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1211 - Chapter 1220

1238 Chapters

제1211화

연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계속해요.”나는 계속해서 여섯 번째 침을 놓았다.그러다 일곱 번째 침을 놓은 순간 연상철은 고통을 느끼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본 손태진은 바로 걱정했다.“연 선생님, 괜찮으세요? 참을 수 있겠어요?”연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아직 참을 만해. 수호 군, 계속해요.”여덟 번째 침을 놓을 때 연상철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손태진은 결국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침 맞는 게 이 정도로 고통스러울 일인가요? 왜 선생님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거예요? 의술이 별로인 거 아니에요?”나도 손태진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인내심을 갖고 진지하게 설명했다.“이건 조금 특별한 침술 기법이에요. 침이 혈자리를 찌를 때는 아프지 않지만 효과가 돌면 손목 주변의 신경을 건드려 아픈 거예요.”“연 선생님 손목은 문제가 너무 심해 완전히 치료하려면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어요.”연상철은 내 설명을 들은 뒤 손태진을 보며 말했다.“괜찮아. 아직 참을 수 있어.”“하지만 연 선생님, 저는 걱정돼서...”“걱정할 거 없어.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물러설 수 없어. 수호 군, 계속해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홉 번째 침을 꺼냈다.아홉 번째 침을 놓은 순간 연상철은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효과가 돌수록 점점 고통이 가해지기에 나는 빠른 속도로 열 번째 침과 열한 번째 침을 놓았다.그리고 겨우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연 선생님, 곧 끝나요.”나는 혈자리를 확인한 뒤 빠른 속도로 열두 번째 침을 놓았다.고통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던 연상철은 그 순간 개운함을 느꼈다.“됐어요. 안 아파요.”서화협회 사람들은 하나둘씩 걱정되는 눈빛으로 연상철을 바라봤다.“연 선생님, 손목 괜찮아 요?”연상철은 손목을 돌려보더니 놀라고도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안 아파. 고통이 사라졌네.”“나았어. 정말 나았다고.”연상철은 아이처럼 기뻐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
Read more

제1212화

1초, 2초, 3초...족히 5초나 지났지만 연상철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이건 기적이나 다름없다.예전 같았으면 연상철은 손목을 찬 공기에 노출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손목을 얼음물에서 꺼낸 연상철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나았어. 정말 나았다고. 다들 봤나? 나 연상철의 손목이 정말 나았네!”이 순간 연상철은 흥분을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손목 통증은 그를 십몇 년 동안 괴롭혔는지 모른다. 그 때문에 연상철은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뒤척였고, 매번 흐리고 추운 날이면 방 밖도 나가지 못했다.그런데 이 순간, 십 몇 년 동안의 고난과 고초는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나와 민우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치료에 성공했다는 건 우리의 계획이 제대로 먹혔다는 뜻이었다.이건 우리 천수당을 놓고 보면 커다란 수확이나 다름없다.그때 연상철이 흥분한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와 허리 굽혀 인사했다.“연 선생님, 이러지 마세요.”그 대단하신 연상철 화백이 나 같은 사람한테 허리까지 굽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이런 대우까지 받는지 부끄러웠다.하지만 연상철은 당연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말했다.“수호 군, 젊은 나이에 의술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 이 나이 먹고 참 놀라운 구경을 다 하네요.”“역시 세상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전진한다고, 어떤 직업이든 발전하려면 젊은이를 떠날 수 없네요.”연상철의 극찬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연 선생님, 과찬이십니다.”나는 겸손하게 말했다.그러자 연상철은 감격에 겨운 듯 내 손을 잡고 설렘과 믿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수호 군, 오랜 세월 나를 괴롭혔던 손목도 낫게 했으니 내 허리는 치료할 수 있겠어요?”오랜 세월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화가들은 손목과 허리가 가장 쉽게 문제가 생긴다.연상철은 자신의 고뇌뿐만 아니라 다른 원로들의 고민도 대변했다.그도 그럴 게, 이곳의 대부분 원로가 모두 허리 디스크를 않고 있었다.이건 마침 내가
Read more

제1213화

“왜 그래?”연상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손태진이 대답했다.“정수호 씨가 선생님 손목을 치료한 게 우연일지 누가 알아요? 허리는 생명과 관련된 부위인데, 아무래도...”손태진은 여전히 나를 믿지 못했다. 심지어 방금은 그저 요행이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민우는 순간 욱해서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수호가 그렇게 어려운 고질병도 고쳤는데 허리 디스크 하나 못 치료할까 봐요?”손태진은 쌀쌀맞게 말했다.“난 어르신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거예요.”손태진은 서화협회 회장, 부회장을 비롯한 어르신들이 모두 나이가 있는 분들이라 사고가 민첩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사람은 늙을수록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몇 년이라도 더 살려 한다. 그 때문에 어르신들을 노리는 전문 사기단도 많다.손태진은 서화협회의 가장 젊은 사람으로서 응당 어르신들의 안전을 지켜야 했다.결국 손태진과 민우는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다가 다투기 시작했고, 보다 못한 내가 나서서 민우를 막아섰다.“됐어. 그만 싸워. 손 선생님, 선생님 마음은 이해해요. 그럼 이렇게 해요. 제가 선생님부터 치료할게요. 손 선생님이 저를 믿으면 그때 다른 분들을 치료하는 건 어때요?”“나요? 난 아프지도 않은데 뭘 치료하겠다는 거예요?”“어제 기혈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침 한 방에 바로 기혈을 회복할 수 있어요.”손태진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부터 치료해야 한다.손태진 같은 타입은 매사에 신중하지만 한번 믿음을 얻으면 마음을 주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스타일이다.내가 이 바닥에 들어오려는 이상 손태진은 가장 관건적인 인물이기에 절대 무시할 수 없다.내 말에 손태진은 콧방귀를 뀌었다.“침 한 방? 확실해요?”나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손태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어떻게 침 한 방에 내 기혈을 회복한다는 건지 한 번 보죠.”“자, 앉으세요.”손태진은 의자에 앉았다.내가 오른손을 내밀라고 하자 손태진은 고분고분 내 말을 따랐다.나는 묵묵
Read more

제1214화

“나았어. 내 허리가 정말 나았다고.”“나도 마찬가지네. 훌라후프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수호 군, 의술이 참으로 대단하군. 정말 탄복하네.”어르신들은 하나둘씩 엄지를 추켜세우며 나를 칭찬했다.심지어 손태진마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실력은 있네요.”그때, 연상철이 손을 뻗어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수호 군, 치료비는 얼마예요?”치료를 하면 치료비를 받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나도 거절하지 않았다.“연 선생님 치료비는 조금 비싸요. 총 40만 원이고, 다른 분은 한 분당 20만 원이에요.”내가 제시한 비용은 딱 적당했다.그때 연상철이 말했다.“40만 원이라니. 십 몇 년 동안이나 나를 괴롭힌 손목 통증을 치료했는데. 내가 다른 곳에서 치료한 것만 해도 40만 원은 족히 넘어요.”“저는 연 선생님이 저에게 인맥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나는 웃으며 내가 원하는 걸 말했다.그 대답에 연상철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수호 군 의술이 이렇게 뛰어난데, 말하지 않아도 손님은 소개해 줄 거예요.”“이렇게 하죠. 나는 천만 원, 나머지는 각각 5백만 원씩 낼게요.”“감사합니다, 연 선생님.”사실 이 정도도 비싼 건 아니다.다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돈을 입금했다.게다가 놀랍게도 연상철이 나와 민우를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는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연상철은 특별히 손태진에게 큰 프라이빗 룸을 예약하라고 당부했다.우리는 먹는 동안에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앞으로 꼭 우리 한의관에 방문하겠다며 약속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술을 권하는 바람에 운전해야 하는 민우 대신 내가 모든 술을 받아 마셨다.다행히 정도를 아는 어르신들 덕에 나는 취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자 때는 어느덧 9시가 넘어 우리는 연상철과 작별한 뒤 집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기대앉은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마음은 한껏 들떴다.연상철 같
Read more

제1215화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 연승호가 그 약물 자국이 안 지워진다고 했는데 내가 걸레로 몇 번 만에 지웠거든. 알고 보니 연승호가 직원들더러 벽을 아예 긁어내라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결국 그 손해는 모두 본인이 짊어지게 됐어.”“그 자식 그때 표정이 어땠는지 너희 못 봤지? 완전 똥 씹은 표정이었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와.”현성은 말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민우가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이거 수호 아이디어잖아. 화도 풀고 고소도 못 하게 했다니. 진짜 속 시원해!”“젠장.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해장국 좀 끓여.”비록 많이 마신 건 아니지만 나는 속이 메슥거려 참을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게, 전에는 이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없었으니까.현성은 진작 나를 위해 만들었던 해장국을 그릇에 가득 담아 나에게 가져왔다.나는 그걸 한꺼번에 원샷했지만, 속이 울렁거려 결국 얼마 뒤 모두 토해냈다.다행히 토해내고 나니 속은 한결 편해졌다.“사업하는 거 쉽지 않네. 남 비위 맞춰야지, 술도 마셔야지... 그래도 성취감은 있어.”그 일을 떠올리니 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우리는 너무 기뻐 잠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희망을 보았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걸 했다는 성취감에 어릴 때로 돌아가 창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그 덕에 민우와 현성은 여자를 꼬시는 것도 잊었다.우리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두 지쳐서 거실에 쓰러져 잠들었다.하지만 현성은 다음 날 아침 또 일찍 깨어나 주광덕의 가게에 글을 붙였고, 민우는 7시가 넘어서 깨어나 혼자 천수당으로 출근했다.두 사람 모두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어제 술을 마셔 푹 휴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깨어난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잠에서 깨자마자 핸드폰을 보니 문자 메시지 몇 개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확인했다.그중 하나는 서예지가 보낸 거였는데, 언니가 강북에 왔다면서 주소를 보내
Read more

제1216화

이상한 눈빛으론 바라보는 서나연의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서나연을 마주 봤다.“서나연 씨, 물 마실래요?”“나 그쪽 알아요. 그 예술가잖아요.”서나연은 기억력이 뛰어났다. 그녀가 아니었다며 나는 내가 그때 했던 말까지 잊어버릴 뻔했다.나는 어색하게 웃었다.“맞아요. 그걸 다 기억할 줄은 몰랐네요.”“S시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 나타났어요?”“아... 전에는 S시에 영감 찾으러 간 거예요. 사실 저 강북 사람이에요.”나는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서나연은 내 옆에 앉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나를 오롯이 쳐다보며 당황스러운 말을 내뱉었다.“거짓말. 예술가가 아니면서!”‘어디서 티가 났지?’나는 너무 당황해서 가슴이 벌렁거렸다.만약 상대가 정상인이라면 내가 이렇게 긴장할 건 없다. 문제는 서나연은 정상인과는 조금 다르다는 거였다. 그녀는 작은 자극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서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까.그날 서나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모습을 떠올리니 나는 서나연이 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불안해 다급히 설명했다.“서나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이 옷차림이 예술가 같지 않아요? 저 오늘 일반인 컨셉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하하...”나는 웃음으로 어색함을 감췄다.서나연은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계속 쳐다봤다.“예술가 아니라 의사잖아요. 몸에서 한약 냄새 나요. 내 동생도 한의사라 당신과 똑같은 냄새가 나거든요.”서나연은 이 순간만큼은 정상인 같았다.아마 서나연이 정상인이라고 하면 나도 믿었을 거다.그렇다는 건 서나연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뜻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해 가끔 흥분했다 가끔 냉정했다 하니까.다시 말해서 현재는 정상과 미친 상태의 과도기에 있다는 뜻이라 아직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이게 바로 서씨 가문이 서나연을 강북에 데려오면서까지 나를 찾아온 원인이다.나는 속으로 서나연의 상태를 대략 가늠했다. 그리
Read more

제1217화

“아주머니가 설명할 필요 없어요. 제가 설명할 테니...”“그래도 안 돼요. 회장님께서 아가씨를 저에게 맡겨 주셨는데. 아가씨한테 무슨 일 있으면 안 돼요.”가사 도우미는 내가 자기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직접 달려들었다.나는 그 전에 막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한발 늦어 가사 도우미는 어느새 서나연의 몸에 있던 침을 뽑아버렸다.“망했어. 이젠 망했다고!”나는 연신 울부짖었다.가사 도우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망하긴 뭐가 망해요? 지금 사람 놀리는 거죠? 아가씨 멀쩡하잖아요... 어머, 아가씨, 왜 이러세요?”서나연은 벌떡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그대로 쓰러져 버렸고 몸이 목석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가사 도우미는 그제야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아가씨, 놀리지 마세요. 얼른 정신 차려 보세요.”나는 다급히 달려갔다.“그러니까 가만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제 어떡해요?”가사 도우미는 어쩔 줄 몰라 했다.사실 나는 일부러 가사 도우미를 겁준 거였다. 서나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고 미라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건 사실 정상적인 반응이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겁주지 않으면 앞으로 또 이럴 저지를 테니 따끔하게 교훈을 줘야 했다.나는 서나연을 일으켜 세워 몸을 마사지해 주었다. 그러자 얼마 뒤 서나연은 정상으로 돌아왔다.짝!서나연은 정신이 들자마자 내 뺨을 후려갈겼다.나는 순식간에 멍하니 굳어버렸다.“서나연 씨, 왜 때려요?”서나연은 나를 밀쳤다.“감히 나를 찔러? 죽여버릴 거야!”서나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가위를 꺼내 들었다.나는 다급히 도망쳤다.“서나연 씨, 방금 그건 치료 과정이었어요. 지금 이게 머 하는 짓이에요? 얼른 가위 내려놔요. 죽을 수 있어요.”“안돼. 나를 질렀으니 나도 당신 찔러야 해!”나와 서나연은 티 테이블 주위를 빙빙 돌며 술래잡기했다.여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나는 할 수 없이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서광진이 눈에 들어왔다
Read more

제1218화

서광진이 기뻐하기도 잠시, 서나연은 힘 빠진 듯 쓰러졌다.“나연아, 나연아, 왜 그래?”서광진의 미소는 순간 사라지더니 딸에 대한 걱정과 관심만 남았다.나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확인했다.“별일 아닙니다. 서나연 씨는 감정 소모가 심해 혼절한 겁니다.”“하, 다 내 탓이네. 내가 너무 섣불리 좋아했어. 이미 예전으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서나연 씨는 예전에 화끈한 성격이었나요?”나는 서나연이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방금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던 거다.서광진은 딸을 눕히고 나서야 대답했다.“나연이는 예전에 엄청 활발하고 귀여웠네. 성격도 털털했고. 그런데 임천호를 만난 뒤로...”임천호를 언급하자마자 서광진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임천호를 만난 뒤로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네. 처음에 임천호가 잘해줄 때는 매일 기뻐했는데, 임천호의 사업이 성공하면서 우리 서씨 가문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나연에 대한 태도가 순식간에 변하더군.”“그 뒤로 그렇게 활발하던 나연이가 매일 우울해하고 웃지도 않고 지금처럼 변했네.”딸이 사람을 잘못 만났던 일을 떠올리자 서광진의 눈에는 아픔이 번졌다.명문가의 귀한 딸로 태어난 서나연은 임천호를 만나지 않고, 모든 마음을 바쳐 임천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다.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공주가 지금은 한 맺힌 아줌마로 변해버렸다.그런 딸을 보며 슬퍼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지예 말로는 자네가 나연이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던데. 정말 방법이 있나?”서광진은 갑자기 나를 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나는 한의사라 몸은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서나연의 문제는 몸이 아닌 마음이다.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서 회장님, 서나연 씨 상태는 심리 치료예요. 약물은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어요.”“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도 우리 딸을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인가?”서광진은 갑자기 내 멱살을 잡으며 흉흉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나는 흠칫 겁
Read more

제1219화

“아직은 말하기 어려워요. 이따가 확인해 봐야 해요.”나는 솔직히 말했다.그러자 가사 도우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가뜩이나 일하기 어려운데, 사직서라도 제출하고 싶어지네요.”“아주머니가 사직서를 내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나도 어디 말할 데 없어서 한탄하는 거잖아요. 있잖아요, 서 회장님 평소에 다정하고 친절해 보여도 화나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요.”그 말에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이 아주머니가 이곳에서 한동안 일했으니 서씨 가문에 대해 잘 알겠지?’나는 서씨 가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우선 식구들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했다.“또 아는 거 있으면 말해줄 수 있어요?”나는 궁금한 듯 물었다.그러자 가사 도우미도 평소에 재벌가 일화에 관심이 많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꺼냈다.“서 회장님은 두 따님을 엄청 아끼는데 아내분한테는 잘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서씨 가문에서 1년 넘게 일했는데 사모님은 본 적이 없거든요. 소문에 의하면 감금당했다는 말도 있고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어요...”그 말을 들으니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나는 애써 부인하려고 했다.‘이에 설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설마 사람을 때려죽이겠어?’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너무 무섭다.“지, 지금 험담하는 거 아니죠? 서 회장님 그런 사람 아닌 것 같던데요.”나는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서광진이 내 목을 잡던 모습을 떠올리니 덜컥 겁이 났다.“나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어느 하루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다가 여자 울음소리를 들었어요. 그것도 바닥에서 나는 소리였어요.”“그때 내가 너무 놀라 바로 방에 들어갔는데, 비명이 계속 들렸어요. 마치 누구한테 맞는 것 같았거든요.”“됐어요. 그만 말해요. 질금 일부러 저 겁주려는 거죠?”나는 다급히 가사 도우미의 말을 잘랐다.“내가 왜 겁을 줘요?”나는 어른 반문했다.“서씨 가문이 그렇게 무서우면 왜 진작 도망가지 않았어요?”“나도 도망치고
Read more

제1220화

‘응? 이건 무슨 수법이지?’나는 앞에 있는 은행 카드를 보니 마음이 살짝 동요했다.만약 예전이었다면 4억은 나한테 천문학적인 숫자였을 거다.하지만 지금은 이게 내 목숨을 앗아가는 부적 같았다.“서 회장님,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저 이미 서지예 씨한테 최선을 다한다고 말씀드렸어요.”나는 적어도 살길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카드를 받으면 마지막 살길도 막히는 셈이나 다름없다.서광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적나?”“아닙니다. 서지예 씨가 저한테 손님을 소개해 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회장님 돈까지 받겠어요.”역시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말고 머리를 굴려야 한다.서광진은 ‘하’하고 짤막한 웃음을 내뱉았다.“카드도 받게. 지예랑 한 거래는 나랑 상관없으니 따져 묻지 않겠네. 내 요구는 단 하나, 최선을 다해 나연을 치료하는 거네. 내가 나연이를 왜 이렇게 신경 쓰는지 어나?”서광진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며 물었다.그걸 내가 알 턱이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서광진의 눈에서 순간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임천호 그 인간 때문이네. 나연이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임천호와 맞설 수 있으니까.임천호가 지금 자리에 오른 건 내 도움 없이는 안 됐을 거네. 그런데 그 자식이 은혜도 모르고 나연이와 나한테 미안한 짓을 했지.”“그런 자식이 아무렇지 않게 누비고 다니는 걸 내가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나? 난 나연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하게 하지 않을 거네.”‘또 왜 임천호와 엮였지?’‘나는 정말 임천호와 악연일까? 왜 벗어나지 못할까?’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그때 서광진이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조사해 보니 임천호랑 원한이 있던데. 지난번에 S시에서 4억을 사기당했다지?”나는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서광진이 나를 조사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서광진은 갑자기 껄껄 웃었다.“걱정하지 말게. 자네한테 뭘 하려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