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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작가: 지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2 11:17:51
육정아는 민우빈이 먼저 나서서 자기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 잔뜩 들떠서 이렇게 말했다.

“잘됐어, 저기 차 기다리고 있어.”

민우빈은 육정아를 따라 벤틀리에 올라탔고 타자마자 육정아의 손을 놓았다.

문이 쾅 닫히고 검은색 벤틀리가 비 내리는 밤 속을 달렸다.

민우빈은 고개를 돌려 검은 차창 너머로 폭풍우 속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연약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이 비바람에 쓰러질 것 같았다.

폭우가 쏟아지고 거리에는 하얀 비안개가 겹겹이 쌓이며 돌풍이 휩쓸고 지나가 하늘과 땅을 하얗게 뒤덮었다.

“우빈아, 뭘 보고 있어?”

육정아의 부드럽고 나른한 몸이 민우빈의 몸으로 다가갔고 민우빈이 갑자기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놀란 육정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왜, 왜 그래?”

“다른 사람이랑 닿는 거 익숙하지 않아.”

“아.”

육정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감히 다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라고? 괜찮아, 어차피 결혼하면 익숙해질 테니까.’

벤틀리가 떠날 때 육정아의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뒷유리창 너머로 한 인물을 포착했다.

그 여자다, 김리아!

육정아의 입술은 차가운 미소로 말려들었다. 귀국하기 전에 이미 민우빈이 밖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조금 전까지 민우빈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그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저 여자가 분명해!’

이 생각에 그녀는 질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폭우가 계속 쏟아져 차창을 때리고 안개가 자욱한 장막을 형성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 상대를 볼 수가 없었고 빗소리 외에는 주변에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민우빈의 시선이 멈칫하며 가느다란 손으로 섹시한 턱을 감싼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살며시 고개를 돌린 육정아는 민우빈의 잘생긴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흠 하나 없는 잘생긴 얼굴, 산처럼 높은 콧대, 가는 눈매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사람의 영혼을 낚아채는 듯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었다.

반드시 이 남자를 사로잡을 거다. 무슨 수를 쓰든.

벤틀리가 빗속을 달리는데 문득 민우빈이 입을 열었다.

“앞에 세워. 일이 있어서 다음에 갈게.”

벤틀리가 멈추자 육정아는 그를 붙잡으려 했다.

“우빈아, 아빠랑 이미 얘기했는데 그래도...”

안타깝게도 민우빈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차 문을 닫고 떠났고 그의 모습은 휩쓸고 지나간 비바람에 사라졌다.

“우산!”

우산을 건네던 육정아의 손이 허공에 멈춘 채 화가 난 그녀가 차에서 발을 굴렀다.

민우빈이 그년을 찾아가는 걸까?

홱 던진 우산이 벤틀리 창문에 부딪혔다.

육정아는 일그러진 얼굴을 드러냈다. 김리아라는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야 했다.

절대 그냥 남겨둬서는 안 된다. 그 여자를 죽여야 한다!

한편, 김리아는 민우빈과 육정아가 다정한 모습으로 손을 잡고 차에 오르는 걸 봤다.

그녀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고 발에는 철 덩이라도 달린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밖에 다른 사람이 있고 결혼할 거라는 말도 들었는데 직접 그와 여신의 다정한 모습을 두 눈으로 보자 그 충격은 그녀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되어 숨쉬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잠시 서 있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택시를 잡았다.

소희가 아직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반시간 정도 지나서 그녀는 세 들어 사는 아파트 밑에 도착했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가려는데 뜻밖에도 검고 커다란 우산이 그녀의 머리 위에 드리우며 폭풍우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었다.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본 김리아는 당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인강 번호판을 단 롤스로이스 실버 팬텀이 주차되어 있었다.

우산을 든 남자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김리아를 보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가씨, 어르신께서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최근 어르신 건강이 좋지 않아 은상 재단과 재산을 아가씨께서 물려받길 바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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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40화

    “민 대표님의 직원인가요?”육성준은 김리아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웃었다.“어느 부서에서 근무하죠? 아까 제가 부주의로 부딪혀서 아침 식사를 바닥에 떨어뜨렸어요. 다시 아침을 사서 갖다 주려고요.”김리아는 육성준의 말주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민우빈의 앞에서 육정아가 행패를 부렸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대답하지 않은 문제를 물어봤다.“아침 한 끼일 뿐이니 육 대표님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혹시 육 대표님은 민성 그룹의 직원 복지를 의심하는 거예요? 직원의 아침도 제공할 수 없을까 봐요?”육성준은 싱긋 웃었다.“민 대표님, 오해했어요. 저는 그런 뜻이 없었어요.”민우빈은 쌀쌀하게 김리아를 째려봤다.“시간관념이 없어? 출근 첫날부터 지각이야?”김리아는 어이없었다. 지각이라니?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른 말을 삼켜버렸다.“죄송합니다. 민 대표님, 육 대표님,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김리아를 주시해 보는 육성준을 곁에서 지켜보던 민우빈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방금은 제가 리아 씨 시간을 지체했으니 민 대표님께서 탓하지 말아 주세요.”육성준이 사과했다.김리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한다고 민우빈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더는 묻지 않았다. 민우빈이 말하지 않으려는 게 분명했다.직감적으로 육성준은 두 사람의 사이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여동생도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민우빈도 들어온 이후로 안색이 줄곧 어두웠고 말도 거칠게 했다.“저는 오늘 협력 건으로 왔어요. 잠시 얘기할까요?”육성준은 화제를 바꾸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맞아, 우빈아, 나도 이 일로 왔어. 이틀 전에 네가 아빠와 협력한다고 한 후 아빠가 기분이 좋으셔서 나더러 진행 상황을 확인해 보라고 했어.”솔직히 그녀는 프로젝트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민우빈과 가까이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그리고 김리아가 죽었으니 민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9화

    “참,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어요.”육성준은 부드럽게 물었다.그의 목소리는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여전히 듣기 좋았다.“김리아라고 해요. 아름답다는 리, 맑을 아에요.”김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말했다.‘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오늘 처음 만난 거로 하지 뭐.’“이름이 예쁘네요.”육성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더니 김리아의 유니폼에 달린 이름표를 보며 물었다.“여기서 일해요? 민성 그룹의 직원이세요?”“그런 셈이죠.”김리아는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육성준은 김리아가 바닥에 떨군 빵과 우유를 보더니 몸을 숙여 하나씩 주웠다.“죄송해요. 동생이 곱게 자라 리아 씨의 아침 식사를 바닥에 떨어뜨렸네요. 이건 더러워졌으니 버리세요.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 알려주면 제가 다시 사서 가져다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가림산에서 저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깨어나 보니 이미 떠났더군요. 그때 구해 준 사람이 누군지 몰라 고맙다고 인사도 해 주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요.”육성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김리아는 계속해서 말했다.“옷과 돈을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포장해서 돌려드릴 테니 주소를 주세요. 택배로 보내드릴게요.”육성준이 곁에 있어 감히 경솔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육정아는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뭐지? 가림산에서 오빠가 김리아를 구했다니?’그제야 육정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김리아를 구한 사람이 바로 오빠라고? 그래서 장호철이 실패했어? 그런 거였네!’육정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오빠 때문에 일을 망칠 줄 생각지도 못했다.‘거의 성공할뻔했어! 천한년이 죽을 팔자가 아닌가 봐.’육성준은 김리아가 물건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리아 씨가 깨났다는 말을 듣고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를 받고 급한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났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남겨준 물건들은 비상용이니 사양하지 마세요.”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8화

    김리아의 거듭된 무시와 도발에 육정아는 화한 사자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목에는 핏대까지 세웠다.그 순간 육정아는 명문가 아가씨의 이미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김리아의 긴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힘껏 아래로 끌어내렸다.김리아를 잡는 순간 그녀의 따뜻한 촉감을 느낀 후에야 육정아는 마침내 김리아가 정말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했다.‘장호철, 빌어먹을 놈! 임무에 실패하고도 뻔뻔스럽게 돈을 두 배나 받아갔어?’막돼먹은 사람만이 싸울 때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아당긴다. 육정아가 공공장소에서 체면도 차리지 않고 이렇게 할 줄을 김리아는 생각지도 못했다. 육정아에게 잡혀 머리가 아파 났던 김리아는 반격하고 싶었지만 머리채가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육정아는 막돼먹은 사람처럼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년! 감히 내 남자를 유혹하다니! 나와 우빈이 곧 결혼한다는 걸 몰라?”김리아를 향해 따귀를 때리려고 손을 번쩍 쳐들던 육정아의 손을 누군가에게 꽉 잡았다.“아, 아파.”손목뼈가 부서질 것 같아 육정아는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김리아의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무슨 오지랖이야!”육정아는 화를 내며 뒤를 돌아보다가 멍해졌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 김리아도 의아하게 그 사람을 쳐다봤다.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이 남자는 완벽하게 잘생긴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마에는 잔머리가 흩어져 있었다. 단정한 양복 차림을 했지만 온몸에는 우아한 기품이 배어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김리아는 흠칫 놀랐다.‘어떻게 이분이?’성준, 지난번 헤어진 이후로 김리아는 이미 3년이나 그를 보지 못했다.‘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왜 육정아를 제지하며 나를 도와주는거지?’김리아를 훑어보는 남자의 부드러운 눈빛에는 놀라움이 스쳤다.그는 봄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등에 난 상처는 나았어요?”김리아는 깜짝 놀랐다.‘내 등에 상처가 난 걸 어떻게 알았지? 설마...’강리아는 심장 박동이 갑자기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7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김리아는 세수를 하고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어제 조태경이 왔을 때 휴대폰과 전화카드 외에 민성 그룹의 작업복도 한 벌 가져왔다. 심플한 흰색 셔츠, 검은색 양복과 치마, 검은색 구두는 민성 그룹의 사무직 직원의 유니폼이다.민성 그룹에 도착한 김리아는 시계를 보았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아 먼저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단팥빵과 우유를 사서 주머니에 들고 민성 그룹 아래층으로 돌아왔다.이미지를 위해 문 앞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김리아는 조용한 휴식실을 찾아 아침을 먹으려고 홀에 들어섰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육정아와 마주쳤다.민우빈이 거듭 그녀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던 사람이다.오늘따라 육정아는 유난히 환하게 차려입었다. 호수처럼 잔잔한 파란색 롱 드레스를 입고 어깨에는 얇은 캐시미어로 된 세련된 망토를 걸쳤으며 같은 색으로 된 커다란 모자를 썼다. 입술에 빨간색 립스틱을 정교하게 발랐고 아이섀도까지 환하게 마무리한 그녀는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걷고 있었다.김리아는 육정아를 만나기 싫었지만 왠지 계속 마주쳤다.육정아는 김리아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귀신을 본 것처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갑작스러운 비명에 출근하려고 지나가던 직원들도 모두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쳐다봤다.김리아도 발걸음을 멈추고 멍해졌다.‘육정아가 귀신을 봤나? 왜 나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짓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김리아는 얼떨결에 자신의 얼굴을 만져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육정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리아를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김리아가 죽지 않았어? 죽은 사람이 어떻게 대낮에 나타날 수 있지? 귀신이라도 만난 건가?’육정아는 두려워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또 주변을 둘러다 봤다. 오가던 사람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육정아는 손으로 김리아를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너는 왜 귀신이 되어도 날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6화

    이 말을 듣고 김리아는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결국 참고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알았어.”소희를 보고 싶었던 김리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민우빈은 오늘따라 말을 잘 듣는 김리아를 보며 그녀가 자신의 말을 정말 알아들었는지 의심했다. 그는 몸을 쪼그리고 앉아 김리아의 턱을 잡고 그녀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육정아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했는데 알아들었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건드려서는 안 되는 일이 있고 매우 위험한 사람이 있다.턱이 잡힌 김리아는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입술을 거의 하얘질 때까지 꽉 깨물었다.김리아는 당연히 그 결과를 알고 있다.‘이미 이 결과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어? 거듭 강조할 필요가 있는거야? 너의 수단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잘 알고 있으니 반복하지 않아도 돼.’민우빈은 김리아의 목숨을 원했지만 지금은 자비를 베풀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김리아가 순순히 말을 듣고 그의 여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녀의 목숨을 살려둘 것이다.소희를 위해 김리아는 일단 살아야 했다.“알아들었어. 충고해줘서 고마워. 내가 꼭 기억할게.”김리아는 씁쓸하게 웃었다.만족스러운 답안이었지만 민우빈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는 손을 털며 일어섰다.“조태경이 잠시 후 휴대폰을 가져올 거야. 새 번호로 내 카톡에 친구 신청해. 일 있으면 전화하고.”민우빈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김리아가 갑자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방금 그 합의서, 나는...”김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호텔에 계속 머물 수 있어?”민우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현재 상황으로 보면 호텔에 있는 것도 좋은 편이야. 이곳은 내 회사와도 가깝고 호텔에는 항상 손님이 있고 감시 카메라도 많아서 행적을 찾을 수 있어.’그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그래.”김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5화

    추가 계약을 거두며 민우빈은 김리아의 면전에서 조태경에게 전화했다.“당장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사와. 그리고 새로운 번호도 만들어서 함께 가져와.”전화를 끊은 후 민우빈은 김리아를 쳐다봤다.‘어느 남자가 선물한 옷일까?’그도 그럴것이 김리아는 여태껏 이런 물건을 사지 않았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지만 그는 김리아가 자발적으로 명품 옷을 사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이런 물건들은 모두 그가 사주거나 김리아가 노점에서 티셔츠를 사서 입곤 했다.오늘 김리아의 몸에 걸친 옷은 여태껏 보지도 못한 것인데 이것은 그가 사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별장을 떠날 때 옷을 한 견지도 가져가지 않았으니 그럼 이 옷은 누가 선물한 것일까?민우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김리아의 몸에 걸친 옷을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갑자기 그는 한 걸음 다가오며 냉랭하게 말했다.“벗어!”김리아는 갑자기 높아진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왜 옷을 벗으라고 하지? 무엇을 하려는 거야?’김리아가 움직이지 않자 민우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예 그녀의 옷을 직접 벗겨버렸다.민우빈의 손가락이 김리아의 어깨에 닿았을 때 그녀는 도깨비라도 본 것처럼 놀라 연신 물러섰다.그녀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보게 된 민우빈은 눈썹을 찌푸렸다.‘젠장, 왜 나를 두려워해?’화가 치밀어 오른 민우빈은 긴 다리를 뻗어 한걸음에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김리아를 벽에 밀어붙인 그는 한 팔로 그녀를 구석에 단단히 가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을 모두 벗겨버렸다. 김리아가 떨고 있는 것을 느꼈어도 민우빈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눈에 거슬리는 옷을 쓰레기통에 버린 후에야 그는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졌다.거의 알몸뚱이가 된 김리아는 간신히 두 팔로 가슴을 안으며 몸을 가렸다. 김리아는 등을 벽에 바짝 붙였고 그녀의 몸에 난 상처는 모두 등에 있었기에 등을 보지 못한 민우빈은 자연히 상처를 보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는데 마치 죽임을 당할 어린 양과 같아 남자의 욕망을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4화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리아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뇌 CT를 찍은 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떠났다.택시를 타고 경인시로 돌아가려고 차에 탄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다.자신의 물건과 서류가 전부 호텔에 있으니 우선 자신이 묵었던 그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택시가 호텔 아래층에 도착하자 김리아는 계산을 마치고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방 안에 뜻밖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그녀를 등지고 있어도 그 뒷모습은 너무 익숙한 민우빈이었다.김리아는 놀라서 한 발짝 물러서며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실수로 그만 문을 닫아버렸다.‘우빈 씨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죽지 않은 걸 아는 걸까? 그래서 직접 나를 해결하려는 거야?’등 뒤에서 인기척을 들은 민우빈은 일어나서 한 발 한 발 김리아로 향했다.그의 키는 압박감이 강했는데 옷 단추가 몇 개 풀려 있어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김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김리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이 낯설다는 것을 본 민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왜? 나 몰라? 한 마디도 못 해?”민우빈은 한걸음에 김리아의 앞에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안색이 약간 창백한 것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의 슈트와 신발이 모두 일반 시중에서 살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김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 거야? 내가 살아 있다니 실망이 크겠네?”그녀는 지금까지 그의 앞에서 이렇게 차가운 표정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이런 표정에 민우빈은 불편함을 느끼며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그날 저녁, 민우반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받지 못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는 접대를 마친 후, 여러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끝내 받지 않았고 결국 전화기도 꺼버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3화

    “아니, 좀 더 쉬어야 하는데... 오늘 퇴원할 수 없으니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관찰해야 해요.”간호사가 앞으로 나가 김리아를 붙잡았다.“알아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말하는 동안 김리아는 이미 병실 문 앞까지 뛰쳐나갔다. 그녀는 이 병원에 익숙하지 않아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프런트를 찾았다.김리아는 급히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물었다.“저를 병원에 데려온 남자가 어느 방향으로 갔어요?”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김리아가 어제 한밤중에 온 여자라는 것을 알아보고 동쪽을 가리켰다.“한발 늦게 왔네요. 이미 떠났을 거예요.”김리아는 망설임 없이 쫓아갔다.동쪽.그녀는 표지판을 따라 곧장 주차장으로 달려갔다.도착했을 때 그녀는 값비싼 마이바흐 한 대가 떠나가는 것만 보았다.주차장에 가로등이 있지만 빛이 그리 밝지 않아 운전하던 남자의 옆모습을 미처 볼 수 없었고 잘 보이지도 않았다.번호판도 기억하지 못하고 ‘경’자로 시작하는 것으로 경인시의 부잣집 자제라 판단했다.김리아는 깨어나자마자 뛰어다니다 보니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그녀는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인 채 호흡을 조절했다.아까는 그 남자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김리아는 병원으로 돌아와 프런트 간호사에게 물었다.“방금 떠난 남자가 혹시 이름 남겼어요?”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병원비를 계산해 줬는데 어떤 방식으로 냈어요? 신용카드면 이름 조회되지 않을까요?”김리아가 또 물었다.“아, 그분이 현금을 주셨어요.”프런트 간호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번호판은요? 그분이 여기에 주차했으니 차량 번호는 찾을 수 있을 거잖아요.”김리아는 프런트 데스크 간호사 앞에 있는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블랙 마이바흐였어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컴퓨터를 켜고 한참 찾아보고 나서 말했다.“안 나오네요. 주차장 부근 길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2화

    아팠다! 몸에 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뼛속까지 찢어지는 아픔에 김리아는 견디기 힘들었다. 머릿속이 흐려지고 이따금 심한 통증과 함께 혼수상태에 빠지고 싶다가 또 정신을 차렸다.혼수상태와 깨어남을 오가며 억지로 눈을 뜬 그녀의 머리 위로는 순백의 천장과 함께 두 줄의 밝은 LED 랜턴이 보였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했다.‘죽었어? 여기가 천국인가?’문득 자신이 벼랑에서 떨어진 그 순간을 떠올리며 뼛속까지 섬뜩함이 피어올랐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의 어둠에 삼켜진 듯한 절망감과 무중력의 공포가 다시 솟아올라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모든 것을 떠올렸다.민우빈, 그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죽였다! 그는 그녀가 죽기를 원한다.빈사 상태의 질식감에 가슴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숨을 몰아쉬던 김리아는 극도의 공포에서 가까스로 회복해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공기 중에 소독수 냄새가 가득한 걸 보아 죽지 않은 것 같았고 주위 환경은 틀림없이 병원이었다.그녀는 구조되었다. ‘누가 나를 병원으로 데려왔을까?’그녀는 뜻밖에도 죽지 않고 아직 살아 있다는 생가에 마음에 슬픔이 일었다.‘민우빈이 실망하겠지?’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그녀는 애써 참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럴 가치가 없으므로 그런 남자를 위해 눈물 한 방울 더 흘리지 않으려 했다.그때 간호사 한 명이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그녀가 일어나 앉는 것을 고 깜짝 놀라고 말했다.“일어났어요? 당장 의사를 불러올게요.”몇 분 뒤 젊은 의사가 들어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깼군요. 더 깨어나지 않으면 다시 뇌 CT를 찍으러 가려 했어요. 어때요? 제가 잘 보여요? 어지럽고 메스껍고 토하고 싶은 느낌은 없어요?”김리아는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잘 보이고 그런 증상이 다 없어요. 다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실례지만 의사 선생님, 제가 얼마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요?”그러자 의사가 대답했다. “1박 2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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