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이시연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박강현은 쌀쌀하게 방금 한 말을 반복했다.“하고 있는 모든 일을 멈추고, 진정되면 다시 돌아오라고. 네가 맡은 그 영화 프로젝트도 잠시 비서에게 넘겨.”이시연은 몸을 흠칫했다.“네가 뭔데?”그녀는 심호흡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다른 일은 안 해도 돼. 이 영화 프로젝트는 내가 직접 계약서를 따 온 거니 네가 가져갈 권리가 없어.”박강현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피식 웃었다.“네가 계약한 거? 무엇으로 계약했어? 내 인맥 자원이 없다면 프로젝트 책임자가 너를 만날 거로 생각해? 이시연,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이시연은 갑자기 낯설어진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 훑어보았다.“내가 너의 인맥 자원에 의지한다고? 박강현,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양심이 없는 거야? 넌 내가 직접 챙겼고 네 모든 자원은 내가 알아서 해결했어. 이제 와서 내가 너한테 의지하고 있다고?”남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이시연, 너 옛날얘기 하고 싶어? 예전에는 이렇게 억지 부리지 않았잖아?”이시연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본 박강현은 마음이 조금 아팠다.“이시연, 그만해. 아무도 내 마음속의 네 자리를 대신할 수 없어.”이시연은 우습다고 생각했다.“조민아는? 그 여자는 뭔데?”박강현은 짜증스러운 기분을 억누르며 대답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는 민아를 여동생으로만 생각한다고.”그녀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나서야 시고 떫은 느낌을 억제했다.“박강현, 자신을 속이지 마. 조민아가 귀국하고 네가 내 매니저 자리를 없애고 싶어 했을 때부터, 난 네 마음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었던 거야.”“너!”박강현의 마음속에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민아는 민아고, 매니저 자리랑 아무 상관없어. 매니저를 바꾼 건 그냥 패션계의 자원이 필요해서. 그때 마침 그 사람이 있었고. 내가 쓸데없는 말 싫어하는 걸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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