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씨, 지금 강유형과 같이 계세요? 제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해주실 수 있나요?”조나연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방 안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했다.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놀라움 섞인 숨소리와 함께 모든 시선이 내 휴대폰과 강유형 사이를 오갔다.나는 주변의 반응에는 신경 쓰지 않고 강유형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조나연 씨, 혹시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당신 남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왜 저한테 전화하시는 거죠?”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마치 이 큰 공간 안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제... 제 전화를 안 받으까요...”조나연의 목소리는 분명히 기운이 빠져 있었다.“아, 그렇군요.”나는 비웃듯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받아보라고 하면 정말 받을 것 같으세요?”내 말이 끝나자 조나연은 대답하지 못했고 대신 강유형이 내 휴대폰을 확 낚아채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나는 그를 보고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이렇게 행동하시면 당신 여자 친구가 더 오해하지 않겠어요? 제가 일부러 대표님께서 전화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이죠.”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손목을 잡아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강유형!”신지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비켜.”강유형은 짧게 말하며 신지태를 밀어냈다.신지태는 내가 다치지 않을까 염려해 따라오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지태야, 저 둘은 아직 풀지 못한 게 있는 것 같아. 네가 끼어들 필요 없어.”그들에게는 내가 여전히 강유형과 잘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걸까.하지만 방금 전의 대화는 나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방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의 손목을 세게 뿌리치며 말했다.“강유형, 네 문제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내 손 더럽히지 말고.”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남자 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