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의 맑은 목소리는 어쩐지 약간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기색마저 띠고 있었다.분명, 딸은 부모의 가장 든든한 존재라 하지 않던가?그런데 하늘이는 대체 어느 쪽인 걸까?박한빈은 그 자리에 서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한편, 성유리는 방에 스스로를 가둔 채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건 저녁 식사 때가 되어서였다.말을 아낀 채 식사하는 내내, 단 한 번도 박한빈을 쳐다보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박한빈은 그제야 기회를 잡아 성유리에게 먼저 물었다.“이따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갈 거야?”“아니요.”망설임 없이 돌아온 단호한 대답에 박한빈의 표정이 굳어졌고 곧장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성유리는 그보다 먼저 박한빈의 손을 뿌리쳤다.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는데 순간, 김서영이 입을 열었다.“그만하고 우선 돌아가는 게 좋겠다.”차분한 목소리가 박한빈을 멈춰 세웠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서영을 보며 말했다.“어머니.”그러나 김서영은 박한빈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성유리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마침 내일 주말이잖니. 하늘이도 학교 안 가는 날이고... 너희 둘이 여기서 이틀 정도 쉬어가는 게 어떠니?”그리고 다시금 박한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너는 회사 일로 바쁘잖아. 일단 돌아가도록 해.”결국 박한빈은 억지로 ‘쫓겨나듯’ 이곳을 떠났다.하늘이 역시 그런 박한빈을 달갑지 않게 대하는 듯했다.하지만 밤이 되어 성유리가 아이를 재우던 중, 하늘이는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진짜로 화난 거야?”그 질문에 행동을 멈춘 성유리는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미소에 하늘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 엄마가 진짜 화난 건 아니구나.”“응?”“엄마가 진짜 화났다면 바로 나를 데리고 바로 경운시로 갔겠지.”그 말을 듣고 나서도 성유리는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결국 성유리는 아이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