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한빈이가 매일 사씨 저택으로 향했어.”“아니면 왜 사하나 씨 가족들이 그렇게 흥분하겠니?”“근데 한빈이 걔가... 하도 멍청해서 듣기 좋은 말들을 하는 법을 몰라. 그래서 가족분들이 반겨주지 않는 거고.”성유리는 김서영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그 사람이 사씨 저택에 왜... 뭐 하러 갔는데요?”“유리 네가 보기엔 뭐 하러 간 것 같은데?”김서영은 묻는 성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답했다.“당연히 널 위해서지.”“네가 사하나 씨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발이 묶여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것도 보기가 싫었을 거야.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도 없으니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유가족들이 너를 용서하게 하는 일이었겠지.”“아마 네가 그 사람들에게 용서받는다면 좀 괜찮아질 줄 알았나 봐.”“사실 걔가 한 일이 오늘 내가 한 일과 별반 다를 건 없었어. 그냥... 난 네가 보는 앞에서 하기를 선택했을 뿐이지.”“성유리, 난 네가 알았으면 해. 요즘 네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우리가 다 봤으니까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없이 제자리에 앉아 김서영을 가만히 바라만 봤다.그러다 조금 뒤,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마치 온몸에 남은 모든 힘을 주먹을 쥐는데 쓰는지 손가락 마디는 이미 하얗게 변해있었고 몸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김서영은 그런 성유리의 모습을 보고도 그저 묵묵히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기만 했다.이때, 두 사람이 탄 차가 엔젤 월드에 들어서자 박한빈이 기다렸다는 듯 안에서 달려 나왔다.어찌나 급히 나온 건지 외투조차 걸치지 않은 그는 평소 무덤덤하던 표정과는 달리 한껏 더 격동돼 있었다.기사가 차를 주차하고 나서야 박한빈은 헐레벌떡 달려오며 김서영에게 물었다.“유리 데리고 어디 갔다 오시는 겁니까?”김서영은 박한빈에게 거짓말을 하기 싫어 솔직히 대답했다.“사씨 저택.”그러자 박한빈의 안색이 더 어두워지더니 김서영에게 따지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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