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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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항목은 바로 너희 회사에 넘기겠다고 보장 못 해. 하지만 공평하게 경쟁을 할 기회는 줄게.” 성유리가 박한빈을 쳐다보며 물었다. “조건은요?” 그녀의 물음에 박한빈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알았어? 나한테 조건이 있다는 거,” 성유리는 조용히 박한빈을 쳐다보았다. 박한빈은 이내 서서히 표정을 바꾸며 손가락으로 상을 살짝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나랑 배지수는 그냥 비즈니스 연인이야. 일부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기사를 냈고.” 성유리는 박한빈이 왜 갑자기 자기한테 이런 말을 하는지 몰라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엄마 쪽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의사가 그러더라. 깨어날 희망이 아주 크대.” 박한빈은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 일은...” “박 대표님?” 성유리가 그의 말을 뚝 끊어버리더니 물었다. “전에 도인국거리에서 저한테 하셨던 말 기억하세요?”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저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하셨잖아요.” 박한빈은 묵묵히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바라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저 혼자 김칫국물을 먹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방금 그 말씀... 혹시 저랑 다시 만나보려는 의도는 아니죠?” “아니야.” 박한빈의 단호한 대답에 성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내 말은 너 혼자 김칫국물 먹는 게 아니라고.” 그의 말에 성유리의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박한빈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 성유리는 가만히 박한빈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박 대표님, 죄송해요.” “저는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녀의 대답에 박한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다가 빠르게 웃음을 되찾으며 대답했다. “전에 아파트에서 만났던 그 남자? 네 비서라고 들었는데? 게다가 여자 친구도 따로 있다고...” “그 사람 말고요.” 성유리는 자신의 손을 내밀어 박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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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단호한 태도로 말을 마친 성유리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조금 전, 성유리는 사실 고명도가 해준 말들을 다 새겨들었고 이제부터는 박한빈을 다른 고객들을 대하는 것과 똑같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 사이의 오묘한 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록 성유리는 전에 직장에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었지만 살아가다 보니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차별을 당하던 성유리마저 이제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극악무도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수년간 성유리는 박한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최근 전까지만 해도 그런 감정들이 남아있었다. 박한빈을 볼 때마다 성유리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기에 시간이 아무리 지나더라도 그녀는 박한빈을 그저 평범한 고객으로 대할 수 없었다. 고명도가 명확하게 성유리에게 이건 그저 업무일 뿐이라고 말을 했지만 성유리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성유리는 어쩌면 자기는 아직 사업을 하기에 탁월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식당 밖으로 나오자마자 연정우가 성유리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냈다. [내일 밤 8시. 도착 예정.] 성유리는 그의 문자를 확인하고는 빠르게 답장을 보내줬다. [알겠어.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갈게.] 연정우는 더 이상 답장이 없었지만 성유리는 이미 그의 이런 태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핸드폰을 툭 내려놓은 성유리는 평온한 표정으로 시동을 걸어 출발할 준비를 했다. 다음 날, 성유리가 회사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정민재가 그녀한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성 대표님, 어제 대표님도 배드민턴장 가셨습니까?” 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쓱 쳐다보고는 되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 “다름이 아니라 그냥 성 대표님과 박 대표님께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가 발걸음을 뚝 멈추더니 다시 물었다. “근데 말이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런 일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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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연정우는 아이보리 색상의 코트를 입고 있었고 머리까지 깔끔하게 세팅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 안경까지 끼고 있는 연정우의 첫인상은 누가 봐도 신사답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 같았다. 그는 성유리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물었다. “오래 기다렸어?” 성유리는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내며 연정우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그래. 이제 가자.” 연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자고 말했지만 캐리어를 밀고 있는 손을 제외한 다른 한쪽 손은 이상하게 조금 굽혀져 있었다. 성유리는 그제야 연정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그의 팔짱을 꼈다. “밥부터 먹을까?” 연정우가 물었다. “좋아.” 성유리의 대답에 연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며칠 전부터 감기에 걸려서 이래.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그래도 기침은 계속 나네.” 성유리가 기침을 연신 해대며 힘겹게 말했다. “집에 가면 비파고 챙겨줄게.” “그래.” ... 그 시각, 연성 지화 지사. 박한빈은 사무실 책상에 마주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누군가가 보낸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진 속 남성과 여성은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고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사람마냥 깔깔거리며 웃던 박한빈은 핸드폰을 바로 꺼버렸다. 박한빈은 자꾸만 머릿속에 성유리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 그 누구도 제 자리에서 그대로 서서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 만약 전이었다면 성유리의 이런 말에도 신경 쓰지 않았을 박한빈이지만 지금은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고통스러웠다. 사진 속 두 사람의 웃음과 다정한 행동을 볼 때마다 비수가 꽂힌 가슴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는 기분이 들었고 박한빈이 느끼기에 그 피는 너무도 뜨거웠다. 사람들은 다들 지금 박한빈의 이런 감정을 “질투”라고 형용했다. 그때, 박한빈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힐끔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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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박한빈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누군가 또다시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는 보내온 사진을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삭제해 버리려고 했다. 필경 확인하지 않아도 그 사진이 누구를 찍은 것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에. 현재 박한빈은 아무리 많은 사진을 보고 분노를 한 대도 전혀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고명도가 방금 해준 말을 곱씹던 박한빈은 어이가 없어 웃음만 터져 나왔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지?’ ‘상대가 대학교수면 뭐가 변하는데?’ 박한빈은 고명도의 말이 그더러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성유리를 다시 빼앗아 오라는 뜻으로 들렸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해본 적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개입해 제3자를 해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박한빈은 웃겼다. 사진을 지우려던 박한빈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그 사진을 눌렀다. 성유리와 연정우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마트로 가 물품을 구매한 다음 성유리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마지막 사진은 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박한빈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고 강한 힘에 핸드폰 액정은 박살이 났다. 아무 표정도 없이 박살 난 핸드폰만 쳐다보던 박한빈은 사진들을 확인하지 않았어야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을 해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박한빈의 손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던 박한빈은 시동을 켜더니 발에 힘을 주며 액셀을 밟았다. 박한빈의 팔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나와 있었고 입에서는 피비린내가 났다. 차는 원래 그대로 직진을 해 호텔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박한빈은 빠르게 방향을 바꿔버렸다. 깜빡이도 없이 방향을 틀어버린 박한빈의 차를 따라오던 뒤에 차는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운전자는 박한빈의 차에 대고 험한 말들을 마구 내뱉었지만 박한빈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속도만 더 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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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연이어 담배 두 대를 피고 난 박한빈은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고명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대표님?” 고명도는 그의 전화를 빠르게 받았다. 박한빈은 라이터를 휙 던져버리고는 입을 열었다. “같이 일을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을 다 마쳤습니다. 하지만 고 대표님 쪽의 성의가 어떤지는 저한테 보여주셨으면 하는데.” ... 드림 타운. 성유리가 욕실에서 나올 때까지 연정우는 거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무선 이어폰을 낀 채로 노트북으로 계속 타자를 했고 성유리는 조심스레 그를 불러보았다. “정우야.” “어. 잠깐만.” 그는 통화를 하던 사람과 양해를 구하고는 성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밤에는 안 돌아갈 거야?” 성유리가 물었다. “응. 아직 집에 문제가 있어서.” 연정우가 낮은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다음 주에 또 출장이 있는데 유리 네 집에서 며칠만 더 얹혀살면 안 될까?” “그래 그럼. 거실에 있는 물건들은 마음대로 써도 돼.” 말을 마친 성유리가 뒤를 돌아 연정우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유리야.” “프로겐 끓여서 주방에 뒀어. 가서 조금만 마셔 봐.” 성유리는 이제 감기 기운이 거의 다 나았다는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연정우는 이내 업무에 집중해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주방으로 향해 프로겐를 마셨다. 맛도 꽤 있는 프로겐를 한잔 다 마신 성유리는 목 상태가 아까보다 훨씬 좋아진 것을 느꼈다. 성유리가 비파고가 담겼던 컵을 씻으려 할 때, 연정우가 거실에서 주방으로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요즘 별일 없었지?” “응.” 성유리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했다가 연정우에게 다시 되물었다.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있겠어?” “그럼 됐어. 다음 달에 외할아버지 생신인데 나랑 같이 갈래?” “그래.” “내가 말한 곳은 금성인데 괜찮아?” 연정우의 물음에 성유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가? 금성은 내가 가면 안 되는 곳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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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성 대표님, 고 대표님이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어요.”성유리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비서가 말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알았다고 대답만 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어제와 달리 고명도는 열성스레 맞이했다.“유리야, 왔어? 어젯밤에 일찍 가는 것 같던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네, 남자친구가 돌아왔어요.”성유리의 대답은 매우 차분했다.이 말에 고명도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갑자기 어젯밤 박한빈이 자신에게 걸었던 그 전화를 떠올렸다.‘그런 거였구나.’고명도는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말했다.“연 교수님이 돌아오셨어? 이번 출장에 꽤 오래 간 것 같은데?”“네, 한 달 가까이 있었어요.”“이렇게 출장을 자주 가는 것도 장거리 연애지 않아? 두 사람의 감정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렵지 않아?”고명도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고 대표님과 상관이 없지 않아요? 이런 개인적인 일을 물어보려고 아침부터 저를 부르셨어요?”“내가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거잖아. 어쨌든, 너 예전에 나를 아저씨라고 불렀으니.”성유리가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계속 말을 이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고명도는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사실 더 중요한 게 있어. 인주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해볼까 해.”“네?”“박 대표님 쪽에서 이미 우리와 협력하기로 동의했어.”그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의 표정은 오히려 눈에 띄게 변했다.“아, 직접 동의한 건 아니고. 우리 제안에 관심이 좀 있다는 얘긴데 계약서 같은 건 당연히 우리가 계속 쟁취해야지. 오늘 밤에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인주처럼 큰 프로젝트에 초기 투자만도 수천억 원이 들었고 지화라 하더라도 신중히 생각해야 하는데 어떻게 며칠 만에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고명도가 이렇게 말하니 성유리는 오히려 박한빈이 초조해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뭐가 그리 급한 걸까?이 인기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이 경쟁하고 싶어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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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정민재가 그녀의 곁을 따라다녔다.성유리의 지난번 ‘귀띔'을 통해 그는 이제 성유리와 박한빈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는 묻지 않지만 길에서 여전히 성유리를 보며 계속 눈빛을 반짝였다.성유리가 그를 향해 눈을 흘긴 후에야 그는 마침내 조용해졌다.성유리의 예상과 달리 오늘 저녁 술자리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명도는 주동자로서 박한빈과 계속 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성유리는 옆에서 시간만 보내며 함께 술을 권했다.모든 과정에서 박한빈은 그녀에게 특별히 눈빛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성유리는 곧 뭔가 깨달았는데 순간 자신이 마지막으로 박한빈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박한빈은 어떤 사람이던가.옷이 더러워져도 두 번 다시 입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계속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단 말인가.그는 그럴 리 없다. 그의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성유리는 숨통이 트였다.마침 이때 그녀의 휴대전화도 울리기 시작했는데 맑은 벨 소리가 룸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렸다.성유리는 얼른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죄송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남자친구지?”고명도는 웃으며 말했다.성유리는 웃기만 하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휴대전화를 들고 나갔다.전화를 건 사람은 확실히 연정우였는데 왜 이렇게 늦었는데도 아직 돌아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식사 자리가 있어.”“아직 안 끝났어?”“응, 거의 다 됐을 거야.”성유리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상대방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한마디 했다.“기침이 아직 낫지 않았어.”“알아. 별로 안 마셨어.”“어디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괜찮다고 말하려던 성유리는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언제 끝날지 아직 몰라. 거의 끝나갈 때 전화할게.”“그래, 그럼 조금만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마.”“알았어.”실제로 담배와 라이터까지 꺼내든 성유리는 연정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연정우에게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담배와 라이터를 갖다 놓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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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성유리는 오늘 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그러나 이 어지러움은 그녀에게 너무 익숙했다.게다가 이 순간 룸에 아무도 없다는 것까지...성유리는 박한빈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박한빈 씨,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쓰다니요!”그녀는 눈이 빨개진 채 주먹을 꼭 쥐고 분노에 찬 눈길로 믿기지 않은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팔은 물론 몸 전체가 가볍게 떨었다.박한빈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곧 반응하고 대답했다.“나 아니야.”“당신이 아니면...”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득 한 사람, 즉 고명도가 머릿속에 떠올랐다.어쩐지!오늘 밤 박한빈의 태도를 보면 그들과 100% 협력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오늘 고명도는 그녀 앞에서 매우 자신감을 보였다.그렇다면 그는 오늘 밤 자신을 박한빈에게 선물로 주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이런 생각에 성유리는 아주 빨리 냉정해졌다.그녀도 그와 계속 논쟁하지 않고 그냥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어쨌거나 그녀는 자신의 술잔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랐고 박한빈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하지만 성유리가 막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갔을 때 박한빈이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를 훌쩍 안아 들었다.이 동작에 깜짝 놀란 성유리는 손발은 내저으며 몸부림쳤다.“내려줘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박한빈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발걸음도 멈추지 않았다.그러던 중 성유리도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단순히 어지러운 게 아니라 이런 느낌은... 전에도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수백 번 욕설을 퍼부으며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휴대전화를 꺼냈다.연정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휴대전화를 꺼내자마자 박한빈에게 빼앗겼다.약물 때문에 성유리의 사고와 행동도 조금 느려지고 있었는데 그녀는 몇 초 후에야 박한빈의 행동을 알아차렸다.“뭐 하는 거예요? 핸드폰 돌려줘요!”“휴대전화로 뭘 하려고?”박한빈이 가볍게 웃었다.“남자친구에게 알리려고? 그 자식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성유리는 눈이 휘둥그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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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박한빈의 목소리는 매우 냉정하고 진지했다.그런데 문득 미화로에서 그가 진무열을 발로 걷어찼을 때의 진지했던 표정이 떠올랐다.오직 이때에만 성유리는 그의 조용한 눈빛에 감춰진 광기를 읽을 수 있었다.그는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다.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곧 차는 호텔 주차장에 세워졌다.박한빈은 다시 다가와 성유리를 안았다.“놔... 놓으라고!”성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여전히 손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밀쳤다.“박한빈 씨,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요. 당신이 스스로 끝이라고 말했잖아요!”박한빈은 대답하지 않았다.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는데 그가 예약한 스위트룸은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었다.방문을 닫는 순간 박한빈은 더는 억제하지 않고 성유리를 문에 밀착했다. 그러고는 몸에 걸쳤던 외투를 확 잡아당겼다.“놔요! 박한빈, 이 나쁜 놈! 지금 이렇게 하는 게 뭐야? 당신 전에는...”“후회했어.”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말에 성유리는 어리둥절해졌다.“날 뭐로 보는 거예요?”한참 후에야 그녀는 중얼거렸다.“박한빈 씨, 당신 대체 날 뭐로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이 끝내고 싶으면 끝내고 후회한다고 하면 다시 시작해야 해요?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천하게 보여요?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하고 다시 하고 싶으면 다시 시작하고? 박한빈 씨, 계속 나한테 이러면 평생 미워할 거예요.”말이 끝나자 박한빈은 그녀의 옷을 벗기려던 손이 잠깐 흠칫하더니 눈을 들었다.성유리는 이를 악물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젖은 눈동자 속에는... 한이 엿보였다.박한빈은 잠시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가볍게 웃더니 한마디 했다.“그래, 미워해.”그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박한빈이 왜 이러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예전에 그녀가 포기하고 싶지 않을 때 분명히 박한빈이 그녀에게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었다.그는 그들 사이의 마지막 가능성을 차단했고 심지어 그녀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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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선혈은 곧 성유리의 두피와 머리카락을 통해 스며 나왔다.박한빈이라도 지금 이 순간은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한참 후에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곧 성유리의 손에 들린 것을 빼앗았다.이 기회를 틈타 성유리도 그를 앞으로 힘껏 밀었다.그녀는 더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몸을 가누고 돌아서서 문을 열려 했다.하지만 아직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박한빈이 이미 뒤에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거 놔! 박한빈, 개자식 이거 놔!”성유리는 황급히 소리를 질렀지만 박한빈이 손을 놓을 의사가 없는 것을 보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숙여 그의 팔을 덥석 물었다!미쳐버릴 것만 같은 그녀는 마음이 약해질 겨를도 없었다.곧 그녀는 비릿한 피 맛을 느꼈지만 박한빈은 신음조차 하지 않았다.성유리가 계속 물려고 할 때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병원에 데려다 줄게.”...성유리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병원에 있었는데 연정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하지만 잠에서 깬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황급히 물었다.“어때? 어디 아픈 곳은 없어?”“괜찮아.”“앉을래?”연정우가 또 물었다.“어지러워.”“그래, 그럼 의사가 다 검사해 준 다음에 보자.”연정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성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쳐다보고는 다시 물었다.“너... 나한테 뭐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얘기하고 싶어?”연정우가 되물었다.성유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푹 쉬어.”“고명도 때리러 갈 거야.”그러자 갑자기 성유리가 말했다.연정우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웃으며 물었다.“이건 좀 아니지 않아?”성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자 연정우도 웃음을 거두며 대답했다.“아니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어.”그의 이 생각은 오히려 성유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연정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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