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891 - Chapter 900

918 Chapters

제891화

남자는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정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냥 선배님인 것 같아서요. 정말인가요?”한참 후,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정은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어쩐지 그때 좀 더 기다리라고 했더라니, 진작에 이런 생각을 했던 거였네요?”“생각해 봤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그래서 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장담할 수 없는 일을 말해서 남에게 희망을 주었다가, 실패하면 괜히 실망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나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정은은 눈을 깜박였다.“뭔데요?”“왜 심 대표가 아니라 나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면 그 사람에게도 물어본 거야?”“아니요. 물어본 적 없어요.”“그럼 왜 나란걸 확신할 거지?”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때 두 사람은 이미 계단을 다 올라 각자의 집 앞에 멈추었다.“왜냐하면...”그녀는 재석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선배가 진일 선배의 가정이 어렵단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의 우매함을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선배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까요.”현빈도 그런 진일네의 형편을 보며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그러나 그는 단지 알려줬을 뿐, 진일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빈에게 있어, 이건 다른 사람의 운명이기 때문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후, 현빈은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재석은 달랐다.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일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정은이 진일을 도와 ‘돈'이라는 난제를 해결했지만, 하백 마을의 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뉴스에서는 정부가 도로 건설에 투자해 마을 교통을 정돈하고 농수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선배님이 제안한 건가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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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그렇게 정은은 이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할머니, 저...”[당신, 가서 불 좀 봐봐요. 이거 세 시간 끓였는데, 조금만 더 졸여야 돼요.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 나 밖에 나가서 정은에게 전화할게요...]봉수진은 거실로 나왔는지, 환풍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정은아, 지금 잘 들려? 방금 뭐라고 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수고는 무슨! 하나도 힘들지 않아!]봉수진은 즐겁게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정은은 통화를 끝낸 뒤 즉시 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선배님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겠지?’잠시 후, 재석이 전화를 받았다.[정은아?]“선배님, 미안해요. 오늘 아마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블릿에서 출입 신청에 관한 알림이 울렸고, 문밖 카메라에 찍힌 화면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재석이었다.[정은아, 나 지금 밖에 있는데, 출입 신청 받았어?]‘선배님 너무 일찍 왔잖아!’재석은 들어온 후, 정은이 실험 구역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실험대도 깨끗이 정리되었다.“선배님, 미안해요...”“왜? 갑자기 왜 사과를 하는 거지?” 재석은 조금 놀랐다.“그냥... 할머니께서 오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르셨거든요. 전에 약속했는데 내가 깜박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오늘은 선배님과 같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방금 전화해서 선배님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재석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했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거야? 집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있어줘, 나 혼자 먹어도 돼.”재석이 동료, 친구들과의 회식을 밀고 특별히 자신을 찾아와 점심을 먹었는데, 결국 자신까지 거절한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선배님, 나와 같이 이원에 가서 밥 먹을래요?”어차피 이춘재와 봉수진도 재석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아서 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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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정은은 만약 핑계를 찾아 진일을 불러내지 않는다면, 그는 하루 종일 실험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다 또 밤을 새우겠지. 자신이 정말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이틀을 꼬박 새웠는데, 잠도 겨우 몇 시간밖에 자지 않다니.’‘지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일하려고?’정은은 진일의 이런 스케줄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진일이 열심히 노력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자신의 건강을 뭘로 보고!’“뭐하는 거예요? 빨리 씻고 나와요. 나와 교수님은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재석과 함께 나갔다.진일을 제자리에 서서 멍해졌다.‘아니... 밥을 먹자고? 그것도 정은이의 집에서?’정은과 재석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진일은 5분만에 정리하고 나왔다.사실 세수를 한 다음, 실험 가운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그는 머리도 빗지 못한 채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타났다.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부러 이런 헤어스타일을 한 것인 줄 알 것이다.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진일은 이렇게 멍하게 정은의 조수석에 올라탔다.재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진일을 바라본 후,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아, 내가 교수님의 차에 올라탔어야 했나?’30분 후, 차가 멈추었다.진일은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정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집을 본 순간, 진일은 놀라 졸음이 싹 가셨다.‘이 집... 너무 큰데?’인테리어가 어떤 스타일인지 몰랐지만, 유난히 아름다웠고, 또 하나의 큰 화원이 있었다.화원을 지나갈 때, 진일은 멀지 않은 곳에 뜻밖에도 채소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더 먼 곳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비닐하우스가 있었다.“정, 정은아, 우리 밥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그런데 이 큰 별장에 온 이유가 뭐지?’진일의 말이 떨어진 순간, 안에서 엔진 소리를 들은 봉수진이 웃으며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정은아, 왔어!”이어 재석과 진일을 바라보았다.봉수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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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정은 생각뿐이었다.가정부가 와서 현빈을 부를 때, 그는 마침 서재에서 나왔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정은이 오늘 온다는 소식을 들은 현빈은 특별히 회사에 가지 않고 이원에 왔다.딱 여기서 정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식탁으로 가 보니, 확실히 정은을 보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옆에 있는 재석과 진일을 보았다.현빈은 웃음이 굳어지며 표정이 축 쳐졌다.“조 교수님도 왔어요?”재석은 고개를 들어 웃음을 머금었다.“네, 정은이 초대를 해서 거절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한동안 어르신들을 뵈러 오지 않아서 이렇게 왔어요.”정은이 초대했다는 말은 칼날처럼 현빈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현빈은 지금 아파 죽을 것 같았다.봉수진이 말했다. “현빈아, 어서 앉아서 밥 먹어.”“네.”정은의 왼쪽은 봉수진이었고, 오른쪽은 재석이었다. 지금 식탁에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았다.현빈은 그녀 맞은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밥을 먹는 동안, 봉수진은 열심히 정은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진일은 산처럼 쌓인 고기와 요리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그냥 먹자. 어르신의 호의를 거절할 순 없잖아!’재석도 마찬가지였지만, 진일보다 좀 더 똑똑했다. 그는 남이 쓰지 않는 젓가락을 들어 봉수진에게 음식을 집어주기 시작했다.그렇게 봉수진은 사양하면서 음식을 먹었고, 더 이상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줄 겨를이 없었다.정은은 묵묵히 재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물리학자의 머리는 참 좋다니깐.’식사를 마친 후, 봉수진은 신이 나서 사람들을 데리고 딸기밭으로 갔다.진일이 문에 들어섰을 때 본 그 비닐하우스는 바로 딸기밭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마침 딸기가 익는 계절이었다.“잘 열렸네! 크고 또 빨갛고,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재배한 것이니, 농약도 치지 않았어. 깨끗하고 싱싱해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지.”“이따가 너희들 바구니 하나 들고 실컷 따. 그리고 돌아가서 먹어. 실험실에도 좀 가져가, 어차피 냉장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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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재석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 유치해.’정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난 달콤한 것만 골라서 땄는데... 운이 나빠서 신 것을 먹었나?’재석과 현빈은 딸기 두 바구니나 땄고, 마지막에 모두 정은에게 주었다.잘 포장한 후, 세 사람은 되돌아갔는데, 진일과 봉수진이 멀지 않은 곳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가까이 다가가니, 진일은 작은 호미를 들고 흙을 매고 있었다. “딸기는 토양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지 않지만, 비옥하고 푸석푸석하며 배수가 좋은 모래땅이 가장 좋고, 수소이온 농도지수가 5.5~6.5이면 가장 적합해요. 지금 이런 토양도 사실 괜찮지만, 배수성은 조금 떨어져서...”“어쩐지 전에 뿌리가 이렇게 많이 썩었더라니.” 봉수진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전에 이 흙 살 때, 그 사람은 이게 모래땅이라고 그렇게 맹세했는데, 뜻밖에도 날 속였던 것이었어! 진일아, 너 예전에 딸기를 재배한 적 있는 거야? 어쩜 그렇게 잘 알아.”“저희 집은 재배한 적이 없는데, 전에 이웃이 딸기를 심은 적 있었어요. 그리고 책까지 샀길래 저도 빌려서 좀 봤고요.”“아, 그렇구나... 호미를 이렇게 능숙하게 쓰는 걸 보니 평소에 농사일을 자주 도운 건가?”“네, 저희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시거든요. 아버지 혼자서 하시면 너무 힘드시니, 봄에 심고 가을에 수확하는 일 모두 도왔죠.”“정말 좋은 아이구나...”봉수진은 예리해서, 진일이 문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아이의 집안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진일의 말을 듣고, 또 손가락에 있는 두꺼운 고치를 보니 봉수진은 마음속으로 탄식을 했다.바로 그때, 집사가 다가오더니 누군가 찾아왔다고 전했다.봉수진은 의아해했다. “누구지?”“장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 같아요.”‘장씨 가문?’봉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두 집안은 친분이 있었고, 이춘재의 생신 날에 장씨 가문 일가족 모두 왔었다.이 작은 도련님은 그의 아버지에게 이끌려 이춘재와 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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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네.”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이 거실로 들어왔다.“할머니, 절 부르셨어요?”“정은아, 소개해주지. 이 아이는 장씨 가문의 도련님 장은혁이라고, 네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본 적이 있을 거야.”“안녕하세요.” 정은은 먼저 인사를 했다.그녀는 확실히 은혁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은혁은 현장에서 이춘재에게 마술을 선보였는데, 사과 하나로 두 마디의 축하말을 변했던 것이다.하나는 이춘재, 다른 하나는 봉수진에게 줬다.확실히 신경을 써서 준비한 선물이었다.“안녕하세요!” 은혁은 정은이 들어오는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기대하는 동시에 또 긴장을 하고 있어 동작이 많이 뻣뻣했다.이때 정은이 먼저 자신과 인사를 하자, 은혁은 더욱 긴장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봉수진이 입을 열었다.“은혁이가 너에게 묻고 싶은 일이 좀 있다네.”정은은 은혁을 바라보았다.은혁은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톡 좀 추가할 수 있어요? 우리 동생에게 알려주려고요. 그럼 더 편리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안심해요, 우리 여동생은 절대로 정은 씨를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이렇게까지 한 이상, 정은은 핸드폰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친구를 추가한 후, 은혁은 즉시 정은의 톡을 사촌 동생에게 알려주었다.곧 그 사촌 동생의 친구 추가 신청이 떴다.보아하니 정말 사촌 동생을 위해 정은을 추가한 것 같다.정은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난 대부분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서, 바쁘면 핸드폰을 볼 겨를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때에 답장을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괜찮아요! 정은 씨는 볼일부터 챙기고, 시간이 날 때 답장을 하면 돼요. 그 실험실은... 학교 실험실인가요?”“아니요.”그렇게 화제는 또 무한 실험실로 되었고, 실험실이 어떻게 왔는지까지 설명해야 했다.은혁은 질문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이 질문이 끝나면 또 다음 질문이 있었다...정은은 예의상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이때, 기다리다 지친 재석과 현빈은 더 이상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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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그러나 돌이켜보면, 현빈은 정은의 오빠였고, 자신의 의도를 간파하여 기분이 불쾌한 것도 정상적이었다.‘자기 여동생을 감싸는 것도 당연하지...’은혁은 얼른 미소를 지었다.“현빈이 형 말 맞네요. 초대장도 다 보냈으니 먼저 가볼게요.”은혁은 눈치 있게 작별을 고했다.봉수진은 은혁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이때 진일도 떠나려 했다.“할머니의 초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음식도 맛있었고 딸기도 아주 달콤했어요. 저도 이만 돌아갈게요.”“어? 남아서 저녁 안 먹을래?”“아니에요.” 진일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저... 저 아직 일이 있어서요.”“그래, 그럼 앞으로 자주 와!”“네.”진일은 몸을 돌려 신발을 갈아 신었다.정은은 기사에게 분부했다.“기사 아저씨, 진일 선배 좀 데려다 주세요.”“아니야, 나 혼자 실험실로 돌아가면 돼.”“누가 실험실로 데려다준다고 했죠?”“어?”“아저씨, 선배를 서비대학교 대문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리고 선배가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시고요.”‘실험실로 돌아가? 계속 밤새워 일하려고? 그런 생각 하지도 마!’진일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풀이 죽은 채로 나온 다음 조용히 차 안으로 들어갔다.현빈은 속으로 생각했다.‘남진일은 눈치가 그렇게 빠른데, 이 사람은 왜 아직도 여기에 서 있는 거지? 정말 눈에 거슬리네.’“조 교수님은 요즘 아주 한가하나 봐요?”사람을 내쫓는 의미가 분명했다.재석은 알아듣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프로젝트가 다 끝나서 별로 바쁘지 않아요.”“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교수님 집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현빈은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재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먼저 돌아갈게요. 마침 냉장고에 남은 음식이 좀 있어서 저녁에 데워 먹으면 딱이네요. 할머니, 오늘 수고하셨어요. 요즘 환절기에 몸 조심하시고, 전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왜 가려고 그래!” 봉수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재석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남은 음식을 왜 먹어? 우리 집에 먹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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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이춘재와 재석은 여전히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바둑알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정은은 의심이 생겼다.‘나 정말 잠 잔 거 맞아?’“정은아, 일어났어?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 이춘재는 정은을 향해 손짓했다.“재석이 정말 대단해. 날 두 판이나 이겼어!”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할아버지도 저를 이기셨잖아요?”“그래도 네가 이긴 횟수가 더 많지!”정은은 다가가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저도 바둑을 잘 하는 편은 아닌데, 그냥 좀 볼 줄 알아요.”“넌 똑똑히 볼 수 있을 거야! 정은아, 이것 좀 봐줘, 내가 여기에 바둑알을 두면 이길 수 있을까?”“어디 보자...”정은은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사실 여긴...”“정은아.”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어 정은의 말을 끊었다.“바둑을 볼 때 말이 없어야 돼.”정은은 즉시 소리를 멈추며 이춘재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 않는 게 아니에요.’이춘재는 흠칫 놀랐다.‘재석이 이 자식 좀 봐! 어르신한테 양보할 줄도 모르다니!’하지만 이춘재는 이런 솔직한 사람과 바둑을 두기를 좋아했다.‘양보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까놓고 말하면 다 날 속이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재석은 승승장구하는 기세를 보였다.이춘재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졌군, 재석아, 너도 실력이 좀 있네!”“과찬이세요.”마침 이때 현빈이 위층에서 내려왔다.“내가 조 교수와 함께 한판 둘까요?”재석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영광이죠.”두 사람이 눈빛을 마주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이춘재는 자리를 내주며 현빈을 앉았다.재석이 물었다.“흑알 아니면 백알 둘래요?”흑알은 먼저 낼 수 있었기에 우세가 있었다.현빈은 앞에 있던 백알을 집어 들었다.“그냥 이렇게 하죠. 번거롭게 바꾸지 말고.”이춘재는 전에 백알을 두었고, 현빈이 그의 자리에 앉았으니 당연히 백알을 둬야 했다.‘그런데 꼭 이렇게 물어보다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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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바둑에서 무승부가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처음 두 판을 포함하면 두 사람은 정말 비긴 셈이었다.재석이 먼저 말했다.“심 대표 실력이 대단하네요.”“칭찬은 무슨, 그건 교수님 자신을 칭찬하는 것과 같잖아요.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말을 마치고 현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재석은 어이가 없었다.봉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끝냈군, 빨리 가서 밥 먹어. 음식 다 식겠다! 정은아, 재석아...”“네! 가요!”이춘재는 제자리에 서서 멍하니 현빈의 뒷모습을 쳐다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현빈이 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니야? 평소에 나랑 전혀 바둑을 두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렇게 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와 달리 독하게 바둑을 두다니. 재석과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이춘재는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아이고!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애들 다 식탁에 앉았는데, 당신이 오지 않으면 애들도 젓가락을 움직이지 않잖아요!”봉수진은 소리를 높여 재촉했다.“빨리요!”“아.”저녁을 먹고 재석은 또 어르신들과 잠시 얘기를 나눴다.시간이 다 되자, 재석은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정은도 따라서 일어섰다.“그럼 나도 선배님과 같이 갈게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는 길이니까 데려다 줄게.”이춘재와 봉수진은 두 사람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현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두 사람 다 운전하고 왔는데, 가는 길에 데려다 주는 거라고? 웃기네!’봉수진은 고개를 돌리다가 마침 현빈의 눈에 비친 조롱과 적의를 발견했다. 그녀는 제자리에 잠시 멍하니 있었다.“현빈아...”“네? 할머니, 말씀하세요.”“너... 재석이에게 무슨 편견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비록 봉수진은 바둑을 구경하지 않았지만, 점심 때 현빈이 재석에게 떠나라고 권하는 암시는 너무 분명했다.봉수진은 그게 무슨 뜻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편견이 있을 리가요.” 현빈은 죽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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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송영한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작년 국내 연구진이 에 게재한 논문 수 좀 확인해 봐.”부총장은 곧바로 노트북을 열었다.5분 뒤.“작년에 국내 연구진이 해당 저널에 발표한 논문은 총... 6편입니다.”그리고 정은 팀은 그 중 2편을 게재했다.지난해 국내 전체 논문 중 3분의 1이 그들 손에서 나온 셈이었다.“어쩐지...”송영한은 작게 중얼거렸다.잠시 억눌러 뒀던 부총장의 생각이 다시 튀어나왔다.“총장님, 올해 ‘국제 산학연 협력 포럼’은 혹시...”송영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미 늦었어...”부총장은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국제 산학연 협력 포럼’이 6월 4일에 개막하는데,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담당자를 교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내년에 소정은 팀을 보냅시다.”송영한은 쓴웃음을 지었다.“지난번에 교무처 통해서 포스터 붙이고, 공식 홈페이지에도 안내글 올려서 홍보까지 해줬는데... 그 애들이 언제 고맙다는 말이라도 한 적 있었나?”부총장은 코를 긁적이며 약간 난처해했다.“에헴! 그건... 그냥 호의를 베풀고 싶어서 그랬죠. 아이들이 받아줄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송영한은 가볍게 웃었다.“그 아이들은 성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끈기까지 있어. 학교 측은 전에 비록 그들의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건 아이들을 무시한 것과 다름없어.”“당초 소방 점검 그 일이 터질 때, 우리가 적극적으로 간섭해 처리했다면, 송지혜를 방임했다고 그 아이들의 미움을 사지도 않았겠지. 그럼 소정은 팀과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을 거야. 하지만...”그때 학교 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에 이 일을 무시하며 넘어갔다.그러나 송영한은 말머리를 돌렸다.“이번 ‘국제 산학연 협력 포럼’에서 반드시 지는 건 아니야. 그래도 그동안 그렇게 많은 준비를 했잖아.”부총장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길 수 있다면 제일 좋죠.”...순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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