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민우빈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사과해!”민우빈은 밀크티로 더럽혀진 대리석 바닥을 가리켰다.“바닥도 닦아.”육정아가 너그러운 척 말렸다.“우빈아, 이러지 마. 청소부 불러서 청소하라고 할게.”결벽증이 있는 민우빈이 더러운 걸 못 참는다는 걸 잘 알았다.“네, 닦죠.”김리아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쭈그려 앉더니 조금 남은 밀크티 컵을 들었다.순식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은 밀크티를 모두 육정아에게 뿌렸다.너무 빠른 나머지 육정아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정교하게 한 화장이 다 번졌다.민우빈의 정장에도 밀크티 얼룩이 적지 않게 튀었다.육정아는 김리아가 민우빈 앞에서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깜짝 놀라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김리아가 손을 툭툭 털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진지하게 사과했다.“두 분께 죄송하네요.”그러더니 갑자기 웃으며 처음 밀크티가 쏟아졌던 육정아의 옷을 가리키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 내가 그쪽과 부딪힌 거면 외력에 의해 밖으로 분출하는 형태로 튀어서 조금 더 높은 곳에 얼룩이 졌겠죠. 그런데 만약 그쪽이 쏟은 거라면 힘의 방향과 각도가 완전히 달려서 물이 흐르듯 묻은 자국이 나타나며 위치도 밑에 있겠죠. 그 쪽한테는 튄 자국도 없고 얼룩 위치도 아래에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실래요? 제가 부딪힌 건지, 아니면 그쪽이 실수로 쏟은 건지.”육정아는 속내가 훤히 드러나자 말문이 막혔다. 김리아를 너무 얕본 것 같다. 몰아가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 방 먹어 본인이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그녀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갔다.반면 민우빈은 잘생긴 얼굴이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채 날카로운 눈매를 가늘게 떴다.김리아가 덤덤하게 민우빈을 바라보았다.“굳이 나보고 사과를 하라고 하니 진짜로 뿌려서 명분을 만들어야죠. 안 그러면 얼마나 억울해요? 미안해요, 두 분 세탁비는 제가 배상하죠.”육정아는 민우빈을 슬그머니 쳐다보고
Last Updated : 2024-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