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131 - 챕터 1140

1233 챕터

제1131화

유강후가 앞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온다연은 그를 지나쳐 곧장 차로 걸어갔다.강양호 역시 차에서 내려 매서운 눈빛으로 유강후를 째려보더니 온다연에게 눈웃음을 지었다.“저 녀석이 눈치가 없어서 그래. 아가, 나랑 같이 차 타고 가자꾸나.”강양호는 온다연이 신은 고급스러운 하이힐을 한눈에 알아보고 몸을 돌려 집사에게 물었다.“새아가 신발은 어디 있어?”집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도련님 손에 있습니다.”그때, 유강후가 앞으로 걸어가 고급 플랫슈즈를 꺼냈다. 신발의 발목 부분에는 가느다란 띠가 있었고 그 띠에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식이 되어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앞에 서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전에 급하게 맞춘 신발인데, 우선 이거라도 신어줘. 맞춤 제작 맡긴 건 조금 더 기다려야 해. 그게 더 편할 거야.”말을 마친 유강후는 바닥에 살짝 꿇어앉아 세심한 손길로 온다연의 하이힐을 벗겨주더니 고급 플랫슈즈로 갈아 신겼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진 온다연이 말했다.“이러지 마요, 대표님이랑 할아버님도 계신데.”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신발을 갈아 신겨준 후 작은 상자를 꺼내 얇고 연한 회색 끈 하나를 꺼냈다. 그 연회색 끈 위에는 옥으로 된 부적이 달려 있었다.“이건 할아버지께서 부탁해 구해오신 부적이야.”온다연은 작고 예쁜 발 덕에 발목도 예뻤다. 며칠 동안 그녀의 말을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유강후는 그녀의 발목에 발찌를 채워주며 어떻게든 오래 만지고 싶어 느릿느릿 움직였다.다른 사람들은 유강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의 짐작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발목에 채워주기 어려워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직접 발을 내어주고 있던 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려야 할 사회적 체면 때문에 어떻게든 참아내야 했다.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온다연은 유강후와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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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절대 너 안 건드릴게.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거야.”“그냥 날 돈 벌어다 주는 기계쯤으로 생각해도 좋아. 너랑 아이들, 그리고 너희 가문을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넌 나한테 화를 내도 되고, 때리고 욕해도 돼. 나 밀어내지만 말아줘. 제발 널 못 보게 하지만 말아줘, 제발.”온다연은 이렇게까지 애원하는 유강후를 처음 마주했다.항상 자신만만하고 절대적인 권력만 쥐고 있었던 남자가 지금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해지고 비참해질 수 있었다.그런데도 온다연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그녀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랬다면 유강후의 마음을 단순히 호의로만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온다연은 유강후를 쉽게 놓아줄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다.자신을 향한 유강후의 진심을 의심해본 적은 없지만 과거를 떠올리면 쉽게 그를 용서해줄 수 없었다. 정말 그래 버리는 순간, 자신과 부모님에게 너무 미안했고 무엇보다 주한에게 미안했다.온다연은 유강후에게서 자신의 손을 빼내며 조용히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돈 따위 필요 없어요. 우리 가문도 돈이 궁한 가문이 아니고요.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저희 가문이 로카 가문이랑 협업만 한다면 더 잘될 수 있을 거니까요.”이윽고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냥 아이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할게요. 아이들 대신 강씨 가문한테 감사해요.”온다연은 진수현의 외동딸로서 앞으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녀였다. 그러니 강씨 가문에서 오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아이들의 것이라고만 여겨졌다.하지만 온다연의 공손한 말투는 오히려 유강후에게 상처가 되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온다연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유강후는 이 상황이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처럼 느껴졌다.밖을 한 번 내다본 유강후는 다시 온다연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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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이런 자리라면 유강후에게는 아주 익숙했지만 연회 참석 경험이 드물었던 온다연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가끔 누군가가 술잔을 건네면 유강후는 온다연 대신 거절하며 말했다.“제 아내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요.”금세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온다연의 정체가 유강후의 아내이자 진씨 가문의 장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온다연은 그렇게 천천히 연회의 분위기에 적응했고 빠르게 여자들과 친해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영어도 유창하고 금융적 전문지식도 뛰어났던 온다연은 더욱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며 한동안 연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유강후는 줄곧 그녀의 곁에 함께하며 당시 가장 유명한 주식 투자자였던 스티븐을 소개해 주었다. 온다연은 스티븐에게 굉장한 흥미를 느끼며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간만에 밝게 누군가와 대화 중인 온다연의 모습을 바라보면 유강후는 왠지 모를 질투를 느꼈다.결국, 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온다연은 오늘 연회에서 얻은 게 많았던 덕에 기분이 좋아져 유강후의 행동에도 따지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 역시 조금 지쳐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며 물었다.“피곤해?”온다연은 부드러운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발목을 계속해서 주무르며 작게 말했다.“조금 피곤하긴 하네요. 너무 오래 서 있었나 봐요.”그러고는 다시 배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이번엔 아기가 잘 버텨줘서 다행이에요.”유강후는 그녀의 신발의 벗겨주며 작은 발을 손에 쥔 채 마사지를 해주었다.“발 아파?”온다연은 다급히 유강후의 손에서 발을 빼내며 소리쳤다.“더러워요!”하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의 발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발바닥을 주물러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안 더러워. 네 배 속에 우리 아이도 있는데,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게 기뻐.”유강후는 적당한 힘으로 온다연의 발을 마사지 해주었다. 서 있느라 뻐근했던 발은 금세 긴장이 풀려 편안해졌는지 발가락이 저절로 오므라들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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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온다연이 드레스 자락을 당기며 말했다.“거의 다 끝났으니 먼저 돌아가요. 드레스가 너무 꽉 조여서 그런지 배도 조금 불편해서요.”갑자기 다급해진 유강후가 물었다.“배 많이 불편해? 아래로 당기는 느낌이야?”그러면서도 손을 뻗어 온다연의 배를 만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재빨리 온다연에 의해 제지당했다.“아니요. 그냥 배가 좀 고픈 모양이에요. 이 드레스 입겠다고 점심도 안 먹고 아까는 음료만 조금 마신 게 다니까요.”유강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얼른 돌아가자.”온다연은 배를 살짝 누르며 표정을 찌푸린 채 말했다.“조금 더 편한 옷이나 준비해줘요. 먼저 갈아입고 갈래요.”그도 그럴 것이 예전 치수로 맞춘 드레스는 살이 조금 오른 지금의 온다연이 입기에 맞지 않았다. 오래 입어봤자 아이에게 좋을 건 없었다.유강후는 곧바로 집사에게 부드러운 재질의 캐주얼한 의상을 가져오라는 말을 전했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온다연은 한숨을 쉬자 배가 더 고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그런 온다연을 안아주려 했지만 온다연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혼자 걸을 수 있어요.”하지만 이번만큼은 온다연의 말에 따라주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적어도 이번만큼은 네 말 들어줄 생각 없어. 배도 불편하고, 몇 시간 동안이나 서 있었잖아. 애 잘못되면 어쩌려고.”피곤했던 온다연은 더 저항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배고파요. 얼른 돌아가고 싶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그녀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뒤따라온 집사와 비서의 손에는 온다연의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있었다.그들이 자리를 뜨자 화장실에서는 직원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나왔다.그녀는 온다연이 실수로 떨어뜨린 작은 다이아몬드 조각을 주우며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왜?예전까지만 해도 온다연은 자신보다 훨씬 밑바닥 인생을 살았다. 그저 유강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여자애가 이제는 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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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온다연은 마치 오랫동안 굶었던 사람처럼 순식간에 수제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워 버렸다.한식 가게인 이곳의 음식은 다소 매운 편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수제비 한 그릇을 다 비운 온다연의 입술은 어느새 빨갛게 부어 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왜인지 모르게 음식이 끊임없이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그릇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온다연은 계속해서 한 그릇 더 주문했다.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다가도 새빨간 국물에 유강후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이 옆에 자리 잡고 함께 식사하기 시작했다.유강후는 몇 입 먹지도 못하고 혀를 때리는 매운맛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느새 그의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고작 매운맛에 지레 겁을 먹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유강후의 모습에 온다연은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못 먹겠으면 먹지 마요. 다른 메뉴도 있으니까.”온다연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찹쌀떡은 유강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먹어요.”잠시 멈칫한 유강후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이렇게 태연하게 말을 건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표정도 풀고 말이야.”유강후의 목소리에는 그동안의 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가끔은 내가 사형수라도 된 것 같았어. 너한테 완전히 무시당하니까.”“네가 염지훈을 그렇게 끔찍이 챙길 줄 알았으면, 지금 병실에 누워 있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였을 거야.”“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도 항소할 권리라는 게 있는데, 넌 나한테 그 조금의 여지도 안 주잖아.”그 말에 표정이 싸하게 굳은 온다연이 다시 찹쌀떡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선 넘지 마요. 먹기 싫으면 말든가.”유강후의 눈빛도 어두워지더니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가게 문밖이 소란스러워졌다.“우와, 연예인이다!”“진짜 예쁘네. 실물이 화면보다 나은 것 같은데?”“우와, 이쪽으로 오고 있어. 우릴 봤나?”“헐, 진짜야! 나 보고 있는데?”...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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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온다연은 천천히 차에서 내려 차 앞으로 향했고, 주희도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피부에 손이 닿은 후에야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온다연을 와락 끌어안더니 김빠진 풍선처럼 미끄러지듯 그녀의 발 옆에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울음을 터뜨렸다.“누나...”“누나, 살아있었군요...”“너무 잔인해요. 지난 3년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요? 살아있으면서 어떻게 나에게 한 번도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3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아요? 누나가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방금 또 내가 꿈꾸고 있는 줄 알았잖아요. 누나...”“매일 신과 부처에게 빌었어요... 누나가 살아있기만을 바란다고...”그는 통곡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울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그래, 살아있었어. 살아있으면 웃어야지. 울면 안 되지...”그는 천천히 일어서며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살아있으면 됐어요. 나를 속인 것도 괜찮아요. 살아만 있으면...”그는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누나, 3년 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왜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없었던 거예요?”문득 차에서 내리는 유강후를 발견한 그는 눈이 새빨개졌다.“당신이군요.”유강후는 온다연을 뒤로 숨기며 극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경고하는데, 다연에게서 떨어져.”그는 문득 지난 3년간 주희를 더 먼 곳으로 보내버리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계속 자신에게 도발했는데도 말이다.이제 와서 뜬금없이 온다연 앞에 나타난 주희를 그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유강후가 온다연을 뒤로 빼돌리자, 주희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당신이 누나를 3년 동안 숨겨뒀던 거야?”“아니, 아니지. 당신도 3년 내내 누나를 찾고 있었잖아...”그는 앞으로 나아가 온다연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누나, 구월이 기억나요? 구월이.”온다연이 그를 바라보았다.“기억나, 내 고양이.”그러자 주희가 해맑게 웃었다.“제가 그동안 잘 데리고 있었어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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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그 말뜻은 구월을 온다연에게 다시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온다연은 물론 주희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때 구월을 자기 손으로 주희에게 선물해 놓고, 3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돌려달라고 하는 건 경우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구월을 너무 보고 싶었다.“구월이 지금 네 호텔 방에 있다고?”“네.”주희는 눈이 반짝거렸다.“보러 갈래요? 아니면, 어디 사는지 알려주면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 데려올게요.”온다연이 잠깐 망설였다.“내가 보러 갈게.”주희는 약간 흥분하며 표정이 환해졌다.“누나, 정말 갈 거예요?”“물론이지. 정말 보고 싶거든.”온다연의 말에 주희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 근처 호텔이에요. 지금 바로 갈까요?”주희는 가는 내내 온다연을 다시 만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온다연은 핵심을 회피하는 답변만 골라 했고, 모든 진실을 털어놓지는 않았다.온다연의 마음속에서 주희는 주한의 동생이고, 영원히 동생으로만 남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신을 향한 그의 감정 따위는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주희가 묵는 호텔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잠깐 사이에 차가 호텔 정문에 도착했다.주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유강후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당신은 들어오지 마. 환영하지 않으니까.”옆에 있던 경호원이 화를 냈다.“네가 뭔데? 이 호텔이 다 우리...”유강후가 경호원을 막더니 온다연의 옷깃을 정리해 주며 나지막이 말했다.“밖에서 기다릴 테니 너무 오래 머물지 마.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 뒀으니 식기 전에 돌아가자.”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말하려던 온다연은 그의 눈빛에서 약간 구걸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가슴이 찡해져 나지막이 대답했다.“금방 나올게요.”주희의 방은 3층에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생명체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온다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구월아!”구월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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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발코니 가장자리에 놓인 이젤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유화 한 점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이 배치는 어쩐지 주한, 주희 형제가 예전에 살던 집과 비슷했다. 온다연은 이 모든 것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주희는 구월을 안고 발코니 난간에 기댄 채 건물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았다.검은색 롤스로이스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고, 누군가가 차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그는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구월을 온다연에게 건넸다.“누나가 안아줘요. 구월이 원해요.”온다연은 구월을 받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구월은 편안한 듯 골골거리기 시작했다.주희는 한 손을 난간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구월의 꼬리를 만졌다. 마치 온다연을 팔로 에워싼 듯한 포즈였다.고양이와 노는 데 정신이 팔린 온다연은 한참 후에야 자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색 롤스로이스의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녀는 자기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문득 그해 겨울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눈보라 치는 영운산 별장 밖에 우두커니 서서 유강후와 나은별이 2층에서 친근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그때의 쓰라림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이었다.4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뒤바뀐 것 같다.이번에는 아래서 지켜보는 사람이 유강후로 바뀌었다.‘저 사람도 지금 기분이 그때의 나와 같을까?’하지만 복수의 쾌감도 잠시, 다시금 밀려오는 쓰라림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그를 원망하면서도 너무 마음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구월을 안고 의자에 잠깐 앉아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후 주희에게 돌려주었다.“구월은 당분간 여기 있는 게 좋겠어. 내 호텔 방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키우기 불편해.”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데려갈 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주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애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연은 또다시 구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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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유강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이 점점 더 빨개졌다.“둘이 방금 뭘 하고 있었어?”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엘리베이터 앞까지 갔는데도 유강후가 따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녀가 뒤를 돌아다보니 주희의 방문이 활짝 열려 있고, 문 앞에 덩치 큰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온다연이 되돌아가려 했지만 경호원이 막아섰다.“작은 사모님, 차가 한참 전부터 대기 중입니다.”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비켜요!”하지만 경호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비켜요. 안 그러면 곤란해질 거예요.”경호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작은 사모님, 저는 그저 월급 받아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막는 게 제 임무니 때리시고 욕하셔도 괜찮지만 제 밥그릇만 뺏지 말아 주세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온다연은 발로 경호원의 무릎을 걷어찼다.“꺼져!”온다연은 경호원의 무릎이 굽혀지며 비틀대는 틈을 타서 그를 밀쳐냈다.하지만 그녀가 문 앞까지 가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방 안에서 유강후는 차가운 시선으로 주희를 노려보고 있었다.야옹! 구월이 주희의 품에 안긴 채 유강후를 보고 인사했다.하지만 유강후는 구월을 힐끗 보고는 다시 주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응답받지 못한 구월은 주희의 품에 축 늘어진 채 유리알 같은 눈으로 유강후를 빤히 쳐다보았다.주희는 구월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구월아, 저 사람은 이제 네 주인이 아니야.”“나쁜 사람이거든. 네 다리에 난 상처도, 배에 생긴 흉터도 모두 저 사람의 불찰로 악녀들이 한 짓이야. 몇 번이나 너를 죽이려 했으니 더 이상 주인으로 섬길 필요 없어.”야옹! 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구월은 머리를 주희의 손에 비벼댔다.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그때 너를 치워버리지 않은 건 전적으로 주한의 체면을 봐서였어. 안 그랬으면 네가 지금까지 살아있었을 것 같아?”“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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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고 사람들의 멸시도 상관없었다. 단지 온다연이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웠다.어린 시절처럼 진창 속에서 허덕이는 생활도 사실 괜찮았다. 그가 신경 쓰는 건 단지 온다연이 같은 위치에 있는지였다.그가 여기까지 온 데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온다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그렇게 하면 당신도 편치 않을걸.”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너 같은 놈은 평생 진창 속에 있어야 해.”“다연이 아직 말하지 않았지? 너 혹시 동남아시아 진씨 가문을 알아? 온다연의 실제 신분은 진씨 가문의 따님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다연이 곁에 서고, 무엇으로 다연의 눈에 들 거야? 스타 신분으로? 아니면 주한을 약간 닮은 이 얼굴로?”주희는 잠시 멍해졌다.“누나가 진씨 가문의 따님이라고?”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그러니까 다연의 곁에 얼씬도 하지 마. 참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선을 넘지 말라고.”주희가 코웃음을 쳤다.“선을 넘으면 어쩔 건데? 나를 죽일 수나 있어?”그는 구월의 매끄러운 털을 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보기에는, 누나도 당신을 원치 않을걸. 이전에는 누나가 당신의 힘에 눌려 반항하지 못했지. 당신과 유씨 가문이 누나에게 그렇게 많은 더러운 짓들을 했는데,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당신도 힘들겠네. 진씨 가문의 따님이 된 누나가 당신을 쳐다보기나 하겠어?”쾅쾅!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강후 씨, 뭐 하는 거예요? 문 열어요.”“또 폭력을 쓰려는 거예요? 강후 씨, 문 열어요.”...온다연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오면서 방 안의 분위기가 더욱 긴장해졌다.주희가 코웃음을 쳤다.“들었어? 누나는 당신을 전혀 믿지 않아.”유강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천천히 놓았다.이전 같으면 이 자리에서 그와 온다연 사이를 이간질하는 자를 손수 처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다연에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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