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이 내게 집착한다: Chapter 1 - Chapt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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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깊은 밤 커튼은 닫혀 있었고 공기 중엔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김리아는 흐트러진 숨소리를 내며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집중할 수가 없었다.그에게서 낯선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났으니까.그는 향수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데.문득 그녀의 예쁜 눈썹이 일그러지고 남자는 정신이 딴 데 팔려있는 그녀를 벌하듯 더 격하게 몰아붙였다.일을 마친 남자는 일어나서 샤워하러 욕실로 갔고 지친 김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방금 그 남자는 그녀의 명목상 남편인 민우빈이었다.그녀의 감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늘 자기 마음대로 그녀를 휘두르는 남자.결혼 3년 동안 민우빈은 집에만 오면 그녀와 그 짓을 해댔고 일을 마친 후에는 샤워하러 욕실에 갔다. 그렇게 씻고 나면 한마디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떠나곤 했다.그녀는 그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 같았다.김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민우빈의 셔츠를 주워 구겨지지 않게 걸어주려고 했다. 민우빈은 과묵하고 지나치게 깔끔하며 불같은 성미를 지녀 김리아는 늘 조심스럽게 그를 대했다.셔츠를 집어 들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멈칫했다.그녀의 시선이 셔츠 깃에 닿았을 때 립스틱이 얼룩덜룩하게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입술 자국...무의식적으로 셔츠를 코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자 아니나 다를까, 그의 체취와는 다른 향수 냄새가 났다.김리아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침대 가장자리에 다시 앉았다.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10분쯤 지나자 물소리가 멈추고 민우빈이 화장실에서 나왔다.하얀 타월을 배꼽 아래로 두른 모습이 무척 섹시했다.흠뻑 젖은 검은 머리카락에선 물방울이 계속 미끄러져 그의 섹시한 가슴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다.태생이 고고하고 우아한 남자의 싸늘한 눈동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같았고 특유의 진중함이 그의 서늘함을 더 돋보이게 했다.김리아는 눈을 피하며 립스틱에 관해 묻지 않았다. 그럴 자격이 없으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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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몰라도 돼.”민우빈의 눈빛에는 서늘함과 더불어 짜증스러움이 묻어났다.“돈은 부족하지 않게 줄게. 이 별장도 가져. 위자료로 200억 주는 것 외에도 매달...”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리아가 가로챘다.처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러지도 않았고 감히 그럴 수도 없었을 텐데.“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소희만 있으면 돼.”한 마디에 방 안의 분위기가 굳어버렸다.압박감에 숨이 막혔다.희미한 스탠드의 불빛마저 음산하게 번뜩이는 것 같았다.민소희, 두 살이 넘은 그들의 딸이다.당시 소희를 출산했을 때 출혈이 심하고 몸이 많이 상해서 의사 선생님은 앞으로 임신이 어려울 거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 피임약을 먹을 필요도 없는데 그는 조금의 빈틈도 주지 않았다.민우빈은 콧방귀를 뀌었다.“데려가서 키울 능력은 있고?”김리아가 피식 웃었다.“그건 내 일이니까 민 대표님께서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동의하면 바로 사인할게.”곧 이혼할 테니 호칭도 바뀌었다.그녀의 미소에 민우빈은 살짝 넋이 나갔다. 그녀의 맨얼굴은 무척 아름다웠다. 하얀 이와 그린 것 같은 눈썹, 도톰한 입술에 물기가 감도는 여린 피부, 한 손에 감겨오는 가냘픈 허리까지...순간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이 여자가 감히 이런 식으로 그에게 말하다니.김리아는 서랍에서 펜을 꺼내 계약서 맨 위에 알아서 조항을 추가하고 위자료 부분에 줄을 긋고는 망설임 없이 자기 이름을 사인했다.동시에 그녀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자리에서 곧게 일어나 그에게 걸어가서 합의서를 가볍게 넘겼다.“원하는 대로 해줄게. 사실 난 진작 당신과 이혼하고 싶었어.”김리아는 마음속 괴로움과 아픔을 참고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소희는 당신한테 아무런 가치가 없으니까 내가 데려갈게.”서류를 내려다보던 민우빈의 손끝이 살짝 멈칫하다가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으로 김리아를 바라보았다.슬픈 기색이 조금도 없는 얼굴은 마치 이혼이 그녀에겐 해방이라고 말하는 듯했다.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무심하게 물었다.“진작 나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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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김리아는 멍하니 바닥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러 갔다.계단을 내려가는데 도우미들의 불평이 들렸다.“방금 민 대표님이 굳은 표정으로 가던데.”“난 민씨 저택에서 일하고 싶어. 누가 위층에 있는 저 여자를 모시고 싶어 하겠어.”“그러니까. 딸도 장애인이라던데 봤어?”“아니, 태어난 이후로 병원 밖을 나간 적이 없는 아픈 아이라고 들었어. 저런 쓸모없는 모녀랑 엮이면 평생 불행할 거야. 내가 민 대표님이었다면 진작에 쫓아냈어.”“그래도 여자가 좀 불쌍해. 아들을 낳았으면 좀 괜찮았을 텐데.”“동정할 가치도 없어. 몰라?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아이를 배고 그걸 이용해 민씨 가문에 들어온 거잖아. 아니면 저런 신분으로 가당키나 해? 하느님도 그 수작을 알아보고 조산시켜 아들도 못 낳게 한 거지. 듣기론 그 딸도 아직 말을 못 한대.”“엇, 벙어리야? 아니면 저능아?”“잘 모르겠어. 어쨌든 민씨 가문에선 그 아이를 받아주지 않아. 쉿, 온다. 조용히 해.”“뭐가 무서워? 들어도 뭐 어쩌겠어. 일러바친다고 누가 믿어주기는 해?”김리아가 내려오는 소리를 들은 두 도우미는 얼굴에 경멸과 오만함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조금 전 그들의 대화를 김리아는 전부 듣고 있었다. 도우미마저 그녀를 무시한다.김리아가 덤덤하게 말했다.“내일부터 민씨 저택으로 가세요. 여긴 더 올 필요 없어요.”“허, 누가 오고 싶댔나.”도우미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러게, 안주인 행세라도 해요?”또 다른 도우미가 앞치마를 풀고 바닥에 던지며 홀연히 떠나버렸다.별장은 텅 비었고 김리아는 묵묵히 모든 짐을 챙겼다.평소 입던 간단한 옷 몇 벌을 제외하고는 민우빈이 사준 고가의 옷과 보석, 가방을 모두 중고 판매처에 보냈고 민우빈의 계좌를 남겼다. 물건 판 돈이 곧바로 민우빈의 계좌로 들어갈 거다.플래티넘 신용카드와 별장 열쇠를 봉투에 넣어 퀵으로 민우빈의 사무실에 보냈다.그에게 돌려줘야 할 건 전부 돌려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장을 나섰다.이윽고 김리아는 택시를 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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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편 민성그룹 최고층 사무실.경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건물로 네 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건물은 하늘 아래 우뚝 솟았고 민우빈은 그곳에 등을 돌린 채 곧게 서 있었다.비서 조태경이 업무 보고를 하며 김리아가 보낸 신용카드와 열쇠를 돌려주었다.동시에 민우빈의 휴대폰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중고상에서 옷과 장신구를 팔아 10억 넘는 금액을 보낸 거다.민우빈의 눈동자가 움츠러들더니 손에 들린 신용카드를 툭 부러뜨렸다.“이미 갔나?”조태경이 머뭇거렸다.,“민 대표님,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민우빈은 얼굴을 찡그렸다.가기 싫었다. 그 여자가 가면 가는 거지, 뭐 볼 게 있다고...하지만 결국엔 홀린 듯이 별장으로 돌아왔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다가오는 싸늘함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별장은 모델 하우스였던 모습으로 돌아간 뒤였다.결혼 후 그가 김리아를 이곳에 혼자 뒀던 3년 동안 김리아는 조금씩 집을 꾸몄다. 커튼은 따뜻한 색감으로 바꾸고 열심히 고른 그림과 아기자기한 장식품이 곳곳에 보였다. 유리병에 꽃까지 꽂은 걸 보아 무척 정성을 들인 게 분명했다.그런데 떠나면서 과거 이곳에서 지냈던 흔적을 모두 지우고 모델 하우로 되돌릴 줄이야.마치 3년 동안 이곳에서 지낸 적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시위하는 건가, 그의 돈은 한 푼도 필요 없고 그와 철저히 연을 끊고 싶다고?어떻게 감히!민우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꽉 다물며 암울한 눈빛에 한기가 스며들었다.그의 뒤를 따라가던 조태경은 그런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대표님, 별장 어떻게 할까요?”“너 가져.”민우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돌아서서 별장을 떠났다.조태경은 어안이 벙벙한 채 입을 벙긋했다.수백억에 달하는 도심의 별장을 그에게 준다고? 대체 어떻게... 줘도 차마 받을 수 없는데!조태경은 별장을 돌아보며 김리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민우빈 곁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그의 성격을 잘 알았다. 통제적이고 소유욕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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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김리아는 민씨 가문을 떠난 후 곧바로 투자회사 상무로 첫 직장을 구했다.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녀는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집을 빌려 임시로 가정부를 고용해 민소희를 돌보게 하고 자신은 낮에 일하러 나갔다.새 회사의 위치가 집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소희가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다.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여러 명의 직원이 회사 공용 공간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둘러싸고 수군거리는데 그녀는 지나가면서 몇 마디 말을 들었다.“기사 봤어요? 경인 재벌 민우빈의 여신이 이틀 전에 천조국에서 돌아왔다면서요?”“아, 그 육씨 가문 아가씨이자 경인 제일 여신인 육정아?”“네, 너무 부럽네요. 파파라치가 두 사람이 고급 호텔에 드나드는 모습을 찍었는데 민 대표님이 그 아가씨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었어요.”“너무 부럽네요. 육정아는 예쁘고 착한데 학력도 높고 육씨 가문은 경인에서 재력과 권력으로 내로라하는 가문이잖아요. 어린 나이에 벌써 유명한 화가가 됐어요. 모든 걸 가진 엄친딸이 따로 없어서 줄곧 독신이었던 민 대표님도 결국 넘어갔잖아요.”김리아가 그들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바라보니 최고급 갤러리의 오프닝 행사였다. 카메라 속 육정아는 온화하고도 대범하며 재벌가 아가씨로서 고귀함과 우아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그날 밤 민우빈의 셔츠 위에 묻은 빨간 립스틱과 향수 냄새를 떠올랐다.저 아가씨가 남긴 거겠지.줄곧 독신이었다고? 김리아는 웃었다. 사람들은 민우빈이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그녀는 항상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어쩐지 민우빈이 서둘러 이혼 얘기를 꺼내더라니. 여신님이 돌아와 그녀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던 거다.사람들은 여전히 수군거렸다.“민 대표님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여자들 마음은 찢어지겠네.”“결혼 날짜도 다 정해졌다고 들었어요.”“재벌가 집안의 선남선녀잖아. 아주 잘 어울려.”“그러게요. 다들 이만 가요. 우리 같은 평민들은 그저 구경이나 해야죠.”묵묵히 돌아선 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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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한 명은 염라대왕이라 건드리지 못하고 다른 한 명은 유명한 바람둥이다.업장 매니저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정인수는 이를 악물며 김리아를 안으로 밀었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리아는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다가 단단한 품에 부딪혔다.익숙한 냄새다.번쩍 고개를 든 그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민우빈?정인수가 말했던 돈줄이자 프로젝트 투자자가 민우빈이라고?어떻게 이런 우연이.민우빈은 가는 눈매로 깊게 찡그린 채 역겨움을 감추지 않았다.그가 손을 뻗어 밀치자 김리아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이미 그에게서 밀려나 옆으로 쓰러졌다.그 순간 큰 손이 김리아를 잡으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예쁜 아가씨,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지.”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의 손이 김리아의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를 감쌌다.김리아는 낯선 사람의 손길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함을 참으며 벗어나려고 애썼다.정인수가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이쪽은 우리 회사에 새로 입사한 김리아 상무입니다. 리아 씨, 이쪽은 민성그룹 민 대표님, 이쪽은 IM그룹 아시아 총괄 도 대표님이세요.”“민 대표님, 도 대표님, 안녕하세요.”김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틈새를 발견한 그녀는 서둘러 도경호에게서 떨어져 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서류를 꺼냈다.“제가 가져온 프로젝트 기획서입니다.”사람들이 자리에 앉았고 도경호는 일부러 김리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경인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였던 도경호는 수많은 여자에게 찝쩍거렸고 지금은 감탄하는 눈빛으로 김리아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정 대표는 어디서 이렇게 예쁜 여자를 찾았어? 너무 예쁜데.”하지만 도경호는 민우빈의 눈치를 먼저 살펴야 했다. 민우빈이야말로 경인에서 가장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로 강압적인 그가 눈여겨본 물건은 땅이든 프로젝트든, 사람이든 전부 건드려서는 안 된다.그래서 떠보듯 웃으며 물었다.“민 대표님, 마음에 드세요?”김리아가 몇 번이고 민우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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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프로젝트...”김리아가 소개를 시작하기도 전에 도경호가 휘파람을 불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말을 가로챘다.“예쁜이, 급할 게 뭐가 있어. 일단 술 마시면서 친해진 다음에 사업 얘기를 하는 게 규칙이지.”정인수가 바로 웃으며 거들었다.“민 대표님, 도 대표님, 제가 술 따라드릴게요.”그렇게 말하며 정인수는 한 병에 몇천만 원짜리인 샤또 로마네 레드 와인을 꺼냈다. 거금을 들여 구한 건데 오늘 밤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큰 손해였다.“저 여자가 따르라고 해.”김리아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민우빈은 덤덤하게 말했다.“그러려고 온 거 아닌가?”순간 김리아는 모욕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등 뒤로 감춘 손을 꽉 움켜쥐며 손톱이 살에 박혔다.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오늘 그녀의 목표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보너스를 받은 후 회사를 그만두는 거다.이렇듯 부당한 방식으로 투자를 끌어들이는 회사에선 하루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와인 뚜껑을 열고 천천히 다가가 술을 따르려는데 민우빈이 갑자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릎을 꿇고 따라야지, 몰라? 무례하네.”김리아는 의아했다. 무릎을 꿇으라고?”“대표님, 저는 상무입니다. 아가씨가 아니라요.”민우빈은 비웃었다.“뭐가 다르지?”김리아는 분노의 불길이 가슴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정인수가 조용히 김리아의 무릎을 발로 툭 건드렸고 다리가 풀린 김리아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무릎을 꿇는 순간, 민우빈은 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앉아 군림하듯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 같은 경멸의 표정이었다. 김리아의 가슴은 백만 개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이혼을 원해서 군말 없이 떠나줬는데 뭘 더 원하는 걸까.3년 동안 그와 침대에서 뒹굴었지만 조금의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쓰다 질리면 버리는 인형처럼.김리아가 일어나려는데 정인수가 급히 그녀의 어깨를 세게 누르며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여기서는 술 따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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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예쁜이, 라운지로 가서 옷 갈아입자. 이렇게 젖은 채로 있으면 불편하잖아.”도경호가 김리아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그냥 계약일 뿐이잖아. 나 기분 좋게 해주면 내가 사인해 줄게.”김리아는 숨이 턱 막혔다.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라운지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이런 곳에서 라운지가 뭐 하는 곳인지 그녀가 모를까. 남자가 발동이 걸리면 언제든 즐기도록 만들어진 곳이었다.그녀는 민우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이 바람둥이에게 끌려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려는 걸까?그런데 민우빈이 덤덤하게 말했다.“도 대표가 사인하면 나도 하지.”그 말에 김리아는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민우빈은 자기 손으로 그녀를 다른 남자의 품에 밀어 넣고 있었다.정인수는 잔뜩 기뻐하며 김리아에게 눈치를 주었다. 큰 거래를 위해서 조금의 희생은 괜찮지 않나. 그는 서둘러 문을 열어주었다.김리아는 무섭도록 가만히 있었다. 조금 전 분노로 그녀의 등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는데 이때 문밖에서 강력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굴하지 않고 그를 노려봤지만 민우빈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하지 않았다.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한참 후 고개를 들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민 대표님.”도경호가 김리아를 데리고 라운지로 갔다.그때 업장 매니저가 노출이 더 심한 검은색 원피스를 갈아입을 옷으로 가져왔다. 이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당연히 알고 있던 그는 서둘러 문을 닫고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도경호는 김리아를 밀쳤고 중심을 잃은 그녀는 비틀거리며 라운지 소파에 쓰러졌다.“착하지, 일단 한번 놀고 이따 호텔로 가서 실컷 즐기자고.”김리아는 남자가 덮쳐오며 그녀의 옷을 힘껏 당겨 억지로 입 맞추려는 걸 감지하고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남자의 턱에 어깨가 세게 부딪히자 고통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아무 소리를 내지 못했다. 멍이 들겠지.남자의 얼굴에는 흥분된 표정이 가득했다.“피하지 마, 예쁜이. 정말 예쁘네. 온몸에 살이 별로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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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도경호가 망설이자 김리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도 대표님, 평생 민 대표님 밑에 있을 거예요?”도경호는 얼굴을 찡그렸다.“무슨 말이지?”“간단해요. 제가 오늘 가져온 프로젝트는 아직 보지도 않으셨죠. 투자 금액은 많지 않지만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그렇다면 그 돈을 혼자 벌면 되지 않겠어요? 왜 굳이 민 대표님이 있어야 해요? 프로젝트에서 누가 더 높은 위치에 있을지 뻔하지 않나요?”“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거야?”도경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의도가 뭐야?”“허, 아무 의도 없어요. 보다시피 전 이미 민 대표님께 밉보였고 사인하지 않으면 오늘 거래는 끝이겠죠. 하지만 도 대표님께서 전액 투자하시면 전 임무를 완성한 셈이죠.”“난 뭘 얻을 수 있지?”도경호가 김리아를 홱 가까이 끌어당겼다.“보이지 않는 이익을 추구할 바에야 눈앞에 있는 이익을 맛보는 게 낫지 않아? 네가 이렇게 유혹적인데.”“큰 그림을 그리려면 멀리 봐야죠.”김리아가 도경호를 가볍게 밀어냈다.“도 대표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도경호는 재차 눈을 가늘게 떴다.솔직히 그녀의 말에 흔들렸다.민우빈의 사업체는 경인 전역에 퍼져 있고 그 혼자서 훌륭한 프로젝트를 따내는 건 어려웠으니까.“그래, 예쁜이. 사인할게. 오늘은 영 재미가 없으니 그만하자고.”문득 그가 그녀의 턱을 그러쥐었다.“다음엔 절대 안 봐줘.”김리아의 눈매가 풀어지며 안도했다.이대로 넘어가서 다행이지 오늘 밤 몸이 더럽혀질 뻔했다.룸으로 돌아오니 아직 남아있는 민우빈을 정인수가 조심스럽게 모시고 있었다.도경호와 김리아가 돌아오고 정인수는 한층 더 가벼워진 옷차림과 볼이 부자연스럽게 붉은 김리아를 보고는 두 사람이 분명 일을 치렀다고 생각했다.정인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도 대표님, 계약서 좀 보세요.”도경호가 펜을 들고 이름을 휘갈겼다.“사인하지. 전액 투자할 테니 잘 부탁해, 정 대표.”정인수는 새겨진 글씨에 입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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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칼날처럼 차가운 민우빈의 시선을 느끼며 김리아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이윽고 그녀는 거칠게 포박당하며 민우빈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옷을 쫙 찢어버렸다.업장에서 제공하는 싸구려 옷은 박음질도 제대로 되지 않아 거칠게 당기는 힘에 속절없이 찢겨 나갔다.옷을 벗기며 가슴 앞이 훤히 드러나자 김리아는 당황한 채 서둘러 두 팔로 앞을 가렸다.“그만해!”민우빈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에 있는 흔적으로 향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두 눈이 서서히 붉게 물든 채 어두운 눈동자엔 한기가 감돌았다. 원래도 차갑던 그의 분위기가 지금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이렇게 빨리 다음 남자를 찾은 거야?”쫙-또다시 소리가 들리며 그가 거칠게 그녀의 치마를 찢어버렸다.김리아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었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불에 타듯 바싹 말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속옷만 남은 그녀는 위를 가리면 아래가 드러나 적나라하게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긴 머리도 가슴 앞에 흐트러진 채 드리워져 더욱더 유혹적이었고 강한 수치심이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민우빈이 물티슈를 통째로 가져와 힘껏 그녀의 립스틱과 파운데이션을 닦아내고 목도 빡빡 닦았다.마치 더러운 물건을 대하듯.벗어날 수 없었던 김리아는 더 저항하지 못했다. 위아래로 걸친 옷도 없는데 어떻게 반항하나.“그 자식이랑 했어?”민우빈이 그녀의 뒤통수를 확 움켜쥐며 고개를 들어 자기를 바라보게 했다.“내 돈은 안 받고 몸 파는 거야? 나한테 썼던 그 더러운 수법을 도경호한테도 썼어?”덧붙이는 말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김리아의 심장을 파고들어 고통에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온몸을 흠칫 떨게 했다. 밝게 반짝이던 눈동자가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갔다.그의 눈에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수작을 부려 그의 침대에 기어 올라가고 임신한 걸 빌미로 재벌가에 발을 들이는, 이혼하니 서둘러 다음 돈줄을 찾는 그런 여자.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래, 도 대표님이랑 라운지에서 반시간 넘어 있었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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