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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작가: 송진
“사실 요즘 한빈이가 매일 사씨 저택으로 향했어.”

“아니면 왜 사하나 씨 가족들이 그렇게 흥분하겠니?”

“근데 한빈이 걔가... 하도 멍청해서 듣기 좋은 말들을 하는 법을 몰라. 그래서 가족분들이 반겨주지 않는 거고.”

성유리는 김서영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 사람이 사씨 저택에 왜... 뭐 하러 갔는데요?”

“유리 네가 보기엔 뭐 하러 간 것 같은데?”

김서영은 묻는 성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답했다.

“당연히 널 위해서지.”

“네가 사하나 씨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발이 묶여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것도 보기가 싫었을 거야.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도 없으니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유가족들이 너를 용서하게 하는 일이었겠지.”

“아마 네가 그 사람들에게 용서받는다면 좀 괜찮아질 줄 알았나 봐.”

“사실 걔가 한 일이 오늘 내가 한 일과 별반 다를 건 없었어. 그냥... 난 네가 보는 앞에서 하기를 선택했을 뿐이지.”

“성유리, 난 네가 알았으면 해. 요즘 네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우리가 다 봤으니까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없이 제자리에 앉아 김서영을 가만히 바라만 봤다.

그러다 조금 뒤,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마치 온몸에 남은 모든 힘을 주먹을 쥐는데 쓰는지 손가락 마디는 이미 하얗게 변해있었고 몸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김서영은 그런 성유리의 모습을 보고도 그저 묵묵히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기만 했다.

이때, 두 사람이 탄 차가 엔젤 월드에 들어서자 박한빈이 기다렸다는 듯 안에서 달려 나왔다.

어찌나 급히 나온 건지 외투조차 걸치지 않은 그는 평소 무덤덤하던 표정과는 달리 한껏 더 격동돼 있었다.

기사가 차를 주차하고 나서야 박한빈은 헐레벌떡 달려오며 김서영에게 물었다.

“유리 데리고 어디 갔다 오시는 겁니까?”

김서영은 박한빈에게 거짓말을 하기 싫어 솔직히 대답했다.

“사씨 저택.”

그러자 박한빈의 안색이 더 어두워지더니 김서영에게 따지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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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리.”뒤에서 들려오는 부름 소리에 성유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봤다.상대방은 빠르게 그녀 쪽으로 다가왔고 체구보다 큰 치마를 입고 있음에도 살이 전보다 더 쪘다는 게 한눈에 알렸다.“정말 유리 맞네?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상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녀와 친구라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였기에 차분히 대답했다.“오랜만이네요. 홍지은 씨.”“확실히 오랜만이긴 하지.”홍지은은 성유리를 아래위로 쭉 훑어보며 말했다.“전에 다른 사람들이 유리 네가 돌아왔다고 말은 했었어. 근데 네가 여러 모임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아 난 그 사람들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했지.”성유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홍지은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그러니까 박한빈 씨가 결국 너를 선택한 거지? 정말 의외네. 사람들 다 박한빈 씨가 너랑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렇게 서로 감정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네.”“홍지은 씨?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성유리는 옛날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이 싫어 홍지은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그리고 그때, 유치원 안에서 누군가 급히 달려 나오더니 성유리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이쪽으로 모실게요.”“감사합니다.”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홍지은을 힐끔 쳐다봤는데 마치 다른 일이 더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홍지은은 성유리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과 사방을 번갈아 가며 둘러보다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일은 무슨. 그냥 갑자기 너를 봐서... 인사하러 온 거야.”“네.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성유리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섰고 홍지은은 제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홍지은은 핸드폰이 울리고 나서야 다른 일이 있다는 게 떠올라 얼른 차에 올라탔다.오늘 모임은 미르시의 신영지가 주최한 것이다.얼굴을 자주 보이는 사람은 거의 다 큰 인물들이 아니었고 홍지은은 그중에서도 나이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1화

    “이거 다 실버 포레스트로 가져가서 화분과 흙을 새로 갈아주고 싶고요. 그래도 돼요?”성유리는 또박또박 말하며 박한빈과 시종일관 눈을 맞췄고 진지하게 그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하던 박한빈이 대답했다.“응. 그래도 돼.”“네. 그럼 우리 날 잡고 이사 가요. 하늘이도 우리랑 같이 가는 거로 하고요. 어머님께서 그동안 하늘이 보살피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성유리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왜 그렇게 보세요?”아무런 대답도 없이 뚫어져라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박한빈을 본 성유리가 의아함을 느껴 물었다.결국, 망설이던 박한빈은 솔직하게 묻기를 선택했다.“오늘 어디 갔다 왔어?”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성유리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박한빈은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성유리가 입을 열었다.“다 알고 계셨네요. 맞아요?”“...”“오늘 하나 씨한테 다녀왔어요. 그리고... 하나 씨 부모님도 만났고요.”성유리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그분들이 저한테 먼저 말을 걸었어요.”“뭐라고 했는데?”박한빈은 사하나 부모님의 태도를 직접 봤기에 그들이 성유리한테 못된 말을 내뱉어도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두 사람의 악의는 박한빈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는 그 악의들을 성유리가 맞닥뜨리지 않기를 희망했다.이제 겨우 회복이 돼가는 성유리가 걱정되지만 않았다면 박한빈은 지금 당장 사씨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것이다.그들이 목숨값을 원한다면 박한빈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도 있다. 성유리만 무사하다면 말이다.만약 유가족들이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버틴다면...박한빈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성유리가 계속 말했다.“두 분이... 저를 용서한 것 같아요.”갑작스러운 말에 박한빈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마치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박한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쳐다봤고 그녀 역시 그를 보고 있었다.“그게 무슨 뜻이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0화

    성유리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조용히 쳐다볼 뿐이었다.류수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이해를 전혀 못 했다는 듯 의아했고 괴이하기도 했다.한편, 성유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류수미는 시선을 돌리며 계속 말했다.“저번에 김서영 씨가 한 말... 다 맞는 말이더라. 이번 일엔... 유리 네 책임이 하나도 없어.”“너를 너무 몰아붙인 거랑 독한 말을 퍼부은 거에 대해선 우리가 사과할게.”“염치없지만 용서해 줘. 나한텐... 딸이 하나 한 명이었어. 금이야 옥이야 지금까지 키웠는데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은 몰랐네.”“떠나기 전에도 유서 한 장 남기지 못한 우리 딸이... 너무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류수미는 울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성유리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다.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성유리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목소리를 되찾았다.그리고는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그리고 사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늘 드리고 싶었어요. 하나 씨한테도.”“제 딸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하고 싶어요.”“아무리 보상해도 보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요. 필경 제가 무슨 짓을 하든 하나 씨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하지만...”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수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다.전에 하얗고 부드럽던 류수미의 손은 이제 주름이 잡혀 한눈에 봐도 나이 든 사람 손 같아 보였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성유리에게 류수미가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잘 살아.”“김서영 씨가 그날 했던 말처럼 넌 잘 살아. 우리 하나 몫까지.”...박한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도우미에게 물었다.“성유리 오늘 어디 갔습니까?”그의 안색은 어두워져 있었고 목소리는 무척 날카로웠다.도우미는 박한빈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마 사하나 씨한테 다녀온 것 같아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없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9화

    그는 그저 조용히 성유리를 품에 끌어안았고 그렇게 밤 내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은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의 마음과 성유리의 마음이 가까이 붙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성유리가 다시 사하나의 부모님을 봤을 때는 청명절이 다가올 무렵이었다.사민혁과 류슈미가 자신을 마주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성유리는 특별히 청명절 전날에 사하나를 찾아갔다.하늘이도 함께.아이는 이미 한 달째 유치원에 다니던 상황이었고 생각보다 더 잘 적응해 갔다.지금껏 하늘이는 죽음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사하나의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많이 의아해했다.마치 전에 늘 자기랑 나가 놀던 이모가, 늘 치마나 선물을 사주던 이모가 왜 이곳에 누워있는지 몰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성유리는 준비한 꽃다발을 사하나의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사하나에게 할 말을 미리 준비했었다. 심지어 행여 잊어버리고 못 한 말들이 있을까 봐 메모지에 며칠 전부터 적어두기까지 했다.하지만 막상 사하나의 무덤을 마주 서고 나니 목이 꽉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메모지에 적어둔 익숙한 글자들을 몇 번이나 봐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멍하니 사하나의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성유리는 잔뜩 굳은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사하나의 부모님은 먼발치에서 성유리와 하늘이를 보고 있었는데 그들 또한 오늘 두 사람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성유리는 무의식 간에 하늘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지만 이런 행동이 류수미와 사민혁을 더 화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능적인 모성애로 그런 행동을 해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성유리의 예상과는 달리 항상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사하나의 부모님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했다.심지어는 왜 이곳에 찾아왔냐고 따져 묻지도 않았고 뚜벅뚜벅 두 사람이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그들의 반응에 성유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단 한 가지는 똑바로 알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8화

    박한빈의 말이 끝나고 나서도 성유리는 오랫동안 침묵했다.입술을 꾹 닫고 있는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박한빈의 말에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박한빈은 성유리의 볼을 살짝 어루만지며 물었다.“자?”그의 물음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굳이 따지지 않았다.“유효정 씨는... 정말 병 들어서 사망한 건가요?”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 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누가 진실을 알겠어? 어차피 연정우 씨가 모든 사람에게 사인이 병사라고 알려줬는데.”성유리는 박한빈의 대답에도 조용히 있다 한참 뒤,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그때 유씨 가문 일 말이에요. 도대체... 박한빈 씨가 신고한 건가요 아니면 정우가 그런 건가요?”이번엔 박한빈이 입을 꾹 닫아버렸고 성유리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행동을 멈췄다. 그리곤 그녀의 귓가에 있는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기 시작했다.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이 머리카락에 닿을 때마다 귓가가 너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어 피해버렸다.그 순간, 박한빈이 씩 웃더니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는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성유리의 볼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려했지만 그녀는 박한빈을 밀어냈다.“아직 제 질문에 대답 안 하셨어요.”성유리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하자 박한빈은 솔직하게 대답해 줬다.“신고한 건 연정우 씨야.”“근데 그 증거들은... 내가 조금 힘을 보탰다고 할 수 있지. 게다가 네 생각엔 원래부터 검찰의 행동이 그렇게 빠르다고 생각해?”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그러니까... 그때 연정우는 박한빈이 둔 “패”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비록 다들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자세히 검사를 해도 그는 깨끗했다.“내가 너무 무섭나?”성유리가 아무 말도 못 하자 박한빈이 조심스레 물었다.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성유리는 정신을 다잡고는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쳐다봤다.“내가 이렇게 하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7화

    성유리는 박한빈이 여전히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마치 성유리의 생각을 읽은 듯 말을 이어갔다.“전에 유효정 씨가 찾아갔었지?”성유리는 왜 박한빈이 갑자기 유효정이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지 몰랐다.날 선 눈빛으로 박한빈을 째려보던 성유리는 경계심을 풀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너도 아마 짐작하고 있었을 거야. 유효정 씨가 연정우 씨에게 말한 거 말이야. 해외에 투자자들. 그거 사실 내가 위조한 거였어.”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그제야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솔직히 말해 요즘 성유리는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연정우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에도 너무 옛날 옛적의 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박한빈은 성유리의 반응과 표정을 살펴보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녀의 얼굴을 잡더니 말했다.“내 말 아직 안 끝났어.”그의 목소리에는 불쾌하다는 감정이 잔뜩 묻어나 있었지만 성유리가 아플까 봐 손에는 아무런 힘을 주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성유리는 그럼에도 불만이 큰지 박한빈의 손을 밀쳐냈다.팍!박한빈은 그런 성유리의 모습에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성유리는 그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결국 이 문제로 다투기 싫어 빨리 말하라고 재촉했다.“나도 최근에 알았어. 내가 유효정 그 사람에게 속았더라고.”“다르게 말하면 시실 그 투자자는 정말 존재하는 사람이었어.”박한빈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그때 유효정 씨 아버지에게 그 일이 있었을 때 사실은 뒤에 길 하나를 만들어뒀나 봐. 근데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지. 자기 사위에게 신고를 당했을 줄은.”“조사하는 쪽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아버지는 도망가지 못했지만 유효정 씨에게 그것들은 남겨둔 거지.”“하지만 유효정 씨도 감옥에 들어가 버린 탓에 출소하고 나서는 그 사람 연락처도 몰랐었지.”“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야. 겉으론 나랑 협업해서 연정우 씨에게 복수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내가 다리를 놓아주기를 바랐던 거지. 투자자를 만들 기회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6화

    “내가 맨발로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박한빈은 얼굴을 찌푸리며 성유리에게 따지듯 물었다.“집안에 난방이 너무 잘 돼서요.”성유리는 아무렇지 않아 하며 대답했다.“그래도 안 돼.”“네.”성유리는 박한빈을 지그시 쳐다보다 결국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아까 뭐 보고 있었어?”“요즘 왜 그렇게 바쁘세요?”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 물었다.너무도 기막힌 타이밍에 박한빈은 멈칫하다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를 본 성유리는 기분이 이상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왜 웃으세요?”“알고 싶어?”박한빈은 대답 대신 성유리에게 되물었고 그녀는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거렸다.“마침 잘됐네.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었거든.”“근데 내가 아직 씻지를 못해서... 나 좀 기다려줄래?”“먼저 알려주시면 안 돼요?”“안 돼.”아마 요즘 박한빈의 태도 때문이었을까, 성유리는 그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졌다.그래서 지금 박한빈이 고민도 안 하고 자신의 말에 거부 의사를 밝히자 처음엔 미처 반응을 보이지도 못했다.그리고 그때, 박한빈은 이미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고 성유리에겐 기회가 없어졌다.원래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쓱 물어보려 했던 성유리지만 박한빈의 말을 듣고 나니 흥미가 생겼다.김서영도 박한빈의 회사에 별일이 없다고 말했으니까.게다가 박한빈도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유리는 이 업계 일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그러니 그가 하려던 말을 바로 성유리와 관련된 사람에 대한 주제일 것이다.이미 욕실로 들어선 박한빈의 뒤를 성유리가 따라가려는 순간, 박한빈은 뒤에도 눈이 달린 듯 고개를 휙 돌리더니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맨발로 걸어 다니지 말라고.”바닥에 닿아있던 성유리의 발은 박한빈의 말에 움츠러들어갔고 그 틈을 타 그는 욕실 문을 잠가버렸다.결국 성유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침대로 돌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창문만 바라봤다.다행히 박한빈은 성유리를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게 했고 10여 분이 흘렀을 즈음, 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5화

    하늘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성유리는 또다시 물었다.“여기서 지내는 게... 안 행복해?”성유리의 물음에 하늘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다시 끄덕였다.“난 엄마가 안 행복해 보여서.”침묵하던 하늘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 엄마는 지금... 하늘이를 보고도 웃어주지 않아.”“난 엄마가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성유리는 아이의 말에 멍해졌고 하늘이의 손을 잡고 있던 손도 점점 굳어갔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도우미는 계속 곁을 지키고 있었다. 성유리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도우미는 빠르게 하늘이에게로 다가가더니 말했다.“성하늘 아가씨, 아까 그림 그리고 싶다고 하셨죠? 저랑 같이 그리러 갈까요?”하늘이는 도우미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성유리의 입술만 뚫어져라 쳐다봤다.아이의 시선을 느낀 성유리는 심호흡 한 번 하고는 애써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기회가 생기면 엄마가 하늘이 데리고 한번 갔다 올게. 알겠지?”“진짜?”성유리의 말에 하늘이의 눈이 순식간에 빛났고 성유리는 그제야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얼마 뒤,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이와 약속했다.“응. 진짜.”하늘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도우미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나갔고 성유리는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비록 오늘 박한빈이 외출한 상태지만 집안에 남아있는 도우미들은 항시 성유리 곁을 지키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하고 있었다.성유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그녀가 화장실에 조금 오랫동안 머물러도 재빨리 다가와 괜찮냐고 묻곤 했다.그들은 항상 성유리가 괜찮다는 대답을 하고나서야 안심하며 화장실 밖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한편, 성유리가 멍하니 앉아 있을 무렵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오늘 저녁 식사 또한 변함없이 세 사람이 함께 먹었다.김서영은 하늘이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갑자기 물었다.“한빈이 요즘 왜 저렇게 바빠?”성유리는 그녀의 물음에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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