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진이 물었다. “정은이 요즘 왜 그렇게 바쁜 거죠?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몇 번 불렀는데 줄곧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넘게 못 봤는데...”이춘재는 신문을 내려놓고 봉수진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참,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손녀에게 같이 있어달라고 떼를 쓰는 거야? 정은이가 뭐 때문에 바쁘겠어? 실험을 하거나 논문을 쓰고 있겠지. 그래서 올 시간이 없는 거야.”“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 꽤 보고 싶단 말이에요...”이춘재는 멈칫했다.그렇게, 그도 정은이 보고 싶었다.설이 끝나자마자 두 노인은 L시의 같은 주택단지에 별장을 샀고, 계약을 체결한 후 재빨리 이사했다.이미숙은 돌아올 때, 부모님과 이웃이 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무척 반가웠다.이춘재와 봉수진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딸과 사위를 만날 수 있었지만 같은 집에 살지 않아 서로에게 공간을 남겨주었다.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얼마 전에 이춘재는 이사회를 주재해야 했기에 J시로 돌아가야 했다.돌아온 후, 두 사람은 좀처럼 쉬지 않았다.이춘재는 일 때문에 바빴고, 봉수진은 화초를 가꾸며 채소를 심느라 바빴다. 게다가 시간을 내어 정은에게 전화를 하며 집에 와서 밥을 먹게 했다....어느덧 또 토요일이 찾아왔다.정은은 어젯밤 실험을 하느라 밤을 새웠기에, 아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실험실에 침대, 이불, 세면용품과 갈아입을 옷이 다 있었다.아침 8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다시 실험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마침 8시 30분이었는데, 두 번째 데이터도 다 나왔다.어젯밤 못 다한 실험을 계속 할 수 있었다.“언니, 굿모닝.”9시, 민지와 서준이 도착했다.“응.” 정은은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서준은 단번에 문제를 발견했다.“누나, 어제 밤을 지새웠어요?”“뭐라고요?!”민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3시에 잤어.”‘이게 밤새는 거랑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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