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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작가: 지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2 11:17:51
김리아는 내내 충격에 휩싸여 더 이상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민우빈은 그녀가 근무하는 회사를 사들이고 그녀의 상사가 되었다.

그녀의 보너스, 계약은 어떻게 될까? 그는 돈을 주지도 않고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동의하지 않을 텐데.

어젯밤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던 그를 단칼에 거절했던 걸 떠올렸다.

이제 그가 정인수를 내쫓고 그녀의 앞길을 막고 있는데 어떡하면 좋을까?

이직 수속을 밟지 않고 그냥 가버릴까? 안 된다. 무단결근을 이유로 회사에서 그녀를 해고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노동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신용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직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힘들게 번 보너스를 이대로 버릴 수가 없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이래서 빌게 될 거라고 했네.’

하지만 절대 그에게 부탁할 수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니 집주인이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는데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전화를 받으니 아니나 다를까, 집주인이 곧장 통보했다.

“저기, 이틀 안에 최대한 빨리 나가요. 집 팔았어요.”

“집을 팔았다고 임대 계약이 깨지는 건 아니죠. 그건 규정인데요.”

“알아요. 그래서 임대 계약 내용대로 위약금 주고 보증금도 다 돌려줄게요. 이미 계좌로 보냈으니까 확인해요. 이틀 안에 꼭 나가요.”

집주인이 한꺼번에 말을 뱉어냈다.

“잠깐만요, 집을 누구에게 팔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미 짐작은 하고 있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아,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민 씨 성을 가진 남자분인데 통이 커서 세입자를 내보내라는 것 말고 원하는 게 없으세요. 그럼 얼른 방 빼요.”

그 후 집주인은 전화를 끊었고 전화기 너머 기계음만 들렸다.

사무실에 서 있던 김리아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 살 곳도 없고 이틀 안에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빨리 어디서 집을 마련하나.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차갑게 식은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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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20화

    순간 김리아의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찰나의 순간, 이미 새로운 사랑이 생겼는데 왜 말을 바꾸고 소희를 강제로 데려갔는지 민우빈에게 달려가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꾹 참고 문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노크했다.사실 육정아는 김리아가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두 눈을 번뜩였다.김리아는 가까이서 보니 무척 예뻤다. 더 중요한 건 화장기 없는 맨얼굴인데도 타고난 미모와 청순한 분위기, 또렷한 이목구비에 굴곡진 몸매를 갖고 있어 여자라면 누구나 질투할 모습이었다.육정아의 두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저 불여우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민우빈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뒤돌아 김리아를 보고는 차갑게 소리쳤다.“누가 오라고 했어, 꺼져!”김리아는 속으로 도경호는 보이지 않고 민우빈과 육정아가 사무실에서 저런 짓을 하고 있으니 그가 없다고 생각했다.잘못 생각한 걸까, 도경호는 민우빈의 사무실로 가라고 한 적이 없었다.“제가 방해했네요, 죄송합니다.”김리아가 돌아서는 순간 육정아가 민우빈을 끌어당기며 물기 어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우빈아, 저 여자 누구야?”민우빈이 차갑게 말했다.“아무 상관 없는 사람.”김리아는 걸음을 멈칫하며 마음속 괴로움을 억눌렀다.눈동자를 굴리던 육정아가 수작을 부려 일부러 문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우빈아, 쫓아내지 마.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얘기라도 들어보자.”말하며 김리아 곁으로 가서는 일부러 그녀를 잡아 돌려세우려고 했다.육정아가 김리아에게 닿는 순간 김리아는 민우빈의 셔츠에서 맡았던 익숙한 향수 냄새를 알아차리고 역겨움이 밀려와 가볍게 뿌리치며 육정아에게서 벗어났다.그런데 육정아가 갑자기 옆으로 방향을 틀더니 나지막이 외쳤다.“아야.’육정아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갈색 밀크티가 그녀의 몸에 쏟아졌다. 수백의 고급 드레스가 더럽혀져서 볼품없게 되었다.김리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육정아는 일부러 그런 거다. 그녀는 육정아 손목을 걵드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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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21화

    김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민우빈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사과해!”민우빈은 밀크티로 더럽혀진 대리석 바닥을 가리켰다.“바닥도 닦아.”육정아가 너그러운 척 말렸다.“우빈아, 이러지 마. 청소부 불러서 청소하라고 할게.”결벽증이 있는 민우빈이 더러운 걸 못 참는다는 걸 잘 알았다.“네, 닦죠.”김리아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쭈그려 앉더니 조금 남은 밀크티 컵을 들었다.순식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은 밀크티를 모두 육정아에게 뿌렸다.너무 빠른 나머지 육정아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정교하게 한 화장이 다 번졌다.민우빈의 정장에도 밀크티 얼룩이 적지 않게 튀었다.육정아는 김리아가 민우빈 앞에서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깜짝 놀라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김리아가 손을 툭툭 털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진지하게 사과했다.“두 분께 죄송하네요.”그러더니 갑자기 웃으며 처음 밀크티가 쏟아졌던 육정아의 옷을 가리키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 내가 그쪽과 부딪힌 거면 외력에 의해 밖으로 분출하는 형태로 튀어서 조금 더 높은 곳에 얼룩이 졌겠죠. 그런데 만약 그쪽이 쏟은 거라면 힘의 방향과 각도가 완전히 달려서 물이 흐르듯 묻은 자국이 나타나며 위치도 밑에 있겠죠. 그 쪽한테는 튄 자국도 없고 얼룩 위치도 아래에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실래요? 제가 부딪힌 건지, 아니면 그쪽이 실수로 쏟은 건지.”육정아는 속내가 훤히 드러나자 말문이 막혔다. 김리아를 너무 얕본 것 같다. 몰아가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 방 먹어 본인이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그녀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갔다.반면 민우빈은 잘생긴 얼굴이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채 날카로운 눈매를 가늘게 떴다.김리아가 덤덤하게 민우빈을 바라보았다.“굳이 나보고 사과를 하라고 하니 진짜로 뿌려서 명분을 만들어야죠. 안 그러면 얼마나 억울해요? 미안해요, 두 분 세탁비는 제가 배상하죠.”육정아는 민우빈을 슬그머니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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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22화

    김리아는 사실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후회했다.통쾌하긴 한데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소희는 여전히 민우빈의 손에 있었고 그는 충분히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너무 충동적이었다. 그에게 밉보이지도, 그의 여신을 건드려서는 안 됐다.‘이제 어떡하지?’그녀는 개미가 몸속을 기어다니는 느낌과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에서 도착하니 도경호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도경호는 김리아를 보자마자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전화도 안 받아서 바람맞히는 줄 알았네. 어디 갔었어?”김리아가 도경호를 뿌리쳤다.“날 왜 민성그룹으로 불렀어요?”“누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프로젝트는 지금 민 대표님 비서인 조태경이 준비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민성그룹에 와서 얘기를 나눠야지.”도경호는 미련이 가득한 눈으로 김리아를 바라봤다. 오늘은 화장하지 않았는데 그날 밤보다 더 아름다웠다. 청초하고 맑은 느낌이 봄날에 피어나는 꽃 같달까.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이렇듯 아리따운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만, 됐어. 일 잘하면 더 따지지는 않을게.”도경호가 다시 김리아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자 김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뿌리쳤다.전에는 그에 대해 잘 몰랐던 터라 돌아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그제야 도경호가 잘생기고 통이 크지만 이 바닥에서 여자들과 놀아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는 걸 알았다. 원래대로면 이런 사람이 민우빈 곁에 있을 리가 없는데 더 자세히 알아보니 도경호 집에 민씨 가문 친척이 있었고 민우빈의 먼 친척 동생인 셈이었다.어쩐지, 정인수가 미리 도경호의 취향을 알아보고 그녀를 입맛에 맞게 잘 꾸며서 계약을 성사하도록 유도하더라니.김리아가 자신을 여러 번 거절하는 모습을 본 도경호의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졌다.“그날 밤에 날 속였다는 거 알아. 내가 널 눈여겨본 이상 넌 도망 못 가.”그가 김리아의 손목을 낚아챘다.“리아 씨, 너랑 못 자면 내가 이름 바꾼다.”이젠 아예 호칭까지 바꿨다.“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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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23화

    무표정한 민우빈은 이미 다른 정장으로 갈아입었다.그는 김리아를 한 번 훑어본 뒤 차가운 눈빛으로 도경호에게 시선을 돌렸다.“여기가 회사지 나이트클럽인 줄 알아? 쪽팔린 짓 하지 마.”도경호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민 대표님. 조 비서님과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하려고 이 여자를 불렀어요. 얘기 나누세요.”말을 마친 도경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멀리 도망쳤다.민우빈은 아까 김리아가 그에게 던진 사직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에게 다시 던지고는 바짝 다가가 귀가에 조용히 속삭였다.“그만두려고? 아이는 영원히 안 볼 건가?”김리아가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왜 말을 바꿔! 분명 소희 나한테 보내겠다고 했잖아.”“소희를 몸 파는 엄마한테 보내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어.”차갑게 콧방귀를 뀐 그가 그녀를 지나쳐 로비를 벗어났다.김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몸을 팔았다고, 정인수가 그럴 줄 알았나.그녀가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니 어찌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민우빈이 가자 도경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민우빈을 보면 차마 말도 못 꺼냈다. 집안에 친척이 있고 어르신이 재차 부탁하지 않았다면 민우빈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을 거다. 그랬기에 그도 혼자서 큰 프로젝트를 해내며 더 이상 굽신거리기 싫었다.그는 다시 달려가 김리아를 옆으로 끌어당겼다.“민 대표님과는 정확히 어떤 관계야? 모르는 사이라고 하지 마. 안 믿어. 다신 너한테 안 속아.”김리아가 대충 둘러댔다.“아주 오래전에 클럽에서 만났어요. 내가 약을 먹이고 임신한 척 결혼을 강요했죠.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죠? 이래도 안 가요?”도경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미쳤구나. 누구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결혼을 강요해! 경인에서 제일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한테 결혼을 강요했다고?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못 하지!”“...”하늘이 무너지진 않았는데.“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정신 차려. 저 사람한테 들이댔던 여자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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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24화

    이어지는 며칠 동안 김리아는 잠시 호텔에 머물렀다.민우빈에게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고 그가 먼저 그녀에게 연락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곁에 소희가 없으니 당연히 그녀가 도망칠 걱정은 없을 테니까.며칠 동안 김리아는 수많은 이력서를 제출했다. 몸을 팔아서 아이를 키운다는 그의 말 때문에 더더욱 그럴듯한 직장을 찾아 딸을 키울 능력이 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하지만 빠르면 제출 당일, 늦어도 그다음 날이면 그녀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모두 같았다. 그녀가 회사의 채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단다.수십 통의 불합격 통지서를 받은 김리아는 민우빈이 손을 써서 자신을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녀가 도저히 취업하지 못하도록 말이다.민우빈은 지금 그녀를 막다른 길로 몰아붙이며 자신을 찾아와 애원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그의 손에 쥐고 있는 약점이 지나치게 치명적이었다.아이가 보고 싶었던 그녀는 소희의 창백하고 불쌍한 얼굴만 생각나고 엄마로서 자식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힘들었다.어쩔 수 없이 굴복한 김리아는 민성그룹으로 돌아와 민우빈을 찾아갔다.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안내원이 김리아를 멈춰 세우더니 김리아가 입고 있는 싸구려 옷을 훑어보고는 눈을 흘겼다.‘아무나 민성그룹에 올 수 있는 줄 아나.’“누구 찾으러 오셨죠? 미리 약속 잡으셨나요?”김리아가 덤덤하게 말했다.“민우빈이요.”대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자 데스크 직원이 깜짝 놀랐다.“그쪽이 누군데 우리 대표님을 함부로 만나요? 계속 소란 피우면 경비 부를 거예요.”김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네, 그렇게 하세요. 민우빈이 나한테 왜 안 왔냐고 물어보면 그쪽이 안 들여보냈다고 할 거예요. 이름 기억했어요.”한 방 먹은 직원은 감히 무모하게 굴 수 없어 의심스러운 눈으로 김리아를 노려보면서도 비서실에 전화해서 확인했다.곧 비서실에서 대답이 돌아왔다.“아가씨, 민 대표님께서 87층 라운지에서 기다리시랍니다.”데스크 직원은 훨씬 정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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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 대표님의 직원인가요?”육성준은 김리아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웃었다.“어느 부서에서 근무하죠? 아까 제가 부주의로 부딪혀서 아침 식사를 바닥에 떨어뜨렸어요. 다시 아침을 사서 갖다 주려고요.”김리아는 육성준의 말주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민우빈의 앞에서 육정아가 행패를 부렸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대답하지 않은 문제를 물어봤다.“아침 한 끼일 뿐이니 육 대표님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혹시 육 대표님은 민성 그룹의 직원 복지를 의심하는 거예요? 직원의 아침도 제공할 수 없을까 봐요?”육성준은 싱긋 웃었다.“민 대표님, 오해했어요. 저는 그런 뜻이 없었어요.”민우빈은 쌀쌀하게 김리아를 째려봤다.“시간관념이 없어? 출근 첫날부터 지각이야?”김리아는 어이없었다. 지각이라니?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른 말을 삼켜버렸다.“죄송합니다. 민 대표님, 육 대표님,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김리아를 주시해 보는 육성준을 곁에서 지켜보던 민우빈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방금은 제가 리아 씨 시간을 지체했으니 민 대표님께서 탓하지 말아 주세요.”육성준이 사과했다.김리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한다고 민우빈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더는 묻지 않았다. 민우빈이 말하지 않으려는 게 분명했다.직감적으로 육성준은 두 사람의 사이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여동생도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때리지 않았을 것이다. 민우빈도 들어온 이후로 안색이 줄곧 어두웠고 말도 거칠게 했다.“저는 오늘 협력 건으로 왔어요. 잠시 얘기할까요?”육성준은 화제를 바꾸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맞아, 우빈아, 나도 이 일로 왔어. 이틀 전에 네가 아빠와 협력한다고 한 후 아빠가 기분이 좋으셔서 나더러 진행 상황을 확인해 보라고 했어.”솔직히 그녀는 프로젝트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민우빈과 가까이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그리고 김리아가 죽었으니 민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9화

    “참,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어요.”육성준은 부드럽게 물었다.그의 목소리는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여전히 듣기 좋았다.“김리아라고 해요. 아름답다는 리, 맑을 아에요.”김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말했다.‘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오늘 처음 만난 거로 하지 뭐.’“이름이 예쁘네요.”육성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더니 김리아의 유니폼에 달린 이름표를 보며 물었다.“여기서 일해요? 민성 그룹의 직원이세요?”“그런 셈이죠.”김리아는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육성준은 김리아가 바닥에 떨군 빵과 우유를 보더니 몸을 숙여 하나씩 주웠다.“죄송해요. 동생이 곱게 자라 리아 씨의 아침 식사를 바닥에 떨어뜨렸네요. 이건 더러워졌으니 버리세요.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 알려주면 제가 다시 사서 가져다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가림산에서 저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깨어나 보니 이미 떠났더군요. 그때 구해 준 사람이 누군지 몰라 고맙다고 인사도 해 주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요.”육성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김리아는 계속해서 말했다.“옷과 돈을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포장해서 돌려드릴 테니 주소를 주세요. 택배로 보내드릴게요.”육성준이 곁에 있어 감히 경솔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육정아는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뭐지? 가림산에서 오빠가 김리아를 구했다니?’그제야 육정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김리아를 구한 사람이 바로 오빠라고? 그래서 장호철이 실패했어? 그런 거였네!’육정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오빠 때문에 일을 망칠 줄 생각지도 못했다.‘거의 성공할뻔했어! 천한년이 죽을 팔자가 아닌가 봐.’육성준은 김리아가 물건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리아 씨가 깨났다는 말을 듣고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를 받고 급한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났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남겨준 물건들은 비상용이니 사양하지 마세요.”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8화

    김리아의 거듭된 무시와 도발에 육정아는 화한 사자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목에는 핏대까지 세웠다.그 순간 육정아는 명문가 아가씨의 이미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김리아의 긴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힘껏 아래로 끌어내렸다.김리아를 잡는 순간 그녀의 따뜻한 촉감을 느낀 후에야 육정아는 마침내 김리아가 정말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했다.‘장호철, 빌어먹을 놈! 임무에 실패하고도 뻔뻔스럽게 돈을 두 배나 받아갔어?’막돼먹은 사람만이 싸울 때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아당긴다. 육정아가 공공장소에서 체면도 차리지 않고 이렇게 할 줄을 김리아는 생각지도 못했다. 육정아에게 잡혀 머리가 아파 났던 김리아는 반격하고 싶었지만 머리채가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육정아는 막돼먹은 사람처럼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년! 감히 내 남자를 유혹하다니! 나와 우빈이 곧 결혼한다는 걸 몰라?”김리아를 향해 따귀를 때리려고 손을 번쩍 쳐들던 육정아의 손을 누군가에게 꽉 잡았다.“아, 아파.”손목뼈가 부서질 것 같아 육정아는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김리아의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무슨 오지랖이야!”육정아는 화를 내며 뒤를 돌아보다가 멍해졌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 김리아도 의아하게 그 사람을 쳐다봤다.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이 남자는 완벽하게 잘생긴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마에는 잔머리가 흩어져 있었다. 단정한 양복 차림을 했지만 온몸에는 우아한 기품이 배어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김리아는 흠칫 놀랐다.‘어떻게 이분이?’성준, 지난번 헤어진 이후로 김리아는 이미 3년이나 그를 보지 못했다.‘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왜 육정아를 제지하며 나를 도와주는거지?’김리아를 훑어보는 남자의 부드러운 눈빛에는 놀라움이 스쳤다.그는 봄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등에 난 상처는 나았어요?”김리아는 깜짝 놀랐다.‘내 등에 상처가 난 걸 어떻게 알았지? 설마...’강리아는 심장 박동이 갑자기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7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김리아는 세수를 하고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어제 조태경이 왔을 때 휴대폰과 전화카드 외에 민성 그룹의 작업복도 한 벌 가져왔다. 심플한 흰색 셔츠, 검은색 양복과 치마, 검은색 구두는 민성 그룹의 사무직 직원의 유니폼이다.민성 그룹에 도착한 김리아는 시계를 보았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아 먼저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단팥빵과 우유를 사서 주머니에 들고 민성 그룹 아래층으로 돌아왔다.이미지를 위해 문 앞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김리아는 조용한 휴식실을 찾아 아침을 먹으려고 홀에 들어섰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육정아와 마주쳤다.민우빈이 거듭 그녀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던 사람이다.오늘따라 육정아는 유난히 환하게 차려입었다. 호수처럼 잔잔한 파란색 롱 드레스를 입고 어깨에는 얇은 캐시미어로 된 세련된 망토를 걸쳤으며 같은 색으로 된 커다란 모자를 썼다. 입술에 빨간색 립스틱을 정교하게 발랐고 아이섀도까지 환하게 마무리한 그녀는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걷고 있었다.김리아는 육정아를 만나기 싫었지만 왠지 계속 마주쳤다.육정아는 김리아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귀신을 본 것처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갑작스러운 비명에 출근하려고 지나가던 직원들도 모두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쳐다봤다.김리아도 발걸음을 멈추고 멍해졌다.‘육정아가 귀신을 봤나? 왜 나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짓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김리아는 얼떨결에 자신의 얼굴을 만져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육정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리아를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김리아가 죽지 않았어? 죽은 사람이 어떻게 대낮에 나타날 수 있지? 귀신이라도 만난 건가?’육정아는 두려워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또 주변을 둘러다 봤다. 오가던 사람들도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육정아는 손으로 김리아를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너는 왜 귀신이 되어도 날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6화

    이 말을 듣고 김리아는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결국 참고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알았어.”소희를 보고 싶었던 김리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민우빈은 오늘따라 말을 잘 듣는 김리아를 보며 그녀가 자신의 말을 정말 알아들었는지 의심했다. 그는 몸을 쪼그리고 앉아 김리아의 턱을 잡고 그녀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육정아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했는데 알아들었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없을 거야!”건드려서는 안 되는 일이 있고 매우 위험한 사람이 있다.턱이 잡힌 김리아는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입술을 거의 하얘질 때까지 꽉 깨물었다.김리아는 당연히 그 결과를 알고 있다.‘이미 이 결과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어? 거듭 강조할 필요가 있는거야? 너의 수단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잘 알고 있으니 반복하지 않아도 돼.’민우빈은 김리아의 목숨을 원했지만 지금은 자비를 베풀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김리아가 순순히 말을 듣고 그의 여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녀의 목숨을 살려둘 것이다.소희를 위해 김리아는 일단 살아야 했다.“알아들었어. 충고해줘서 고마워. 내가 꼭 기억할게.”김리아는 씁쓸하게 웃었다.만족스러운 답안이었지만 민우빈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는 손을 털며 일어섰다.“조태경이 잠시 후 휴대폰을 가져올 거야. 새 번호로 내 카톡에 친구 신청해. 일 있으면 전화하고.”민우빈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김리아가 갑자기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방금 그 합의서, 나는...”김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호텔에 계속 머물 수 있어?”민우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현재 상황으로 보면 호텔에 있는 것도 좋은 편이야. 이곳은 내 회사와도 가깝고 호텔에는 항상 손님이 있고 감시 카메라도 많아서 행적을 찾을 수 있어.’그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그래.”김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5화

    추가 계약을 거두며 민우빈은 김리아의 면전에서 조태경에게 전화했다.“당장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사와. 그리고 새로운 번호도 만들어서 함께 가져와.”전화를 끊은 후 민우빈은 김리아를 쳐다봤다.‘어느 남자가 선물한 옷일까?’그도 그럴것이 김리아는 여태껏 이런 물건을 사지 않았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지만 그는 김리아가 자발적으로 명품 옷을 사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이런 물건들은 모두 그가 사주거나 김리아가 노점에서 티셔츠를 사서 입곤 했다.오늘 김리아의 몸에 걸친 옷은 여태껏 보지도 못한 것인데 이것은 그가 사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별장을 떠날 때 옷을 한 견지도 가져가지 않았으니 그럼 이 옷은 누가 선물한 것일까?민우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김리아의 몸에 걸친 옷을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갑자기 그는 한 걸음 다가오며 냉랭하게 말했다.“벗어!”김리아는 갑자기 높아진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왜 옷을 벗으라고 하지? 무엇을 하려는 거야?’김리아가 움직이지 않자 민우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예 그녀의 옷을 직접 벗겨버렸다.민우빈의 손가락이 김리아의 어깨에 닿았을 때 그녀는 도깨비라도 본 것처럼 놀라 연신 물러섰다.그녀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보게 된 민우빈은 눈썹을 찌푸렸다.‘젠장, 왜 나를 두려워해?’화가 치밀어 오른 민우빈은 긴 다리를 뻗어 한걸음에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김리아를 벽에 밀어붙인 그는 한 팔로 그녀를 구석에 단단히 가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을 모두 벗겨버렸다. 김리아가 떨고 있는 것을 느꼈어도 민우빈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눈에 거슬리는 옷을 쓰레기통에 버린 후에야 그는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졌다.거의 알몸뚱이가 된 김리아는 간신히 두 팔로 가슴을 안으며 몸을 가렸다. 김리아는 등을 벽에 바짝 붙였고 그녀의 몸에 난 상처는 모두 등에 있었기에 등을 보지 못한 민우빈은 자연히 상처를 보지 못했다.지금 그녀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는데 마치 죽임을 당할 어린 양과 같아 남자의 욕망을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4화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리아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뇌 CT를 찍은 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떠났다.택시를 타고 경인시로 돌아가려고 차에 탄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했다.자신의 물건과 서류가 전부 호텔에 있으니 우선 자신이 묵었던 그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택시가 호텔 아래층에 도착하자 김리아는 계산을 마치고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방 안에 뜻밖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그녀를 등지고 있어도 그 뒷모습은 너무 익숙한 민우빈이었다.김리아는 놀라서 한 발짝 물러서며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실수로 그만 문을 닫아버렸다.‘우빈 씨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죽지 않은 걸 아는 걸까? 그래서 직접 나를 해결하려는 거야?’등 뒤에서 인기척을 들은 민우빈은 일어나서 한 발 한 발 김리아로 향했다.그의 키는 압박감이 강했는데 옷 단추가 몇 개 풀려 있어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김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김리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이 낯설다는 것을 본 민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왜? 나 몰라? 한 마디도 못 해?”민우빈은 한걸음에 김리아의 앞에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안색이 약간 창백한 것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의 슈트와 신발이 모두 일반 시중에서 살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김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 거야? 내가 살아 있다니 실망이 크겠네?”그녀는 지금까지 그의 앞에서 이렇게 차가운 표정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이런 표정에 민우빈은 불편함을 느끼며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그날 저녁, 민우반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받지 못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는 접대를 마친 후, 여러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끝내 받지 않았고 결국 전화기도 꺼버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3화

    “아니, 좀 더 쉬어야 하는데... 오늘 퇴원할 수 없으니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관찰해야 해요.”간호사가 앞으로 나가 김리아를 붙잡았다.“알아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말하는 동안 김리아는 이미 병실 문 앞까지 뛰쳐나갔다. 그녀는 이 병원에 익숙하지 않아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프런트를 찾았다.김리아는 급히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물었다.“저를 병원에 데려온 남자가 어느 방향으로 갔어요?”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김리아가 어제 한밤중에 온 여자라는 것을 알아보고 동쪽을 가리켰다.“한발 늦게 왔네요. 이미 떠났을 거예요.”김리아는 망설임 없이 쫓아갔다.동쪽.그녀는 표지판을 따라 곧장 주차장으로 달려갔다.도착했을 때 그녀는 값비싼 마이바흐 한 대가 떠나가는 것만 보았다.주차장에 가로등이 있지만 빛이 그리 밝지 않아 운전하던 남자의 옆모습을 미처 볼 수 없었고 잘 보이지도 않았다.번호판도 기억하지 못하고 ‘경’자로 시작하는 것으로 경인시의 부잣집 자제라 판단했다.김리아는 깨어나자마자 뛰어다니다 보니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그녀는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인 채 호흡을 조절했다.아까는 그 남자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김리아는 병원으로 돌아와 프런트 간호사에게 물었다.“방금 떠난 남자가 혹시 이름 남겼어요?”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병원비를 계산해 줬는데 어떤 방식으로 냈어요? 신용카드면 이름 조회되지 않을까요?”김리아가 또 물었다.“아, 그분이 현금을 주셨어요.”프런트 간호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번호판은요? 그분이 여기에 주차했으니 차량 번호는 찾을 수 있을 거잖아요.”김리아는 프런트 데스크 간호사 앞에 있는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블랙 마이바흐였어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컴퓨터를 켜고 한참 찾아보고 나서 말했다.“안 나오네요. 주차장 부근 길

  •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제32화

    아팠다! 몸에 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뼛속까지 찢어지는 아픔에 김리아는 견디기 힘들었다. 머릿속이 흐려지고 이따금 심한 통증과 함께 혼수상태에 빠지고 싶다가 또 정신을 차렸다.혼수상태와 깨어남을 오가며 억지로 눈을 뜬 그녀의 머리 위로는 순백의 천장과 함께 두 줄의 밝은 LED 랜턴이 보였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했다.‘죽었어? 여기가 천국인가?’문득 자신이 벼랑에서 떨어진 그 순간을 떠올리며 뼛속까지 섬뜩함이 피어올랐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의 어둠에 삼켜진 듯한 절망감과 무중력의 공포가 다시 솟아올라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모든 것을 떠올렸다.민우빈, 그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죽였다! 그는 그녀가 죽기를 원한다.빈사 상태의 질식감에 가슴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숨을 몰아쉬던 김리아는 극도의 공포에서 가까스로 회복해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공기 중에 소독수 냄새가 가득한 걸 보아 죽지 않은 것 같았고 주위 환경은 틀림없이 병원이었다.그녀는 구조되었다. ‘누가 나를 병원으로 데려왔을까?’그녀는 뜻밖에도 죽지 않고 아직 살아 있다는 생가에 마음에 슬픔이 일었다.‘민우빈이 실망하겠지?’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그녀는 애써 참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럴 가치가 없으므로 그런 남자를 위해 눈물 한 방울 더 흘리지 않으려 했다.그때 간호사 한 명이 문을 밀고 들어오다가그녀가 일어나 앉는 것을 고 깜짝 놀라고 말했다.“일어났어요? 당장 의사를 불러올게요.”몇 분 뒤 젊은 의사가 들어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깼군요. 더 깨어나지 않으면 다시 뇌 CT를 찍으러 가려 했어요. 어때요? 제가 잘 보여요? 어지럽고 메스껍고 토하고 싶은 느낌은 없어요?”김리아는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잘 보이고 그런 증상이 다 없어요. 다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실례지만 의사 선생님, 제가 얼마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요?”그러자 의사가 대답했다. “1박 2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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