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에서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14

14 챕터

제11화

청아가 원하는 것은 그저 재벌가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일 뿐이었다.그 이름이 누구의 성을 달고 있느냐는 청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반면 택승이는 그저 감정의 항로가 어긋나버린 것일 뿐이었다.그렇게 택승이는 예전의 자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잊어버렸던 것이다.우리가 새집으로 이사한 후, 택승이는 집 안 곳곳에 CCTV를 설치했다.출장이 잦은 택승이가 내가 혼자 남아 있을 때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안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택승이가 잊고 있었던 바로 그 CCTV 덕분에 내가 집을 비운 동안 택승이와 청아가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는지, 그리고 청아가 두 살짜리 아이에게 어떻게 욕조 계단에 목욕제를 뿌리도록 부추겼는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녹화됐다.가구를 망가뜨린 일 또한 청아의 소행이었다.이 모든 것을 깨달은 순간, 택승이는 그 자리에 서서 돌처럼 굳어버렸다.“그렇다면, 네가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였어...”난 택승이의 말을 갑자기 끊으며 대답했다.“청아는 처음부터 네 돈만 노렸을 뿐이야.”청아는 그저 아이를 핑계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헛된 욕망에 불과했다.청아가 택승이의 곁을 그렇게 오래 지킨 이유는 분명하다.택승이는 그저 말만 번지르르한 허울 좋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청아는 알고 있었다.회사의 모든 중요한 일들은 나를 통해서 처리됐고 택승이는 결코 그들의 가족을 위해 나를 배신할 리 없었다.더구나 택승이가 나를 이길 수도 없었다.회사의 핵심과 사람들이 따르는 방향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앞에서, 청아는 자신의 운명을 감히 걸어볼 수 없었을 것이다.무엇보다도 청아에게는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었다.아이를 진심으로 아꼈으니까.자신이 감옥에 가면 그 아이의 인생도 완전히 망가질 것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했다.택승이는 오랜 침묵 끝에 마치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어떻게 저런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거지...”“그리고 그 때문에 너를 잃게 됐네.”난 천천히 고개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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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택승이의 시선은 이혼 협의서에 고정되어 있었다.난 펜을 택승이의 손에 건넸다.“서명해.” 펜을 받는 택승이의 손이 떨렸고 목소리는 몹시 거칠었다.“이연서, 넌 너무 잔인해.”‘잔인하다고? 어쩌면 그렇겠지.’하지만 내가 비겁하게 용서한다면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 될 뿐이다.택승이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서명 펜을 꽉 쥐었다.“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거야?”택승이는 마치 우리 안에 갇힌 맹수 같았다.난 옆에서 여유롭게 택승의 초조함을 감상했다.“택승아, 지금 네 모습은 정말 추악해.”내 말이 끝나자마자 택승이의 얼굴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핏기마저 깨끗이 사라졌다.“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택승이는 내 손을 잡았다.뜨거운 눈물이 내 차가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택승이의 눈에는 간절한 애원이 가득했다.“나를 미워하지 마, 연서야.”난 웃으며 손을 뺐고 종이에 손을 닦았다.“누가 상관도 없는 사람을 미워하겠어?”법원에서 나오는 날, 택승이는 완전히 기가 꺾인 모습이었다.“연서야, 정말 후회하고 있어...”난 고개를 저으며 택승이에게 마지막 충고를 했다.“택승아, 청아랑 잘 살아.”청아는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엄마다.청아가 나에게 순순히 응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그녀의 아들인 사랑이를 빌미로 협박했기 때문이다.내가 남긴 최소한의 선의는 그 아이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런 부모를 둔 건 사랑이의 불행이지만 아이의 잘못은 아니다.이혼 후, 택승이는 잠깐 세상에서 사라진 듯했다.택승이는 이미 몰락했고 회사의 이사라는 명목만 남았다.분배금을 제외하면 택승이의 직위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었다.그나마 택승이가 가진 분배금도 이전에 손실이 컸던 프로젝트 때문에 팔아야 했다.택승이가 다시 나타났을 때 매일같이 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난 옷을 걸치고 아래로 내려가 택승이를 만났다.눈이 마주치자, 택승이는 입술을 달싹이며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지금 이 꼴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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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택승의 입술이 떨리며 나를 바라보았다.택승의 목소리는 간절했다.“연서야, 우리 다시 결혼하자, 응?”“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제발 한 번만 나를 구해줘, 제발 나를 살려줘.”택승의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다.택승이 느끼는 고통이 이혼 탓인 손실 때문인지, 아니면 나와의 14년을 끊어내지 못해 느끼는 고통 때문인지 모르겠다.택승은 허둥지둥하며 비참하게도 나에게 한 번 더 애원했다.난 조용히 택승을 바라보았다.“네가 왜 내가 두 번째로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택승의 입술에서 피기가 사라졌다.“근데 우리가 함께한 14년의 감정은...”“네가 먼저 버린 거 아니었어?”택승은 쓰라린 표정으로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말했다.“연서야, 넌 나를 더는 용서하지 않을 거지?”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이런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마.”나중에 들은 소식에 따르면 택승은 자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택승은 마지막 남은 재산을 털어 투자했지만 결국 다 날리고 말았다.집과 차는 은행에 빼앗겼고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택승은 배달원 일을 시작했고 어두컴컴하고 습기 찬 지하실로 다시 돌아갔다.우연히 택승을 다시 만난 건 어느 길가였다.택승은 2000원짜리 야채 밥과 뼈국을 먹고 있었다.택승은 대나무처럼 말라 보였고 구부정한 자세에 피부는 검게 타 있었다.눈가엔 주름이 가득해, 마치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택승은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나서 입을 닦으며 나를 보았다.그 순간, 택승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못 본 척하려 했다.하지만 곧 택승은 일어나 주름진 옷을 정리하고 나에게 다가왔다.“오랜만이야.”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랜만이야.”택승은 내가 새로 바꾼 차를 보자 등이 다시 조금 더 구부정해졌다.택승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넌 점점 더 잘 지내고 있네.”난 택승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웃으며 물었다.“강청아는? 같이 있지 않아?”택승은 화가 난 듯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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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청아를 다시 만난 건 반년 후였다.눈이 벌게진 채로 찾아온 청아는 절뚝거리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이유를 따지며 소리쳤다.“왜,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했잖아!”“근데 왜 아직도 날 가만두지 않는 거야?”그렇게 격앙된 모습이 묘하게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난 청아를 힐끗 올려다보며 무심하게 반문했다.“강청아, 내가 뭘 했는데?”내가 뭘 했다는 걸까?그저 청아가 새 남자를 꼬셨다는 소식을 듣고 살짝 손을 쓴 것뿐인데.청아도 나름의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청아는 그럴듯한 거짓말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 남자를 속였다.그렇지만 나도 마음이 약한 편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연락처를 찾아냈고청아와 택승 사이의 진실을 알려줬을 뿐이었다.청아는 분을 못 이겨 온몸을 떨며 말했다.“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난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근데 잘 생각해봐.”“난 네 아들만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너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잖아.”긴 침묵 끝에, 청아는 결국 무너져내리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이연서, 제발 부탁이야, 나 좀 살려줘.”“내 아들 몸이 안 좋아서 내가 돌봐야 해.”“그건 나랑 상관없어.”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들이 아닌데, 죽든 살든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택승과 청아의 일이 그 남자에게 폭로되면서 다시 한 번 큰 파문이 일었고 청아의 평판은 완전히 바닥을 쳤다.결국 청아는 길이 막혔는지 폭력 성향이 있는 한 노인과 결혼했다.어느 날, 외식하러 나갔다가 난 청아를 마주쳤다.청아의 얼굴에는 큰 멍이 가득했다.청아는 서양 음식점의 통유리 앞에 서서 안을 갈망하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노인은 청아의 등에 손을 세게 내리쳤다.“뭘 봐? 네 주제에 그런 데서 밥을 먹을 자격이나 있어?”청아는 눈길을 거두어들였고 마침 나와 눈이 마주쳤다.그 순간, 청아의 얼굴에 수치와 분노가 잔뜩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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