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산에 지내는 제자들은 서른 명 남짓.그중 다수는 소욱과 함께 자란 이들로, 서로 거리낌 없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였다.이날, 드물게 방에서 나온 소욱은 정면에서 한 사형제를 마주쳤다.상대는 약을 들고 있었는데, 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가 있었다.“폐하, 약은 따뜻할 때 드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참자.’소욱은 묵묵히 약을 받아 들었다.그러나 그가 돌아서려는 순간, 사형제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폐하, 그래서 그동안 후사가 없었던 거였군요. 진작에 스승님께 오셨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순간, 소욱의 이성이 흔들렸다.그가 고개를 홱 돌리는 순간, 그 사형제는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저 놈들이 감히!!”이를 악문 소욱은 살기를 삼키며 방으로 돌아왔다.그러나 방 안에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봉구안이 있었다.소욱은 즉시 얼굴을 부드럽게 풀며,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었다.“구안아, 약 먹을 시간이구나.”겉으로는 자신이 먹을 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그녀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봉구안은 주저 없이 약 그릇을 들어 올렸다.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숨에 마셔 버렸다.소욱은 예전에 이 약을 맛본 적이 있었다.상상 이상으로 쓴 약이었다.그녀가 매일 이렇게 삼켜야 한다는 사실에 소욱은 속이 쓰려왔다.“괜찮느냐?”그러자, 봉구안은 덤덤하게 말했다.“약이 쓰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겠지요.”그러고는 바로 물었다.“소군주 역시 한때 한냉증을 앓았다고 들었습니다.”“그 아이를 이곳으로 데려온 적은 없으십니까?”소욱은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당시 태의가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기에, 먼 길을 오지 않았다.”“그리고, 소아의 병세와 너의 병세는 달랐다.”“그 아이가 필요로 하는 약재는 무애산에는 없었지.”“결국,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소욱이 그렇게 말하며 봉구안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그는 천지설산에서 있었던 그녀의 일을 떠올렸다.그의 시선이 깊어졌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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