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918 챕터

제881화

아니나 다를까.앞장선 경찰은 재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희는 이 두 사람을 먼저 데려가겠습니다.”“그래요. 그리고 두 사람의 소변 검사까지 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안심하세요, 저희도 다 압니다.”서씨 형제는 안색이 돌변했고, 그제야 큰일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찰차는 급하게 떠났다.현빈은 은근히 비웃었다.“경찰들이 이렇게 빨리 출동하는 거 처음인데.”재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지는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그제야 알아차렸다.‘교수님도 도움 청하시느라 지각하셨구나.’현빈은 조폭을, 재석은 경찰을 불렀다.‘이렇게 되면, 서씨 형제들도 더 이상 방법이 없겠지.’...저녁 무렵, 진일네는 마치 설을 보내는 것처럼 떠들썩했다.남봉수는 오후부터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 닭과 오리를 잡고, 물고기를 손질했다.집안의 모든 재료를 전부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 모양이었다.심지어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둔 술까지 열었다.이것은 원래 이현이 결혼할 때 꺼내 마시려고 했던 술이었다.사람들은 저마다 나서서 남봉수를 말렸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았다.오후부터 주방에 들어갔고, 해가 저물어갈 때에야 주방에서 나와 웃으며 사람들을 불렀다.“다들 와서 앉게, 음식 다 됐거든!”사람들은 식탁 앞에 앉았다.설을 쇨 때에야 쓸 수 있는 큰 식탁에는, 생선이며 고기들이 가득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보지 못한 요리들이 놓여 있었다.민지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녀는 이미 주방에서 전해오는 향기를 맡았는데, 그 맵고 향기로운 냄새가 줄곧 콧구멍을 파고들었다.남봉수가 말했다.“현지의 특색 요리를 좀 만들었어. 고추를 많이 넣지 않았으니 그렇게 맵지 않을 거야. 너희들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역시 민지였다.“맛있어요! 정말 너무 맛있어요!”민지는 음식이 아주 매울 줄 알았다.전에 매운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남봉수가 만든 음식은 입에 들어가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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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재석도 흠칫 놀란 듯 했다.눈빛이 교착된 사이, 정은은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 미소에 당황한 재석은 시선을 떼지 못했고, 원래 평온하던 마음조차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에헴!” 현빈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했다.정은과 재석은 동시에 정신을 차리더니 시선을 돌렸다.‘흥! 나 몰래 시선을 교환하다니.’민지는 걱정돼서 현빈에게 물었다.“심 대표님, 왜 그러세요?”서준은 미처 민지를 막지 못했다. 식탁 아래서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좀 매워서.”“네? 이게 매워요? 난 왜 하나도 안 매운 거 같죠? 그럼 빨리 물 좀 마셔요.”“음.”‘정말 다정한 아이군!’민지가 물었다. “쮼, 너 방금 왜 내 옷을 잡은 거야? 무슨 일 있어?”서준은 말문이 막혔다.“아니야. 그럴 리가.”‘네 마음대로 해라.’...다 먹고 남봉수는 치우고 설거지하며 주방 청소하느라 바빴다.민지는 거실 의자에 앉았는데, 발 옆에 숯을 담은 대야 두 개가 있었다.그녀가 춥다는 것을 알고 이현이 특별히 민지를 위해 불을 지핀 다음 가져왔다.“민지 언니, 이거 먼저 써요, 이따가 제가 다시 숯 좀 넣을게요.”“응, 고마워 이현아, 너 너무 착하다!”이현은 부끄러워하며 침실로 달려갔다.민지는 따뜻한 숯탄 덕분에 더 이상 춥지 않았다.주방 벽에는 남봉수의 바쁘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피곤하지도 않은 듯 이리저리 왔다갔다했고, 민지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좀 멍해졌다.‘남자들도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일 수 있구나, 처음 봐. 남자들이 주방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것도 다 뻥이었어.’더욱 놀라운 것은 진영매와 진일 남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마치 이미 이런 장면에 습관된 것 같았다.서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민지는 턱을 짚었다.“나도 앞으로 밥 잘 하는 남편 찾을 거야! 그럼 난 손을 쓸 필요도 없고, 바깥에 나갈 필요도 없이 매일 맛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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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현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아들을 해결한 이상, 이제 그 아버지를 해결해야 했다.그리고 두 사람의 아버지는 서지강 서지준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현빈은 진일에게 일찍 계획을 세우라고 일깨워주고 있었다.“현재 서씨 집안에게 있어,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바로 서지강과 서지준을 감옥에서 건져내는 거야.”“그래서 당분간 복수를 할 수 없을 거고. 그러나 서달우가 모든 방법을 다 써도 자신의 아들들을 구할 수 없다면, 너희 집안을 이용해 분풀이를 할지도 몰라.”진일은 마음이 무거워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서지강과 서지준이 이미 끌려간 이상, 서씨 집안도 뿌리째 뽑히지 않을까요?”재석은 잠시 침묵하더니 사실대로 말했다.“그건 힘들 거야. 현재 우리가 경찰에게 넘겨준 증거로 볼 때, 서씨 형제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충분하지만, 서달우를 넘어뜨릴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몰라.”만약 서씨 집안 사람들이 신중하고, 부자간의 일을 아주 분명하게 처리했다면?만약 서달우가 이 날을 위해 진작부터 준비를 했었다면?만약...아무튼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었다.재석조차도 장담할 수 없었다.진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오늘 이기면 이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고 다시 원래대로 조용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현실은 그가 상상했던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현빈이 말했다.“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서씨 집안이 아무리 대단해도 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서달우의 복수를 피하려면, 어려운 편도 아니야.”진일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죠?”“이사를 가는 거야.”서씨 집안이 마을에서 날뛰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또한 그것뿐이었다.진일네 가족이 시내로 이사가면, 서달우은 아무리 대단해도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반대로 계속 마을에서 지내면, 서달우는 진일을 상대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사람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상습적인 괴롭힘과 욕설도 시간이 길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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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그러나 진일은 서씨 집안이 언제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할지 몰랐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빠지는 걸 볼 수 없었다.진일은 고민에 빠졌다.현빈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모든 사람에게는 다 자신의 운명이 있었다. 그는 지금 진일의 결정을 존중하면 됐고, 너무 많은 간섭을 할 필요가 없었다.이날 밤, 진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정은, 서준과 민지 세 사람은 재석, 현빈과 함께 마을의 호텔에서 밤을 보냈다.조건은 아주 보통이지만, 그들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행 모두 마음속으로 진일이 어떻게 선택할지 더 걱정했기 때문이다.“아직 안 자고 뭐해?” 정은은 홀에 앉아 창밖의 어두운 밤을 보았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남자의 목소리에 생각이 끊겨 문득 정신을 차렸다.“선배.”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다음, 정은은 웃으며 인사했다.“선배님도 안 잤잖아요?”“잠이 안 와서.”“진일 선배 때문에요?”“너도?”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재석은 정은에게 물었다.“너 방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정은은 순간 침묵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정은은 묵묵히 입을 열었다.“나는 이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남자는 멍해졌다. “뭐가?”“우리가 진일 선배를 위해 해결책을 생각할 때, 모두 서씨 집안의 복수를 어떻게 피할지에 고려했잖아요.”“그런데 그걸 왜 피해야 하는 거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진일 선배인가요? 서씨 집안이 과수원을 빼앗으려고 폭행을 저질렀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야 하다니. 이건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요?”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서씨 집안이지, 남씨 집안이 아니었다, 그럼 왜 그들이 도망가야 하는 것일까?정은은 현빈의 생각이 틀렸다고 느꼈다.그러나 현재 서씨 집안의 복수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하지만 이 결정은 아무리 봐도 답답했다.‘너무 억울하잖아!’재석이 대답했다.“적당히 피하는 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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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선배.” 정은이 갑자기 입을 열어 진일의 말을 끊었다.정은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진일도 정은을 바라보았다.“결정하기 전에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좋아.” 진일이 정색했다.“무한 실험실에 들어온 이상, 매달 월급을 받을 거예요. 직함 등급에 따라 부동한 월급을 받을 거고요.”“연구원, 보조 연구원, 일반 연구원, 시니어 연구원으로 나뉘죠. 물론 직함은 한 편,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성과를 제출해야 해요. 이 점을 잘 알고 있겠죠?”진일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고 있어.”그러나 그는 정은이 왜 이때 이 일을 언급하는지 몰랐다.“실험실은 선배에게 향후 10년의 월급을 미리 지불할 수 있어요. 초보적인 계산에 따르면 8억 원 정도 될 거예요. 물론 이것은 단지 예측일 뿐이에요.”“실제 수입은 틀림없이 차이가 있을 것이고,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실험실에서 선불할 수 있는 액수가 바로 8억 원이에요.”진일은 충격을 받았다.“정, 정은아...”남봉수도 눈을 부릅뜨며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아니, 공부를 하고, 실험을 하면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니...’결국 전에 진일은 송지혜의 밑에서 일을 하면서, 여태껏 월급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니.정은은 계속해서 말했다.“이 돈으로 잠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월급을 선불하는 이상, 앞으로 10년 동안 선배는 무한 실험실에 있어야 하고, 이직할 수도 없어야. 그리고 매년 일정한 성과와 그에 상응하는 직함 등급을 받아야 해요.”그래서 이것은 베푸는 것도, 동정하는 것도 아니었다.기껏해야 정은의 투자와 인재를 남기는 수단이었다.좋은 연구원은 얻기 무척 어려웠다. 진일처럼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특별히 노력하는 연구원은 더욱 희한한 존재였다.그의 실력에 정은은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이었다.진일은 아버지와 눈을 마주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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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계약서를 다 보고 난 진일은 정중하게 사인했다.그리고 두 손으로 정은에게 건네준 다음 맹세했다.“절대로 실험실 손해 보지 않게 할 거야.”정은은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나 자신의 안목을 믿어요.”정은이 진일을 도운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진일은 감격에 할 말이 많았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평생 이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남봉수와 진영매는 이런 전기를 맞이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정은이 고마운 동시에, 아들에 대해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우리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진일은 더 멀리 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아버지, 어머니, 우리에게 돈이 생겼어요.”진일은 웃으며 부모님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그는 마침내 자신이 헛되게 공부하지 않았으며, 지식 덕분에 언젠가는 부자가 될 것이라 믿기 시작했다.남봉수도 엄청 기뻐했다.도시로 이사하면 진영매는 최고의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고, 게다가 재석이 소개한 그 전문가 덕에 건강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이현도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그 자신으로 말하자면, 도시에 가면 당연히 마을에 있을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다. 남봉수는 비록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아직 멀쩡했고, 간식도 좀 만들 줄 알았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꼭 돈을 벌 수 있을 거야!’그들은 바로 희망이 생겼다.이제 유일하게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뒷산의 앵두나무들은 어떡하지?”재석이 입을 열었다.“이건 간단해요. 시중에 농산물 도급회사가 있거든요. 재배지는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고요. 대부분 토지를 도급하여 과일과 채소를 재배한 후, 원산지에서 직접 마트나 시장에 보내는 거죠.”“제가 조사해 보았는데, Y시에 마침 이런 회사가 하나 있어요. 규모도 꽤 크고요.”“이 작은 과수원을 보고 실망하진 않을까?”외지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남봉수도 이런 도급 회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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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정말 잘 됐네요!” 진일은 기뻐서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알았어요, 아저씨. 이틀 후에 저도 부모님과 같이 시내에 갈 거예요. 그때 가서 재운이 보러 갈게요...”“네, 안심하세요. 다 해결됐어요... 정말이에요, 거짓말 아니에요. 서씨 형제는 어제 이미 경찰에 잡혀갔어요... 네, 만나서 다시 얘기해요.”민지는 진일이 전화를 끊은 순간 바로 물었다.“재운이에 관한 소식인가요?”진일은 즉시 재석을 보더니 눈시울을 붉혔다.“조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꼭 면전에서 고마움을 전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감사합니다!”민지는 눈을 깜박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방금 전화하신 분은 재운이 아버지인데, 재운이가 이미 깨어났다고 말씀하셨어.”“정말요? 잘됐네요!”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교수님한테 고마운 거죠?”“조 교수님이 재운이를 시내의 병원으로 옮기셨다는 거야. 또 전문가를 청해 수술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운이를 치료하셨고.”정은은 놀란 눈빛으로 재석을 바라보았다.“언제 안배한 거예요?”“어제.”“왜 이런 얘기하는 거 못 들었죠?”“오는 길에 시내 병원에 연락했거든.“그래도 교수님밖에 없네요.”현빈도 의혹을 느꼈다. ‘언제 연락한 거지? 어제 우리 두 사람은 줄곧 함께 있지 않았어? 아, 내가 구정배 찾아갔을 때 빼고... 이런! 이 기회를 잡았다니!’...몇 사람은 또 마을의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고, 이튿날 J시로 출발했다.진일은 함께 가지 않았다. 그는 부모님을 챙겨야 했고, 그 후에야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그 사이, 서씨 집안이 또 다른 수작을 부릴까 봐 현빈은 특별히 두 경호원을 찾아와 진일네 집 앞을 지키게 했다.그들은 현빈의 경호원이었고, 구정배의 사람이 아니었다.민지는 매우 궁금해했다.“심 대표님, 그렇게 하신 이유가 뭐예요?”현빈은 기분이 좋아서 민지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나와 그 사람은 별다른 친분이 없거든. 친구에게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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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정은은 그 돈을 받았다.“그러나 선배는 받지 않을 거예요.”“그냥 내가 줬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돼. 어른이 준 용돈이라 생각하면 알아서 받을 거야.”“네.”모든 일을 해결한 다음, 정은은 또다시 실험실, 학교, 집을 드나드는 생활을 반복하기 시작했다.일단 그 안에 몸을 던지면,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민지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은 언니는 정말 날 재촉할 수 있는 존재 같아.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하면, 힘들어 죽더라도 억지로 따라고 싶단 말이야.”서준은 듣자마자 웃었다.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웃어? 넌 아니야?”“난 자제력이 있거든.”“아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난 뭐 자제력이 없는 줄 알아?”진일 쪽도 일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정은 일행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진일은 부모님을 모시고 마을에서 이사를 갔다.이웃 사람들은 모두 그 앵두나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을 가졌다.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어찌 서씨 형제뿐이겠는가?다만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서 감히 손을 대지 못할 뿐이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줄곧 탐내고 있었다.그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과수원이었다.이번에 진일네가 이사 간다는 말을 듣고, 또 서씨 형제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것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하나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매일 진일네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저마다 남봉수에게서 정보를 알아내려 했다.진일의 말을 빌리자면, 설에도 그의 집은 이렇게 떠들썩하지 않았다.어떤 사람은 직접 남봉수에게 말했다. “어차피 너희들도 이사를 가야 하니까, 그 과수원은 그냥 나에게 줄 수 없어?”남봉수는 모두 화가 나서 웃었다.이웃 마을에서 친척이나 전에 친분이 좀 있던 사촌들조차도 모두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남봉수가 말했다.“모두들 온 이상, 나도 한마디 좀 할게. 그 과수원을 양도할 생각은 없어. 물론 공짜로 남에게 주지도 않을 거야.”“그럼, 너희들 모두 이사를 가면 누가 그 앵두나무를 키우겠어?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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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봉수진이 물었다. “정은이 요즘 왜 그렇게 바쁜 거죠?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몇 번 불렀는데 줄곧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넘게 못 봤는데...”이춘재는 신문을 내려놓고 봉수진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참,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손녀에게 같이 있어달라고 떼를 쓰는 거야? 정은이가 뭐 때문에 바쁘겠어? 실험을 하거나 논문을 쓰고 있겠지. 그래서 올 시간이 없는 거야.”“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 꽤 보고 싶단 말이에요...”이춘재는 멈칫했다.그렇게, 그도 정은이 보고 싶었다.설이 끝나자마자 두 노인은 L시의 같은 주택단지에 별장을 샀고, 계약을 체결한 후 재빨리 이사했다.이미숙은 돌아올 때, 부모님과 이웃이 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무척 반가웠다.이춘재와 봉수진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딸과 사위를 만날 수 있었지만 같은 집에 살지 않아 서로에게 공간을 남겨주었다.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얼마 전에 이춘재는 이사회를 주재해야 했기에 J시로 돌아가야 했다.돌아온 후, 두 사람은 좀처럼 쉬지 않았다.이춘재는 일 때문에 바빴고, 봉수진은 화초를 가꾸며 채소를 심느라 바빴다. 게다가 시간을 내어 정은에게 전화를 하며 집에 와서 밥을 먹게 했다....어느덧 또 토요일이 찾아왔다.정은은 어젯밤 실험을 하느라 밤을 새웠기에, 아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실험실에 침대, 이불, 세면용품과 갈아입을 옷이 다 있었다.아침 8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다시 실험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마침 8시 30분이었는데, 두 번째 데이터도 다 나왔다.어젯밤 못 다한 실험을 계속 할 수 있었다.“언니, 굿모닝.”9시, 민지와 서준이 도착했다.“응.” 정은은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서준은 단번에 문제를 발견했다.“누나, 어제 밤을 지새웠어요?”“뭐라고요?!”민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3시에 잤어.”‘이게 밤새는 거랑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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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심지어 점심 식사까지 대충 했다.민지가 말했다.“넌 몰라.”서준은 영문을 몰랐다.“너무 스트레스 받아.”“그, 그럼 어떡하지?” 민지가 정말 울 것 같은 것을 보고 서준은 갑자기 당황해졌다.“잠을 잘 자지도 못했단 말이야... 아침 달리기 시간을 10분 줄일 수 없을까? 흑흑...”“응.”‘어? 이렇게 흔쾌히 동의한 거야? 10분이 너무 적은 건가?’서준은 마치 민지의 꿍꿍이를 간파한 것 같았다.“더 이상은 안 돼.”“알았어.”그러나 그 순간, 민지의 눈에 비친 눈물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녀는 정말 울고 싶었다.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민지도 단지 그 순간 약간 멘붕을 느꼈을 뿐이었다.민지는 곧 감정을 추스렀다.“일하자!”저녁 무렵, 민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바로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돌렸다.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30분 빨랐다.민지는 아주 만족했다.“쮼, 넌 끝났니?”“곧 끝날 거야.”“우리 이따가 시내에 가서 영화 볼까?”서준은 멍하니 있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랑 같이 영화를 보자고?!’서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민지는 다시 한번 물었다.“갈거야?”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민지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정은을 초대했다.“정은 언니, 어제 새 코미디 영화가 개봉됐어요.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보러 갈까요?”‘아, 나만 초대한 게 아니구나...’정은은 손을 흔들었다.“난 아직 좀 더 있어야 끝나니까 너희들끼리 가.”민지도 정은을 정말 불러낼 생각을 하지 않아, 실망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그래요,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영화 다 보면 언니에게 배달해 줄게요.”“아니야, 난 실험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갈 거야.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너희들 얼른 가. 다시 돌아오면 시간이 너무 늦잖아.”“그래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마요!”“응!”민지와 서준이 떠난 후, 정은은 30분 후에야 실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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