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01 - 챕터 1210

1226 챕터

제1201화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백성들이 이미 삼삼오오 모여 오늘 아군여학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여학과 공방은 원래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큰일이 터졌으니 떠들썩 하지 않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이 일은 태부의 손녀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 귀하디귀한 여인이 한 상스럽고 천한 자에게 농락당했으니, 앞으로 어느 집안의 자제가 감히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려 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어리석다고 말했다. 고귀한 집안의 규수로서 조용히 살면 될 것을 굳이 여부자가 되겠다고 나서더니, 이제 평생을 망쳐버렸다고 말이다.송석석은 일부러 말을 천천히 몰며 백성들 입에서 안여옥이 학생을 보호했다는 칭찬의 말을 듣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말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아프기 시작했다. 현갑군 지휘사를 맡게 된 이후로 그녀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암살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으며 모든 일을 늘 완벽하게 해낼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공방 역시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지만, 그 모든 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뭐든 서두르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일은 그녀의 정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버렸다.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워 스스로 자책했다. ‘조금만 더 잘 대비했더라면...... 어쩌다 이렇게 경계심을 놓아버린 걸까? 사여묵이 진성을 떠난 이후 이별의 슬픔에 잠겨 마음이 흐트러져서 경계를 소홀히 했던 걸까?’그녀는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예측했음에도 예방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황실로 돌아온 그녀는 홀로 의사당에 앉아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염선생이 급히 돌아왔다. 그 역시 이 일을 듣고 경조부에 가서 알아보았다. 왕비가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황실에 도착하니 왕비가 의사당에 쓸쓸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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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태후는 평소 정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나 오직 이 여학만은 특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직접 명을 내려 세운 것이니 말이다.“혹시 여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집안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툼일 수도 있지 않을까?”송석석이 묻자 염선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범위가 너무 넓어지겠지요. 하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많은 집안이 겉으로 보기엔 본처와 첩의 사이가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이었다. 첩은 아무리 귀한 첩이라도 본처 앞에서는 감히 건방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주군이 첩을 편애해 본처의 지위가 흔들릴 때이다. 이럴 때면 본처와 첩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온갖 더러운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본처와 첩이 각각 딸을 두었는데, 본처의 딸은 아군여학에 들어가고 첩의 딸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아군여학에 정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첩이 본처의 딸의 명예를 망가뜨리기 위해 다른 이들까지 엮어서 함께 수치를 당하게 만드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이는 인식의 한계가 상황 판단을 흐리게 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하는 일을 완벽히 감춰졌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꽤 은밀히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니 입막음으로 살인까지 한 것이 아니겠는가.만약 이러한 상황일 경우엔 조사해야 할 범위가 너무나 넓어진다.송석석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우선 경조부에게 그 작업반장을 조사하게 해야겠다. 그가 평소 어떤 사람들과 어울렸는지, 누구의 일을 봐준 적이 있는지 전부 다 알아보게 말이야. 그때 가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그리고 여론도 안여옥을 도와줘야 하니, 내가 옷을 갈아입고 입궁해 태후께 이 일을 아뢰고 오겠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죄를 씻기 위해 찾아뵙는 셈이지.”유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석석이 입궁해 죄를 청하겠다고 하자, 혜 태비가 나서며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내가 함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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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송석석이 궁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시만자가 급히 들어와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갔다.“여학 사건 말이야, 황제와 황후의 짓인 것 같아.” 시만자의 표정은 심각했고 눈에는 은근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송석석은 뜻밖의 소리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황제와 황후? 누가 그런 말을 했어?”“장기문이. 그가 황제가 황후에게 멋대로 굴었다고 꾸짖는 소리를 들었대. 황후는 변명하며 황제도 여학을 좋아하지 않으니 네가 진성의 권력 있는 명부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도록 자신이 황제의 걱정을 덜어드린 거라고 했다는 거야.”송석석은 이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냉정을 잃으면 안 돼. 이 일을 장기문에게서 들었다는 걸 들키면 그의 앞날이 망가질 거야.” 시만자가 말했다.송석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도 과감한 추측을 해본 적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를 의심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비록 황후에 대해서는 의심한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그리고 황후는 지금쯤 대황자를 위해 계략을 꾸미고 있어야 했다. 이럴 때 이렇게 세가를 적으로 돌려서 무슨 이익을 본단 말인가? 비록 이번 일이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계획했다면 그 결과도 충분히 예측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 작업반장이 죽지 않았다면? 혹은 그 작업반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버렸다면?장기문이 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황제 역시 여학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황후가 여학을 공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황후를 꾸짖은 이유는 여학을 공격한 행위가 아니라 그 방식 때문이었다.즉, 그가 화를 낸 건 수단 때문이지 황후의 행동 자체는 아니었던 것이다.송석석은 순간 자신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황제의 생각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도 사여묵을 부려 명절에 그를 노주로 보내면서, 그는 황제임에도 정작 그녀가 서원의 훈장이 되어 세가의 명부들과 교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더욱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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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연말이 다가오자 백성들은 설 맞이 장을 보느라 바빴다. 각 집안은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분주했다.하지만 분주한 만큼 사람들 사이의 교류도 늘어나게 되면서 온갖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다. 태후가 안여옥을 칭찬하며 내린 하사도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태후가 직접 칭찬한 것이 안여옥이 단순히 모욕만 당한 것이 아닐 거라는 의혹으로 이어졌다.심지어 이 의혹은 점점 사실로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듯했다. 북명황실이 나서서 공정한 말을 하거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이 나와 안여옥이 학생들을 보호하다가 그 인간에게 잠시 몸이 닿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백성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백성들은 신을 만들어내기를 좋아했고, 신을 무너뜨리는 일에는 더욱 열광했다.과거 안여옥의 규수로서의 명성,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 훌륭한 집안 출신을 부러워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큼 배로 그녀에게 악의를 퍼부었다.그녀의 과거까지 들춰내며 사실 그녀는 고고하고 자만하여 사람을 깔보고 학문이 부족한 동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장공주의 연회에서 사슴을 말이라 지칭하며 분명 그 그림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 아님에도 우긴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 당시 안태부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할 수 없이 사슴을 말이라 칭했고 또 그것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라 주장했지만, 사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비웃었다는 것이다. "심청화의 인장도 아니었는데, 그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비웃지 않았겠어? 다만 체면을 봐서 들추지 않았을 뿐이지.”또한 그녀의 시와 그림이 명백히 표절이며, 이는 안태부가 그녀의 명성을 높여 북명왕과의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북명왕은 차라리 재혼한 여성을 선택할지언정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방시원에게 시집가기를 꿈꿨으나, 방시원은 어리석지 않아 그녀의 속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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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문 앞의 이야기꾼들을 쫓아내고 나니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이번에는 중매쟁이들이 번갈아가며 안여옥을 위한 것이랍시고 혼담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그들이 말하는 혼처들은 안여옥의 부모의 얼굴을 울긋불긋하게 만들 정도로 황당한 인물들이었다. 평소에는 청혼은커녕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침을 뱉고 지나갔을 법한 이들이었다.집안 배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의 품행이 바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통방과의 사이에서 이미 서장자와 서장녀를 둔 사람이었고, 어떤 이는 매일 도박장에 들러 두 눈이 빨개지도록 돈을 탕진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자였다. 또 어떤 이는 기루의 단골 손님이거나, 바깥에 첩을 둔 사람이었다.이들은 평소라면 감히 청혼하러 올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같이 은혜라도 베풀듯 거만하게 굴며 안여옥이 자신들과 혼인하지 않으면 다른 길은 없을 것처럼 굴었다.안태부는 평생 이렇게 큰 화를 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빗자루를 집어 들고 사람들을 쫓아냈지만, 결국 또 새로운 구설수만 만들어졌다.이 일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단 한 마디로 요약되었다.‘웃음거리.’"마치 그녀가 아직 선택할 여유가 있는 것처럼 굴지만, 누군가 그녀를 아내로 맞아주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조상님 덕분이지.""그 더러운 남자에게 안겨 순결도 잃은 주제에 여전히 체면 따위를 챙기겠다고?""평생 시집가지 못할 팔자지. 누가 그녀를 데려가겠어? 빨리 머리 깎고 여승이나 되라지. 여자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남자도, 여자도 가리지 않고 이런 말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본인들이 당하는 일이 아니기에, 모두혀끝으로 상대를 아프게 하며 즐거워했다.이 모든 상황 속에서 가장 즐거워한 사람은 바로 제자예였다. 그녀는 원래부터 안여옥을 몹시 싫어했다. 황후가 그녀에게 안여옥을 괴롭히고 골칫거리를 만들라고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안여옥을 자신의 적으로 삼았다.그래서 이번에 안여옥에게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친구 주창우를 찾아가 함께 안여옥 이야기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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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제자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너무나도 창백해졌다.그녀는 여전히 왕지아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었다. 방시원을 두둔한 사람은 다름아닌 왕지아였다. 그 몇몇 집안의 엉망진창인 상황들은 듣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방씨 가문의 내실이 이렇게 어지러운데, 그렇게 큰 저택에서 이런 추잡한 일이 벌어진 사실을 감추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그녀는 충동적으로 왕지아의 뺨을 때렸지만, 잘못은 여전히 왕지아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방시원을 두둔해서는 안 되었고, 그런 사람들과 그런 일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주창우는 훌쩍이며 눈물을 흘렸고, 제자예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예는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해졌다.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다가 끝내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사실 여학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은데, 하황후께서 여학을 싫어하시니까…”지나치게 보호 받으며 자란 소녀, 제자예는 일의 심각성을 알지도 못한 채 결국 주창우에게 사실을 말해 버렸다.그러자 주창우는 순간 울음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황후께서 싫어하신다고? 왜 여학을 싫어하신다는 거야? 여학은 태후께서 명을 내려 세우신 거잖아.”“아마도 북명왕비가 훈장으로 있기 때문일 거야. 예전에 내가 큰어머니를 따라 궁에 갔을 때, 황후께서 큰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을 들었거든. 황제께서 원래 북명왕비를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려 했었대. 그래서 황후께서 줄곧 북명왕비를 싫어하셨어. 그러니 그녀가 세운 여학과 공방도 당연히 좋아하시지 않겠지.”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갖다 댔다.“이건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 비밀이야.”주창우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을게.”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갑자기 들이닥쳐 사람만 보면 모조리 안으려고 한 걸까?" “그러게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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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안여옥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염선생이 조사한 결과, 실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를 조종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거의 일들이 하나하나 끄집어내져 그녀와 여학을 얽매는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안여옥을 깎아내리는 것은 곧 안태부를 깎아내리는 것이었고, 동시에 아군여학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이어졌다.안태부와 제제사는 학문의 거장으로 가장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안태부는 신격화된 위치에서 추락해 사람들의 존경을 잃어갔다. 반면, 사람들은 제제사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흥미롭게도,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제상서의 외실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제씨 가문을 치켜세우는 여론은 제씨 가문에도 이득이 되지 않았다. 권세가 지나치게 드러나면 반감을 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씨 가문은 여론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염선생이 지켜본 결과, 제씨 가문은 실제로 여론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다시 화제를 여학과 안여옥으로 돌려, 안여옥의 혼사와 관련해 그녀를 깎아내리고 모욕하는 일이 계속되었다.염선생은 참을 수 없이 분노했다. 안여옥처럼 깨끗하고 순결한 여인이 이들에게 이렇게 더럽혀지다니,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를 모욕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진심으로 청혼을 하러 오기도 했다. 물론 품행이 바르지 못한 하찮은 인간들이었지만, 그래도 결혼 의사는 있었다.하지만 이후에 찾아온 이들은 순전히 안여옥을 모욕하려는 의도로만 왔다. 보기 흉한 이들이 몰려왔고 청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꼬는 말들을 내뱉었다. 제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문 밖에서조차 선심을 써 그녀를 데려가 주겠다고 외쳐댔다.염선생은 사람을 시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두었다. 나중에 이들을 조사한 뒤 응징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무리가 이들의 이름을 적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 사실을 송석석에게 보고하자, 누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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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태부부 앞에서 한때 소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이제 줄지어 대문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모두 고개를 떨군 채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그들 앞에는 덩치가 크고 건장한 남자들이 그들을 주시하며 서있었는데, 그들의 주먹은 야자수 열매만큼 커서 한 대만 때려도 머리를 박살낼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방시원은 말에서 내려 냉랭한 눈빛으로 그들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없이 서 있었지만, 그의 위엄 있고 살벌한 기운은 이들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서로 몸을 붙이며 작은 안전이라도 찾으려는 듯했다. 아무도 방시원의 얼음 같은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안태부는 중문을 열도록 지시했고, 안씨 노부인은 방씨 가문에서 청혼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병이 절반이나 나은 듯했다. 그녀는 곧바로 하인들에게 따뜻한 물을 준비하게 하고, 단장을 하며 직접 나가 맞이하겠다고 말했다.안여옥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조부가 며칠째 그녀를 추월원에 머물게 했으며 하인들에게 외부의 소문을 그녀에게 전하지 못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겉으로는 독서를 하거나 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며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고통으로 뒤덮여 있었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소문이 폭풍처럼 그녀를 휘몰아치자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힘들기는 해도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그것은 그녀가 읽은 수많은 책 덕분이었다. 책 속에서 그녀는 많은 인생 이야기를 접했다.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만연한 수많은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인간의 삶이 항상 평탄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험난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삶에는 반드시 행복한 순간도 있고 어려운 시기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그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위로하며 다짐했다. 소문을 신경 쓰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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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난 후, 안태부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밖으로 불렀다.안여옥은 경주가 가져온 화려한 옷과 정교하게 맞춘 장신구들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간단히 흰옷과 살구색 망토를 걸쳤다. 마치 손님을 맞거나 자신의 인생을 논할 중요한 순간이 아닌, 단지 정원을 산책하러 나가는 것 같은 차림새였다.외원의 본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방시원을 향했다. 그도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은 깊고 맑았으며 약간의 절제가 묻어나 있었다.그녀는 단 한 번 마주치고도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다. 심장은 북을 치는 것처럼 요란하게 뛰었고,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하지만 그녀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한 명 한 명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이때 그녀를 보자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른 오수인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요즘 많이 힘들었지? 정말 속상했겠다."어른에게서 건네받는 따뜻한 위로에 안여옥은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콧날이 시큰해졌지만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옷깃을 여미고 몸을 낮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승상 부인은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훌륭한 아가씨가 사람들 입에서 얼마나 심하게 오르락 내리락거렸는지!"참하기도 하지. 오늘 내가 이 혼사를 주선하러 왔단다. 네 조부모님께서도 네 의견을 묻고 싶어 하신다. 방시원과의 혼인을 받아들이겠니?"안여옥은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최대한 태연하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왜인지 마음속의 억눌렀던 감정이 갑자기 밀려들었다.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목이 여러 번 멘 탓에, 동의한다고도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방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걸어오며 공손히 말했다."잠시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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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경주는 문 밖에 서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가씨가 지난날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는지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방 장군이 이렇게 북과 징을 울리며 청혼하러 오고 중매자로 승상 부인을 데려왔으니, 이 일이 성사된다면 바깥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째서 아직 승낙하지 않는 것인지, 경주는 속이 타 들어가, 아가씨 대신 대답을 해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안여옥은 코끝이 찡했다."오늘 제가 승낙하지 않으면 장군께서 저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실 겁니다."방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하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소. 더 실컷 비웃으라지. 사내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소? 당신은 여학에서 학생들을 용감하게 구했으니, 이런 유언비어에 시달릴 이유가 없소."안여옥은 그의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청혼을 하러 온 이유는 만약 그녀가 거절하더라도 소문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방시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천천히 생각해 보시오. 굳이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소. 충분히 고민한 뒤 사람을 보내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안여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장군! 저…… 승낙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불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이었는데,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애교 섞인 투정이 담겨 있었다."저는…... 저는 다른 의견 없어요. 무조건.. 조부모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몸을 돌려 황급히 도망치듯 뛰어나갔다.방시원은 잠시 놀란 듯 그 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이내 그의 눈빛에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진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얼굴 가득 번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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