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알았어요. 잘 생각해 볼게요.”소여정은 서지예의 말을 마음에도 두지 않은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서지예는 소여정의 그런 태도에 화낼 기운도 사라졌다.“사람이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소여정은 생긋 웃었다.“서지예 씨, 말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내가 왜 뻔뻔해요? 꾸짖으니 마음에 깊이 새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한 건데, 대체 어쩌라는 거예요?”서지예는 화가 치밀어 버럭 소리쳤다.“당장 임천호 곁에서 떠나.”“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소여정이 되물었다.하지만 서지예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왜 불가능한데. 네가 임천호 옆에 딱 붙어서 떠나기 싫어하는 이상 충분히 가능하잖아.”소여정은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이건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네요. 난 임 회장님한테 빌붙어 떠나지 않으려 한 적 없어요. 임 회장님이 저를 옆에 붙잡아둔 거예요. 나처럼 연약한 여자가 임 회장님이 가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떠나요? 죽고 싶으면 모를까.”“내가 그쪽 언니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두 분 결혼 생활 방해하지 않으려고 내 목숨까지 내 바쳐야 해요? 난 그 정도로 위대하지 않아요.”소여정의 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모두 사실이었다.만약 소여정이 떠나기 싫은 게 아니라 떠나지 못하는 거면, 이건 소여정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소여정도 자기를 희생하면서 도덕을 지키고, 유부녀의 한 맺힌 원한을 만족시킬 정도로 위대하지 않았다.서지예는 소여정이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얄미웠다.마음에 드는 건, 소여정의 총명함이었다. 서지예의 언니는 소여정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부족했다. 매일 울기나 하고 임천호의 환심을 사는 법을 도통 몰랐으니. 게다가 소여정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번 싸움에서 서지예는 완전히 패했다.“서지예 씨, 혹시 볼 일이 더 남았어요? 없으면 이만 나가주세요.”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했다.하지만 여자들 간의 싸움이 얼마나 격렬한지 제대로 실감했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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