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아는 민우빈이 먼저 나서서 자기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 잔뜩 들떠서 이렇게 말했다.“잘됐어, 저기 차 기다리고 있어.”민우빈은 육정아를 따라 벤틀리에 올라탔고 타자마자 육정아의 손을 놓았다.문이 쾅 닫히고 검은색 벤틀리가 비 내리는 밤 속을 달렸다.민우빈은 고개를 돌려 검은 차창 너머로 폭풍우 속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연약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이 비바람에 쓰러질 것 같았다.폭우가 쏟아지고 거리에는 하얀 비안개가 겹겹이 쌓이며 돌풍이 휩쓸고 지나가 하늘과 땅을 하얗게 뒤덮었다.“우빈아, 뭘 보고 있어?”육정아의 부드럽고 나른한 몸이 민우빈의 몸으로 다가갔고 민우빈이 갑자기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놀란 육정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왜, 왜 그래?”“다른 사람이랑 닿는 거 익숙하지 않아.”“아.”육정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감히 다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다른 사람이라고? 괜찮아, 어차피 결혼하면 익숙해질 테니까.’벤틀리가 떠날 때 육정아의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뒷유리창 너머로 한 인물을 포착했다.그 여자다, 김리아!육정아의 입술은 차가운 미소로 말려들었다. 귀국하기 전에 이미 민우빈이 밖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조금 전까지 민우빈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그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저 여자가 분명해!’이 생각에 그녀는 질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폭우가 계속 쏟아져 차창을 때리고 안개가 자욱한 장막을 형성했다.앞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 상대를 볼 수가 없었고 빗소리 외에는 주변에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민우빈의 시선이 멈칫하며 가느다란 손으로 섹시한 턱을 감싼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살며시 고개를 돌린 육정아는 민우빈의 잘생긴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흠 하나 없는 잘생긴 얼굴, 산처럼 높은 콧대, 가는 눈매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사람의 영혼을 낚아채는 듯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었다.반드시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2-0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