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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염지훈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유일한 방법은 그의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뿐이다.권예진은 또 눈시울을 붉혔지만 온다연과 함께 있다는 생각에 애써 눈물을 참았다.“유나 씨, 하루 종일 옆을 돌보느라 피곤했을텐데 잠깐이라도 쉬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피곤함이 밀려왔던 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 잠깐 눈만 붙이고 올게요.”휴게실은 바로 옆에 있었다. 온다연이 침대에 눕자마자 누군가가 디저트와 과일을 가져다주었고 모두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는 맛이었다.누가 보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온다연도 사양하지 않고 디저트와 과일을 전부 먹었다.너무 피곤해서인지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잠결에 느껴진 익숙한 기운이 그녀를 악몽의 심연에서 끌어냈다.그 시각 유강후는 침대 옆에 앉아 온다연의 부드러운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불편함을 느낀 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이더니 유강후의 이름을 중얼거리고선 다시 잠이 들었다.유강후는 이렇게 착한 온다연이 왜 날이 선 모습으로 못된 말만 내뱉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는 온다연에게 입을 맞추고선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그제야 온다연의 두 손이 아랫배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고 그녀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유강후의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또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성질이 점점 더 나빠지네. 나한테 그런 말을 해? 혼나봐야 정신 차리지.”이때 안으로 들어온 권예진은 유강후를 보자마자 서둘러 다시 걸음을 옮겼다.유강후는 온다연의 곁에 잠시 머물다가 밖으로 나갔다.권예진은 두려운 듯 유강후에게서 멀리 떨어진 채로 나지막이 말했다.“대표님이 맡겨주신 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지훈 씨는 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제 가족들을 괴롭히지 마세요.”유강후는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예진 씨 아버지가 스스로 나한테 부탁한 일이야. 난 다른 사람한테 강요하는 습관이 없거든. 게다가 워낙 작은 회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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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성염 조직에 아는 사람이 있어?”그러자 권예진이 답했다.“그게 아니라 가족 중 한 명이 그 조직에 가입했거든요. 당시 사건이 터졌을 때 온 가족이 걱정되어서 불안에 떨었는데 끝내 그 조직에 가입하려고 가족들과 연을 끊었어요.”“지금은 그 조직에서 중요한 리더라고 들었어요.”“그러다가 우연히 나은별 씨와 함께 있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뭔가 성염 조직과 연관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유강후의 눈에는 분노의 빛이 번쩍였다.“당분간 병원에서 다연이랑 같이 있어 줘. 최대한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막고 병원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나한테 연락줘.”권예진이 답했다.“알겠어요. 알아서 할게요.”유강후는 재빨리 떠났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서 이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은별 핸드폰 위치 추적해 봐. 모든 메시지와 통화를 감시하고 경찰 쪽에는 성염 조직이 이쪽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신고해.”“그리고 염지훈이 입원한 이 건물도 비워. 우리 쪽 사람 외에는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서는 안 돼.”“알겠습니다. 도련님.”이권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나은별 씨가 성염 조직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유강후는 살벌한 살기를 드러내며 차갑게 말했다.“뭐가 됐든 방심해서는 안 돼. 다연이가 지금 임신한 상태라서 절대 다치면 안되거든.”“나은별이 성염 조직과 연관이 없기를 바라야지. 안 그러면 내가 진짜 죽여버릴지도 몰라.”이권이 말했다.“나은별 씨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어떤 조직인지 정말 몰랐을까요?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나은별 씨는 물론이고 나씨 가문까지 끝장이잖아요.”“한재민 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릴까요?”“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일단 시킨 일부터 처리해 줘.”“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셋째 날, 염지훈이 마침내 깨어났다.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뜻이기도 하다.온다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병문안을 한 후 휴게실로 향했다.3일 동안 초조했는데 이제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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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테이블에는 온다연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했고 작은 조각으로 썰어놓은 과일과 그녀가 자주 마시는 브랜드의 우유까지 준비되었다.밥 한 그릇을 먹고 난 후에도 배고픔이 가시질 않아 한 그릇을 더 먹었다.그러다가 속이 메스꺼워져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소파에 누워서 한참을 쉬다가 겨우 회복했다.쉬는 동안 그녀는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아이가 태어난 모습을 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감이 마구 밀려왔다.그런데 유강후와의 갈등과 그들 사이에 놓인 염지훈을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임산부는 극도로 예민하고 정서가 불안정하다. 온다연은 이런저런 생각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처음에는 소리 없이 울다가 나중에는 엉엉 울부짖었고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사람처럼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방에서 그녀를 돌보던 도우미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서둘러 옆방으로 향했다.불과 10여 초 만에 유강후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달려왔다.그는 온다연은 안으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요? 누가 괴롭혔어요?”이틀 동안 유강후를 보지 못했던 온다연은 그를 보자마자 순간 화가 밀려왔다.‘누가 괴롭혔냐고? 너잖아.’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워져 펑펑 눈물을 쏟았다.유강후는 당황한 채로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무슨 일 있었어요?”지난날의 억압과 고통이 지금 이 순간에 터져 나온 듯 온다연은 시원하게 울었다.하지만 아직은 유강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를 보기만 해도 고통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그녀의 감정과 기억을 끌어냈으니까.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유강후가 나타난 순간 다시 엉망이 되었다.온다연은 그를 밀어내며 소리쳤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요? 왜 옆방에 살아요? 진짜 짜증 나네.”“보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나가요.”유강후는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붙잡고 밖으로 끌어내는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그냥 걱정되어서...”온다연은 소파에 있던 쿠션을 집어 던졌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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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이권의 말을 듣고서야 온다연은 평소와 조금 다른 유강후를 발견했다.안색은 눈에 띄게 안 좋았고 짙은 피로감이 엿보였으며 셔츠마저 잔뜩 구겨져 있었다. 평소의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온다연은 가슴 한편이 괴로웠지만 돌아서며 차갑게 말했다.“아프면 병원에 가야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치료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정말 도련님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으신 거예요? 두 분 좋았잖아요.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서 그동안의 감정까지 부인하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온다연은 마음이 착잡하며 목소리마저 낮아졌다.“다 나가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요. 보고 싶지 않으니까.”이권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유강후가 제지했다.그는 애절한 눈빛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알았어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대신 안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게 해줘요. 그래야 마음이 놓이거든요.”온다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안전하니까 신경 쓰지 마요. 아빠가 경호원 십여 명 보내왔고 이미 도착했거든요. 강씨 가문의 경호원에 비할 수는 없지만 우습게 볼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까 강후 씨가 배치한 인원은 정리해도 좋아요. 그리고 제가 죄인은 아니잖아요? 강후 씨도 저를 감시할 자격이 없고.”죄인과 감시라는 단어가 비수처럼 날아와 유강후의 가슴을 찔렀다.“계속 감시하면 저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원식 씨, 이 사람들을 내보내요.”임원식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일단 나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말없이 조용히 방을 나섰다.이때 온다연의 핸드폰이 울렸다.“열이 난다고요? 심각해요?”“다행이네요. 예진 씨가 없었다면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되네요.”“지금 바로 갈게요.”온다연은 전화를 끊고 집사에게 말했다.“옷 두 벌 챙겨줘요. 당분간은 병원에 있을 것 같아요.”집사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임신한 상태에서 무리하시면 안 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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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유강후는 그녀를 잡고 싶었지만 감히 손을 내밀지 못했다.손을 뻗으면 온다연이 또다시 밀어내며 모진 말을 쏟아낼까 봐 두려웠다.온다연이 점점 멀어지자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염지훈이 그렇게 걱정돼요?”온다연은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보지 않은 채 차갑게 답했다.“네. 3년 동안 줄곧 저를 도와줬거든요. 지훈 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씨 가문도 지금처럼 강해지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오늘의 저도 없었겠죠.”유강후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차로 날 치려고 했잖아요.”온다연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안치였잖아요. 그리고 지금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지훈 씨예요.”유강후는 가슴이 찢기는 고통이 밀려왔다.“꼭 그렇게 내 앞에서 염지훈을 걱정해야겠어요? 나도 아프고 괴로운데 왜 나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냐고요.”온다연은 마치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혀 주먹을 쥐었다.“강후 씨, 이제야 괴로워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나은별 씨만 믿었잖아요.”“기억나요? 현진화 씨가 날 구해준 그날? 강후 씨가 날 방안에 가두고 못 나가게 했잖아요.”“그때 임신 중이었고 너무 아파서 기절할 뻔했어요.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계속 애원했는데 나은별 씨의 전화 한 통에 뛰어나갔잖아요. 그때 느낀 감정들은 지금 강후 씨가 겪고 있는 것보다 수천 배는 더 아팠어요.”온다연은 괴로워하며 말을 이었다.“지훈 씨는 정말 다쳤고 나은별 씨는 꾀병이었어요. 우울증은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고요.”지난 일을 생각하니 온다연은 가슴이 너무 아파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주먹을 쥐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현진화 씨가 구하지 않았다면 전 죽었을 거예요. 다른 사람 눈에 띄는 게 싫어서 날 가둬놓았잖아요. 발견될 수 있었을까요?”“지금도 진씨 가문의 장녀 진유나가 아니라 온다연이었다면 다시 날 가둘 생각이잖아요. 그러고는 내가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겠죠? 강후 씨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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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다연이 병원에 있다는 거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우리 사람들은 문제 있을 리 없고, 문제는 병원 사람들이야.”“이 일에 참여한 사람이 많지 않으니 즉시 조사해 봐. 성염 조직의 사람들은 특징이 있어. 가정이 부유하고 젊고 외모도 뛰어나야 뽑힐 수 있거든. 이 조건에 맞춰 샅샅이 뒤져 봐.”“권예진의 사촌 오빠는 찾았어?”이권이 고개를 끄덕였다.“찾았어요.”유강후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즉시 호텔 지하실로 끌고 와. 내가 직접 심문해야겠어.”“알겠습니다.”30분 후, 검은색 SUV 한 대가 호텔 주차장에 진입했다.비즈니스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차에서 끌려 내려오며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당신들 누구야? 납치가 범죄인 건 알아? 경찰에 신고해서 죄다 감옥에 처넣을 거야.”경호원이 시끄러웠는지 그의 팔을 잡고 힘껏 비틀자, 남자의 팔이 탈골되었다.경호원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남자를 무표정한 얼굴로 노려보면서 말했다.“계속 소리 지르면 다른 팔도 비틀어 버린다.”남자는 통증 때문에 얼굴이 땀투성이가 된 채 두려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당신들은 누구야? 왜 나를 납치하는데? 나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야. 납치해도 돈이 없다고.”경호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쓸데없는 소리하면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그 말과 함께 남자를 끌고 지하실로 들어갔다. 지하실은 꽤 넓고, 조명도 나쁘지 않았지만, 벽에 칼과 검 같은 흉기들이 가득 걸려 있어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한가운데에는 사람 키만 한 큰 철장이 놓여 있어 더 음산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철장 옆에는 키 큰 동양인 남자가 앉아 있었다.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지만, 몸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는 주변을 압도할 만큼 강했다.그는 뱀 모양의 휘어진 칼을 손에 들고 세심하게 닦고 있었다.그들이 문에 들어서자, 유강후는 슬쩍 쳐다보더니 원래 하던 일을 계속했다.경호원이 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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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불법?”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권진섭의 얼굴을 훑었다.악마에게 잡혀 영혼까지 털리는 듯한 공포감에 그는 등골이 오싹했다.권진섭은 벌벌 떨며 입을 열지 못했다.유강후는 손에 든 단검을 돌려 칼끝으로 권진섭을 겨누었다.“너희들이 방화를 저지를 때는 그게 불법이라고 생각했어? 이제 와서 나와 법률을 논하는 건 너무 늦지 않았을까?”권진섭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방화라니?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유강후가 냉랭하게 말했다.“무슨 말인지 몰라?”권진섭은 애써 침착한 척했다.“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나를 풀어주면 없었던 일로 해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호원이 다가와 발로 걷어차고 뺨을 후려쳤다.“말 안 들으면 너한테 좋을 게 없어.”뺨을 얻어맞은 권진섭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는 경호원을 독살스럽게 쏘아보더니 피를 내뱉으며 소리쳤다.“감히 날 때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거야.”경호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또 한 번 귀뺨을 후려쳤다.이번에는 이빨이 뽑혔다. 권진섭은 자기 이빨이 날아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입이 피투성이가 됐지만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하지만 겁은 나는지 입은 다물었다.그때 유강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은 너무 많은 악행을 저질렀어. 여기 있는 본부 위치를 알려주면 네 목숨은 살려주지.”권진섭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퉤! 너 따위에게 우리 본부를 알려줄 것 같아? 우리 보스는 성인이고 구세주야. 너희같이 평범한 인간들은 그분을 만날 자격도 없어.”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짓했다.“철장 안에 처넣어.”경호원은 권진섭을 끌고 가 철장 안에 가두었다.꽤 큰 철장이었지만, 사람이 들어가니 답답하게 느껴졌다.문이 철컥 잠기는 소리와 함께 권진섭의 심리적 방어선도 무너졌다.그는 철장의 쇠 난간을 붙잡고 소리 질렀다.“당장 풀어줘. 너희같이 더러운 하등 인간은 오직 불로, 성염으로만 정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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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공기 중에 탄 냄새가 가득했고 곧이어 살갗이 타는 냄새도 풍겼다.권진섭은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고 머리카락도 거의 다 타버렸다.유강후는 충분히 겁을 준 것 같아 경호원에게 불을 끄라고 손짓했다.불을 껐는데도 권진섭이 계속 비명을 지르자 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시끄러워. 진정시켜 봐.”경호원은 스위치를 다시 켜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한 번만 더 소리 지르면 네가 코크스가 될 때까지 태울 거야.”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권진섭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하고 억지로 참았다.“이 화염 온도가 1200도에 달하니 3분만 더 타면 너는 코크스가 될 거야.”권진섭은 벌벌 떨며 말했다.“저를 풀어주기만 하면 원하는 건 뭐든 다 드릴게요.”유강후가 차갑게 말했다.“이제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네.”유강후는 단검을 손으로 돌리며 말했다.“너 요즘 나은별이라는 H국 여성과 가깝게 지냈지?”권진섭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나은별이요?”유강후가 손짓하자 경호원이 휴대폰에서 나은별의 사진을 찾아 권진섭에게 보여주었다.“이 여자야.”권진섭이 사진을 보더니 대답했다.“알긴 아는데 우리는 나은별이 아니라 주가은이라 불러요. 요즘 성염에 들어오려고 해서 조사 중입니다.”유강후가 말했다.“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는 상관없고, 이 여자를 내가 지정한 곳으로 유인해 오면 돼.”권진섭이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그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우리 보스 눈에 들었거든요. 보스가 이 여자를 무척 좋아해서 이제 입회식만 남았어요. 이 여자의 신분과 보스가 좋아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직에 들어온 후 고위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지위가 저보다 높을 거예요.”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입회식은 뭔데?”권진섭은 감히 숨기지 못했다.“세상을 한 번 정화하는 건데 화재가 클수록 좋고 죽은 사람이 중요할수록 좋아요.”“이 여자의 목표는 누구야? 지점은 어디고?”유강후의 질문에 권진섭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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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미래그룹 부사장들의 자료를 전부 프린트해 와.”“네, 대표님.”권진섭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미래그룹이요? 북아메리카 3대 재벌의 하나인 미래그룹을 말하는 거예요?”이권이 그를 째려보았다.“왜? 자격이 부족해?”권진섭이 급히 부인했다.“아니, 충분해요. 그런데 당신들, 당신들은...”이권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너는 알 필요 없어.”잠시 후 이권이 한 뭉치의 자료를 들고 왔다.유강후가 자료를 남자 앞에 던지며 말했다.“적합한 사람을 직접 골라. 내가 그쪽으로 보내서 협조하게 할 테니.”그는 지하실에서 나가면서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저놈 다리에 약을 발라줘. 지금 죽어버리면 안 되니까.”“네, 대표님.”지하실에서 나온 이권이 이해가 안 되는 듯 말했다.“대표님, 나은별을 유인하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대표님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올 텐데요.”유강후는 ‘멍청한 자식’이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너 비서 자리에서 내려와야겠다. 우리는 경찰에 협조하는 쪽이잖아. 그 여자는 지금 테러리스트야. 그 여자와 얽혀서 미래그룹 주식을 포기할 거야?”이권이 그제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대표님은 주도면밀하십니다. 지금 작은 사모님 위치를 옮겨드릴까요?”“지금 이동하면 그쪽에서 눈치챌 거야.”“하지만 사모님이 그곳에 계시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유강후가 잠시 생각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염지훈을 1층의 구석진 병실로 옮기고, 기존 병실에는 가짜 환자를 배치해. 그리고 다연과 닮은 사람을 그곳에 보내 매일 지키도록 하고.”“이 일은 네가 직접 처리해. 최측근 경호원을 데리고 가야 해. 절대 소문이 새어나가서는 안 돼.”“네, 대표님, 즉시 처리하겠습니다.”다음 날, 서해안의 대형 유람선 위.나은별이 키 큰 서양 남자와 팔짱을 낀 채 유람선의 레스토랑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도착하자마자 호화로운 VIP룸으로 안내받았다.적임자로 낙점된 미래그룹 임원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나은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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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유강후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는 여자를 때리지 않아. 너는 지금 여자가 아니라 테러리스트야.”나은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름 끼치게 웃었다.“솔직히 그때 내가 온다연을 바꿔치기한 걸 진작에 알고 있었지?”“온다연이 사라진 그날부터 우리 나씨 가문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뭘 해도 망했어. 마치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밑지는 장사만 하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말이야.”“게다가 매번 수익이 날 것 같으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이 생겼지.”“마치 거대한 손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는 것 같았어.”“심지어 아버지도 관직을 잃었어. 그렇게 조심스럽고 소심한 사람이, 단 한 푼도 뇌물을 받은 적이 없고 누구에게 밉보인 적도 없는데, 왜 관직을 잃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우리 외가에도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끊이지 않았어. 무슨 일을 해도 안 되고 어딜 가나 벽에 부딪혔지.”그녀는 유강후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배후의 보이지 않는 손은 너였어. 네가 나씨 가문을 몰락으로 이끌었던 거야. 온다연이 바꿔치기 당한 사실을 진작에 알고 나한테 복수한 거지?”그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다가 웃었다.“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너의 능력으로 알아내지 못할 리 없는데, 내가 너무 멍청했어. 이렇게 뻔한 걸 눈치채지 못하다니.”“유강후, 넌 정말 잔인해. 단지 한 여자 때문에 두 집안의 인연을 끊고, 우리 집안을 쫄딱 망하게 하다니. 너무 독해. 나한테 전혀 살길을 남겨주지 않았어.”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야. 하지만 나씨 가문은 이제 완전히 망했어. 한 달 안에 너희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고택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공중화장실을 지을 거야. 공공시설로 변해서 너의 죄를 조금이라도 씻어줄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니니?”“안 돼.”나은별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안 돼, 강후 씨. 우리 같이 자란 정을 생각해서라도 고택만은 남겨줘. 제발 그러지 마.”그녀는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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