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701 - Chapter 710

735 Chapters

제701화

박한빈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성유리를 자신의 뒤로 살짝 끌어당겼다.“연정우 씨를 두 분이 어떻게 보든, 좋게 평가하시든 상관없지만 성유리는 이제 제 아내입니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죠.”류수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유리는 얼어붙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서둘러 중재하려고 나섰다.“사모님, 죄송해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그러면서 박한빈을 흘깃 째려보며 말했다.“사모님께서 농담하신 거 몰라요? 얼른 사과하세요.”“사과는 됐어.”성유리가 박한빈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류수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유리야, 생각해 보니 방금 박한빈 씨가 한 말이 틀리지도 않아. 이 일은... 확실히 나와는 무관한 일이었는데 괜히 참견했네.”그녀는 얼굴을 살짝 돌려 박한빈을 보며 말을 이었다.“의사도 말했지만 제 남편은 지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요. 직접 이렇게 찾아와주신 마음은 충분히 알았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주세요.”아까완 달리 류수미의 얼굴은 훨씬 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성유리는 뭔가 더 설명하려 했지만 박한빈은 오히려 이 상황을 반겼다는 듯 더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류수미가 추가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에 누워 있는 사민혁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바로 성유리를 이끌고 병실을 나섰다.단 한마디도 더 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그렇게 병실에서 끌려 나오듯 따라 나온 성유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박한빈의 손을 뿌리쳤다.“잠깐만요, 박한빈 씨! 제가 기다리라고 했잖아요!”그제야 멈춰 선 박한빈이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봤고 그녀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따져 물었다.“대체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내가 뭘?”박한빈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설마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이건 오히려 내가 너한테 물어야 할 질문 같은데?”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성유리를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방금 거기 들어가지 않았다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 생각이었어?”“설마...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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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박한빈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갑자기 조용해졌다.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침묵을 견디기 힘들었던 박한빈이 무언가 더 말하려던 찰나,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뭐라고?”뜻밖의 질문에 박한빈은 순간 멍해졌고 무심결에 되묻고 말았다.그러나 성유리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박한빈 씨 눈에는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제가 얼마나 이성 없이 굴어야 그런 선택을 하겠어요?”성유리는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목소리에는 분명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그제야 박한빈은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제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 연정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성유리가 다시 물었다.“뭐라고 했는데?”“박한빈 씨가 일부러 하나 씨 아버지가 편찮으시단 걸 저한테 숨겼다고 하더라고요.”성유리가 눈을 가늘게 뜨며 계속 말했다.“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했죠. 저는 박한빈 씨를 믿는다고.”그녀는 박한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그런데 이게 박한빈 씨가 제 신뢰에 대한 보답인가요?”“아니야, 그게 아니고...”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박한빈이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성유리는 손을 들어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거기 서 계세요.”단호한 태도에 박한빈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이내 성유리는 그를 한 번 흘끗 바라보더니 곧장 뒤돌아 걸어갔고 그 속도는 무척 빨랐다.박한빈이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성유리의 모습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그는 급히 성유리를 뒤따라갔다.하지만 병원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성유리가 탄 차는 사라진 뒤였다.결국 박한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실버 포레스트로 돌아갔다.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깨달은 사실 하나, 성유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박한빈은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엄습했다.급히 도우미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성유리가 아예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한 통 걸 때마다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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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하늘이의 맑은 목소리는 어쩐지 약간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기색마저 띠고 있었다.분명, 딸은 부모의 가장 든든한 존재라 하지 않던가?그런데 하늘이는 대체 어느 쪽인 걸까?박한빈은 그 자리에 서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한편, 성유리는 방에 스스로를 가둔 채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건 저녁 식사 때가 되어서였다.말을 아낀 채 식사하는 내내, 단 한 번도 박한빈을 쳐다보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박한빈은 그제야 기회를 잡아 성유리에게 먼저 물었다.“이따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갈 거야?”“아니요.”망설임 없이 돌아온 단호한 대답에 박한빈의 표정이 굳어졌고 곧장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성유리는 그보다 먼저 박한빈의 손을 뿌리쳤다.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는데 순간, 김서영이 입을 열었다.“그만하고 우선 돌아가는 게 좋겠다.”차분한 목소리가 박한빈을 멈춰 세웠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서영을 보며 말했다.“어머니.”그러나 김서영은 박한빈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성유리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마침 내일 주말이잖니. 하늘이도 학교 안 가는 날이고... 너희 둘이 여기서 이틀 정도 쉬어가는 게 어떠니?”그리고 다시금 박한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너는 회사 일로 바쁘잖아. 일단 돌아가도록 해.”결국 박한빈은 억지로 ‘쫓겨나듯’ 이곳을 떠났다.하늘이 역시 그런 박한빈을 달갑지 않게 대하는 듯했다.하지만 밤이 되어 성유리가 아이를 재우던 중, 하늘이는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진짜로 화난 거야?”그 질문에 행동을 멈춘 성유리는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미소에 하늘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 엄마가 진짜 화난 건 아니구나.”“응?”“엄마가 진짜 화났다면 바로 나를 데리고 바로 경운시로 갔겠지.”그 말을 듣고 나서도 성유리는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결국 성유리는 아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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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한빈 씨가 저랑 싸울 사람인 것 같나요?”성유리의 반문에 김서영은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은 없네.”그러면서도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하지만 그 애 성격상 가끔은 사람 속 뒤집는 말을 할 수도 있어.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라면... 그럴 리 없을 텐데?”성유리는 그 말에 대답 대신 시선을 살짝 돌리더니 잔을 들어 한 모금 더 마셨다.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저는 화난 것도 아니에요.”“오?”“그냥...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화가 난다기보다는... 너무 답답해요. 저에 대한 그 사람의 불신이.”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는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였기에 박한빈 씨가 그렇게 오해한 걸까 싶어요. 대체 무슨 이유로 제가 고작 남이 하는 몇 마디 말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을까요?”김서영은 이미 박한빈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그럼에도 다시금 성유리의 입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나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의 가벼운 웃음에 성유리는 더욱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김서영을 바라봤다.“네가 뭘 잘못했을까 고민할 필요 없어.”김서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라 그 애 스스로의 문제야.”“걔가 널 믿지 않는 게 아니야. 단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거지.”“네가 너무 소중해서 혹시라도 잃을까 봐 불안한 거야. 그래서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하고 스스로 선택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는 거지.”그녀의 말에 성유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김서영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잔을 채워주며 계속 말했다.“아무튼 괜찮으면 된 거야. 결국엔 둘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해결될 테니까.”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적어도 이틀 정도는 걔가 좀 불안해하면서 지내게 내버려둬.”성유리는 김서영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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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김서영은 그날 밤, 성유리와 한참을 이야기했다.처음 그녀가 술을 함께 마시자고 했을 때만 해도 성유리는 그녀가 박한빈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줄 알았다.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오히려 박한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었다.이야기에 빠져들던 그녀는 급기야 그의 사진첩까지 가져왔다.그 사진들을 보면서 성유리는 점점 깨달았다.박한빈의 성격은 단순히 박씨 가문의 영향만이 아니라 타고난 면도 있었다.다른 아이들의 돌사진이나 유치원 사진 속 모습은 활기차고 장난기 넘쳤지만 박한빈은 언제나 똑같은 표정이었다.지금과 다름없이 어린 시절의 그도 마치 현재의 모습이 축소된 듯한 느낌이었다.그렇게 이야기와 사진을 주고받다 보니 성유리는 원래 이 대화를 왜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릴 정도였다.결국, 둘은 박한빈에 대해 이야기하며 와인 두 병을 비웠다.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성유리는 머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정신이 여전히 몽롱했다.몸을 돌리는 순간, 손가락 사이에 박한빈의 어린 시절 사진이 끼어 있는 걸 발견했다.사진 속 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정색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그것을 옆에 두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집 안은 평소와 똑같이 조용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도우미가 다가와 김서영이 이미 하늘이를 데리고 마장으로 갔다고 알려주었다.그녀는 김서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미처 말을 꺼내기 전에 하늘이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내 말 보러 와!”그제야 성유리는 아직 하늘이의 말을 본 적이 없다는 걸 떠올렸다.“그래, 지금 갈게.”“그럼 내가 운전사를 보낼게.”김서영이 대답했다.“길이 좀 복잡하기도 하고 네가 처음 가는 곳이라 헷갈릴 수도 있어.”성유리는 시계를 힐끗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옷 좀 갈아입고 갈게요. 준비할 거 있어요?”“아니, 다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냥 와.”김서영의 말엔 전혀 의심할 만한 글이 없었다.하지만 성유리는 꿈에서조차 예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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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보아하니... 아직 제대로 달래주지 못한 것 같네?”박한빈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김서영은 옆에서 불 건너 강 구경하는 식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머니는 대체 누구 편입니까? 어머니는 제 친어머니잖아요!”보다 못한 박한빈이 입술을 오므리다 김서영에게 말했다.“당연히 그건 알지.”김서영은 침착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그런 말이 있잖니? 혈연관계를 토대로 사람을 도우면 안 된다고.”“그러십니까? 전 또 어머니께서 이 상황을 즐기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박한빈의 평온한 목소리에 김서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야. 게다가 나도 오늘 너한테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았니?”김서영의 물음에 박한빈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만 봤다.그 시각, 성유리와 하늘이는 말 위에 타고 있었는데 승마장 직원들이 앞에서 두 사람을 데리고 달리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김서영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박한빈을 보며 계속 말했다.“네.”비록 빠르게 대답했지만 그의 신경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무슨 일 있니?”김서영은 그제야 심상치 않음을 느껴 다시 물었다.“아니요.”하지만 그의 대답을 김서영은 믿지 않았고 미간을 점점 더 찌푸려갔다.조금 망설이던 박한빈은 낮은 소리로 김서영에게 먼저 말했다.“사실 뭐 별 건 아닙니다. 다른 지사에 일이 좀 생긴 것뿐이죠.”“처리하기 힘든 일이니?”“네. 제가 직접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대화를 나누던 박한빈은 손목에 있는 시계를 쓱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좀 잇다가 여기서 바로 공항으로 떠날 겁니다. 요 며칠... 유리네는 어머니 쪽에서 지내게 해주십시오. 제가 돌아오면 데리러 오겠습니다.”박한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발신자는 비서였다. 그는 박한빈에게 지금 어서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보챘다.“저 먼저 가보겠습니다.”박한빈은 시선을 성유리에게서 떼지 못했고 그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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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됐어요.”성유리는 재빨리 대답했다.“그 사람이 저한테 직접 말 안 했으니까 제가 묻는 게 아무 의미도 없을 거예요.”김서영은 성유리가 말한 ‘문제’가 이것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박한빈을 위해 몇 마디 해주려고 입을 뻥긋거렸다.그러나 성유리는 이미 하늘이의 손을 잡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가자. 우리 저기 가서 좀 쉴까?”하늘이는 말을 신나게 탄 바람에 얼굴까지 새빨갛게 변했다. 그래서 성유리의 말에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김서영은 떠나가는 둘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몰래 핸드폰을 꺼내 박한빈에게 문자를 전송했다....[나 지금 도한시야. 이쪽 일은 한 사흘 동안 처리해야 될 것 같아. 요 며칠 너랑 하늘이는 엔젤 월드에서 지내.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공항 도착했어.][지금 이륙 준비하고 있대.][비행기에서 내렸어. 지금 호텔가는 길이야.]...이건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보낸 문자들의 일부였다.문자 빼고 사진들도 몇 장 보냈고 가는 길 내내 성유리에게 자신의 일정을 보고해 줬다.성유리는 끊임없이 새 문자가 전송되는 핸드폰을 가만히 바라만 보다 결국 박한빈에게 답장했다.[알겠어요.]그녀는 자기가 답장을 하면 박한빈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아예 빗나갔다.게다가 성유리의 답장을 받자 그는 신이 난 건지 더욱 많은 문자를 보내왔다.어느 호텔에 묵는지, 방은 어떤 구조인지, 사흘 동안 스케줄은 무엇인지까지 하나하나 성유리에게 전송했다.결국, 성유리는 박한빈을 차단해 버렸고 그녀의 반응에 그는 더 이상 쓸데없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당연하게도 아마 박한빈이 너무 바빠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다.필경 성유리는 뉴스에서 이번 일에 관한 소식을 많이 접했으니까.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초기 단계에서 기중기가 고장 나 아래에 있던 사람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현장에는 사고 당시에 영상을 찍은 사람도 있었기에 짧은 영상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졌다.그리고 사람들은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개발상에게 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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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박한빈의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에서 듣자 평소보다 더 낮고 섹시해보였다.성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술 드셨어요?”“어떻게 알았어?”박한빈은 웃으며 화면전환을 했다.“봐, 아직 안 끝났어.”복도를 걷고 있던 박한빈은 걸려있던 액자를 쓱 비추더니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술자리를 찍어줬다.성유리는 말이 없었지만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걱정하지 마, 조금만 있다가 갈 거야.”그는 마치 성유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들은 도한시 방송국 분들이야. 저 사람들이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내가 불렀어.”박한빈은 망설이다 이런 말을 덧붙였다.“다 남자야.”성유리가 재미난 이야기라도 들은 듯 피식 웃자 박한빈이 눈썹 한쪽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올래?”“네?”“여기 풍경이 너무 좋더라고.”박한빈의 말에 성유리가 되물었다.“일은 다 해결하셨어요?”“응. 거의 다 됐어.”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박한빈이 말을 이어갔다.“공사장 쪽에서 책임자를 내세웠고 유가족도 이미 다 위로했어. 방송국이 아마 내일쯤 이 일에 대한 소식을 전할 거고.”성유리가 물었다.“이미 다 해결하셨으면 돌아오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그녀의 물음에 박한빈이 주춤거리며 대답했다.“가면... 하늘이도 있잖아.”“네?”“내 말은... 여기 풍경이 좋다고. 나는 너를 데리고 돌아다니고 싶은데 하늘이는 유치원 가야 되잖아.”성유리는 그제야 박한빈의 말에 숨은 의도를 알아차렸다.“안 갈래요.”그녀의 대답에 박한빈은 실망한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성유리는 원래 그가 일을 다 해결하면 돌아올 거라고 믿었지만 박한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다른 말을 더 한다면 꼭 다시 자신을 난감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질 것을 알기에 성유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먼저 끊을게요.”“끊어. 일찍 자고.”박한빈의 대답에 성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있다가 이내 통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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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성유리는 다시 하늘이를 바라보았다.하늘이는 조금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고 성유리의 시선이 닿자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엄마, 난 동생이 갖고 싶어. 근데 남동생 말고 여동생이었으면 좋겠어.”...결국, 성유리는 혼자 공항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마침 꽃집이 보여 잠시 들러 꽃 한 다발을 샀다. 그리고 꽃을 들고 공항에서 서 있다가 문득 이상함을 깨달았다.‘내가 왜 박한빈 씨한테 꽃을 주려고 했지?’하지만 이미 꽃을 손에 든 상태였고 예쁜 꽃다발을 그냥 버리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들고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더 항공편이 도착했고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오는 게 보였다.그러나 성유리는 끝내 박한빈을 찾을 수 없었다.오랜 시간 기다린 성유리는 조금씩 지쳐가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그래서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그 숫자를 보는 순간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곧장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박 대표님 부인되시죠?”상대는 여자였다.그 목소리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누구시죠?”“하하, 당신 남편이 지금 우리 쪽에 있어요. 그렇게 잘 나신 사장님이 겨우 백만으로 우리를 내쫓으려 하다니... 이거 저희를 무시하는 거 아닌가요?”“말해두는데 제 남편이 죽었어요. 이 일... 몇백만은 받아야 끝낼 수 있을 거예요!””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대체 뭘 하려는 거죠?”순간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타고 올라온 성유리가 급히 물었다.“박한빈 씨는요?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걱정 마세요. 잘 먹고 잘 자고 있으니. 다만, 지금은 보낼 수 없다는 것뿐이죠.”“당장 돈을 들고 이곳으로 오세요. 저희는 오백만 원을 요구해요. 그것도 현금으로요. 알아들었어요?”성유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상대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멍해 있던 성유리의 핸드폰에 곧이어 서훈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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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박한빈은 지금 마당을 마주한 거실에 앉아 있었다. 앞쪽의 대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마당에는 몇 사람이 괭이와 쇠망치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그들은 혹시라도 그가 도망칠까 봐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본 박한빈은 오히려 조금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들이 지키고 있지 않아도 애초에 뛰쳐나갈 생각이 없었다.왜냐하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사실 이 보상금 처음부터 저한테 얘기하셨으면 안 줄 이유가 없었습니다.”“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누군가 뒤에서 당신들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박한빈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그 말을 들은 남자의 눈동자가 급격히 떨리고 있었다.“당신 형의 죽음, 혹시 숨겨진 진실이 더 있는 건 아닙니까?”박한빈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희 형은 당신이 죽인 거잖아요. 당신 같은 파렴치한 개발업자들은 돈만 되면 뭐든 하는 놈들이잖아요! 안 그랬으면...”“그래요. 괜찮습니다. 당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입막음 돈을 받았으니까.”박한빈이 남자의 말을 끊으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다만, 사람의 운명이라는 건 정해진 게 있는 법이죠. 당신이 가져서는 안 될 걸 억지로 가지려고 하면...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군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놓여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쾅.작은 소리였지만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제 쪽에 있는 사람이 곧 돈을 가져올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나가 보세요.”박한빈은 평소처럼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이 상대방에게는 이상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이 상황에서 그가 잡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이 모든 걸 장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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