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이 말했다.“아까 보니 건너편에 카페가 있길래 거기서 친구와 만나려고요.”“임혜린 씨를 만나시는 건가요?”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임 집사님, 내가 누구와 커피를 마시는지 당신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바로 길 건너편이니까 따라오지 마세요.”임원식은 더 이상 찍소리도 못했다. 온다연이 떠나자, 그는 옆방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아가씨께서 건너편 카페에 가신다는데, 따라오지 못하게 합니다.”유강후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돌려 이권에게 말했다.“경호원을 두 명 붙여. 다연이 모르는 애들로. 절대 놓치면 안 돼.”“알겠습니다.”온다연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돼서 임혜린이 도착했다.한밤중인데도 그녀는 선글라스와 썬캡을 쓰고 있었고, 카페에 들어선 후에야 벗었다.온다연을 본 그녀는 흥분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진짜야?”온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야. 쌍둥이.”임혜린은 깜짝 놀라며 환하게 웃었다.“동현이 무심코 던진 말이 현실이 될 줄이야. 네 배 속에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아들딸 쌍둥이야?”온다연이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아들딸 쌍둥이면 더 좋겠지만 아니라도 상관없어. 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아.”임혜린이 한숨을 쉬며 입을 삐죽였다.“유강후는 참 복도 많다. 쌍둥이를 얻다니, 좋아 죽겠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이상하네. 유강후가 널 혼자 나오게 할 리 없잖아?”온다연이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린아, 나 기억이 돌아왔어.”임혜린은 얼어붙어 한참 잠자코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모든 일이 다 기억났어?”“전부인지는 모르겠는데, 거의 다 기억난 것 같아. 주한, 온준용, 심미진, 유하령, 나은별, 그 인간들이 나한테 했던 짓들이 다 기억났어.”임혜린은 침묵에 잠겼다.과거의 기억들은 온다연을 증오와 수치심에 빠뜨렸다. 그녀는 우유 잔을 꽉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정말 이가 갈려. 내 과거는 짐승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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