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의 대답은 홍지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기에 그녀는 한순간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성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마친 뒤, 곧바로 돌아서서 걸어갔고 박한빈이 곧장 성유리의 뒤를 따라갔다.떠나기 전, 그는 단 한 번도 홍지은을 쳐다보지 않았다.하지만 홍지은은 알았다.그동안 애써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이제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그러나 생각보다 더 아무렇지도 않았다.어차피 시궁창뿐인 인생이 여기서 훨씬 나빠진다고 한들 얼마나 더 나빠질까?그렇다고 혼자만 괴로울 수는 없었다.그러니 죽더라도 반드시 한 사람은 끌어내릴 것이다.성유리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지 홍지은은 아직 모른다.세상 그 누가 행복하게 지낸다 해도 괜찮다.‘성유리는 절대 안 돼.’...성유리는 다시 경매장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곧장 복도 끝까지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그리고 뒤따라오던 박한빈도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지만 옆에 조용히 서서 성유리만 쳐다봤다.엘리베이터의 거울 속에 두 사람의 모습은 또렷이 비치고 있었다.하지만 성유리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아무 말도, 반응도 없었다.박한빈은 그런 그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그는 발신자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울리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그러나 상대는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왔다.연달아 몇 번을 끊었음에도 전화는 계속해서 울렸다.그렇게 주차장까지 도착했을 때, 성유리가 먼저 떠날까 봐 조바심이 난 박한빈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서야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입니까?”날카로운 그의 목소리에 상대방이 순간 움찔하는 기색이었지만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박 대표님, 저예요. 왜 말도 없이 먼저 가셨습니까? 저...”박한빈은 상대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행여 핸드폰이 또다시 울릴까 봐 박한빈은 이번에 아예 전원을 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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