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237 챕터

제1081화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건가?그녀는 흐릿한 화면 속의 작은 점을 바라보며 가슴이 격하게 요동쳤고, 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흥분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임수진이 안경테를 쓸어올리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엄밀히 말하면, 아직 배아 단계지만 심장은 이미 형성되었고 점차 손, 발과 기타 신체 기관들이 형성될 것입니다.”“오늘부터 2주마다 산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제가 직접 검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검사를 받는 날짜가 아니어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병원으로 오세요.”“그리고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술과 부부관계를 금지해야 합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임신부가 허약한 체질인 데다 쌍둥이를 가졌으니 출산할 때까지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아요.”그녀는 온다연의 목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키스 흔적을 의식한 듯 유강후를 힐끗 보며 헛기침했다.“대표님, 작은 사모님이 정말 미인이셔서 참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절제하셔야 합니다. 초기 3개월이 특히 중요하니 절대 함부로 하시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하세요.”유강후가 나지막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박사님, 제 아내가 몸이 약하다고 하셨는데, 쌍둥이를 임신하면 혹시...”“아니요.”임수진이 단호하게 말했다.“사모님이 허약한 체질이긴 하지만 임신이나 출산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닙니다. 영양 관리를 철저히 하고 적절한 운동을 견지한다면 쌍둥이 출산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말을 마친 임수진이 일어서며 말했다.“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으니 귀가하셔도 됩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임수진이 나간 후에도 온다연은 초음파 모니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모니터는 이미 바탕화면으로 바뀌었지만, 그 흐릿한 형상은 이미 그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유강후가 다가가 안으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제 정신이 돌아온 듯 그의 옷깃을 잡고 마구 때리며 울부짖었다.
더 보기

제1082화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터졌다. 단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소화할 수 없는 온다연은 혼란스럽고 슬픔과 기쁨이 교차했다.갑자기 회복된 기억 때문에 유강후가 사무치게 미웠지만 임신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순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그녀는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유강후가 그녀를 안아 침실로 옮기자마자 강현미가 왔다.“어떻게 됐어? 다연이 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 거니?”유강후는 온다연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후에야 침실을 나섰다.그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온다연이 하도 잡아 뜯어서 셔츠가 구겨져 있었고, 자세히 보면 얼굴에 희미한 손톱자국까지 남아있었다.그의 얼굴에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건 온다연뿐이다.하지만 그럼에도 강현미는 그의 표정에서 감출 수 없는 기쁨을 읽었다.어렸을 때부터 듬직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들이 이렇게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처음이다.강현미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담히 물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유강후는 더 이상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빙그레 웃었다.“잠시 앉아 계세요. 제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유강후는 곧바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방에서 나왔다.강현미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유강후가 막아 나섰다.“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아예 끊으시는 게 좋겠네요.”강현미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오랫동안 흡연 문제를 거론하지 않던 그가 오늘은 웬일이지?유강후는 아직 축축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미칠 듯한 기쁨을 억누르고 태연한 척했다.“다연이 임신했어요.”강현미는 고개를 들고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유강후는 탁자 위의 담뱃갑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나지막이 말했다.“진짜예요. 검사받았는데, 쌍둥이래요.”강현미가 오래간만에 흥분했다.“네가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지? 외할아버지와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지어낸 거짓말도 아니지?”유강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진
더 보기

제1083화

그는 카톡방을 만들어 봉현수, 한이준, 한재민, 송지원을 초대하고는 바로 초음파 사진을 올렸다.이내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회의 중이야. 방해하지 말아 줄래?]봉현수: [이게 뭐야?]한이준: [시커먼 게 뭐지? 미쳤어?]한재민: [아빠 되는 거 축하해.]송지원: [뭐라고?]봉현수: [?]한이준: [합성 사진 아니야?]...유강후는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워낙 말수가 적은 그는 세 글자로 답했다.유강후: [쌍둥이!]이때 밖에서 강양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후 이 녀석이 점점 버릇 없어지는군. 무슨 일인데 나를 직접 오라고 해?”“큰 경사가 아니면 단단히 혼날 줄 알아. 점점 제멋대로 구는 거 같아서 못 봐주겠네.”눈 깜짝할 사이에 강양호가 문에 들어섰다. 유강후는 공손히 그를 상석으로 모셨다. 강양호는 지팡이로 바닥을 탁탁 치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이 자식이 점점 예의 없이 굴어. 얼른 말해봐. 태극권할 시간에 나를 불러들이고, 엄마한테 입단속까지 시킬 만큼 중요한 일이 도대체 뭔데?”유강후는 산부인과 검사 결과지를 두 손으로 들어 강양호에게 건넸다.“이것이 제가 말씀드리려던 일입니다.”강양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더니, 한참 보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안경을 가져오게.”집사가 급히 안경을 건넸다.강양호는 안경을 끼고 두 번이나 꼼꼼히 살펴보았고,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유나가 아이를 가졌네. 이 녀석아,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이제야 너의 외할머니를 만날 면목이 있겠어.”“내 생전에 이런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느님이 이 늙은이를 불쌍히 여겨서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나 봐.”“게다가 쌍둥이야! 한 번에 증손주를 둘이나 안겨주다니,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나?”강양호는 눈물을 훔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이 선물이 맘에 들어. 비록 하루 늦었지만 내가 평생 받은 선물 중 최고야.”“유나는? 아직도 병원에 있어? 내
더 보기

제1084화

강양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나는 친구들에게 좋은 소식을 알리러 가야겠다. 매일 손주들 사진을 올려 나를 약 올렸던 거 복수해야지.”강양호가 떠난 후, 강현미가 입을 열었다.“다연이 과거 기억을 되찾으면 어떡해? 계속 이렇게 숨길 작정이야?”이 말에 가슴이 내려앉은 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벌써 기억을 찾았어요.”강현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자코 있었다.유강후는 한참 후에야 침묵을 깨고 말을 이었다.“과거의 일은 제가 잘못한 거니까 잘 해명해 볼게요. 이젠 아이도 있는데, 타협하겠죠.”“성격도 많이 달라져서 이전처럼 꾹 참지 않아요. 몇 번만 제대로 폭발해서 속에 쌓인 억울함과 분노를 쏟아내면 해결될 겁니다.”강현미가 우려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지금 그 애 신분은 진씨 가문의 따님이야. 너를 용서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하면 막을 수 없어.”유강후가 단호하게 말했다.“이미 각오하고 있어요. 우리 사이에 감정이 남아있어 화가 나더라도 제 곁을 떠나지는 못할 거예요.”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가는 데까지 가 봐야죠. 아이를 사랑하니 아버지 없는 아이로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강현미가 한숨을 쉬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그 애 뜻을 따라주어라. 이전처럼 강압적인 태도로 나오지 말고.”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유강후는 오전에 반날 시간을 들여 본채의 패브릭을 싹 다 교체했다.커튼과 식탁보는 파스텔 컬러로 바꾸었고, 곳곳에 크고 작은 인형 소품들을 배치했다.마당의 식물들도 심신 안정 효과가 있는 라벤더로 바꾸었다.온다연은 정오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침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창밖에서 하인들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작은 사모님이 임신하셨으니 앞으로 모든 일에 조심해야겠어.”“어르신께서 무척 기뻐하시면서 하인과 집사들을 불러놓고 모든 일에 작은 사모님이 우선이 돼야 하고, 실내에서 조용히 하라고 분부했어. 큰 소리로 말해도 안 된대.”“강씨 가문에 얼마 만에 찾
더 보기

제1085화

그녀는 침대 위에 조용히 앉아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슬슬 만졌다.유강후가 방에 들어왔을 때, 온다연은 침대에 멍하니 기대어 있었다.“깼으면 나를 부르지 그랬어?”그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려 하자, 온다연은 재빨리 몸을 뒤로 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건드리지 마요.”이런 반응을 예상했음에도 유강후는 마음이 괴로웠다.유순하고 순종적이던 다연이 어쩌면 이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지...그는 여전히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배고프지? 점심이 준비됐어. 전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야.”온다연은 고개를 돌린 채 냉랭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그럼 당신은 나가요. 당신 얼굴을 보면 밥맛이 다 떨어져요.”유강후는 입을 꽉 다물고 한참 있다가 말했다.“알았어. 하지만 너를 안고 나가게 해줘.”그는 말하면서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번쩍 들어 올렸다.온다연은 분노가 치밀어서 당장 밀어내고 싶었지만, 아이 생각에 발버둥 치지 않고 그의 품에 안긴 채 다이닝룸으로 이동했다.식탁에는 무려 여덟 가지 반찬과 두 가지 국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다.강씨 가문은 사치스러움으로 존귀함을 과시하는 단계는 넘어섰고, 이제는 정교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데, 특히 음식 문화에서 이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요리하는 사람과 식사하는 사람만이 평범해 보이는 요리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 알고 있다.온다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유강후도 손을 씻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온다연은 아직 그와 평화롭게 식탁에 마주 앉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접근하는 그를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당신 얼굴을 보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나가요.”유강후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양갈비 스테이크를 잘라 그릇에 올려주었다. 이어서 새우를 까기 시작했다.화가 난 온다연이 그릇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유강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가지 마. 새우 까놓고 나갈게.”온다연이 차가운
더 보기

제1086화

이 요리들은 정말 맛있었다. 그녀는 모든 음식을 조금씩 맛보았고 국도 조금 마셨다.평소에 많이 먹지 않던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많이 먹으니 속이 받쳐주지 않아 일어설 때 메스꺼움이 밀려왔다.그녀가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자, 밖에 있던 사람이 이 소리를 듣고 급히 뛰어 들어왔다.세면대를 잡고 헛구역질하는 온다연의 모습을 보고, 유강후는 초조한 나머지 손바닥에 식은땀이 났다.그는 다가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속이 불편해? 토하고 싶으면 토해도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소량으로 자주 먹으라고 말씀하셨어. 정 안 되면 곽혜진 선생님께 부탁해서 식욕을 돋우는 약을 받아와야겠다.”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속이 뒤집히는 듯한 메스꺼움을 억눌렀다. 몇 번 심호흡을 하자 약간 진정되는 것 같았다.조금 나아진 그녀는 유강후를 밀어내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그녀는 여전히 속이 안 좋아 뜨거운 물을 마신 후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쉬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완전히 잠든 듯한 모습이 되었을 때야 조심스럽게 안아 침실로 옮겼다.그가 다시 나왔을 때는 식탁 위의 음식들이 다 식어버렸다.“이 음식들은 사모님이 드시고 남은 것들이니 주방에 새로 차리라고 지시할게요.”오진숙의 말에 유강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냥 먹을게. 그래야 맛이 어떤지 보고,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진할 수 있어.”결국 오진숙은 늘 높은 곳에 있던 강씨 가문의 도련님이 온다연이 남긴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식사를 마친 유강후는 요리사를 불러오라고 했다.“앞으로 최대한 영양 균형을 고려해 식단을 짜도록 해요. 구입하기 어려운 식재료가 있으면 미리 집사에게 말하고요. 반드시 최상급의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고 하룻밤 지난 음식은 다 버리세요.”“육류와 해산물은 비린내를 철저히 없애고, 고기는 가장 연하고 맛있는 부위만 사용하세요. 신선도 확인은 필수고요.”“조미료는 최대한 천연 조미료로 바꾸세요.”“오
더 보기

제1087화

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의자를 밀어젖히고 걸어 나갔다. 현관에는 진씨 가문에서 온 네 명의 집사가 떠날 채비를 마치고 서 있었다.유강후를 본 집사들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인사했다.유강후는 그들의 캐리어를 지켜보며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신국으로 돌아가려는 거요? 그렇다면 내가 전용기를 준비하도록 하지.”네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뭐라고 말할지 망설였다.그들의 눈에는 아가씨의 행동이 부부싸움 후 성질을 부리는 것쯤으로 보였다. 아직 화해하지 않았을 뿐이지, 화해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들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잠시 후 임원식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아가씨께서 신국에 돌아가겠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직 회장님께 보고드리지 않았습니다. 보고드리면 전용기를 보내실 텐데... 어떻게 할까요?”유강후가 단호하게 말했다.“당신들만 돌아가시오. 다연은 가지 않을 거요.”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밖에서 막 들어와서 모르겠지만, 다연이 임신해서 장시간 비행이 불가능하오.”임신이라고? 그들은 잠깐 멍해 있다가 이내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이렇게 큰 경사가 났는데, 바로 회장님께 보고드려야겠습니다. 회장님과 사모님이 당장 날아 오실지도 모르죠.”유강후가 손사래를 쳤다.“아직은 알리지 마시오. 우리가 직접 말씀드릴 테니.”“짐을 다시 푸는 게 좋겠소. 다연이 나한테 삐쳐 있지만, 곧 화해할 것이니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온다연이 작은 캐리어를 끌고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는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않고 직접 밖으로 향했다.유강후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어디 가?”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히 집에 가는 거죠. 여긴 내 집이 아니잖아요. 설마 또 예전처럼 저를 가두실 작정이에요?”유강후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다연아, 옛날 일은 내 잘못이야. 때리든 욕하든 다 괜찮은데, 떠나겠다는 말은 함
더 보기

제1088화

무슨 뜻인지 이해한 임원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떴다.임원식이 온다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포레스트 호텔에 묵게 됐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이상함을 감지했다.고급 호텔이긴 하지만 로비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것도, 직원과 매니저들이 모두 로비에 몰려 있는 것도 너무 이상했다. 게다가 그들 일행이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듯 벌벌 떨고 있었다.온다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임원식에게 물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죠? 호텔 분위기가 이상해요. 우리 말고는 다른 손님이 없는 것 같아요.”임원식이 급히 둘러댔다.“정상적인 호텔입니다. 고급 호텔이라 가격이 비싸서 방문객이 적은 것뿐입니다.”온다연은 로비를 둘러보던 중 밖에 주차된 고급차 몇 대를 발견하고서야 경계심을 조금 늦추었다.지쳐 있던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임원식에게 스위트룸을 예약하라고 지시했다.2층에 있는 스위트룸은 무려 90평이 넘었고, 침실 창문 아래로는 거대한 천연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한 쌍의 백조가 늘어진 버들가지 아래에서 우아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온다연은 영원시에 있을 때 살던 집이 생각났다.그리고 그때 키우던 고양이 구월이도 생각났다. 3년이 지났는데, 그 고양이가 아직 살아있을지, 주희가 잘 돌보고 있을지 궁금했다.영원시에서 너무 우울한 나날을 보내서인지, 수많은 불행한 기억들이 떠올랐다.가장 많이 화가 났던 일은 나은별이 구월이를 다치게 했을 때 유강후가 그녀를 믿어줬던 일이었다.그리고 그때 나은별이 신씨 남매를 이용해 그녀를 죽이려 했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유강후는 전혀 추궁하지 않았다.이런 일들을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주먹으로 벽을 콱 쳤다.“유강후, 나은별은 정말 당신이 아끼는 보물이었어. 그 여자를 그렇게 믿으면서 왜 자꾸 나한테 치근대는 거야?”워낙 피부가 연약한데, 너무 세게 쳐서 한 방에 손가락 마디의 살갗이 벗겨졌다. 그녀는 아파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마음속으로 유강후를 천만번 저주했다.그렇
더 보기

제1089화

온다연이 말했다.“아까 보니 건너편에 카페가 있길래 거기서 친구와 만나려고요.”“임혜린 씨를 만나시는 건가요?”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임 집사님, 내가 누구와 커피를 마시는지 당신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바로 길 건너편이니까 따라오지 마세요.”임원식은 더 이상 찍소리도 못했다. 온다연이 떠나자, 그는 옆방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아가씨께서 건너편 카페에 가신다는데, 따라오지 못하게 합니다.”유강후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돌려 이권에게 말했다.“경호원을 두 명 붙여. 다연이 모르는 애들로. 절대 놓치면 안 돼.”“알겠습니다.”온다연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돼서 임혜린이 도착했다.한밤중인데도 그녀는 선글라스와 썬캡을 쓰고 있었고, 카페에 들어선 후에야 벗었다.온다연을 본 그녀는 흥분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진짜야?”온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야. 쌍둥이.”임혜린은 깜짝 놀라며 환하게 웃었다.“동현이 무심코 던진 말이 현실이 될 줄이야. 네 배 속에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아들딸 쌍둥이야?”온다연이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아들딸 쌍둥이면 더 좋겠지만 아니라도 상관없어. 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아.”임혜린이 한숨을 쉬며 입을 삐죽였다.“유강후는 참 복도 많다. 쌍둥이를 얻다니, 좋아 죽겠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이상하네. 유강후가 널 혼자 나오게 할 리 없잖아?”온다연이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린아, 나 기억이 돌아왔어.”임혜린은 얼어붙어 한참 잠자코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모든 일이 다 기억났어?”“전부인지는 모르겠는데, 거의 다 기억난 것 같아. 주한, 온준용, 심미진, 유하령, 나은별, 그 인간들이 나한테 했던 짓들이 다 기억났어.”임혜린은 침묵에 잠겼다.과거의 기억들은 온다연을 증오와 수치심에 빠뜨렸다. 그녀는 우유 잔을 꽉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정말 이가 갈려. 내 과거는 짐승보다
더 보기

제1090화

“나를 나은별과 바꾼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유강후가 처음부터 그 여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도와주거나 편들지 않았다면 나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 결국 이 모든 게 유강후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너희는 다 그 사람에게 잘못이 없다며 용서하는데, 그럼 나는? 나는 그 고통을 당연히 겪어야 했단 말이야?”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유강후가 나은별과 아무 사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고통도 진짜잖아. 그때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졌고, 바다에 빠진 후 폐렴에 걸려 죽다 살았어. 당시 너무 괴로워 심각한 자기혐오에 빠지고 인격 분열 직전까지 갔었어.”그녀는 눈을 감은 채 컵을 꽉 쥐고 있었다.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했다.그때의 광경이 떠오를 때마다 그 고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유강후에게 잘못이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임혜린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며 속삭이듯 말했다.“됐어,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이 일은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고 몸조리가 우선이야. 지금은 아기가 가장 중요하니까.”온다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또 그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뻔했어.”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연이?”생각밖에 염지훈이었다. 그는 온다연을 보고 깜짝 놀라며 급히 다가왔다.“너 왜 여기에 있어?”온다연은 그의 뒤에 서 있는 권예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권예진 씨와 커피 마시러 오신 거예요?”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권예진을 힐끗 보더니 욕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 카페는 친구가 운영하는 곳인데 지나가다 들러봤어. 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네.”온다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몸은 좀 괜찮아요? 이렇게 빨리 퇴원했어요? 요 며칠 일이 있어서 문안을 못 갔어요.”염지훈은 마음이 씁쓸했지만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괜찮아. 네가 안 찾아와도 내가 알아서 네 눈앞에
더 보기
이전
1
...
107108109110111
...
124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