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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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김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민우빈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사과해!”민우빈은 밀크티로 더럽혀진 대리석 바닥을 가리켰다.“바닥도 닦아.”육정아가 너그러운 척 말렸다.“우빈아, 이러지 마. 청소부 불러서 청소하라고 할게.”결벽증이 있는 민우빈이 더러운 걸 못 참는다는 걸 잘 알았다.“네, 닦죠.”김리아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쭈그려 앉더니 조금 남은 밀크티 컵을 들었다.순식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은 밀크티를 모두 육정아에게 뿌렸다.너무 빠른 나머지 육정아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정교하게 한 화장이 다 번졌다.민우빈의 정장에도 밀크티 얼룩이 적지 않게 튀었다.육정아는 김리아가 민우빈 앞에서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깜짝 놀라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김리아가 손을 툭툭 털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진지하게 사과했다.“두 분께 죄송하네요.”그러더니 갑자기 웃으며 처음 밀크티가 쏟아졌던 육정아의 옷을 가리키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 내가 그쪽과 부딪힌 거면 외력에 의해 밖으로 분출하는 형태로 튀어서 조금 더 높은 곳에 얼룩이 졌겠죠. 그런데 만약 그쪽이 쏟은 거라면 힘의 방향과 각도가 완전히 달려서 물이 흐르듯 묻은 자국이 나타나며 위치도 밑에 있겠죠. 그 쪽한테는 튄 자국도 없고 얼룩 위치도 아래에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실래요? 제가 부딪힌 건지, 아니면 그쪽이 실수로 쏟은 건지.”육정아는 속내가 훤히 드러나자 말문이 막혔다. 김리아를 너무 얕본 것 같다. 몰아가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 방 먹어 본인이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그녀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갔다.반면 민우빈은 잘생긴 얼굴이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채 날카로운 눈매를 가늘게 떴다.김리아가 덤덤하게 민우빈을 바라보았다.“굳이 나보고 사과를 하라고 하니 진짜로 뿌려서 명분을 만들어야죠. 안 그러면 얼마나 억울해요? 미안해요, 두 분 세탁비는 제가 배상하죠.”육정아는 민우빈을 슬그머니 쳐다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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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김리아는 사실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후회했다.통쾌하긴 한데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소희는 여전히 민우빈의 손에 있었고 그는 충분히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너무 충동적이었다. 그에게 밉보이지도, 그의 여신을 건드려서는 안 됐다.‘이제 어떡하지?’그녀는 개미가 몸속을 기어다니는 느낌과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에서 도착하니 도경호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도경호는 김리아를 보자마자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전화도 안 받아서 바람맞히는 줄 알았네. 어디 갔었어?”김리아가 도경호를 뿌리쳤다.“날 왜 민성그룹으로 불렀어요?”“누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프로젝트는 지금 민 대표님 비서인 조태경이 준비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민성그룹에 와서 얘기를 나눠야지.”도경호는 미련이 가득한 눈으로 김리아를 바라봤다. 오늘은 화장하지 않았는데 그날 밤보다 더 아름다웠다. 청초하고 맑은 느낌이 봄날에 피어나는 꽃 같달까.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이렇듯 아리따운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만, 됐어. 일 잘하면 더 따지지는 않을게.”도경호가 다시 김리아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자 김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뿌리쳤다.전에는 그에 대해 잘 몰랐던 터라 돌아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그제야 도경호가 잘생기고 통이 크지만 이 바닥에서 여자들과 놀아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는 걸 알았다. 원래대로면 이런 사람이 민우빈 곁에 있을 리가 없는데 더 자세히 알아보니 도경호 집에 민씨 가문 친척이 있었고 민우빈의 먼 친척 동생인 셈이었다.어쩐지, 정인수가 미리 도경호의 취향을 알아보고 그녀를 입맛에 맞게 잘 꾸며서 계약을 성사하도록 유도하더라니.김리아가 자신을 여러 번 거절하는 모습을 본 도경호의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졌다.“그날 밤에 날 속였다는 거 알아. 내가 널 눈여겨본 이상 넌 도망 못 가.”그가 김리아의 손목을 낚아챘다.“리아 씨, 너랑 못 자면 내가 이름 바꾼다.”이젠 아예 호칭까지 바꿨다.“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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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무표정한 민우빈은 이미 다른 정장으로 갈아입었다.그는 김리아를 한 번 훑어본 뒤 차가운 눈빛으로 도경호에게 시선을 돌렸다.“여기가 회사지 나이트클럽인 줄 알아? 쪽팔린 짓 하지 마.”도경호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민 대표님. 조 비서님과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하려고 이 여자를 불렀어요. 얘기 나누세요.”말을 마친 도경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멀리 도망쳤다.민우빈은 아까 김리아가 그에게 던진 사직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에게 다시 던지고는 바짝 다가가 귀가에 조용히 속삭였다.“그만두려고? 아이는 영원히 안 볼 건가?”김리아가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왜 말을 바꿔! 분명 소희 나한테 보내겠다고 했잖아.”“소희를 몸 파는 엄마한테 보내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어.”차갑게 콧방귀를 뀐 그가 그녀를 지나쳐 로비를 벗어났다.김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몸을 팔았다고, 정인수가 그럴 줄 알았나.그녀가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 지으니 어찌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민우빈이 가자 도경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 민우빈을 보면 차마 말도 못 꺼냈다. 집안에 친척이 있고 어르신이 재차 부탁하지 않았다면 민우빈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을 거다. 그랬기에 그도 혼자서 큰 프로젝트를 해내며 더 이상 굽신거리기 싫었다.그는 다시 달려가 김리아를 옆으로 끌어당겼다.“민 대표님과는 정확히 어떤 관계야? 모르는 사이라고 하지 마. 안 믿어. 다신 너한테 안 속아.”김리아가 대충 둘러댔다.“아주 오래전에 클럽에서 만났어요. 내가 약을 먹이고 임신한 척 결혼을 강요했죠.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죠? 이래도 안 가요?”도경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미쳤구나. 누구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결혼을 강요해! 경인에서 제일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한테 결혼을 강요했다고?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못 하지!”“...”하늘이 무너지진 않았는데.“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정신 차려. 저 사람한테 들이댔던 여자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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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이어지는 며칠 동안 김리아는 잠시 호텔에 머물렀다.민우빈에게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고 그가 먼저 그녀에게 연락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곁에 소희가 없으니 당연히 그녀가 도망칠 걱정은 없을 테니까.며칠 동안 김리아는 수많은 이력서를 제출했다. 몸을 팔아서 아이를 키운다는 그의 말 때문에 더더욱 그럴듯한 직장을 찾아 딸을 키울 능력이 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하지만 빠르면 제출 당일, 늦어도 그다음 날이면 그녀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모두 같았다. 그녀가 회사의 채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단다.수십 통의 불합격 통지서를 받은 김리아는 민우빈이 손을 써서 자신을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그녀가 도저히 취업하지 못하도록 말이다.민우빈은 지금 그녀를 막다른 길로 몰아붙이며 자신을 찾아와 애원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그의 손에 쥐고 있는 약점이 지나치게 치명적이었다.아이가 보고 싶었던 그녀는 소희의 창백하고 불쌍한 얼굴만 생각나고 엄마로서 자식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힘들었다.어쩔 수 없이 굴복한 김리아는 민성그룹으로 돌아와 민우빈을 찾아갔다.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안내원이 김리아를 멈춰 세우더니 김리아가 입고 있는 싸구려 옷을 훑어보고는 눈을 흘겼다.‘아무나 민성그룹에 올 수 있는 줄 아나.’“누구 찾으러 오셨죠? 미리 약속 잡으셨나요?”김리아가 덤덤하게 말했다.“민우빈이요.”대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자 데스크 직원이 깜짝 놀랐다.“그쪽이 누군데 우리 대표님을 함부로 만나요? 계속 소란 피우면 경비 부를 거예요.”김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네, 그렇게 하세요. 민우빈이 나한테 왜 안 왔냐고 물어보면 그쪽이 안 들여보냈다고 할 거예요. 이름 기억했어요.”한 방 먹은 직원은 감히 무모하게 굴 수 없어 의심스러운 눈으로 김리아를 노려보면서도 비서실에 전화해서 확인했다.곧 비서실에서 대답이 돌아왔다.“아가씨, 민 대표님께서 87층 라운지에서 기다리시랍니다.”데스크 직원은 훨씬 정중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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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김리아는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이마를 잔뜩 찌푸리며 자고 있었다.민우빈은 손을 말아쥐며 다시 내리고는 그녀의 여에 자리를 잡았다.오랫동안 자고 있던 김리아는 길고 긴 악몽을 꾼 듯 몸을 흠칫 떨었다.민우빈 다섯 손가락을 천천히 닫은 그는 손을 빼고 그녀 옆에 앉았다.그러다 문득 무의식적으로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통유리창 밖으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왔다.눈 부신 빛이 그녀의 옆에 있는 상대에게 쏟아지며 조각 같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깊은 눈매가 흐릿하다가 점차 뚜렷해졌다.민우빈이다.밤의 어둠에 가려진 그의 날카로운 눈은 마치 치타처럼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김리아는 깜짝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민우빈이 옆에 있었다니,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린 걸까? 그럴 리가. 이 남자는 평소에 관계를 맺고 나면 바로 떠나서 밤을 보내지도 않는데 깨어나길 기다렸을 리가 없다.생각을 멈춘 김리아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평정심을 되찾는다.“미안, 잠들었어.”그녀는 자신이 여기 온 목적을 떠올렸다.“왜 날 깨우지 않았어?”김리아는 소파에서 일어나 불을 켜려고 했다.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민우빈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발이 미끄러지면서 바로 그의 몸을 향해 쓰러졌다.‘이런.’그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본능적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있는 그를 껴안는 것뿐이었다.민우빈은 팔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손바닥에 단단히 고정했는데 가늘고 부드러운 익숙한 촉감이었다.김리아는 결국 그의 어깨를 껴안게 되었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서 불과 1센티미터 정도 떨어져서야 비로소 몸을 가누고 앞으로 쓰러지는 것을 멈췄다. 너무 가까워서 그의 열띤 숨결이 느껴졌다. 뜨거웠다. 입김이 그녀의 얼굴에 흩뿌려져 피부가 순식간에 화끈거리고 녹아내릴 것 같았다.그의 입술에 지금처럼 가까이 다가간 건 처음이었다.조금만 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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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민우빈은 무방비로 김리아에게 밀려 소파에 부딪히며 ‘펑’ 하는 소리를 냈다. 김리아는 반동력으로 뒤로 넘어지면서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대기실 안의 조명은 소리로 제어되는데 거대한 소리가 음성 제어 센서를 건드리며 대기실이 갑자기 밝아졌다.순간, 주변의 모든 것은 형체를 숨길 수 없었다. 비참한 두 사람의 모습을 포함해서 말이다.김리아는 갑작스러운 키스에 숨이 가빴는데 넘어지며 사레까지 들렸다. 게다가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그녀는 갑자기 속이 쓰려 입을 가리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그녀의 모습을 본 민우빈은 얼굴이 새파래진 채 검은 눈동자에서 불꽃이라도 튀길 것 같았다. 그녀가 자신을 밀어냈을 뿐만 아니라 헛구역질까지 하다니.‘내 키스가 이렇게 역겨워? 구역질이 나서 토할 만큼? 역시 몇 년 동안 리아는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그녀의 키스는 줄곧 그 사람을 위해 남겨두는 것 같았다.민우빈은 얼음물에 흠뻑 젖은 것 같았다.“꺼져!”그는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소리 질렀다.“그래.”김리아는 땅에서 일어나 황급히 도망치듯 휴게실을 빠져나갔다.민우빈과 함께 한 지 3년, 그녀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폭발하기 직전이다. 지난번에 그가 화를 낸 것은 그녀가 조산했을 때였다. 분명히 다친 사람이 자신인데 그가 왜 그렇게 화를 낸 건지 그녀는 지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김리아는 그때 누구에게 떠밀려 계단에서 넘어지며 하마터면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죽을 뻔했다. 소희는 지켜냈지만 그때부터 줄곧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김리아는 몸과 마음이 큰 상처를 입었지만 민우빈은 오히려 그녀에게 화를 냈다. 이후엔 그녀를 외면하고 지금은 새로운 애인까지 생겼다.‘됐어. 이혼했으니 과거의 일을 생각하지 말자.’걸음을 재촉해 민성 그룹을 빠져나온 그녀는 문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호텔에 돌아온 김리아는 커다란 침대에 힘없이 털썩 드러누웠는데 차츰 후회가 밀려왔다. 그녀는 오늘 원래 민우빈을 찾아가서 자신이 어떻게 해주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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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하지만, 그녀는 정말 소희가 너무 그리웠다.‘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민우빈이 소희를 도대체 어디로 데려간 걸까?’김리아는 생각에 잠겼다.원래 그녀가 살던 별장일 리가 없다. 소희가 사라진 후 가장 먼저 별장으로 돌아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민씨 가문은 민소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곳에 있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민우빈이 머무는 해솔빌라 펜트하우스에 있을 리도 없다. 민우빈은 항상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데 가정부가 그가 사는 공간에서 아이를 돌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순간 김리아는 눈빛을 반짝이며 산 중턱 외딴곳에 있는 민우빈의 별장을 떠올렸다.막 결혼했을 때 민우빈이 그녀를 데리고 한 번 간 적이 있다.그때 그들의 관계는 지금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빙점까지 떨어진 것은 그녀가 소희를 조산한 후부터였는데 그 후로 두 사람은 완전히 남남으로 지냈다.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그녀는 어렴풋이 장소를 떠올릴 수 있었다.‘설마 민우빈이 소희를 그곳으로 데려가 세상과 단절시킨 것은 아니겠지?’산중 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김리아는 먼저 버스를 타고 산기슭까지 간 다음 도보로 산에 올라가야 하는 노선을 찾아보았다.마음이 움직일 때 행동한다고 생각하며 아무 준비 없이 출발했다. 호텔을 나와 김리아는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그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은밀한 곳에 숨어 있는 한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그 사람은 몰래 김리아를 따라가다가 결국 김리아를 따라 버스에 탄 후 뒷좌석 구석에 숨어서 몰래 전화를 걸었다.“미행하라고 하신 여자를 제가 지켜보고 있어요. 며칠 전 계속 시내를 돌아다녔고 사는 곳도 사람이 많아서 제가 손 쓸 틈을 못 찾았어요. 오늘은 가림산에 갈 것 같아요. 전 지금 따라 버스에 탔는데 이 버스는 가림산 기슭에 종점이 하나밖에 없어요. 조금 있다가 분명 산에 오를 것인데 이건 좋은 기회예요.”전화기 너머로 냉혹하고 악랄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년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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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버스가 느릿느릿 흔들리며 가림산 자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김리아는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 하늘가를 바라보았다.석양이 하늘에 걸려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숲속 사이 사이를 비추었다. 빨간 하늘과 짙푸른 구름이 아름다운 광경을 이루고 있다.아름답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곧 어두워질 것으로 생각하며 그녀는 자신이 너무 늦게 결정한 것을 후회했다.김리아가 산중 별장에 도착했을 때면 아마 한 치 앞도 가려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 질 것이다.자신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살펴보았더니 20%밖에 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 급하게 나가느라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그녀는 혹시 휴대폰 조명을 사용할지 몰라 잠시 전원을 끄기로 했다.그녀와 같은 곳에서 차에서 내린 한 아줌마가 다가와 물었다.“어머, 지금 산에 오르려고요? 위에는 대중교통이 없어요. 관광지도 아니고 산에는 부자들의 별장만 있어요.”김리아는 눈앞의 나이 든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나이가 60여 세쯤 된 아줌마는 양쪽 귀밑머리가 조금 희고 누렇고 검은 피부색이 주름투성이인 것으로 보아 현지 농민일 것 같았다.“네, 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어느 길이 더 가까운지 아세요? 어두워지기 전에 산 중턱에 가야 해서요.”“마침 잘 물었어요. 앞에 저 갈림길이 보이죠? 오솔길이 하나 있는데 산 중턱까지 직통으로 아주 가까워요. 길이 울퉁불퉁하고 옆에 관목과 잡초가 많으니 긁히지 않도록 조심해요. 여자애들은 피부가 곱고 살이 연하잖아요.”아줌마가 열정적으로 길을 가르쳐 주었다.“감사합니다.”김리아는 여자애라는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를 표한 후 걸음을 재촉하여 산을 올랐다.오솔길로 돌아서자 확실히 아줌마의 말대로 관목이 무성하고 가시덤불이 매우 많았다. 그녀는 긴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서 가시덤불을 헤치고 산으로 걸어갔다.가림산은 경인시 교외에 있는데 이곳은 당시 지각운동이 남긴 단애산 봉우리로 해발 600여 미터에 불과하다.걷다 보니 날이 점점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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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장호철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왜? 살짝 만졌는데 못 견디겠어? 힘 좀 아꼈다가 이따가 소리 마음껏 지르게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 여기서 목이 터지라 소리쳐도 아무도 안 올 거야.”김리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확실히 사방이 황량하고 인적이 없을 정도로 산 중턱에 있는 별장 구역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날이 곧 어두워질 텐데 누가 그녀를 구하러 올 수 있겠는가.장호철은 음흉한 표정을 지은 채 단추를 풀고 가슴을 드러내며 한 발 한 발 다가오더니 씩 웃으며 김리아를 향해 갑자기 돌진했다.김리아는 장호철이 달려드는 순간에 몸을 피하면서 한 바퀴 빙글 돌아 발차기를 날려 마주 달려오고 있는 장호철의 머리를 찼다.전형적인 태권도 수법에 장호철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앞으로 넘어지던 장호철은 가시덤불에 이마를 긁혀 피가 갑자기 흘러내렸다.“빌어먹을.”장호철은 저주를 퍼부으며 땅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내리치는 충격이 너무 커서 눈앞에서 별이 반짝였다.김리아는 당연히 자신이 단번에 이길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황급히 길을 가리지 않고 숲속 더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날이 더 어두워지고 핏빛 석양이 하늘가에 걸려 곧 떨어질 것 같았다.멀리 뛰쳐나오지도 않았는데 장호철이 이미 쫓아왔다.“더러운 년, 오늘은 내 손에서 도망칠 생각 마.”장호철은 소리 지르며 김리아를 향해 달려왔다.‘쫙’하는 옷감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김리아가 입던 옷 어깨 부분이 찢어지며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장호철의 두 눈이 꼿꼿해지더니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부주의로 그녀의 어깨를 만졌는데 섬세하고 매끄러워 촉감이 정말 좋았다. 장호철의 터치에 김리아는 더없이 징그럽게 느꼈다.김리아는 거의 잡힐 것 같았다.더 뛰기에는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져 피하고 싶어도 숨을 곳이 없었고 도움을 청하려 해도 인적이 끊겼다.김리아는 한 걸음 한 걸음 물러섰다. 밤장막이 드리우고 마지막 붉은 노을이 걷히자 어둠이 빠르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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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김리아는 입술과 이가 모두 떨릴 정도로 온몸이 불편했다.‘그럴 리가 없어. 난 이미 사인했는데 내가 뭘 그르친다는 거지?’어젯밤 그를 밀쳐냈다고 해도 이런 일로 그녀를 죽게 할 정도는 아닐 테니 말이다.’그는 이미 그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는데 꼭 죽음으로 몰아붙여야 한단 말인가?어쨌거나 그녀는 소희의 생모인데 민우빈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그 순간 그녀는 등 뒤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꽉 쥐고 있다.‘아니야. 우빈 씨는 이런 잔인한 일을 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몰래 전원을 켜고 도움을 요청하려 떨리는 손가락으로 기억과 감지에 의지하여 숫자 키 1을 눌렀다. 이것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연락처를 의미하는 단축번호였고 민우빈의 번호이기도 했다. 비록 3년간 김리아가 민우빈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지만 말이다.그러나 누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왜 아직도 그 사람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지?’김리아는 민우빈이 빨리 전화를 받기를 기대하면서도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 봐 두려웠다. 이 순간 그녀는 놀랍게도 이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다.어두운 밤에 싸늘하고 쓸쓸한 기운이 사방에 가득했다.휴대폰이 진동하더니 전화가 끊겼다.이 순간 김리아의 마음은 마치 줄이 끊어진 것 같았다.민우빈이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 무엇을 설명하겠는가?눈앞의 징그럽고 더러운 남자가 말한 것이 모두 진실이라는 말이다. 민우빈은 정말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그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인 남자가 어떻게 이럴 때 전화를 받을 수 있겠는가.김리아는 마치 얼음 창고에 떨어진 것처럼 온몸이 차가웠는데 너무 추워서 감각조차 잃을 정도였다.이혼합의서에 서명할 때도 그녀는 이런 절망을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김리아는 진짜 실망했다.김리아는 원래 조용히 아이를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 민우빈의 돈을 원하지 않고 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스스로 살아가려고 했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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