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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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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온다연은 조금 겁이 났다.그녀의 기억 속 유강후는 항상 덤덤하고 차갑고 고고한 사람이었다.화를 내더라도 감정을 절제하고 격한 언사를 퍼붓지 않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이런 곳에 밀어 넣고 이상한 말까지 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게 아닌 것 같다.희미한 불빛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눈에서 명백한 분노를 볼 수 있었다.어둡고 얼음처럼 차가워 감히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산 채로 짓밟아 버릴 것만 같았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움츠러들었다.무섭긴 해도 동시에 억울함도 밀려왔다.그녀는 분명히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그런데 유강후가 화가 단단히 난 이상 그에게 반항하고 싶지 않아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에 대고 부드럽게 비비적거렸다. “아뇨, 안 좋아해요.”유강후는 조금 전 상황과 밖에 있는 사람들이 온다연을 두 눈에 담았단 생각에 이성을 잃었다.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로지 자신의 것이어야만 한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반드시!그는 갈수록 병적으로 온다연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심해지며 통제하려 드는 자신을 발견했다.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니 두 눈에 자신만 담아야 한다.그러니 온다연의 나약하고 애교 섞인 모습은 별 소용이 없었다.눈 밑의 차가움이 한층 더 짙어진 그는 그녀의 턱을 감싸며 차갑고 딱딱하게 말했다. “전에는, 학교 다닐 때 좋아한 적 있어?”온다연의 등골에 한기가 올라오고 몸이 살짝 굳어졌지만 얌전히 그의 손목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뇨, 좋아한 적 없어요.”그녀는 잠시 멈칫하며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요.”그런 환경에서 모두가 그녀를 전염병이라도 되는 듯 피하기 바쁜데 어디 고백이라도 했겠나.간혹 그녀를 불쌍히 여겨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두명 생겼어도 며칠도 안 되어 얼굴이 시퍼렇게 매를 맞았기에 그때부터는 다들 그녀만 보면 피하기 바빴다.이 말을 들은 유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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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온다연은 그날 밤의 불쾌한 기억이 되살아나자 깜짝 놀라 발버둥 쳤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놀란 그녀는 목소리마저 달라졌다.“안, 안 돼요. 아파요. 하지 마요...”유강후의 몸은 터질 것만 같았다.그동안 일부러 참아왔던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되살아나며 그녀의 여린 귓불을 잘근 깨물더니 유혹하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아파, 이젠 안 아플 거야...”온다연은 겁에 질려 몸을 웅크리고 그와 최대한 멀어지려고 애쓰면서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안 돼요, 밖에선 안 돼요, 제발...”그 순간 밖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터지며 야릇한 분위기가 깨지자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유강후의 눈은 이성을 되찾은 듯싶었다.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확실히 좋은 장소도 아니었고 방음도 좋지 않았다.주요하게는 정말로 밖에서 그녀를 탐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의 상처를 돌이킬 수 없으니 앞으로는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그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온다연을 창가에서 안아서 내려주고는 그녀의 옷도 정리해 주었다.평소의 차갑고 진중한 목소리로 돌아온 그가 말했다.“이따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냥 집어. 돈 아낄 필요 없어.”온다연은 호기심이 동했다.“아저씨, 돈 많아요?”여기가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고 전부 최고급 명품 브랜드인데 아무렇게나 집으면 얼마나 써야 할까.질문을 뱉자마자 그녀는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유강후가 얼마나 부자인지는 미래그룹의 규모만 봐도 알 수 있었다.경원에 있는 본사만 해도 대형 공단 크기인데 게다가 땅값이 비싼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듣기론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마다 지사가 있고 해외까지 크고 작게 분포되어 있다고 했다.우연히 인터넷에서 유강후가 미래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체도 가지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그러니 유하령과 유민준이 유강후의 힘만으로도 마음대로 누리며 억대에 달하는 슈퍼카를 차고에 쌓아놓는 것도 당연했다.심지어 유민준에게 투자한 금액은 수백억에 달했다.그 생각에 그녀는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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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유강후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며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쇼핑하러 가자.”VIP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몇몇 유명 명품 브랜드는 이미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다.잘 교육받은 직원들은 큰 소리로 말하지도 않고 시종일관 예의를 갖추었다.손쉽게 수많은 액세서리와 옷을 고른 뒤 온다연은 가격표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고작 이 정도 물건을 다 합치니 수십억대가 되었다.부자들은 돈을 종이처럼 쓴다더니!사실 대부분 유강후가 골랐고 전부 여성스러운 스타일이었다.그는 온다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되거나 온다연이 한 번이라도 더 보는 물건은 전부 가져갔다.얼마 고르지도 않고 유강후는 온다연이 멍하니 있는 데다 조금 피곤해 보이자 곧바로 휴게실로 안고 갔다.잠시 후 누군가 디저트와 따뜻한 우유를 가져왔다.유강후는 디저트를 그녀 앞에 내밀며 머리를 쓰다듬었다.“집에 있는 것보다 못하겠지만 대충 먹고 피곤하면 조금 있다가 집에 가자.”금빛 시럽이 뿌려진 예쁜 아이스크림 케이크 옆면에 ‘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온다연은 예전에 대형 쇼핑몰에서 이런 케이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한은 경원의 유명한 임씨 가문의 개인 제과점에서 나온 케이크이며 주문이 매우 어려워 일주일 전에 예약해도 구하기 힘들 거라고 하면서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런 케이크를 사주겠다고 했다.온다연은 한동안 조용히 케이크를 바라보다가 작은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조금 넣었다.진한 우유의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웠고 담백하고 부드러운 게 정말 맛있었다.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조금 못한 것 같았다.온다연은 집에서 먹던 과자를 떠올렸다. 보기엔 이것만큼 예쁘지는 않았지만 식감은 훨씬 좋았다.그런데도 여전히 맛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한 조각을 크게 떠서 유강후에게 건넸다.“아저씨, 먹어봐요.”유강후는 케이크를 힐끗 보고는 받아먹지 않고 대신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입술을 살짝 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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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알았어, 그만해. 하령이 곧 도착할 텐데 그 말 들으면 싫어할 거야! 됐어, 넌 먼저 들어가서 기다려, 난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알았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온다연의 가늘어진 눈매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곧이어 진설아가 들어왔고 이곳 VIP 라운지에는 온다연만 있었기에 진설아는 온다연을 한눈에 알아봤다.그녀는 눈에서 치솟는 질투심을 억누르기가 힘들었고 얼굴은 극도로 추악해졌다.유강후가 온다연을 곁에 둔다는 건 유씨 가문 전체에 알려졌고 모든 집안의 가정부들이 샘을 냈다.특히 진설아는 그 소식을 듣고 너무 질투가 나서 밤낮으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부모도 없이 어릴 때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온다연 같은 천한 년이 어떻게 유강훈 눈에 들게 된 걸까.유강후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저 높은 위로 올라간 거와 다름없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은 것들만 걸친 온다연을 보고 질투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 옷들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최고급 브랜드였다.특히 온다연의 손에 착용한 연두색 플라워 다이아몬드 팔찌는 유하령도 아직 사지 못한 C브랜드에서 막 나온 신상으로 몇억짜리였다.온다연은 진설아의 붉으락푸르락하는 표정을 보며 몸에 두른 작은 가방을 쓰다듬더니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언니, 오랜만이야.”진설아는 어릴 적부터 유하령과 함께 온다연을 따라다니며 괴롭혔기에 온다연이 반드시 보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환하게 맞아줄 줄은 몰랐다.순간 그녀는 온다연의 생각을 읽을 수 없고 제자리에 굳어진 채 우는 얼굴보다 더 일그러진 미소를 보였다.“그래, 오랜만이네.”온다연은 앞으로 다가가 진설아를 훑어보며 말했다.“언니, 이 원피스 유하령이 버린 옷 사이즈만 바꾼 거지? 예쁘긴 한데 안 어울리는 것 같아.”진설아는 약이 바짝 오른 얼굴로 이를 악문 채 말했다.“온다연, 보복하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해.”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낮게 말했다.“언니 오해야. 난 복수할 생각 없어. 과거에 있었던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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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순간 굳어버린 유강후의 눈가가 눈에 띄지 않게 부드러움으로 물들었다.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갑고 깊었다.“케이크 다 먹었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두 손으로 그의 옷을 꽉 움켜쥔 채 꽉 막힌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나 이제 여기 있기 싫어요.”유강후의 눈에 온다연은 줄곧 극도로 참으며 자신의 취향조차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오늘 이러는 걸 봐서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무슨 일이야?”온다연은 그의 허리를 꼭 껴안은 채 얼굴을 그의 옷에 파묻고 숨소리마저 불안정하게 들리더니 이윽고 답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하령이 선물 고르러 온대요.”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렸다.방금 받은 연락도 유자성의 전화였는데 유하령이 어디선가 자신이 온다연과 함께 여기로 쇼핑하러 왔다는 것을 알고 집에서 한바탕 물건을 깨부수며 난동을 부리고 이제 여기로 와서 며칠 뒤 할머니에게 드릴 생신 선물을 고른다는 것이었다.그는 당연히 유하령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심미진의 유산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을 한 상태라 유하령이 오는 것도 묵인하고 있었다.얼마 전 심미진은 온다연이 자신을 밀어서 유산했다며 우겼고 유하령과 이효진 모두 온다연이 밀치는 걸 직접 눈으로 봤다고 했다.세 사람은 모두 온다연을 감옥으로 보낼 생각이었다.게다가 유산한 아이가 이미 5개월에 형태까지 갖춘 아들이라는 사실에 유자성은 분노하며 온다연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유강후도 당연히 강경한 태도로 맞섰다.미래그룹 100명 규모의 법무팀을 준비시켜 철저히 보호할 작정이었던 터라 며칠 동안 두 형제가 싸우는 난리 통에 유씨 가문은 혼란에 빠졌다.유재성은 이에 격분해 두 형제를 불러 한바탕 꾸짖었고 결국 두 형제는 각자 한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하지만 물러서는 데는 대가가 따랐다.유재성은 더 이상 온다연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유강후에게 당분간 유하령과 유민준에 대한 투자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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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타기도 전에 유강후의 전화벨이 울렸고 그는 전화를 받고 몇 마디 말을 한 뒤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온다연은 차 문 옆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몇 분 후, 검은색 버기카가 옆 공간에 멈춰서더니 이어서 세 명의 젊은 남자가 내렸다.모두 스물다섯, 여섯 살로 보이는 남자들은 껄렁대며 한 명은 한겨울인데도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세 남자는 험한 말을 입에 담으며 차에서 내렸다.그들을 슬쩍 본 온다연은 넋을 잃은 듯 가만히 노려보기만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작은 가방에 손을 넣고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군용 칼을 꺼냈다.이 셋은 당시 주한이 죽고 그녀가 조사받으러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다!그녀는 전혀 양심의 가책도 없이 비아냥거리며 경멸하던 세 사람의 추악한 얼굴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그들은 주한을 죽여놓고 벌레를 죽인 듯 쉽고 가벼운 태도를 보였다.주한은 죽었는데 왜 저들은 고작 감옥에서 몇 년 동안 지내고 다시 활개를 치며 밖을 돌아다니는 걸까.머릿속이 윙윙 울리며 죽었을 때 형체도 없이 피투성이가 된 주한의 시신이 눈앞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세 남자는 재빨리 차 문을 닫고 농담을 건네며 앞을 향해 걸어갔다.그들이 가자 온다연이 뒤따랐는데 손에 들려 있던 군용 칼이 어느 순간 벌어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런데 몇 발짝 못 가서 옆 차에 있던 이권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빠르게 달려 나와 온다연을 붙잡았다.“온다연 씨, 어디 가세요?”온다연은 멍하니 세 남자의 얼굴만 노려보며 뻣뻣하게 말했다.“나쁜 놈들!”그 순간 유강후도 다가와 온다연이 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보는 모습에 얼굴을 찡그리며 잡아당기려 손을 뻗는데 끈적한 액체가 한 줌 느껴졌다.내려다보니 온다연이 얼마 전에 산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군용 칼을 손에 들고 있었다.칼은 열려 있었고 손바닥으로 꽉 움켜쥔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손바닥을 베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그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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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온다연은 내려오려고 몸부림쳤지만 유강후는 그녀를 어깨에 둘러멘 채 억지로 차에 태웠다.그는 작은 구급상자를 꺼내 온다연의 상처에 간단한 처치를 해주었다.이 과정에서 온다연은 무감각한 듯 소독을 받으면서도 끙끙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멈추지 않아 옆에 닿아있던 머리카락까지 적셨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치료해 준 후 옆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늦어도 내일 아침까지 네가 만족할 만한 답을 줄게, 알았지?”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의 옷을 잡았다.작지 않은 힘에 옷이 구멍 날 것 같았다.가슴도 약간 들썩거리고 입술도 깨무는 모습을 보니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유강후의 눈가에 깔린 서늘한 어둠이 점점 짙어지더니 운전하고 있는 이권을 흘끗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진영천 불러. 내가 도착하면 바로 만날 수 있게!”이권은 낮게 답했다.“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그리고 한껏 낮춘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작은 목소리였지만 간간이 대화 소리가 들렸고 전화기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약간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다.잠시 후 이권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로 온답니다.”유강후는 덤덤하게 대꾸하고는 온다연을 안아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온다연은 눈을 감고 유강후에게 기댈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창백했고 그 모습은 조금만 건드려도 부러질 것처럼 초췌했다.한참이 지나고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 사람들이 날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가서 내 옷을 찢었어요.”작고 나른한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천둥처럼 사람의 고막을 뒤흔들었다.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격분한 유강후의 눈가가 시뻘겋게 물들었다.온다연의 손목을 잡은 손은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온다연이 덧붙였다.“아저씨, 난 저 사람들 알지도 못하고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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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온다연은 입을 벙긋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차 안은 다시 적막에 빠졌다.마침내 전통 한옥에 도착하기까지 한 세기가 지난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그녀의 상처를 살펴보며 약을 바르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혔다.온다연은 기운이 없는 듯 기력이 쇠약해 보였고 유강후가 주는 물과 우유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 그대로 영혼을 빼앗긴 듯했다.유강후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는 그녀가 눈을 감을 때까지 나가지 않았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권이 유강후가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말했다.“진영천이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련님.”유강후는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한마디 말도 없이 서재로 향했고 서재에서 진영천은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40대 초반인 경원 지역 거물답게 깔끔한 옷차림에 점잖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목에 드러난 두꺼운 문신만 아니었다면 모두가 그를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음지 양지를 휘어잡는 거물이라고 해도 유강후가 들어오자 벌떡 일어나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도련님, 시키실 일 있으십니까?”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앉죠.”단순한 말 한마디, 무심한 행동이었지만 그 속에는 차가움과 위엄, 그리고 위에서 군림하는 자의 강한 위압감이 가득했다.진영천은 앉는 것조차 불안했다.눈앞에 있는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경원에서 무자비한 성격으로 악명이 높았다.가문도 출중하고 능력도 뛰어났을 뿐 아니라 행동하는 방식도 놀라울 정도였다.열여덟 살에 미래그룹이라는 대기업을 물려받아 당시 경쟁자들을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미래그룹이 그의 손에 넘어간 지금은 몇 배로 몸집을 불렸다고 한다.지난 2년 동안 경원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위상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졌고 이 바닥에서 감히 그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하지만 이는 진영천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경원에 돈 많은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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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유강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여자는 앞으로 다가가 유강후의 허리를 껴안으며 얼굴을 유강후의 몸에 댄 채 가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무서워요.”더 가까이 다가오자 진영천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여자의 정교하고 섬세한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진영천처럼 오랜 세월 풍류를 즐긴 사람은 예쁜 여자를 지겹게 봐왔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여린 사람은 처음 보았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여자는 심플한 흰색 티셔츠와 잠옷 바지를 입어 무척 연약해 보이며 저도 모르게 연민을 품게 했다.먹물처럼 드리워진 검은 머리카락이 목에 달라붙어 하얀 피부와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얼굴만 예쁜 것도 아니고 손도 작고, 밖으로 드러난 발도 작아서 매우 여린 모습이 저도 모르게 마음껏 유린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그가 잠깐 두어번 봤을 뿐인데 문득 서늘한 기운이 무섭게 압박해 오고 있었다.시선을 돌리니 경원의 도련님이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고 눈가에 명백히 드러나는 경고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자신이 순간 자제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진영천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유강후도 시선을 거두며 온다연을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집 안이 따뜻해도 신발을 신어야지. 안 그러면 열 나.”그렇게 말하며 그는 집사가 건네준 분홍색 털 슬리퍼를 온다연에게 직접 신겨주고 그녀의 손에 감긴 거즈를 확인했다.위에 피가 배어 나온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주성원 불러서 거즈 바꾸라고 하고 오후와 저녁 모두 여기서 지켜보라고 해.”온다연이 오후나 저녁에 열이 날 것을 대비하란 소리였다.집사는 대답을 마치고 곧장 물러났다.그제야 온다연은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려 서둘러 나지막이 말했다.“아저씨, 일 봐요. 전 이제 괜찮아요.”말하며 가려는데 유강후는 누가 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온다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외부인이 자리에 있자 온다연은 유강후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다가 그가 안고 밖으로 나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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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진영천은 문득 깨달았는지 머리를 탁 치며 웃었다.“내 머리가 이렇게 안 돌아간다니까, 그동안 괜한 사람에게 선물을 보냈네. 알려줘서 고마워!”이권이 말했다.“오늘 일 잘 처리하면 도련님이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 겁니다.”진영천은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딜 감히, 도련님을 돕는 것만으로 영광인데 뭘 더 바라겠어? 참, 아까 봤던 아가씨가 어느 댁 따님인지 알려줄 수 있어?”이권은 돌고 돌아 결국엔 그가 온다연에게 접근하려 한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렸다.“캐묻지 마세요, 도련님이 싫어하시니까. 오늘 일만 잘하면 도련님께서 눈여겨보실 거고 그게 선물을 수백번 갖다 바치는 것보다 더 먹혀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덧붙였다.“아까 참 대담했어요,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니.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안 그럼 나조차도 못 지켜드려요.”진영천은 덜컥 놀라며 조금 전 유강후의 경고하는 표정을 떠올리자 등골이 오싹해지며 식은땀을 흘렸다.그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도련님은 언제 오셔?”이권은 문 쪽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아마 안 돌아올 것 같으니 서둘러 처리하러 가세요.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알아내야 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그래그래, 최대한 빨리하도록 노력할게!”진영천이 말하며 서재를 나왔고 오후 내내 온다연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여전히 해바라기와 배경은 두 소년이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오늘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지 작은 그림 하나 완성하지 못한 채 몇 시간 동안 계속 그림을 그렸다.그녀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유강후는 서재에서 일 처리를 하며 둘은 서로 방해하지 않았다.날이 곧 어두워질 무렵 온다연은 일어나서 유강후의 서재로 갔다.유강후는 회의 중이었고 화면 건너편에는 담당자들이 시장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평소 같았으면 유강후가 회의 중일 때 온다연은 절대 들어가서 방해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지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켜진 컴퓨터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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