아요. 그래서 임대 계약 내용대로 위약금 주고 보증금도 다 돌려줄게요. 이미 계좌로 보냈으니까 확인해요. 이틀 안에 꼭 나가요.”집주인이 한꺼번에 말을 뱉어냈다.“잠깐만요, 집을 누구에게 팔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이미 짐작은 하고 있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아,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민 씨 성을 가진 남자분인데 통이 커서 세입자를 내보내라는 것 말고 원하는 게 없으세요. 그럼 얼른 방 빼요.”그 후 집주인은 전화를 끊었고 전화기 너머 기계음만 들렸다.사무실에 서 있던 김리아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이제 그녀는 살 곳도 없고 이틀 안에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빨리 어디서 집을 마련하나.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차갑게 식은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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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김리아의 몸에 한기가 흐르며 뼛속까지 오싹해졌다. 무슨 뜻일까? 전에는 분명히 그녀를 버리기 바빴는데 이제 와서 대체 뭐 하자는 걸까, 그녀를 절망 끝으로 내몰 생각인 걸까?그녀는 민우빈이 내뱉었던 거친 말을 기억했다.“무릎 꿇고 빌게 할 거야!”그래도 부부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소희를 데려가고 아이로 협박하면 조금도 반항할 수가 없다.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고 연이어 울리는 벨 소리에 상대를 짐작한 그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소리쳤다.“민우빈, 이건 너무하잖아!”전화기 너머 상대가 당황했다.“나 도경호야. 정 대표한테 그쪽 번호 받았는데.”김리아도 당황했다. 당연히 민우빈인 줄 알고 전화번호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도 대표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죠?”그녀가 인내심을 갖고 물었다.“김리아 씨, 민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였어?”도경호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무슨 사이인데 이름을 불러? 나도 못 하는걸.”“몰라요. 그쪽이랑 상관없잖아요.”“나한테 그런 말을 해? 어제 프로젝트 나한테만 줘서 나 혼자 돈 벌게 한다며. 근데 오늘 정인수가 민 대표님한테 회사를 팔아서 내가 민 대표님과 일하게 생겼어. 그럼 난 민 대표님께 밉보인 거잖아? 이걸 어떡할 거야! 모른다고 하지 마.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정인수랑 짜고 날 놀린 거야?”김리아는 어이가 없었다. 미리 알았다면 그녀는 가지도 않았을 거다.“왜 말이 없어? 미리 말하는데 이 프로젝트 끝까지 책임져. 난 지금 민성그룹에 있으니까 여기로 와서 프로젝트 진행해!”도경호가 경고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반시간 안에 당장 여기로 와. 안 그러면 내가 가만 안 둬.”그 말과 함께 전화는 끊겼다.김리아는 짜증이 났다. 이젠 도경호도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시계를 보니 이미 열 시 반이었다.여기서 민성그룹까지 대충 차로 20분이 걸리니 지금 가도 늦지는 않겠지만...머리가 아팠다. 도경호는 왜 민성그룹에 갔을까? 프로젝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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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순간 김리아의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찰나의 순간, 이미 새로운 사랑이 생겼는데 왜 말을 바꾸고 소희를 강제로 데려갔는지 민우빈에게 달려가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꾹 참고 문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노크했다.사실 육정아는 김리아가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두 눈을 번뜩였다.김리아는 가까이서 보니 무척 예뻤다. 더 중요한 건 화장기 없는 맨얼굴인데도 타고난 미모와 청순한 분위기, 또렷한 이목구비에 굴곡진 몸매를 갖고 있어 여자라면 누구나 질투할 모습이었다.육정아의 두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저 불여우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민우빈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뒤돌아 김리아를 보고는 차갑게 소리쳤다.“누가 오라고 했어, 꺼져!”김리아는 속으로 도경호는 보이지 않고 민우빈과 육정아가 사무실에서 저런 짓을 하고 있으니 그가 없다고 생각했다.잘못 생각한 걸까, 도경호는 민우빈의 사무실로 가라고 한 적이 없었다.“제가 방해했네요, 죄송합니다.”김리아가 돌아서는 순간 육정아가 민우빈을 끌어당기며 물기 어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우빈아, 저 여자 누구야?”민우빈이 차갑게 말했다.“아무 상관 없는 사람.”김리아는 걸음을 멈칫하며 마음속 괴로움을 억눌렀다.눈동자를 굴리던 육정아가 수작을 부려 일부러 문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우빈아, 쫓아내지 마.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얘기라도 들어보자.”말하며 김리아 곁으로 가서는 일부러 그녀를 잡아 돌려세우려고 했다.육정아가 김리아에게 닿는 순간 김리아는 민우빈의 셔츠에서 맡았던 익숙한 향수 냄새를 알아차리고 역겨움이 밀려와 가볍게 뿌리치며 육정아에게서 벗어났다.그런데 육정아가 갑자기 옆으로 방향을 틀더니 나지막이 외쳤다.“아야.’육정아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갈색 밀크티가 그녀의 몸에 쏟아졌다. 수백의 고급 드레스가 더럽혀져서 볼품없게 되었다.김리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육정아는 일부러 그런 거다. 그녀는 육정아 손목을 걵드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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